'독서 iN '에 해당되는 글 1372건

  1. 산너머 북촌에는
  2. 세상에 눈 멀고 사랑엔 눈 뜨고
  3. 곽재구의 포구기행 - MBC 느낌표 선정도서, 해뜨는 마을 해지는 마을의 여행자
  4. 김훈 - 자전거 여행
  5. 다섯 살배기 딸이 된 엄마
  6.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 : 남도답사 일번지
  7. 대조선인 안용복 1, 2

산너머 북촌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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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출판사도 저자도 정확한 제목도 모름...-_-;;
도시에 살던 40대 주부와 30대 노처녀가 귀농을 꿈꾸며 자두리라는 산에 둘러싸인 마을에 들어가서 겪게 되는 이야기들...
참 재미있게 들었는데, 막판에 너무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바람에 김이 세버렸다. 예전에 읽었던 이외수의 괴물과 같은 느낌...
마을의 이익을 위해서 두 여자를 처음에는 끌여들였다가, 눈에 거슬리면 소리지르고 싸우고, 아쉬운 일이 생기면 무릎까지 꿇으면서 용서를 구하기를 반복하며 자신의 기득권과 혜택을 누리며 동네 사람들을 부려먹고, 속이는 이장집 사람들을 보면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생각이 났고,
자신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마을을 군림하지만 막상 중요한 실속을 못챙기고 토사구팽 신새로 전락하는 본부장을 보면서 정치를 하다가 낙하산으로 기업에 취직한 경영진이 생각이 나고,
노처녀를 어떻게는 자신의 부인으로 만들려고 처음에는 착하고, 있는척하다가 술만 마시면 개가 되서 행패를 부리고, 술을 먹지 못하면 용기도 없고, 그러다가 결국에는 소망이 집착이 되는 재버릇 개못주는 남자를 보면서 몇몇사람들을 떠 올리고,
불의를 알면서도 뭐라고 하지 못하고, 그냥 그래왔으니까, 그게 그나마 편하니까라고 길들여져서 사는 자두리 주민을 보면서 그게 요즘 세상 사람들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아무튼 무슨 귀곡산장이야기를 보는듯 했는데, 멋진 복수를 보지 못하고 그냥 결말이 나버려서 상당히 아쉽네...

<도서 정보>
제   목 : 산너머 북촌에는
저   자 : 이상락
출판사 :
출판일 :
구매처 : 오디오북
구매일 :
일   독 : 2005/5/4
[Re:389번] 작가입니다
작성일: 2005/05/10 12:22
작성자: 이상락(writersr)

김정호(danbisw)님 감사합니다. <산너머 북촌에는>을 집필했던 작가입니다.
그 작품은 기 발표된 소설을 각색했던 것이 아니라 방송극으로 먼저 창작되었습니다. 그 방송극을 기초로 해서 이제 소설작업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책으로 읽자면 한참 기다려야 할 것같군요.
애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방송: 4월 1일~ 4월 30일

*작가: 이상락

*미리 발표된 작품을 각색하여 드라마화 해온 관행을 탈피하여,
이번 기획에서는 작가가 집필중인 장편소설의 내용을 먼저 라디오 드라마로제작, 방송토록 한것입니다.

*작품소개

이른바 '웰빙' 바람으로 전원생활, 귀농, 무공해 먹을거리 등이
주요 화두가 되고 있는 시대에, 40대 전직 여교사 가족이 한 산간 오지 마을로 예비귀농을 하면서 온몸으로 관찰한, 마을 공동체의 간단치 않은 모습들을 그린 귀농일기이다.
오랫동안 외부와의 인적 교류와 소통이 두절되다시피 한 산간마을에
외부인들이 주민으로 편입되면서 그들과 원주민 사이에 생기는 불화와 에피소드 등을 해학과 풍자로 살핀 농촌이야기이다.

*줄거리

오랫동안 귀농을 꿈꾸던 40대 후반의 전직 여교사 추은숙은,
학원강사 노처녀 노숙정과 함께 산간 오지 마을인 자두리를 찾아
빈 농가에 짐을 부리고 주민이 된다.
자두리의 이장 이두남은 이들의 입성을 대대적으로 반긴다. 도에서 추진하는 '새농촌 건설지원사업'의 지원금 수억원을 받으려면 일정한 가호수를 갖춰야 하는데 그동안의 이농으로 주민들이 줄었기 때문.
그러나 그 마을 주민으로 정착하려면"1년 동안은 벙어리, 귀머거리로 지내자"고 단단히 결심했으나 그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이장 이두남. 추은숙 일행은 마을 주민들과 얽혀 힘든 농촌 생활을 간신히 이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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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눈 멀고 사랑엔 눈 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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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장애인의 날이였다고 한다. 뭐 굳이 장애인의 날이라고 읽은것은 아니고, 몇일전부터 조금씩 봤는데,
미국 시각장애인 부부가 한국인 시각장애인 아이들 4명을 입양해서 키운 이야기와 그중에서 딸 엘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쓰여진 잔잔한 감동의 이야기이다.
과연 이런일이 있을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6명의 시각장애인의 이야기인데...
뭐.. 시각장애인인 미국인 부부가 굳이 장애인들을 키우려던것은 아니고, 장애인이 아니면 입양이 안된다고 해서 키우기 시작했다지만, 과연 나로써는 결코 쉽지 않은 결정.. 아니... 내릴수 없는 결정일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딸인 엘렌은 4살때 일산의 어느 시장에서 어머니가 잠깐 여기서 기다리라는 마지막말을 끝으로 고아원에 보내졌다가 미국에 입양되서 성장한 후에 한국을 다시 방문해서 방송에 출연해서 어머니를 찾았지만 결국에는 찾지 못하고 돌아간다. 이 책의 중간중간에 광숙이가 엄마에게 쓴 편지가 나오는데...
어머니를 용서한다는 이야기이다... 언젠가는 꼭 만나자고.. 하늘에서라도...
근데.. 장애인인 자식을 버린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버림받은 연인, 사람들에 대해서 조금 생각해 봤다...
엘렌은 어머니를 용서한다고 했다.
과연 나는 어머니를 떠나서 한 여자에게 버림을 받았을때, 용서할수 있을까? 이해할수 있을까?
요즘들어서도 이런 생각을 몇번 해보았는데... 이해하려고 한다... 용서하려고 한다... 할수만 있다면...
어떨때는 용서가 되고, 이해가 된다... 하지만 어떨때는 용서가 안되고, 이해가 안되고, 서러워지고, 비참해진다...

그래도 굳이 잊거나 피하고 싶지는 않다..
그 추억을 그대로 가지고 살려고 한다.
군대를 제대한 후에 나중에 힘들었을때를 회상하며 즐거워 하듯이...
학창시절에 힘들었던 기간을 나중에 즐겁게 회상하듯...
성공한 사람이 어려웠던 시절을 자신의 소중한 추억으로 생각하듯이...
언젠가 더욱더 행복해지고, 더욱더 강한 내가 되어서...
지난 추억때문에 힘들어 하거나, 아파하지 않는 내가 되고 싶다...
아니.. 과거때문에 힘들어하는 내가 아닌... 과거를 회상하며 웃을수 있는 강한 내가 될것이다...



<도서 정보>
제   목 : 세상에 눈 멀고 사랑엔 눈 뜨고
저   자 : 김홍덕
출판사 : 생명의 말씀사
출판일 : 2004년 12월
구매처 : 오디오북
구매일 :
일   독 : 2005/4/20
재   독 :
정   리 :


<미디어 리뷰>


2개월간 엘렌 가족 지켜본 취재진

“진정한 사랑을 봤다”

정현모 PD : ‘엘렌 가족이야기’를 통해 장애와 혈통을 초월한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려 했다. 특히 그동안의 입양 스토리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최대한 인류애를 구현하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그 속에서의 일상적 삶의 소중함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다 프로그램에 담지 못해 아쉽다.

엘렌의 경우 너무 밝고 똑똑한 아이다. 앞을 보지는 못하지만 영혼이 맑은 엘렌은 니콜스씨 가족의 기둥과도 같다. 그래서 프로그램 제목도 ‘엘렌 가족 이야기’로 정했다. 엘렌 가족이 사는 동네는 흑인들이 사는 곳인데도 세탁소 가는 일에서부터 시장 보는 일까지 갖가지 문제들을 이웃이 너무 잘 도와준다. 장애를 가진 이웃의 불편함을 함께 나누며 사는 것이 그들의 생활이고, 그래서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이승한 카메라맨 : 처음 우리가 엘렌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 워싱턴DC에서 볼티모어로 갈 때였다. 초행길이라 도중에 길을 잃고 헤매다가 니콜스 씨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구했다. 그때 니콜스 씨가 주변 건물의 위치와 이름, 모양까지 상세하게 설명하며 길을 알려 주었는데, 놀랍게도 우리가 차로 가는 도중에 그 모든 것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시각장애인이라 소리에 매우 민감한데, 막내딸 세라에게 밥을 챙겨 주고는 그 옆에 서서 딸아이의 먹는 소리를 귀로 들으며 얼마나 먹었는지를 알아내는 니콜스 씨의 모습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엘렌과 그 가족들이 앞을 보지 못하니까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그들은 우리들보다 몇 배나 더 섬세하고 예민해서, 처음 일주일간은 우리가 무얼하는지, 어떻게 찍는지 매우 불안해 했다.

현대불고[퍼온글]




<정호의 정리>
(다음 글은 시각장애인인 엘렌이 자신을 입양해 준 니콜스 부부(두분 다 시각장애인이면서 4명의 시각장애아를 한국에서 입양해서 키움)의 사랑하에 장성한 숙녀가 되었으나 생모에 대한 그림움은 떨칠 수가 없어 쓴 편지이다-----이들의 이야기를 쓴 필자의 신간 [세상에 눈멀고 사랑엔 눈뜨고-생명의 말씀사 출판-에서 발췌]


나를 낳으신 생모를 생각하며 고통하고 고민하며 보냈던 많은 날들에 대한 나의 감정을 한번 쯤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엄마께 쓰는 편지형식으로 엄마를 불러본다.

나를 낳아주신 엄마께!
엄마께 물어볼 말이 너무도 많고 나 또한 내가 살아온 날들에 대해서 들려 드릴 이야기가 너무나 많습니다. 제일 처음 떠오르는 질문은 엄마가 어떻게 생기셨을까? 하는 것입니다. 또 무엇을 좋아하시는지요? 고아원에서 지어준 광숙이란 이름이 진짜 내 이름인지요? 아빠는 어떤 사람이신가요? 엄마나 아빠께서는 새로운 일을 시도하시기를 좋아하시는지요? 음악을 좋아하시나요? 내가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엄마를 닮아서인가요? 아니면 아빠께서 음악적 소질이 있으신가요? 또 언어에 소질이 있으신지요? 나처럼.

내가 엄마와 아빠 중에서 누굴 더 닮았는지, 내 목소리는 누굴 닮았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나의 형제나 자매가 몇 명이나 더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그들의 이름은요? 그들이 나에 대해서 알고 있나요?
그리고 나의 가슴 속 깊이 묻어 둔 가장 묻고 싶은 말이 있어요.

엄마 왜 나를 마켓에다 데려다 놓고 가버리셨나요? 고아원에 데려다 줄 수도 있었을 텐데요?
내가 맹아라는 게 창피하셨나요? 짐이 되셨나요? 아니면 나를 돌볼 방법을 모르셨던 건가요?
엄마가 나를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던 그날, 엄마는 내가 엄마를 영원히 기억하기를 원하셨나요?
나는 잠깐 만난 사람이라도 잊지 못하는 성격이거든요. 엄마랑 내가 지낸 시간이 불과 생애 첫 4년 밖에 되지 않아 내 기억엔 남아 있는 것이 하나도 없지만 엄마는 나의 4년에 대한 기억이 많겠지요?

엄마를 생각할 때마다 내가 버림받았다는 사실에 슬픔이 가득 차오릅니다. 엄마로부터도 버림을 받은 내가 이제 누구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해 올 때마다 극심한 외로움에 사로잡힙니다. 이렇게 버림받은 문제로 고민하는 것이 참기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전능하신 하나님은 어떤 뜻을 가지고 있으셨으리라 믿기에 위로를 받습니다. 만일 내가 미국에 와서 살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 이곳에서 누린 여러 특권들을 한국에서는 누리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니까요.

하나님께서 나를 미국으로 인도하셔서 이렇게 좋으신 양부모를 만나게 해주셨으니 말입니다. 이분들께 늘 감사하며 이분들을 진정한 나의 부모님으로 생각하며 마음으로 모십니다. 이분들은 나를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길러주시는 참으로 좋으신 분들입니다. 내가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위로가 되시는 분들이십니다. 엄마께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엄마가 날 버렸다는 생각에 엄마가 증오스러울 만큼 미운 마음으로부터 용서로 가는 과정에 생긴 많은 감정들로 뒤범벅이 되곤 하지만 언젠가는 엄마를 만나보고 싶습니다.

광숙이가


☞ 2005-04-21에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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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의 포구기행 - MBC 느낌표 선정도서, 해뜨는 마을 해지는 마을의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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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 시인의 포구기행기.. 여행정보도 간혹 소개가 되지만 그 여행지가 담겨있는 과거, 사연, 의미 등을 시인의 저자의 정서로 잘 표현해준 책...
그러나 저자가 시인이라서 그런지 약간은 문학적이며, 시적인듯한 느낌이 듭니다.
한비야씨처럼 편하게 다가오지는 못하지만,
여행지에서 갈매기의 눈빛, 팥죽, 판소리등에 얾힌 이야기들을 들으면 어릴적에 전래동화를 듣는 듯한 편한 느낌이 느껴집니다.
어찌보면 저 대신에 여행을 다녀와서 아름답게 이야기를 써준듯 하기도 하네요..
그리고 저는 오디오북으로 들어서 책속에 들어있는 사진들을 직접 보지 못해서
그 내용이 더욱 애절하게 다가오지 못한것이 아쉽습니다.
저자가 해주는 이야기와 저자가 바라보는 풍경을 시적으로 표현한것을 듣다보면 이미 바다에 와있는것 같은 느낌이 들고, 느낌이 지난후에는 바다에 가고 싶은 애절한 생각이 듭니다...


<도서 정보>
제   목 : 곽재구의 포구기행 - MBC 느낌표 선정도서, 해뜨는 마을 해지는 마을의 여행자
저   자 : 곽재구
출판사 : 열림원
출판일 : 2002년 10월
구매처 : 오디오북
구매일 :
일   독 : 2005/5/15
재   독 :
정   리 :


<미디어 리뷰>
곽재구 - 1954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다. 1981년 「중앙일보」신춘문예에 시 <사평역에서>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2년 신동엽 창작기금과 1996년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시집으로 <사평역에서>(1983), <전장포 아리랑>(1985), <서울 세노야>(1990), <참 맑은 물살>(1995) 등과 산문집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1993), 장편동화 <아기 참새 찌꾸>(1992) 등이 있다.

문득 깜깜한 바다 한가운데서 희미하게 떠오르는 불빛 하나가 보입니다. 그 불빛은 내가 앉은 가로등 밑둥까지 천천히 다가옵니다. 작은 배 위에 한 노인이 등불을 들고 서 있습니다. 그가 내게 삿대를 내밉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의 배 위에 오릅니다. 세월이 가고 다시 세월이 오고, 그 속에서 밥을 먹고 시를 쓰고 파도소리를 듣고, 그러다가 그 길목 어디에서 우연히 시의 신을 만나 함께 배 위에 오를 수 있음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 일일까요. - 곽재구

시인 곽재구의 두 번째 기행 산문. 1993년에 나왔던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이 그가 사랑한 예술가들의 흔적과 발자취를 찾은 예술기행이였다면, 이 책은 작은 포구 마을들로의 여행을 통해 우리들이 잃어버리고 사는 지난 시간들의 꿈과 그 불빛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이미 십여 년 전에 시를 쓰기 위해 바닷가 마을을 찾았었고, 그때 바닷가에서 삶의 원기를 되찾고 기꺼이 세상의 톱니바퀴 속으로 다시 맞물려 들어갈 힘을 얻었었다 한다. '과거를 회상하는 버릇은 가슴 안에 깊은 말뚝을 지닌 모든 슬픈 짐승들의 운명 같은 것'이라 말하는 저자는 이루지 못한 어린 시절의 꿈을 회상하며 다시 바닷가 마을을 찾았다.

화진, 정자항, 선유도, 동화와 지세포, 어청도, 삼천포, 구만리, 순천만, 화포, 거차, 향일암, 회진, 왕포, 우도, 조천, 지심도, 춘장대, 장항, 상족포구, 어란포구.... 해뜨는 바닷가 마을에서 해지는 바닷가 마을까지,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그 이름도 생소하기만 한 작은 갯마을들을 그는 두루두루 방랑한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화포에서는 1년 365일을 맛조개를 잡으며 살는 눈빛 맑은 아낙들이, 구룡포에는 고된 바닷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시집을 읽는 어부가 있고, 진도 남동리에는 이미 십여 년 전에 만났던 지금은 돌아가신 소리꾼 조공례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있다.

이렇게 작가가 만난 바람, 파도, 개펄, 바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풀어가는 이야기는 그대로 한 편의 시가 되어 속삭이고 있다. 또한 책 속 중간중간 담긴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 25컷도 그 자체로 너무나 잔잔하고 아름답다.



<정호의 정리>
섬에서 보낸 엽서 - 작가의 말

1...
겨울꽃 지고 봄꽃 찬란히 피어라 / 화진 가는 길
소라고둥 곁에서 시를 쓰다 / 선유도 기행
별똥 떨어진 곳 마음에 두었네 / 동화와 지세포를 찾아서
하늘 먼 곳, 푸른빛의 별들이 꿈처럼 빛나고 / 어청도에서
아, 모두들 따사로이 가난하니 / 삼천포 가는 길
그곳에 이상한 힘이 있었다 / 동해바다 정자항에서
대보등대 불빛 속에 쓴 편지 / 아름다운 포구 구만리
산도, 이 산도 쉬어 넘고 / 진도 인지리에서 남동리 포구로 가는 길

2...
묵언의 바다 / 순천만에서
화포에서 만난 눈빛 맑은 사람들
거차에서 꾸는 꿈
모든 절망한 것들이 천천히 날아오를 때 / 향일암에서 나무새와 꿈을 만나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팥죽집 가는 길
바람과 용, 그리고 해산토굴 주인을 위하여
개펄로 만든 지평선이 보이네 / 변산반도 국립공원 왕포
천천히, 파도를 밟으며, 아주 천천히..... / 전북 고창군 상하면 구시포

3...
집어등을 켠 '만휴'의 바다 / 남제주군 대정읍 사계포
바다로 가는 따뜻한 바람처럼 / 우도로 가는 길
신비한 하늘의 아침 / 조천
저 너머 강둑으로 가고 싶어요 / 바람아래 해수욕장을 찾아서
동백숲 속에 숨은 선경 / 지심도로 가는 길
춘장대에서 '쿄코'를 읽다
헤어지기 싫은 연인들의 항구 / 충남 서천군 장항
봄비 속에서 춤추는 공룡들의 발자국을 보다 / 경남 고성군 상족포구
갯바람 속에 스민 삶에 대한 그리움 / 해남 송지 어란포구

바다와의 만남 - 곽재구 시인의 포구기행 - 최영호


어디서 하룻밤을 묵을까. 나는 마음속으로 무녀도를 이미 정해놓았었다. 장자도에서 무녀도까지의 십 리 길을 터벅터벅 걸었다. 완전히 어두워진 산길과 바닷길을 따라 걷는데도 마음은 수수롭기 그지없다. 기다리는 사람도 그리운 사람도 없다. 하늘에는 별이 몇 개, 어둠 속으로 희미하게 길이 이어질 뿐. 무녀도로 들어가는 선유고 다리 위에서 세 개의 가로등 불빛을 보았다. 나는 그중의 한 불빛 아래 다리를 뻗고 앉았다. 불빛이 내게 말했다. 조금 외로운 것은 충분히 자유롭기 때문이야. 나는 불빛을 보며 씩 웃었다.

눈보라가 펄펄 날리는 겨울날 건화 다방에는 톱밥난로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갯일을 끝낸 바다사내들이 톱밥난로 주위에 모여들어 불을 쬐었다. 화력이 좋은 톱밥난로는 그들의 얼어붙은 손을 녹여주었고 따뜻한 피가 도는 그 손으로 커피가 아닌 소주를 마셨다. 사이다 잔에 2홉들이 소주병을 붓고 거기에 고춧가루를 얼마쯤 타서는 두세 잔 거푸 마셨다. 어느 날은 그 큰 소주잔이 건네지기도 했다. (…) 뒷날 내가 쓴 시, 「사평역에서」에 나타나는 톱밥난로는 사실 회진의 이 건화 다방에 놓여 있던 톱밥난로를 슬쩍 빌려온 것이다.--- p 167


번개탄 불 위에 석쇠를 얹고, 그 위에 살이 피둥피둥해 얼른 꽁치 새끼쯤으로 보이는 싱싱한 멸치들을 얹은 뒤, 굵은 천일염을 고루 뿌린다. 그리고 화덕 주위에 쭈그리고 앉아 언 손에 군불을 쬐며 소주 한 잔씩을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한 입, 두 입…… 아, 오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 멸치구이임을 새롭게 안다--- p 83


포구에서 기분 좋은 일 중의 하나는 이리저리 걷다 마주치는 배들의 이름을 읽는 것이다. 배들의 이름에는 선주들의 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선주들은 자신의 배에 어린 시절 고향 동리의 이름을 새기기도 하고 젊은 날 자신이 사랑했던 연인의 이름이나 술 이름을 적어놓은 로맨티시트도 있다. 먼 이국의 항구 이름을 따오기도 하고……. 그 이름들의 의미를 다 모아놓으면 그것이 그대로 한 포구가 지닌 그리움의 실체가 되리라.--- p 34


☞ 2005-05-15에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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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 자전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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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를 자전거로 여행하면서 쓴 여행기라고 해야하나 에세이라고 해야하나?
예전에 한번 들었을때는 많이 어렵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속청 속도를 2배속에서 1.5배속으로 바꾸고 다시 들어보니까 정말 좋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고... 이걸 여행기라고 해야하나 소설이라고 해야하나 할정도였다.
보면 이것저것에 정말 해박한 지식으로 여행지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해주는데, 철저한 조사에 의한것인지, 정말 알고 있던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재미있고, 흥미진진했다.
나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이책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읽었는데, 언젠가 나도 저자처럼 여유롭게 편하게 여행을 다니면서 생각하며 글을 쓰고 싶다.
길을 지나면서 과거와 미래를 느끼면서...
어디엔가 있을...
그 무언가를 찾아서...



<도서 정보>
제   목 : 자전거 여행
저   자 : 김훈
출판사 : 생각의나무
출판일 : 2004년 05월
구매처 : 오디오북
구매일 :
일   독 : 2005/5/16
재   독 :
정   리 :



<미디어 리뷰>
자전거가 저 앞에 한 대 있다. 바퀴에 굴러온 길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는. 떠나온 곳과 앞으로 발들이게 될 곳의 중간에서 그 자전거의 주인이 그 지나온 길들에 대한 이야기를 숨이라도 돌릴 듯 들려준다. 소음과 완벽하게 차단된 오직 바람을 가르는 숨소리를 동무 삼아 달리는 자전거 타기. 여행은 굳이 공간적 거리의 이동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저자의 처연하고 시구같은 문장들이 자전거 바퀴살에 걸려든 햇살처럼 반짝인다. 그래서 아름다운 여행과 아름다운 각성과 아름다운 글이 어우러져 저 앞에 서 있는 자전거 폐달에 발을 딛고 싶게 만드는 것일 게다.


김훈  
휘문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산악부에 들어가서 등산을 많이 다녔다. 인왕산 치마바위에서 바위타기를 처음 배웠다 한다. 대학은 처음에는 고려대 정외과에 진학했다.(1966년). 2학년 때 우연히 바이런과 셸리를 읽은 것이 너무 좋아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정외과에 뜻이 없어서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영시를 읽으며 영문과로 전과할 준비를 했다. 그래서 동기생들이 4학년 올라갈 때 그는 영문과 2학년 생이 되었다.

영문과로 옮기고 나서 한 학년을 다니고 군대에 갔다. 제대하니까 여동생도 고대 영문과에 입학했다. 당시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집안이 어려운 상태라 한 집안에 대학생 두 명이 있을 수는 없었다. 돈을 닥닥 긁어 보니까 한 사람 등록금이 겨우 나오길래 작가는 "내가 보니 넌 대학을 안 다니면 인간이 못 될 것 같으니, 이 돈을 가지고 대학에 다녀라"라고 말하며 그 돈을 여동생에게 주고, 자신은 대학을 중퇴했다.

작가는 소방관을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재난을 보면 다 도망가는데, 소방관은 달려든다는 것이 이유이다. 소방관 이야기는 단편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1995)을 통해 했다.

김훈 씨는 모 월간지의 인터뷰에서 문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피력하기도 했다.

"나는 문학이 인간을 구원하고, 문학이 인간의 영혼을 인도한다고 하는, 이런 개소리를 하는 놈은 다 죽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이 무슨 지순하고 지고한 가치가 있어 가지고 인간의 의식주 생활보다 높은 곳에 있어서 현실을 관리하고 지도한다는 소리를 믿을 수가 없어요. 나는 문학이란 걸 하찮은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 세상에 문제가 참 많잖아요. 우선 나라를 지켜야죠, 국방! 또 밥을 먹어야 하고, 도시와 교통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애들 가르쳐야 하고, 집 없는 놈한테 집을 지어줘야 하고…. 또 이런 저런 공동체의 문제가 있잖아요. 이런 여러 문제 중에서 맨 하위에 있는 문제가 문학이라고 난 생각하는 겁니다. 문학뿐 아니라 인간의 모든 언어행위가 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펜을 쥔 사람은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생각해 가지고 꼭대기에 있는 줄 착각하고 있는데, 이게 다 미친 사람들이지요. 이건 참 위태롭고 어리석은 생각이거든요. 사실 칼을 잡은 사람은 칼이 펜보다 강하다고 얘기를 안 하잖아요. 왜냐하면 사실이 칼이 더 강하니까 말할 필요가 없는 거지요. 그런데 펜 쥔 사람이 현실의 꼭대기에서 야단치고 호령할려고 하는데 이건 안 되죠. 문학은 뭐 초월적 존재로 인간을 구원한다, 이런 어리석은 언동을 하면 안 되죠. 문학이 현실 속에서의 자리가 어딘지를 알고, 문학하는 사람들이 정확하게 자기 자리에 가 있어야 하는 거죠"

그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나를 표현해 내기 위해서"이며 또 "우연하게도 내 생애의 훈련이 글 써먹게 돼 있으니까" 쓰는 것이라 한다.

그의 희망은 희망이 여러 가지 있는데 첫 번째가 음풍농월하는 것이라 한다. 또 음풍농월 하면서도 당대의 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훈이 언어로 붙잡고자 하는 세상과 삶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선상에서 밧줄을 잡아당기는 선원들이기도 하고, 자전거의 페달을 밟고 있는 자기 자신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민망하게도 혹은 선정주의의 혐의를 지울 수 없게도 미인의 기준이기도 하다. 그는 현미경처럼 자신과 바깥 사물들을 관찰하고 이를 언어로 어떻게든 풀어내려고 하며, 무엇보다도 어떤 행위를 하고 그 행위를 하면서 변화하는 자신의 몸과 느낌을 메타적으로 보고 언어로 표현해낸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남진우는 그를 일러 '문장가라는 예스러운 명칭이 어색하지 않은 우리 세대의 몇 안되는 글쟁이 중의 하나'라고 평하고 있기도 하다.



<정호의 정리>
꽃피는 해안선
흙의 노래를 들어라
지옥 속의 낙원
망월동의 봄
만경강에서
도요새에 바친다
가까운 숲이 신성하다
다시 숲에 대하여
찻잔 속의 낙원
숲은 죽지 않는다
땅에 묻히는 일에 대하여
그리운 것들 쪽으로
그곳에 가면 퇴계의 마음빛이 있다
무기의 땅, 악기의 바다
복된 마을의 매맞는 소
고해 속의 무한강산
태양보다 밝은 노동의 등불
원형의 섬
충무공, 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
길들의 표정
산간마을 사람들
문경새재는 몇 굽이냐
가마 속의 고요한 불
가을빛 속으로의 출발
마지막 가을빛을 위한 르포
노령산맥 속의 IMF
시간과 강물
꽃피는 아이들
한강, 흐르지 않는 세월
강물이 살려낸 밤섬
조강에 이르러 한강은 자유가 된다
에필로그


자전거는 해남 우수영에서 출발해서 진도대교를 넘는다. 진도는 올망졸망한 작은 산을 수없이 품고 있다. 그 산들의 능선을 자전거로 오르고 내릴 때 산하는 음악으로 변한다. 나는 아직도 그 음악을 해독하지 못한다.--- p.189

손전등을 배낭 뒤쪽에 매달고 자동차 속에 섞여서 밤길 35킬로미터를 달렸다. 사람들은 신호에 신호를 잇대가면서 가로등 없는 밤길을 달려가고 있었다. 한밤중에 양양에 도착했다. 사람 사는 마음의 국물을 뜨거웠고, 양양은 살아서 돌아온 연어 떼를 위한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자전거와 연어는 양양에서 만났는데 그날 밤 여관에서, 산맥을 넘어온 자전거는 원양을 건너온 연어 떼 앞에서 수줍게 겨우 잠들었다.---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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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배기 딸이 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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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걸려서 다시 어린아이처럼 돌아가버린 어머니를 보살피는 노처녀인 저자의 이야기입니다.
예전에 읽었던 친정엄마라는 책 생각에 기대를 했었는데,
그다지 큰 감동이나 흥미를 기대해서 그런지 이런쪽에서는 약간 실망이였습니다.
하지만 저도 부모님이 나이가 들어가는 입장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곰곰하게 생각해보고,
더 늙으시기 전에 부모님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제가 해 들릴수 있는 일들을 많이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돌아가실때, 영전앞에서 슬프게 우는것보다 살아계실때 후회하지 않도록 효도를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몇번 다루어주었지만, 부모님이 늙고, 힘없고, 돈이 없으면 비참해진다는 이야기와 가족들도 남이 되어버린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다시 한번 마음을 잡아봅니다.
아무쪼록 치매에 걸리신 부모님이나 친인척을 모시는 분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항상 이런 책을 보면 막판에 치매노인을 위한 시설이 미비하다고 자신의 주장을 펼칩니다.
이런것들을 자신이 꼭 그러한 처지가 되었을때만 찾게되는 저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이기심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도서 정보>
제   목 : 다섯 살배기 딸이 된 엄마
저   자 : 신희철
출판사 : 창해(새우와 고래)
출판일 : 2005년 2월
구매처 : 오디오북
구매일 :
일   독 : 2005/5/18
재   독 :
정   리 :



<미디어 리뷰>
<오마이뉴스>에 3년여 동안 연재되고, 에서 5편의 클레이 애니메이션, 1편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방영된 이야기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치매에 걸려 다섯 살배기 딸이 된 엄마를 둔 자녀의 치열한 일상이 담긴 책.
저자는 20여 년간 직장 생활을 해오던 중 치매에 걸려 쓰러진 홀어머니를 돌보게 된다. 그리고 직장 일과 어머니 돌보기를 병행하다 그마저 포기하고 아기가 되어버린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못된 딸’로서의 귀중한 체험을 정리하여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함께 보낸 나날은 직장에서의 성공과는 또 다른 행복과 웃음을 가져다주었고 그 속에는 사람을 사랑하는 법이 녹아 있다. 저자는 치매엄마와 함께 지내는 생활이 자기 아이를 돌보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러한 나날들을 육아일기처럼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그대로 행복일기가 되었다. 진솔하고 잔잔한 이 이야기는 인터넷(오마이뉴스 ‘사는 이야기’)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부모를 이해하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과 치매 노인을 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작은 공감을 얻기를 기대하고 있다.  

신희철  
신희철은 현대건설, 현대백화점 호텔 사업부, 홍보실, 판매기획팀에서 20여 년간 일했다.
싱글인 지은이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2000년 3월 함께 살던 어머니가 쓰러졌다.
‘파킨슨 병에 의한 치매’와 ‘루이체 치매’ 진단을 받고 깨어나지 못하는 엄마에게 자신이 그동안 못된 넷째 딸이었음을 고백하게 되는 계기를 만난다. 하지만 회사 일, 승진, 자존심, 엄마 돌보기 같은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낼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힘겨운 생활을 하며 사오정(사십오 세 정년)의 길을 가야 하나, 갈등하던 중 ‘기계도 그렇게 오래 쓰면 고장 나겠다. 돈이 사람보다 중요해?’라는 치매에 걸린 엄마의 말씀에 충격을 받아 회사를 그만둘 결심을 한다. 20여 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기가 되어버린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지은이는 치매에 걸린 엄마를 통해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치매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치료제가 가족의 사랑이라는 것을 터득한 지은이는 치매에 걸린 부모가 가족에게 고통만을 안겨주는 우환거리가 아니라 아기가 되어 웃음과 행복을 안겨준다고 말한다. 자신이 그랬듯이 엄마를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했던 딸들과 치매에 걸린 부모를 돌보느라 힘들어하는 이웃과 앞으로 이런 일을 겪게 될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엄마를 통해 새로운 삶을 찾아낸 따뜻한 이야기!

우리는 누구나 언젠가 노인이 된다. 그리고 우리 자신 또는 가족 중에 누군가가 치매와 같은 노인성 질환에 걸릴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 열 명 가운데 한 명 정도가 치매에 걸리게 될 거라는 예측도 있지만 치매와 같은 노인성 질환이라는 문제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이 책을 쓴 지은이 신희철은 20여 년간 직장 생활을 해오던 중 치매에 걸려 쓰러진 홀어머니를 돌보게 된다.그리고 직장 일과 어머니 돌보기를 병행하다 그마저 포기하고 아기가 되어버린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못된 딸’로서의 귀중한 체험을 정리하여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함께 보낸 나날은 직장에서의 성공과는 또 다른 행복과 웃음을 가져다주었고 그 속에는 사람을 사랑하는 법이 녹아 있다. 신희철은 치매엄마와 함께 지내는 생활이 자기 아이를 돌보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러한 나날들을 육아일기처럼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그대로 행복일기가 되었다. 진솔하고 잔잔한 이 이야기는 인터넷(오마이뉴스 ‘사는 이야기’)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부모를 이해하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과 치매 노인을 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작은 공감을 얻기를 기대하고 있다.


-남의 일이 아닌 노인성 질환, 치매

우리 사회에서 “치매 가족은 부모를 버리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쳐야만, 현대판 고려장을 해야만 잘 먹고 잘살 수 있다”는 한 환자 가족의 푸념처럼 막막하고 극단적인 상황에 몰려 있는지도 모른다. 지은이 신희철의 가족이 겪은 과정은 치매 환자가 있는 가정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절절하고 안타까운 수많은 사례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8.7%에 달하며 치매 환자만도 35만이나 된다. 400만 노인 인구 가운데 8.5%가 치매를 앓고 있다는 이야기다. 좀더 단순하게 말하면 노인 열 명 가운데 한 명 정도가 치매에 걸렸다고 할 수 있다. 치매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생명공학을 통한 의술의 발전으로 사람의 수명은 한없이 늘고 있지만 온갖 스트레스로 인간의 정신은 더욱 나약해져 치매 환자는 빠른 속도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40대 중반이 60대가 되는 2020년에는 치매환자가 무려 62만 명이나 될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들을 위한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의 치매요양병원은 537개, 병상수는 공공·민간을 통틀어 4만 개 정도. 보건복지부에서 병원치료가 필요하다고 분류한 중증 치매노인은 8만3천여 명(복지부 통계)의 절반도 수용할 수 없다.”


“월 100만-250만원에 달하는 민간시설 이용료는 치매환자 가족들의 경제력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부담하기 어려운 일이다. 무료이용 혜택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제한돼 있고, 무료요양병상은 2만 개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가 월 12만 원 정도를 받고 출·퇴근 식으로 운영하는 노인종합복지관에는 대기자들이 넘친다.



위의 통계에서 보듯이 ‘치매’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무겁고 우울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사회 전반적인 인식과 제도, 정책적인 관심, 관련 가족과 주변 이웃들의 배려 등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가장 기본적인 것은 올바른 인식과 적절한 예방, 대처 등일 것이다.

-사랑의 힘으로 치매를 극복한 한 가정의 사례

『다섯 살배기 딸이 된 엄마』는 넷째 딸인 지은이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면서 겪게 되는 감동적인 이야기와 아기가 된 엄마 때문에 웃게 되는 개그 같은 일상을 담은 책이다.
치매 관련 책이라고 외면했다간 그땐 커다란 실수를 범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그것은 지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놓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치매’라고 하면 어둡고 우울하고 힘겹고 지겨운 이미지만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의 뒷부분에 실려 있는 추천사(김상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학교실 부교수) 에서도 밝혔듯이, “사랑만큼 좋은 약은 없다. 치매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의학적 치료도 필요하지만 가족의 사랑에서 오는 안정이 가장 좋은 약이다”
차례를 보면, 지은이 또한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이 사실을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현실로 다가온 엄청난 짐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하는지를 실제 체험을 통해 보여준다.
그리하여 잔잔하게 펼쳐지는 일상의 에피소드와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 문제 상황의 의미와 대처 방법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도록 해준다.
딸자식으로서, 언니와 동생으로서 엄마의 병환을 계기로 벌어지는 가족간의 갈등 또한 잘 그려져 있다. 엄마와 자식들, 형제와 자매 사이에서 일어나는 반목과 갈등 부분은 여느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지은이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사랑을 표현하는 데 서툴렀던 자신의 고백도 들을 수 있다. 지은이가 ‘치매’라는 도구를 통해 ‘사람을 사랑하는 법’과 ‘사랑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법’을 하나둘씩 배워나갔듯이 이 책을 읽는 이도 지은이의 사랑법을 한수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치매 엄마와 재미있게 사는 법

이 책의 끝부분에는 치매 환자의 가족이 알아두어야 할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내용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것은 지은이의 경험들 가운데 환자의 가족에게 꼭 필요한 사항들을 모은 것으로, 막상 환자가 발생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적절하게 대처하며 증세의 악화를 막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내용들이다.
이 책은 급격한 산업 사회의 발달과 함께 우리 사회의 주요 문제로 등장한 세대간의 단절 속에 젊은 세대의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을 한 번쯤 돌아보아야 함을 웅변하고 있다. 그리하여 무엇보다 나이든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해줄 것이고, 치매 노인에 대해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정호의 정리>
"네 엄마가 밥을 그리 든적스레 먹으라고 가르치든?"
동생이 당신의 막내딸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은 듯, 남의 집 자식 나무라듯 한다. 단단히 화가 난 엄마가 얼굴을 구기자 동생은 아양을 떨기 시작한다.
"아니, 울 엄마, 왜 그러시나. 우리 엄마가 여기 있는데 엄마가 또 어디 있다고."
동생은 뿌리치는 엄마의 손을 부여잡으며 기분을 풀어보려고 애썼다. 그때 엄마가 눈을 치켜뜨고 동생을 노려보며 한 말씀 날린다.
"내가 너 낳는 거 봤어?"
이렇듯 엄마는 치매에 걸린 뒤 재치 있는 말과 상상력으로 때로는 우리를 놀라게도 하고 때로는 웃음보를 터트리게 만든다. 강아지를 사람이라 생각하며 말하고 행동하는 황당한 사건부터 천진난만한 아이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기발함이라니,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정도다. 때로는 이것저것 재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계산된 머리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순수함을 보이기도 한다.



아기가 된 울 엄마
싱글에게 아기가 생겼어요
오줌싸개 엄마
엄마의 소꿉장난, 보따리 싸기
세 여자의 새벽 숨바꼭질
엄마가 사라지던 날
등을 간질이는 엄마아기 손
긴 병에 효자 없다더니
엄마가 부르는 사모곡
열아홉 월금이

엄마의 남자친구
엄마, 쌍꺼풀 수술 시켜줄게
할머니가 김지미보다 더 예뻐요
엄마의 남자친구
엄마의 불륜
샬 위 댄스?
엄마의 공주병

엽기 엄마
개그맨보다 더 웃기는 '사오정 엄마'
엽기 엄마의 말, 말, 말
내일부터 고스톱 쳐서 돈 벌어 올까?
복순아, 짬뽕짬뽕!
나도 운전면허 딸까?
하나님 아버지, 이제 스톱하겠습니다
내가 너 낳는 거 봤어?
한밤에 선글라스 끼고 컴퓨터 오락을 한 사연
우리 복순이 업고 갈래

엄마 쭈쭈 만지며 잠들다
엄마가 차려준 밥상이 그립습니다
위풍당당 엄마의 아름다운 똥배
드라큘라가 된 엄마
뇌물로 준 아이스크림
재롱떠는 늙은 딸들
할머니와 손자의 한판 전쟁
엄마 쭈쭈 만지며 잠들다
엄마가 돌아가셔도 울지 않는 딸이고 싶다

치매 엄마와 재미있게 사는 법
엄마, 있는 돈 다 쓰고 돌아가세요
노인들이 지하철만 타는 이유
여든 살이 되면 나라에서 죽는 약을 주면 좋겠어
당신의 부모님은 안녕하신가요?
주간보호센터에 다녀오다
치매 엄마와 재미있게 사는 법

<이것만은 꼭>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자
여자는 나이가 많건 적건 여자라는 것을 명심하자


☞ 2005-05-18에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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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 : 남도답사 일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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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분만 조금 읽다가 다시 처음부터 들었습니다. 처음에 읽었을때는 아무런 선입견없이 이 책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문화재청장으로 있는 유홍준씨에게 많은 반감을 가지고 책을 접하다보니까...
상당히 거슬리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것이 이다지도 약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유홍준씨는 현대문명과 세태에 대해서 많은 반감을 가지고 있는것 같습니다.
문화재는 예전 그대로가 좋았고, 그 당시의 문화를 따라잡을수 없다는식의 논조인것 같습니다.
그래도 좋은 책임에는 변함이 없는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발상과 전문가적인 식견이 책을 읽는 내내 대단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는 만큼 느낀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다지 좋게 생각하지 못합니다.
바라만 보아도 그냥 보아도 좋은것은 좋은것인데.. 굳이 아는 만큼만 느낀다는 말이 거부감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또 그에 대한 사연, 숨은 이야기들을 알고 본다면 정확한 시각에서 바라볼수 있다는 이야기도 되겠지요...
마치 사람을 바라볼때도 그 사람에대해서 잘 알고 보는것과 연애인처럼 눈에 보이는것만 보고 판단하는 것처럼이요...

아무튼 차후에 이 책에 담겨진 문화재를 보게 될때는 다시 한번 눈여겨 봐야 겠습니다.



<도서 정보>
제   목 :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 : 남도답사 일번지
저   자 : 유홍준 저
출판사 : 창비
출판일 : 1993년 05월
매일 :
일   독 : 2005/5/23
재   독 :
정   리 :


<정호의 생각>
"인간은 아는만큼 느낄뿐이며, 느낀만큼 보인다.
모든것은 아무런 노력없이 획득되는것이 아니다.

그러면 그것을 아는 비결은 없을까?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것은 전과 같지 않을것이다."

너무나 멋짓말 아니야?

물론 저자가 말했듯이 아는것이라는것은 지적인것만이 아니라... 보는것, 느끼는것을 포함한 모든것이다...

아무래도 이 책은 두고두고 음미하면서 천천히 읽어야 할것 같다...






<미디어 리뷰>
1949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미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하였으며, 성균관대 대학원 동양철학과 박사과정의 예술철학 전공을 수료하였다.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부문으로 등단하여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며 민족미술협의회 공동대표를 역임하였다. 1985년부터 매년 '젊은이를 위한 한국미술사' 공개강좌를 개설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유산답사회' 대표를 맡고 있다. 현재는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회화 및 동대학원 미학 · 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는『80년대 미술의 현장과 작가들』『나의 문화유산답사기』『나의 북한 문화유산답사기』『다시 현실과 전통의 지평선에서』『정직한 관객』, 번역서로『회화의 역사』등이 있으며, 논문으로『조선후기 문인들의 서화비평』『단원 김홍도 연구노트』등이 있다.

무엇보다 유홍준 교수는 해방이후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살아 숨쉬는 국토박물관' 이라고까지 불리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3권)의 저자이다.''우리나라는 전국토가 박물관''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1권은 100만부 이상을 팔아치우면서 막강한 문화적 담론을 형성하는 인물로 급부상했다.
미술평론가가 ‘문화답사가’보다 훨씬 분명하고도 오래 된 그의 직함이지만 많은 대중은 그를 답사가로 인식하고 있다.
베스트셀러를 내놓으며 유홍준이란 인물은 우리 시대의 중요한 문화현상이 되고 있다.
그의 글은 80년대의 시대정신과 무엇보다 밀접히 연관돼 있다.
유홍준에게 있어 ‘80년대’로 대표되는 이 그물망은 그의 적극적인 참여를 절실히 요구하는 치열한 갈등과 대립의 장이었다. 그가 전문적인 미술평론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현상을 진단하는 시평까지 다수 쓰게 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유홍준만큼 운동에 치열하면서 동시에 ‘미학 혹은 학문’으로서 미술비평의 수준에 달하기란, 적어도 우리나라 풍토에서는 힘든 일이다
유홍준의 글쓰기는 내용과 형식 양면에 있어 리얼리즘의 이상을 주축으로 하는 것으로, 그 이전 문학 쪽의 리얼리즘 운동에 상당히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 민중미술운동은 우리 조형전통상의 원리를 지속적으로 현대화해 이를 보편적인 조형언어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 나름의 독특한 장르적 특성이 있다.
유홍준은 앞으로 전문연구자로서의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읽지 않으면 주민등록증이 발급되지 않는 한국 미술사를 한 권 써보고 싶어한다.




<정호의 정리>
남도답사 일번지―강진·해남(1)
1. 아름다운 월출산과 남도의 봄
월출산/도갑사/월남사터/무위사/남도의 봄

남도답사 일번지―강진·해남(2)
2. 영랑의 슬픔과 다산의 아픔
해태식당/영랑생가/구강포 귤동마을/다산초당

남도답사 일번지―강진·해남(3)
3. 세상은 어쩌다 이런 상처를 남기고
만덕산/백련사/녹우당/윤고산 유물전시실/대흥사 유선여관

남도답사 일번지―강진·해남(4)
4. 일지암과 땅끝에 서린 얘기들
두륜산 대흥사/일지암/미황사/땅끝

예산 수덕사와 가야산 주변(1)
5. 내포땅의 사랑과 미움(상)
내포평야/수덕사 대웅전/정혜사 불유각/수덕여관

예산 수덕사와 가야산 주변(2)
6. 내포땅의 사랑과 미움(하)
남연군 묘/보부상 유품/해미읍성/개심사

경주(1)
7. 선덕여왕과 삼화령 애기부처
첨성대/황룡사 구층탑/삼화령 미륵삼존/감실부처님/여근곡

경주(2)
8. 아! 감은사, 감은사 탑이여
감포가도/대왕암/감은사탑/고선사탑/석가탑

경주(3)
9. 에밀레종의 신화(神話)와 신화(新話)
성덕여왕신종/봉덕사종 이동기/후천개벽춤/불국사 박정희종

양양 낙산사
10. 동해 낙산사의 영광과 상처
낙산일출/의상과 원효/원통보전 돌담/낙산사 그림

관동지방의 폐사지
11. 하늘 아래 끝동네
설악산 진전사터/도의선사 부도/미천골 계곡/선림원터/홍각국사 부도비

문경 봉암사(1)
12. 별들은 하늘나라로 되돌아가고(상)
희양산/봉암사/지증대사 부도와 비

문경 봉암사(2)
13. 별들은 하늘나라로 되돌아가고(하)
정진대사 부도와 비/마애보살상/야유암

담양의 정자와 원림(1)
14. 자연과 인공의 행복한 조화(상)
중부휴게소/누정의 미학/소쇄원

담양의 정자와 원림(2)
15. 자연과 인공의 행복한 조화(하)
식영정/서하당/환벽당/취가정/명옥헌

고창 선운사
16. 동백꽃과 백파스님, 그리고 동학군의 비기(秘機)
동백숲/상갑리 고인돌/낙조대/칠송대 암각여래상/백파선사비/풍천장어와 복분자술

부록 답사일정표와 안내지도



'제 생전에 돌덩이가 내게 뭐라고 말하는 것 같은 경험은 처음입니다.' 라며 탑 쪽으로 뛰어가서는 이 각도에서도 보고 저 각도에서도 보거 올라가 매만지며 즐거워하였다.

그런 감은사탑이다. 본래 명작에는 해설이 따로 필요없는 법이다. 그저 거기서 받은 감동을 되세기면서 즐거워하는 것으로 그만이다. 마치 월드컵축구에서 우리나라가 아르헨티나와 싸우 날, 멋진 골장면을 되세기고 또 되새기며 즐거워하는 축구팬들의 모습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만약에 감은사 답사기를 내 맘대로 쓰는 것을 편집자가 조건없이 허락해준다면 나는 내 원고지에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쓰고 싶다.

아! 감은사, 감은사탑이여, 아! 감은사, 감은사탑이여...--- p.154


으셔져라 껴안기던 그대의 몸
숨가쁘게 느껴지던 그대의 입술
이 영역은 이 좁은 내 가슴이
아니었나요?
그런데 그런데
나도 모르게
그 고운 모습들을 싸안은 세월이
뒷담을 넘는 것을 창공은 보았다잖아요.--- p.110


우리는 역사를 배우면서 '찬란한 문화'라는 말을 무수히 강요받아왔다. 외세의 침략을 받아 국토가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는 역사적 사실을 장황하게 설명하고도 문화를 설명할 때는 '찬란하였다'이며, 지배층의 향락과 소비의 도덕적 타락을 말하고서도 문화는 '찬란'이었다. 논리적으로 가당치도 않은 이런 미사여구는 맹목적 애국주의의 소산이거나 찬란하지 못했던 문화의 열등의식이 낳은 표현일 뿐이었다.--- p.146


솜씨는 그 옛날을 따라가지 못한다. 어쩌면 경험과 필요에 의해 의한 기술의 축적과 과학적 사고란 발전이 아니라 변화일 따름인지도 모른다.일본의 범종학자인 쓰보이 료헤이에 의하면 몇해 전 일본 NHK가 세계의 종소를 특집으로 꾸민 적이 있는데 에밀레종이 단연 으뜸이었다는 것이다. 장주하고 맑은 소리뿐만 아니라 긴 여운을 갖는 것은 에밀레종뿐이라고 한다.--- p.186


소쇄원의 입구는 울창한 대밭으로 시작된다. 여기는 담양땅, 우리나라 죽림의 종가터가 아니던가. 하늘을 찌를 듯이 뻗어오른 수죽(脩竹)의 안쪽은 언제나 어둠에 덮여 그 깊이를 좀처럼 알수 없다. 한여름 아무리 무더운 남도의 땡볕이라도 소쇄원 들어가는 길의 대밭에서는 청신한 그늘이 더위를 씻어준다. 어쩌다 소슬바람이 불어 댓잎끼리 스치는 소리라도 가볍게 들리면 그것은 영략없이 대청마루에 올라서는 여인의 치마끄는 소리와 같다.--- pp. 288-289


방학 때 어딜 다녀오면 좋겠냐고 물어온 학생에게 남도답사 일번지 코스를 일러주었더니 다녀와서 내게 하는 말이 정말로 잊지 못할 환상적인 답사였다고 감사에 감사를 거듭하고 선물까지 사왔는데, 단서가 하나 붙어 있었다. '샌님예, 근데 대흥사는 뭐가 좋응교?' '왜? 절집 분위기가 좋지 않디?' '분위기가 좋은 겁니꺼. 내는 뭐 특출한 게 있는가 싶어 집이고 탑이고 유물관이고 빠싹허니 안 봤능교. 봐도 봐도 심심해 영 실망했는데, 낭구하나는 게않습디더.'.....중략...자연의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늘상 시각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대상이기에 별다른 설명 없이도 이 학생처럼 실수없이 간취할 수 있다.

그러나 예술미라는 인공적 아름다움과 문화미라는 정신적 가치는 그 나름의 훈련과 지식없이 쉽게 잡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은 '아는 만큼 느낀다'고 할 수 있다. 만약에 그 학생이 나와 함께 대흥사에 가서 내가 천불전 분합문짝의 창살무늬를 잘 보라고 했으면 그는 아마도 수많은 사진을 찍었을 것이고, 대응보전으로 오르는 돌계단 양쪽 머릿돌의 야무지게 새긴 도깨비상을 눈여겨 보라고 했으면 그냥 예사롭게 지나쳐버렸을 리가 없다.....--- p.75


미술사를 전공으로 삼은 이후 내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가장많이 받은 질문은 어떻게 하면 미술에 대한 안목을 갖출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 막연한 물음에 대하여 내가 대답할 수 있는 최선의 묘책은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만큼 보인다.'는 것이없다. 예술을 비롯한 문화미란 아무런 노력없이 획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모든 문화재의 소유자는 그것의 재산권과 관리의무가 있을 뿐이며,그것의 인문적 가치를 공유할 권한은 만인에게 있다는 생각이 보편화될 때 우리는 문화적으로 민주화의 길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p. 218


땅끝으로 가는 길은 오갈 데 없는 저랑의 벼랑처럼 상상하기 십상이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에서 둘째로 아름다운 산경 야경 해경을 보여준다. 두륜산의 여맥이 주체하지 못하여 날카로운 톱니처럼 산등성이를 그어가다가 문득 멈추어 선 곳이 '땅끝'이다. 땅끝으로 가는 들판을 가로지르다보면 마치 공룡의 등뼈 같은 달마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그 정상 가까이에는 고색창연한 미황사라는 아름다운 절이 있다. 만약 일정이 허락되어 여기에 잠시 머물며 미황사 대웅전 높은 축대 한쪽에 걸터앉아 멀리 어란포에서 불어오는 서풍을 마주하고 장엄한 낙조를 바라볼 수 있다면 여러분은 답사의 행복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p.90


'땅끝'에 서서
대흥사를 답사한 다음에는 반드시 '땅끝'에 가야 한다. 대흥사에서 차로 불과 40분이면 당도할 이 국토의 '땅끝'에 서서 인생과 역사를 추스려볼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여간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계기만 있으면 감상적 상념을 일으킨다. 봄비가 내리고 낙엽이 떨어져도 여린 상처를 받는게 인간의 감정인데 하물며 '땅끝'에 서서 아무런 감상이 없을 것인가.--- p.90


동해 낙산사! 라고 말해애 한다. 거기에는 반드시 감탄사가 붙어있지 않으면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지 않는다...창연망망한 동해와 더불어 오랜세월을 그 파도속에 싸여서 살아온 낙산사들 어찌 감탄부 없이 부를 수 있겠는가.--- p.202


답사객에게 제시할수 있는 유일한 글은 고은 선생이 뜨거운 가슴으로 쓴`절을 찾아서`의 제1장 제1절 `바다와 여행기가 함께 부처되어` 이다. 이글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동해 낙산사!라고 말해야 한다. 거기에는 반드시 감탄가사 붙어있지 않으면 하나이 고유명사가 되지 않는다....창연망망한 동해와 더불어 오랜 세우러을 그 파도속에 싸여서 살아온 낙산사를 어찌 감탄부없이 부를 수 있겠는가.

그런 낙산사이다. 그러나 나는 어느 답사객이 낙산사를 둘러보고 감탄부호를 찍으면서 `동해 낙산사!`라고 할 수 있을까 의심해본다. 대부분의 답사객은 홍예문으로 들어가 원통보전, ㅊ,ㄹ층석탑, 법종각, 의상대, 해수관음, 홍련암, 관음굴을 길표시 따라 답사하며 안내판을 읽으면서 마침표를 찍을 것이다. 그리고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이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을때는 마침표 대신 물음표로 바꿀지로 모른다. 뭐가 좋다는 것이도 뭐가 `동해 낙산사!`란 말인가?

실제로 낙산사는 볼만한 유물이 거의 없는 절이다. 의상대사이 요란한 창건 설화만 살아있는 곳이지 그 당시 유물이다 유적은 단 한 점도 남아있지 않다. 1231년 몽고란 때 낙산사는 깡그리 불타버렸고 조선왕조 세조 때 크게 중창되었다고 하지만 임진왜란과 병자호란때 도다시 잿더미가 되어 겨우 명맥만 유지하다가 구한말에 와서야 다시 절 모습을 찾았다.--- p.201-202


나는 우리 시대의 화가들에게 단호히 말한다. 남도의 봄빛을 보지 못한자는 감히 색에 대하여 말하지 말라. '되다란' 기름기의 번쩍이는 물감을 아무런 정서적 거부감 없이 사용하면서 함부로 민족적 서정이니 향토색이니 논하지 말라. 그리고 모든 화학공학자, 모든 화공품 제조업자, 모든 화장품 회사, 모든 염색업자, 모든 물감공장의 관계자들에게 민족의 이름으로 부탁드린다. 그 뛰어난 기술, 그 좋은 시설의 100분의 1만이라도 잃어버린 조선의 원색을 찾아내는 데 사용해 달라고. 우리에게 무한한 평온과 행복한 환희의 감정으로 다가오는 향토의 원색을 제조해 달라고.--- p.34


그러나 동백꽃이 지는 모습 자체는 차리리 잔인스럽다. 꽃잎이 흩날리며 시들어가는 것이 꽃들의 생리겠건만 동백꽃은 송이째 부러지며 쓰러진다. 마치 비정한 칼끝에 목이 베어져 나가는 것만 같다. 1979년 내가 처음으로 동백꽃 지는 것을 보았을 때 나는 이 세상의 허망이 거기 있다고 생각하며, 유신독재의 비호 속에 영화를 누리는 자들의 추상이 바로 저것이라고 생각했다.비록 그 추잡한 인간들에 비교하기에는 동백꽃이 너무 밝고 고왔지만. 그러나 1981년, 광주의 아픔을 어떻게 새겨야 할지 가늠하기 힘들던 시절, 선운사 뒷산에 버려진 듯 뒹구는 동백꽃 송이들은 마치도 덧없이 쓰러져간 민중의 넋이 거기 누워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pp.310-311


거기에는 뜻있게 살다간 사람들의 살을 베어내는 듯한 아픔과 그 아픔 속에서 키워낸 진주 같은 무형의 문화유산이 있고, 저항과 항쟁과 유배의 땅에 서려 있는 역사의 체취가 살아 있으며, 이름 없는 도공 이름 없는 농투성이들이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는 꿋꿋함과 애잔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향토의 흙내음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조국강산의 아름다움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산과 바다와 들판이 있기에 나는 주저 없이 '일번지'라는 제목을 내걸고 있는 것이다.--- p.12


가양주 9단은 다시 회원들에게 복분자술, 사과술, 마늘술 등을 차례로 설명한 다음 질문을 받게 되었다. 한 회원이 왜 술독을 두는 곳이 어두운 곳이어야 하냐고 물었다. 술 담그는 집에 가 보면 유리병에 넣어서 장식장 위에 쭉 늘어놓곤 하는데 어떤 근거로 어두운 곳을 강조하느냐고 따진 것이었다. 그러자 이 조용한 가양주 9단은 느린 어조로, 그러나 단호한 자세로 반드시 어두운 곳이어야 한다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대답하였다.

'술은 자기가 변해가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아요.'

그것은 술의 숙성원리이자 학문의 숙성원리이고 참선의 원리였던 것이다. 그래서 인생의 영원한 스승은 인간 자체인가 보다.--- p.272

☞ 2005-01-28에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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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선인 안용복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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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독도때문에 시끄러워서 이런 소설을 읽어주는구나 했었는데, 실존 인물이고,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어부인 안용복이 일반인의 신분으로 2번에 걸쳐 일본으로 넘어가서 일본 막부로부터 울릉도와 독도는 조선땅이며 침범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았다고 합니다. 요즘 세상으로 따지면 시민단체라고 볼수도 있지만, 그 당시에는 엄청난 일이였을겁니다. 물론 실제로 안용복은 위대한 업적을 남기기는 했지만, 국법을 어기고, 개인의 신분으로 왜나라에 건너가서 정부관리인것처럼 행세를 한것때문에 귀향을 가게되고, 그 이후의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소설의 형식을 빌려서 썼기때문에 조선이나 안용복이 상당히 미화됬을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지만,
요즘같이 독도문제로 말이 많을때 기껏해야 게시판에 답글달고, 욕이나 하는 사람이나, 저처럼 가만히 있는 찌질이나
안용복에게서 많을것을 배워야 할것입니다.
잘못된것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법을 어기면서 행한 행동은 문제가 있겠지만,
주위에 일어나는 부조리, 혹은 제 자신의 잘못등을 보고, 알고, 느끼면서도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저에게 세상을 이렇게 살라고 안용복씨가 알려주는 듯합니다.

역사이야기이지만 상당히 재미있게 쓰여졌고, 두명의 여자와의 관계에서도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도서 정보>
제 목 : 대조선인 안용복 1, 2
저 자 : 김래주
출판사 : 늘푸른소나무
출판일 : 2005년 02월
구매처 : 오디오북
구매일 :
일 독 : 2005/5/25
재 독 :
정 리 :


<미디어 리뷰>
바다와 섬을 놓고 한판대결을 벌이는 한일간의 ‘숨은 전쟁’ 막전막후. 애매한 분쟁이 거듭되어 온 ‘독도’ 문제를 명확하게 국서로 확인한 인물 안용복의 활약상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최초의 소설. 왕조중심, 양반중심 역사가 버려둔 평민의 공동체 정신, 큰 삶의 조명하여 전쟁영웅과 지배계층 역사로 점철된 조선사에서 보기 드물게 평민으로 민간외교를 펼친 인물의 놀라운 모험정신과 기백이 실감나게 드러난다. 또한 임진왜란 이후의 조선과 일본 사회, 국내외 정치적 역학관계, 양국 백성들의 고단한 삶이 각종 사료와 더불어 전개되는 가운데 지방의 시민운동가로 겪는 고민과 갈등이 깊이 있게 전개된다.

저자 : 김래주
1961년 경북 봉화생. 시사경제 및 문화 잡지 기자생활과 편집장을 지냈으며 소설가 겸 문화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소설집 『선택』『그 섬에 간 사람들』기업 다큐멘터리『삼성을 2류라고 말할 수 있는 삼성맨』,『3천리자전거에서 엔터프라이즈까지』 등을 출간했다.


300년 전, 단신으로 일본에 건너가 ‘ 독도는 한국의 땅 ’임을 분명하게 못 박은 안용복의 스릴 넘치는 활약이 2,000매(전2권) 분량의 소설로 발행되었습니다.
2005년 2월 22일 일본에서 ‘독도의 날’ 제정 기념행사를 한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꾀하고 있습니다. 1962년 한일회담 당시 ‘독도를 폭파하자’는 망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본은 1962년 9월3일 제6차 한일회담 제2차 정치회담 예비절충 4차회의에서 독도에 대해 무가치한 섬이라면서도 독도 문제를 계속 꺼집어 냈다. 일본측 이세키 국장은 "사실상 독도는 무가치한 섬이다. 크기는 '히비야' 공원정도인데 폭발이라도 해서 없애버리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연막을 피웠다. -2005. 1.17. 연합뉴스

외교협약은 물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독도’를 언급하며 소유 기록의 근거를 보충해 가는 일본의 계산된 전략에 비해 한국은 감정적 고함으로만 일관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입니다.
300년 전, 일본은 지금과 똑같은 억지를 썼고 조선의 중앙정치도 최근의 정부처럼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그러나 안용복은 달랐습니다. 그는 단신으로 일본에 건너가 일본의 최고통치자에게 <독도는 조선의 땅이다>는 국서를 받아 조정에 전달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양쪽의 주장만 난무하고 있는 이 문제에서 당시의 국가간 문서는 가장 객관적인 사료가 됩니다.
이 국서를 받기까지 안용복의 행보는 놀랍고 박진감 넘치는 것이었습니다.일본의 옷키도 지방에는 그 이름이 지금도 회자되고 있으며 그와 관련된 자료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거꾸로 우리의 사료는 형편없다 할 지경이며 안용복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국민들이 태반입니다. 바로 왕조 중심의 역사, 양반 중심 문화가 낳은 서글픔입니다.
조선과 일본, 두 나라의 당시 권력자들이 혀를 내두른 안용복의 도전적 삶! 『대조선인 안용복』을 발간한 취지입니다.

1. 독도 문제에 대한 본질적 키워드 제공
오늘의 독도문제에서 1999년의 신(新)한일어업협정은 일본에 새로운 기회가 되었다. 두 나라의 2백 해리 배타수역(EEZ)이 중첩되는 동해에서 독도를 포함한 주변해양을 사실상 공해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최근 해외판 지도에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표기하는 사례가 느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나아가 일본 외무성은 독도문제와 동해의 일본해 표기를 2005년 외교의 중점목표로 다루기로 하여(2004. 8. 26. 요미우리 및 국내언론 보도) 또다시 전운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때 이 소설의 발간은 중요한 의미를 준다. 일개 지방정부인 시마네현 고시의 허구성과 안용복 지도를 인정하다가 표변한 일본의 기만을 들춰내 보이고, 국민에게 자긍심을 안겨줄 한 영웅의 장쾌한 모험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도서는 소설적 재미와 함께 독도문제에 불리한 논리를 감추려는 일본에 대한 고발이 되어줄 것이다.

2. 서민의 역사, 민간외교의 중요성 부각
17세기, 도쿠가와 막부는 왜 안용복에게 천년역사의 근거가 될 ‘독도 포기 국서’를 써주었을까. 임금이 보낸 사신도 아니요, 군대를 배경으로 한 압력도 아니었는데 일본은 한 명의 조선백성 때문에 몇 차례나 수뇌부회의를 소집하며 토론하고 고민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논리가 일본의 수뇌부를 강타한다.
‘일본은 사무라이의 힘이 있지만 조선의 힘은 중앙관료나 군대가 아니라 하얀 옷의 백성들에게서 나온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은 예상치 못한 두 개의 두려움을 겪었는데 하나는 수군의 이순신이요, 다른 하나는 일반 백성들의 응집력이었다. 이는 지금도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은 중앙권력자들보다 일반 국민들의 저력이 힘을 만든다. 경제전쟁이 치열한 현대에 와서도 민간기업과 우수한 노동자들이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이다. 300년 전의 안용복은 그것을 증명하는 대표적 사례다.

3. 역사왜곡이 반복되는 동아시아권 역사소설의 방향타
이 소설은 고정 독자군을 가진 역사소설이다. 하지만 ‘과거에 이런 영웅이 있었다’는 식의 단순한 소설은 이제 관심에서 벗어나고 있다. 지금의 우리 현실과 어떻게 관계되고 어떤 새로운 해석이 가능한가에 의해 가치가 달라진다.
지금의 한반도는 많은 위기를 맞고 있다. 남북관계의 변화와 더불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까지 자행되는 지금 국토와 역사 수호는 사회적 이슈로 반복 부각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독도문제는 평시의 관심을 넘어선다. 욘사마 열풍이 만든 한일관계의 우호적 기류 변화와 달리 일본은 더 큰 파장을 몰고 올 정부차원의 공식 개입을 꾸준히 밝히고 있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명쾌하고 적절한 근거논리를 이 소설이 제공한다.
일본이 안용복에게 쓴 국서(國書) 요지

안용복이 일본의 막부에서 (1693년과 1696년) 두 차례에 걸쳐 받아온 국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선국 동래부에 전함.

다케시마와 마츠시마의 국권과 관련해 귀국민 안용복이 호키성에 물어온 내용을 바쿠후에서 심의한 결과, 다음과 같이 정하였다.
一. 다케시마와 마츠시마가 역사적, 지리적으로 조선에 소유권이 있다는 귀국의 항의를 받아들여 일본은 두 섬에 대한 권리주장을 철회한다.
一. 이에 따라 그간 바쿠후가 일본민에게 허가했던 도해허가원은 거두어들이며, 차후 일본에서 두 섬에 나가 어로를 하는 일이 없을 것임을 확인한다.
일본국 겐로쿠 6년 5월
쇼군 도쿠가와 츠나요시

……3년 전 다케시마와 마츠시마의 국권과 관련해 일본국 바쿠후에서 조선국에 전한 서계의 효력을 재확인하며 다음을 약속합니다.
一. 두 섬은 조선국의 소유가 분명하기에 일본국의 백성은 누구도 그 두 섬에 출입할 수 없다.
一. 따라서 1차 바쿠후 서계의 망실을 핑계하여 두 섬에 일본국 백성이 출입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에 사죄의 뜻을 전하며 그 표시로 금번 조선의 감세장이 적발해온 일본국의 출어 어민 전원을 처벌토록 한다.
一. 이후 만일 두 섬에 일본국 백성이 들어가 어채를 하다 조선국에 적발되어 통보가 올 시에는 그들을 무단월경죄로 다스릴 것을 약속한다.
一. 바쿠후는 이러한 내용을 포함하는 서계를 쓰시마를 통해 다시 조선 국왕에게 정식으로 전달할 것이며, 그 이전까지는 그간 다케시마 경영을 맡아온 관할 다이묘오의 확인으로 위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한다.
일본국 겐로쿠 9년 7월
호키료오 다이묘오 이케다 고오



<정호의 정리>
안용복은 일개 평민의 몸으로 일본에 건너가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의 영토임을 밝히는 놀라운 민간외교를 펼쳤다. 그의 활동은 두 섬에 대한 침탈의 주체였던 대마도와 일본 서부의 시마네―돗토리현에 닿았고, 마지막에는 일본 최고 권부인 막부를 움직여 ‘일본은 울릉도와 독도를 영구히 포기한다’는 국서를 받아 조선 조정에 전했다.

말하자면 오늘의 한ㆍ일간 동해 국계는 그가 이룩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의 독도분쟁을 푸는 데도 그는 중대한 열쇠를 제공할 인물로 역사 속에 살아 있다. 그 점은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확인하게 될 것이다.

국토를 수호했다는 면에서 안용복은 이순신 못지않은 업적을 남겼다. 그 과정 또한 드라마틱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는 숨겨진 외교가여야 했다. 그 이유는 조선 사회의 오류에 기인한다.
조선은 왕조와 양반이 독점한 나라였다. 평민의 역사는 묻혔으며, 기록조차 제대로 남지 못했다. 안용복은 한양에서 멀고먼 동래 사람이었기에 더욱 가려졌다. 소설에는 많은 이름 없는 민초들도 등장한다. 그들은 안용복과 관계하며 척박한 환경을 딛고 선다. 그 모습은 오늘의 한국사회와 무관하지 않다.

안용복에 대한 기록은 일본 쪽에 훨씬 더 많이 남아 있다. 그가 체류했던 일본 시마네―돗토리 지역의 식자들에게 ‘안용복 사건’은 꽤 알려져 있는 사실이며, 현지의 사료(史料) 역시 상당히 구체적이다. 이는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의 말 중에서

……그 사이에도 조정에서는 용복에 대한 처결을 놓고 몇 차례 입씨름이 더 오갔다. 용복은 이제 더 이상은 대신들 간의 설왕설래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해가 다 갈 무렵, 용복은 예기치 않던 또 한 사람의 방문자를 맞았다. 한양에 남은 동래 사람들을 돌봐주고 있는 전윤으로, 그가 면회를 온 것은 처음이었다. 2년 전 접위관으로 동래에 내려와 용복을 만난 적이 있던 그는 그 사이 승진을 해 부제학에 올라 있었다.
“나를 기억하느냐?”
“알아보겠습니다.”
“너를 도우려 애썼건만 쉽지 않구나. 면목이 없어 와보지도 못했다. 너는 똑똑하니 짐작했겠지만 이건 처음부터 네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대신들 간의 싸움이었다. 좋은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는 날 너는 반드시 조선의 영웅으로 칭송될 것이다. 부디 몸을 보존하도록 하라. 그래야 좋은 날도 맞을 것이 아니냐.”
전윤은 용복의 손을 잡고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좋은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다…….’ 용복은 전윤이 남긴 말의 의미를 곱씹으며 허탈한 웃음을 날렸다.


☞ 2005-05-26에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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