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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름달 맞이 야간산행
  2. 북한산 등산기
  3. sbs 생활의 달인 - 비빔 아이스크림, 자장면 배달, 홀 서빙, 치킨무의 달인
  4. 식객 - 요리의 즐거움
  5. 거짓말의 거짓말(원제 : 春, バ-ニ-ズで)
  6. 사람의 아들
  7. 유년의 뜰

보름달 맞이 야간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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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오늘은 달보러 야간산행을 해야지 했었는데...

큰집에서 추석을 지내고 집에 오다가 보니까...

구름이 잔뜩켜서 그냥 잠이나 자야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저녁이 다되어서 날이 좀 개더라고...

쨉싸게 야간산행 장비... 헤드랜턴밖에 없구만...-_-;;

하고.. mp3플래이어에 패트매트니의 음악을 챙겨서 산에 올라갔지...

근데... 이게 왠일...

다시 구름이 몰려오더라고...

달구경은 포기하고 내려 오려고 하는데...

반대편에서 멋진 낙조가 펼쳐지고 있더라고...


약 2시간정도 앉아서 노을을 감상했었는데 너무 좋더라고...

몇일전에 다시 읽은 어린왕자에서

어린왕자가 하루에 해지는모습을 마흔네번 봤다는 말이 떠오르던데...

그 마음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가더라고...

쌩텍쥐페리가 어린왕자와 했던 대화가 생각난다...

"사람들은 슬플때 해지는 모습을 보고싶어해..."

"그럼 마흔네번이나 해 지는걸 구경했던날, 넌 그렇게도 슬펐었니..."

어린왕자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물론 나도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다...


해가 지는 모습을 보고난후 해드렌턴을 키고 아무도 없는 북한산을 거닐었다...

간혹 야간산행때 드는 기분이지만...

주변 수백미터, 수키로미터내에 나 혼자만 있다는 생각은

슬프거나 외롭다는 생각은 의외로 들지않는다...

그런 생각을 하기보다는 이런저런 사색의 기회를 가지게 된다...


암튼 월출광경은 보지 못했지만, 해지는 모습, 암중산행, 사색 등의

오래간만에 기분 좋은 산행을 가졌다...

물론 이 산행으로 인해 난 오늘까지 3일째 감기몸살로 누워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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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등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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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에 불광동 우리집에서 출발해서 6시에 집에 도착

불광동->장미동산->구기터널->탕춘대능선->수리봉->향림담->향로봉->비봉->사모바위->승가봉->문수봉->대남문->구기동

집 바로 뒤에 있는 북한산에는 절대 입장료를 낼수없다는 신조에 따라서...
탕춘대능선을 타다가 샛길로 빠져서 수리봉으로 가는 도중...
젠장...
약수터앞에 간이매표소가 생겼다...
그러나 여기까지 30분을 돌아왔는데, 돈을 내고 들어간다는건 치욕이다...
탕춘대매표소쪽으로 걸어가면서 우측의 산성길을 걸어가다가...
5분정도후에 조그만 샛길을 발견...
우측의 약수터를 무시하고, 좌측으로 내려가다가 보니까...
아까 약수터의 간이매표소를 약 50m정도 지나서 내려옴... 성공!!!
잘못 내려갈 경우... 다시 약수터 앞으로 내려올수가 있으니... 재훈이형은 주의 하기 바람...
그리 오래 산행을 할 생각은 없었는데... 간만에 끝까지 가보기로 하고 갔는데...
대남문에서 의상봉능선을 탈까... 북한산매표소로 내려올까... 그냥 구기동으로 내려올까하다가...
가장 볼것이 없는 구기동으로 내려오고 말았다...
의상봉능선이 가장 멋진고 스릴도 있는 코스이고, 북한산매표소방향은 경치도 좋고, 물도 좋고,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내려오기 좋은 코스인데...
너무 늦었다는 생각에 그냥 구기동 매표소로 내려옴...
스틱을 가져갔는데... 귀찮아서 그냥 걸어다녔더니...
수술한 무릎이 아프다...
당분간 산행은 자제해야겠다...
첫눈이 오는날... 첫눈을 맞으면서 다시 한번 북한산에 오르는 내 모습을 생각해 본다...
아이젠이... 기다린다... 첫눈을...

 


[CASIO COMPUTER CO.,LTD.] EX-M2 (1/2000)s F3.2
수리봉에서 바라본 비봉과 그 능선

 
[CASIO COMPUTER CO.,LTD.] EX-M2 (1/1666)s F3.2
향림담을 지나 작은 봉우리 3개를 넘어오면 향로봉인데, 향로봉 직전에서 찍은 백운대
앞쪽은 응봉능선 그 다음이 의상봉능선, 맨뒤가 백운대...


[CASIO COMPUTER CO.,LTD.] EX-M2 (1/1250)s F3.2
향로봉에서 바라본 사모바위와 응봉능선, 그 뒤는 보현봉, 문수봉 및 의상봉 능선...


[CASIO COMPUTER CO.,LTD.] EX-M2 (1/3333)s F3.2
향림담쪽에서 올라와서 본 향로봉의 모습...


[CASIO COMPUTER CO.,LTD.] EX-M2 (1/1666)s F3.2
오래간만에 와본 사모바위...


[CASIO COMPUTER CO.,LTD.] EX-M2 (1/2000)s F3.2
승가봉을 오르는 사람들... 이제... 주말에는 도저히 북한산에 못오겠다... 완전히 시장바닥같다...


[CASIO COMPUTER CO.,LTD.] EX-M2 (1/1666)s F3.2
승가봉에서 바라본 문수봉과 보현봉...


[CASIO COMPUTER CO.,LTD.] EX-M2 (1/200)s F3.2
문수봉에 올라가는 깔딱고개의 초입길에 좌측에 넓은 바위가 있는데...
예전에 소변보러 가다가 발견한 약수물...-_-;;
오늘 여기서 물을 받는데... 바로 옆에 바위에 앉아있던 줌마들이... 거기서 쪼그리고 뭐하냐고..-_-;;
약수물받는다고 했더니... 다들 신기해하면서 몰려듬...
몇 사람 모르는 나만의 급수처중에 하나...
비봉까지는 이곳저곳에 급수할곳이 있는데... 대남문에 가기전까지는 내가 알기로는 이곳밖에는...


[CASIO COMPUTER CO.,LTD.] EX-M2 (1/769)s F3.2
청수동암문, 대남문으로 향하는 깔딱고개...


[CASIO COMPUTER CO.,LTD.] EX-M2 (1/625)s F3.2
드디어 올라왔다... 청수동암문...
북한산성을 지킬때... 몰래 빠져나가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문이라고... 그래서 암문... 몇개가 더있음...


[CASIO COMPUTER CO.,LTD.] EX-M2 (1/1250)s F3.2
우선 청수동암문에 오르면 고민을 하게된다...
북한산에서 내가 꼽는 가장 명장면은 의상봉능선을 타기 직전이고, 가자니 좀 멀고...
행승지인가하는 쪽도 좋기는 한데... 오늘은 그냥 Skip...


[CASIO COMPUTER CO.,LTD.] EX-M2 (1/1250)s F3.2
잘 모르는 사람들은 청수동암문이나 대남문에 이르면 거기서 힘들다고 빠져나가기 힘들다...
청수동암문이나 대남문에 도착하면 반드시... 문수봉 정상에 올라가 볼것!
오르기도 쉽고, 경치가 장관이다... 아래의 기암들이 있는곳까지도 돌아서 가면 쉽게 갈 수있다.
오르는 곳은 청수동암문에서 좌측높은쪽 방향이나.. 대남문에서 우측높은쪽 방향...
태극기가 달려있었는데... 오늘 가보니.. 태극기는 없고, 깃봉만 달려있더구만...


[CASIO COMPUTER CO.,LTD.] EX-M2 (1/5000)s F3.2
문수봉 정상 앞쪽의 기암들... 장관이다... 힘들더라도 돌아서 꼭 가봐야 할곳...


[CASIO COMPUTER CO.,LTD.] EX-M2 (1/1250)s F3.2
문수봉 기암쪽에서 바라본 보현봉... 보현봉하면 잘 모르텐데... 광화문에서 청와대쪽을 보면...
북악산 뒤로 봉우리가 하나 보이는데.. 그것이 보현봉이다.. 산은 참... 보는 방향에 따라서... 천지차이라는것을 볼때마다 느낀다...
아! 그리고 광화문에서 보면... 위에 사모바위도 보임...


[CASIO COMPUTER CO.,LTD.] EX-M2 (1/500)s F3.2
문수사... 저녁에 자전거를 타고 퇴근할때 불광천에서 보면 북한산에 불빛이 2-3군데 정도 보이는데... 아마 이곳인것 같다... 각도상 약간 애매하기도 한데... 승가사는 낮은곳에 있으면서 가려져 있기때문에 아닐것 같고... 대남문 아니면 문수사의 불빛이 아닌가 한다...


[CASIO COMPUTER CO.,LTD.] EX-M2 (1/625)s F3.2
문수사쪽 기암에서 절벽쪽에 가장 접근해서 찍어봄...
예전에 설악산 권금성 절벽에서 벌벌 떨면서 보던 생각이 난다...


[CASIO COMPUTER CO.,LTD.] EX-M2 (1/80)s F3.2
대남문 옆의 표식


[CASIO COMPUTER CO.,LTD.] EX-M2 (1/500)s F3.2
대남문...


[CASIO COMPUTER CO.,LTD.] EX-M2 (1/250)s F3.2
잠시 구파발쪽으로 내려갈까하고 망설이다가 나뭇잎이 다 떨어진 나무들을 보고 한컷...


[CASIO COMPUTER CO.,LTD.] EX-M2 (1/80)s F3.2
길이 아니면 가지마세요...

나는 오늘도...

길이 아닌것을 알면서...

자꾸만 그 길의 유혹에 빠진다...

오늘만...

오늘만...

제발 오늘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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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생활의 달인 - 비빔 아이스크림, 자장면 배달, 홀 서빙, 치킨무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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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비빔아이스크림이라는것도 있었구만...-_-;;
자장면의 달인은 꼭 달인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직업정신이 투철하신것에 공감이 가고,
홀서빙의 달인은 나를 힘들게, 나를 강하게 한다는 말에 뻑이가고,
치킨무의 달인도 어려운 현실속에서 재기해가는 모습이 멋졌다.
달인들의 화려한 몸짓도 놀랍지만, 그들의 밝고 긍정적인 마인드가 참 돗보였던 방송~


생활의 달인(157회) 2008-08-04

1. 비빔 아이스크림의 달인
달인의 취미는? 비비기! 특기는? 아이스크림 던지기에요! 거침없이 아이스크림을 푼다~ 경력 2년의 신경규(27) 달인! 달인 손에서 아이스크림이 자유자재로 움직인다고? 공처럼 통통 튕기기는 물론, 멀리 떨어져 있는 컵에 골인시키기까지~ 한 개에 5초! 하루 150개 이상 아이스크림을 비비며 사람들에게 달콤함을 전파하는 대한민국 청년 달인, 만나러 가자.

2. 해수욕장 자장면 배달의 달인
신나게 물놀이 한 뒤 배가 고프다면? 달인을 불러주세요~ 해운대 해수욕장의 명물! 경력 10년의 김동민(40) 달인을 소개합니다! 빽빽한 해수욕장 파라솔 사이를 질주하며 고객이 원하는 곳 어디라도 간다~ 파라솔 호수는 물론, 건물위치와 자판기 개수까지 달달 외우고 다닌다? 인간 네비게이션의 신화! 해수욕장을 통째로 접수한 달인의 땀 흘리는 현장 속으로!

3. 도전! 최강달인 - 훌라후프
24시간~ 365일 돌리고 또 돌리는 최강자들이 만났다! 경력과 노련함으로 승부한다, 경력 13년의 신상철(50) 달인. 그에게 도전한 훌라후프계의 떠오르는 샛별, 경력 6년의 박용현(20) 도전자! 긴장과 스릴의 결정판, 훌라후프 대결! 10개의 훌라후프 오래 돌리기, 장애물 3종 경기, 날아오는 훌라후프 받아 돌리기까지~ 승자는 오직 한 명! 최강 타이틀을 거머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인가?!

4. 홀 서빙의 달인
굴리기, 내게 맡겨라! 호텔 연회장의 작은 거인, 경력 3년의 진명훈(28) 달인 등장! 한 개에 32.8kg의 테이블을 4개씩이나 굴린다고? 달인만의 노하우는 바로 삼.각.구.도! 삼각형으로 모아 모아 굴려주면, 몸무게 3배 이상 되는 7개의 테이블도 오~케이! 화끈한 테이블보 깔기도, 물 정량 따르기도 만능!! 달인의 200% 완벽한 서비스, 지금 받으러 갑니다~

5. 초절임무(치킨무)의 달인 치킨 있는 곳에 이것이 있다~ 초절임무!! 껍질 벗기기는 5초면 OK~ 하루 3천 개의 무를 환골탈태 시킨다. 경력 8년의 이돈희(39) 달인! 무 하나 손에 들면 달인은 천하무적!? 초스피드 껍질 벗기기와 원샷 원킬 무 다듬기! 노련한 손놀림과 화려한 칼솜씨의 조화~ 지금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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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 요리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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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의 엄마가 항암치료로 미각을 잃어서 음식을 제대로 못하는데, 성찬이가 진수성찬을 차려서 예전의 미각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예전의 미각의 느낌을 찾아가는 감동적인 방송...

음식은 맛있게 먹는것도 좋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정성껏 음식을 차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금 느끼게 한다...
어찌보면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보다 더욱 행복할수 있는것들중에 하나가 아닐까...

주말에는 시장에가서 재료를 사다가 식구들과 맛있게 해먹어봐야겠다...



진수가 가진 아픔임과 동시에 그녀를 맛 칼럼니스트로 이끄는 힘은 바로 그녀의 어머니(이경진)이었다. 설암으로 인한 항암치료 때문에 맛을 느끼지 못하는 진수의 어머니에게 성찬(김래원)은 가슴으로 느끼는 음식을 해줌으로써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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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거짓말(원제 : 春, バ-ニ-ズ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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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내용의 담백하고 소박한 내용의 소설...
때가 때이니 만큼인지.. 상황이 상황인 만큼인지.. 담담한 내용이 잘 전해지지 않는다...
답답하다.. 사소한 일상생활에서 잔잔한 내용을 잘 느끼지 못하고, 격정적이고 반전에 반전만을 기대하는 나의 심리가... 인생도 이런 식으로 살아가고 있는것은 아닌지...
암튼 그처럼 나도 자전거를 돌려서 그 어딘가로 가서 그 무엇인가를 확인하고 싶다.. 그리고 그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을뿐이다...


<도서 정보>제   목 : 거짓말의 거짓말(원제 : 春, バ-ニ-ズで)
저   자 : 요시다 슈이치 저/민경욱
출판사 : 미디어2.0(media2.0)
출판일 : 2006년 7월
책정보 : 페이지 128 / 298g   ISBN-10 : 899073939x
구매일 :
일   독 : 2007/3/27
재   독 :
정   리 :

<이것만은 꼭>



<책 읽은 계기>



<미디어 리뷰>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 그는 세상을 그려낼 때 사적인 감정을 섞어 넣지도, 희한한 이야기를 엮어 넣지도 않는다. 물론 뭔가를 친절하게 설명해주거나 해석해주는 일도 드물다. 그런데 이야기는 생생하고 리얼리티는 칼날 같다. 『거짓말의 거짓말』은 평범한 30대 샐러리맨의 일상과 일탈을 통해 그의 문학적 특징과 저력을 고스란히 응축해 놓은 작품이다.

30대 샐러리맨 츠츠이는 아이 딸린 이혼녀와 결혼해 평범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직장에도 가정에도 큰 불만이 없는 평이한 일상의 연속. 그러던 어느 날, 백화점에서 젊은 시절 동거했던 50대 남자와 재회해 혼란스러웠던 과거와 대면한다. 그러나 그는 세상에는 여러 가지 혼란스러움이 있다는 것을 그 자리에서 담백하게 끌어안는다. 담백하게 그려낸 츠츠이의 일상과 일탈 속에는 현대 도시인의 고독과 불안이 깊이 있게, 그러나 무겁지 않게 내재되어 있다. 우리 모두의 일상과 다를 바 없는 츠츠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 시간과 평행으로 흐르고 있는 또 다른 시간, 즉 낙원을 꿈꾸고 있으며, 삶 자체가 거짓말의 거짓말, 즉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보편성과 만나게 된다.

『거짓말의 거짓말』은 시간이나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는 관습적인 소설의 구조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한 사람의 주인공이 끌어가는 장편소설임에도 다섯 편의 단락은 한 편 한 편이 모두 독립된 단편으로 홀로 설 수 있다.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이 뚜렷이 설정되어 있지 않은 이 소설의 결말 역시 독자마다 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저자 : 요시다 슈이치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신작들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 요시다 슈이치는 현재 일본 문단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1968년 나가사키(長崎) 현에서 태어나 호세이(法政)대학 경영학부를 졸업하고 1997년 『최후의 아들』로 등단했다. 제117회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르기도 한 이 데뷔작으로 제84회 문학계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2002년 『퍼레이드』로 제15회 야마모토슈고로상을, 같은 해 『파크 라이프』로 제127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대중문학을 대표하는 야마모토슈고로상과 순수문학을 대표하는 아쿠타가와상을 잇달아 수상한 그는 새로운 순수문학의 형태를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를 이을 차세대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으로 선정된 『파편』 『돌풍』 『열대어』, ‘공감도 200%의 러브스토리’라는 찬사를 받은 『동경만경』과 『일요일들』 『워터』 등이 있다.

요시다 슈이치는 어려서부터 소설가가 되겠다는 확고한 꿈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냈던 작가는 아니다. 그는 주제를 찾아 나서는 화두 사냥꾼 타입의 작가도 아니다. 다만 관찰자의 눈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기 주변을 묘사할 뿐이다. 따라서 그의 소설은 세상을 관찰하는 그의 눈이 성숙해짐에 따라 함께 성숙해진다. 최근작인 『거짓말의 거짓말』은 전작을 뛰어넘는 깊이와 작품성으로 많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동경만경』 『7월 24일 거리』에서 사랑이 소통되지 못하는 불안함을 그렸다면 『거짓말의 거짓말』에서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아본 사람은, 역시 지긋지긋할 정도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며 사랑의 실재(實在)에 무게를 실었다. 『랜드마크』에서 탈출구 없는 현대인의 불안감을 극한까지 몰아갔다면 『거짓말의 거짓말』에서는 근원적 불안으로 인한 일탈의 끝에 그래도 아무 말 없이 그 일탈을 이해해주고 돌아올 자리를 남겨주는 아내를 그려 넣었다. 아이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아니지만 사랑과 책임으로 진짜 아버지가 되어가는 츠츠이의 모습도 요시다 슈이치의 전작에서는 볼 수 없는 한층 성숙해진 인간의 면모다.

『파크 라이프』로 권위 있는 순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퍼레이드』로 대중 문학에 수여되는 최고의 상인 야마모토슈고로상을 모두 수상한 요시다 슈이치는 일본 문학계에서도 이례적인 작가라는 평을 듣고 있다. 아주 문학적인 주제를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대중적으로 읽히는 그의 소설에는 다음과 같은 배경이 있다. 요시다 슈이치는 한 인터뷰에서 "인기를 얻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다 보면 오히려 인기와 멀어지듯, 지금 시대의 문학적 본질에 너무 천착하면 오히려 문학적이지 않다"는 말을 한 바 있다. 감각적이고 영상적인 대중 소설과 지나치게 미학적이고 엄격한 본격 소설로 양분되어 있는 일본 문학계에서 요시다 슈이치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를 잇는 차세대 작가로, 소설을 균형 있게 이끌어가고 있다.

『거짓말의 거짓말』은 일본 WOWOW 텔레비전의 '드라마W'로 제작되어 폭발적인 인기와 갤럭시상을 거머쥐었다. 드라마W는 영화와 똑 같은 시스템으로 제작되는 드라마로 WOWOW에서 먼저 방송한 뒤 극장에 개봉한다. 영화 <메종 드 히미코>의 니시지마 히테토시, <도쿄타워>의 테라지마 시노부가 주연을 맡고, <토니 타키타니>의 이치카와 준이 감독을 맡아 제작 발표 때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줄거리>
츠츠이는 우연히 백화점에서 옛 애인과 마주치면서 혼란스러웠던 과거의 자신과 마주한다. 어느 아침 전철에서는 아내가 데려온 아이의 진짜 아버지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한 출근길엔, 무심히 핸들을 꺾어 과거의 자신을 찾아 나선다. 평범한 한 남자의 다섯 가지 일상과 일탈. 이는 또 하나의 시간 속에 펼쳐진 자신만의 낙원을 찾는 과정이며, 거짓말의 거짓말, 즉 진실을 찾는 여정이다.


<책속으로>
봄, 바니스에서
아빠가 전철에서 내리던 곳
그와 그녀의 거짓말
휴게소 주차장
당신의 낙원

『“거참, 남자 중에도 아줌마가 있단다.” 츠츠이가 장난을 치자 그 사람이 서둘러 말을 막았다. “잠깐, 그만해. 애가 혼란스러워하겠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후미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괜찮아요, 아줌마라고 해도.” 츠츠이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 녀석에게는, 내 아들인 이 녀석에게는 말이죠, 지금 우리들처럼 세상에는 여러 가지 혼란스러움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 실제로 교외 대형 할인점 같은 곳에 가면 한때 깡패였을 법한 젊은 남자를 볼 수 있는데, 그런 남자도 혼자 있으면 소란스럽지만 그 팔에 아이가 안기면 어깨가 부딪힌 정도로 시비 붙는 경우란 없다. 아이가 생기면 남자에게 독기가 빠진다고 하는데 이것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역시 남자의 몸에도 생리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서로 한 가지씩 거짓말을 하는 거야. 하지만 그저 거짓말이라고는 할 수 없는 거……. 그런데 무슨 규칙이 있어야 되겠다... 그러니까 편견이 없으면 아무 일도 아닌데 편견이 있으면 용서할 수 없는 거짓말 같은 거…….”

『“... 해변에는 큰 바위가 있어서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며 부서지는데, 그 격렬한 리듬과 멀리서 움직이는 요트의 속도가 너무 달라서 뭐랄까, 두 개의 시간이 동시에 흘러가는 것처럼 보여.” “두 개의 시간이 동시에? 점점 느낌이 좋아지는걸, 당신의 낙원.”』

"괜찮아요, 아줌마라고 해도." 츠츠이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이 녀석에게는, 내 아들인 이 녀석에게는 말이죠, 지금 우리들처럼 세상에는 여러 가지 혼란스러움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28)

몇개월 뒤, 가하라는 사표를 내고 아파트를 정리해 고향인 오사카로 돌아갔다. 아마도 가하라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얘기를 듣고 싶었는지 모른다. 젊었을 때에는 안락한 길은 너무 뻔한 길처럼 보인다. 그러나 더 이상 쩖지 않은 나이가 되면 필사적으로 그 안락한 길로 돌아가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66)

"''아무 생각 없이''라는 말이 꼭 충동적인 건 아니네." (90)

이상하게도 자신이 추월한 차는 모두 나이 든 남자가 운전하는 것 같았고, 반대로 자신을 추월해 간 차는 모두 젊은 남자가 운전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확실한 것은 아니다. 그저 추월하면서 그렇게 생각하고 추월당하면서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92)

실제로 이유가 필요했다. 이대로 집에 돌아간다 해도, 또 회사로 돌아간다 해도, 뭐든 모두가 납득할 만한 이유가 필요했다. 그저 8시간 동안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한 것이지만 여기서 이제까지의 인생을, 아니 앞으로의 인생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얘기를 찾지 못한다면 원래의 장소로 돌아가지 못할 것만 같았다. (104)

"저기 있잖아. 당신한테 낙원은 어떤 이미지야?"
그녀는 이런 황당무계한 질문을 태연하게 던지는 여자였다.

"낙원이라. 왠지 말로 하려니까 쑥스럽네."
"왜? 부끄러운 일은 아니잖아."
"뭐, 그리 부끄러울 건 없지만 말이야......"

"낙원이라면......우선 야자나무가 떠오를 것 같네. 하얀 백사장에 큰 야자나무가 있고 그 그늘 밑에 편안해 보이는 의자를 놓지. 의자 등받이에는 새로 빤 타월이 걸려 있고 파도가 발가락까지 밀려오는......"

"저기, 말하는 도중이라 미안한데 당신의 낙원이라는 거 상당히 진부하네."
"진부하다니? 사람이 기껏 진지하게 대답했더니......"

"아! 미안! 계속해."
"됐어!"
"괜찮으니까, 어서, 계속해. 그런데 이제 뭐가 보여?"
"별로,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빼지 말고, 어서, 뭐가 보여?"
"뭐라니, 해변에 있으니까 당연히 바다겠지."

"어떤 바다?"
"그러니까......어디나 있는 그런 흔한 바다. 새파란......"

"새파란?"
"새파랗고......하지만 수평선 근처로 가면 색이 좀 짙어지려나."

"어서, 좀 자세히 봐. 바다 위에는 뭐가 떠 있어?"
"바다 위? 그냥 뭐......아! 아니다, 뭐가 떠 있다. 요트. 닻을 내린 하얀색 요트가 저 멀리서 천천히 움직이고 있어. 해변에는 큰 바위가 있어서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며 부서지는데, 그 격렬한 리듬과 멀리서 움직이는 속도가 너무 달라서 뭐랄까, 두 개의 시간이 동시에 흘러가는 것처럼 보여."

"두 개의 시간이 동시에? 점점 느낌이 좋아지는 걸, 당신의 낙원."
"그, 그런가? 그리고 눈을 감으면, 그러면 야자나무 잎이 흔들리고......"

"그게 빗소리처럼 들리지?"
"그래! 어떻게 알았어? 정말로 빗소리처럼 들려."

"가만히 시간을 보내는 것에 싫증난 당신은 해변을 걷기 시작해."
"싫증 같은 거 안 나는데. 해가 저물 때까지 계속 그곳에 그대로 있어."

"알았어. 알았으니까 여하튼 당신은 해변을 걷기 시작하는 거야. 파도가 적신 모래 위를 맨발로."
"맨발이라. 가분 좋겠군. 바닷물은 차니까."

"저기, 거기에 뭐가 묻혀 있지 않아?"
"응? 거기에?"

"당신 발 밑에."
"별로, 아무것도 없는데......"

"상상해 봐. 당신이라면 거기에 뭐가 묻혀 있을 것 같아?"
"뭐가......"

-요시다 슈이치, <거짓말의 거짓말>, ''당신의 낙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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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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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원론적인 이야기이자.. 종교적인 고뇌, 번뇌에 해당할수 있는 이야기를 한 젊은이의 살해 사건을 계기로 해서 그의 행로를 추적하면서 예수와 그를 둘런싼 이야기들을 다른 각도에서 해석을 해본다.
예수가 신의 아들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 신의 능력을 보여주라는 젊은이와 그를 사람의 아들이 아닌 사탄의 아들이라고 말하는 예수...
암튼 기독교에 대해서는 건드리지 않지만, 그 주위에 대란 색다른 시각을 이야기로 풀어가면서 종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이에 대해 고민하고 번뇌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좀 어렵기는 하더구만....-_-;;


<도서 정보>제   목 : 사람의 아들
저   자 : 이문열
출판사 : 민음사
출판일 : 2004년 6월
책정보 : 페이지 386 / 646g   ISBN-10 : 8937480484
구매처 : 오디오북(EBS)
구매일 :
일   독 : 2007/3/30
재   독 :
정   리 :

<이것만은 꼭>



<책 읽은 계기>



<미디어 리뷰>
오늘의 작가상 수상(1979)작품이자 유현목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던 이문열 장편소설 『사람의 아들』이 출간 25기념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사람의 아들』은 1970년대 초반 작가가 군대에 입대할 무렵 쓰기 시작하여 1973년에 중편으로 완성되었고, 이후 장편으로 개작하여 출간되었다. 초판(1979), 2판(1987), 3판(1993)을 거쳐 4판 개정판까지 거치는 동안, 작가의 문학적 궤적과 같이하게 되었다. 『사람의 아들』은 1979년 6월 15일, 제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출간된 이래, 25년 동안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 은경축을 맞이하게 된, 작가의 첫 번째 ‘책’이다. 작가 이문열의 문학적 근원이자 회귀점이라고 자평 타평 하듯이, 출간 당시부터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켜 왔고, 이제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자리 굳혀 가고 있다.


저 : 이문열
1948년 경북 영양 출생.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수학.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사모곡』으로 등단. 장편소설 『젊은날의 초상』『영웅시대』『시인』『오디세이아 서울』『황제를 위하여』『선택』등 다수가 있고, 중단편소설로 『이문열 중단편 전집』(전5권), 산문집 『사색』『시대와의 불화』, 대하소설 『변경』『대륙의 한』이 있으며, 평역소설로 『삼국지』『수호지』를 선보였다. <오늘의 작가상><동인문학상><이상문학상><현대문학상><호암예술상> 등을 수상하였다.

순탄치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내고 중고등학교 중퇴 후 검정고시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입학, 다시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등의 굴곡 많은 인생을 살아온 그의 창작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대구매일신문]에 [나자레를 아십니까]가 가작으로 뽑힐 때까지 이문열은 많은 좌절을 경험한다. 초등학교를 제외하고는 서울대 사범대까지 모두 중도에 포기했으며, 신춘문예, 사법고시 등에서 연이어 실패를 맛 보았다. 77년에 등단하고 이듬해 [사람의 아들]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1994년 학문 연구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교수제의를 받아들여 세종대 강단에 섰으나 3년만에 개인적인 이상실현의 문제와 작가로서 충분히 작품 세계를 이룩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지는 것을 우려, '창작전념'을 위함이라며 교수직을 사임했다.

현재는 조각가 친구의 권유로 경기도 이천에 땅을 구입하여 작업실을 마련했고, 그곳에 인문학적 교양을 쌓고 깊은 학문 연구를 할 수 있는 조그만 자리를 젊은 친구들에게 마련해주고자 뒷동산 부아악負兒岳이라는 산 이름을 따와 <부악문원>을 설립하여 새로운 지식의 샘을 젊은 학도들과 함께 탐구하려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2000년 5월 이문열의 책 판매량이 2천만 권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 가운데 삼국지, 수호지 평역을 제외한 순수 창작물의 판매량이 천만 권 이상이라니, 한국인 4명에 한 명은 그의 소설책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각종 문학상 수상작품집 등을 따지면 그의 글을 집에 가지고 있지 않은 한국인은 없다고 해도 무리한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상업적 성공은 이문열을 이해하는 단서 가운데 작은 하나일 뿐이다.

이문열의 작품 세계엔 그의 경험이 고스란이 담겨 있다. 월북한 아버지로 인한 좌절, 전통적인 가풍의 집안은 그의 경험이며, 동시에 그의 소설에서 쉽사리 읽어낼 수 있는 특징이다. <사람의 아들>, <황제를 위하여>, <금시조>, <선택> 등의 책은 이런 특징을 그대로 담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의 경험이 한국 현대가 겪고 있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그가 거듭 묻는 질문, 전통과 현대의 문제, 분단 상황의 문제 등은 바로 그의 경험에서 나온 것들이며 한국사회가 피할 수 없는 질문들이다.

이 질문들에 대한 이문열의 대답은 보수적이고 전통지향적인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수구주의나 남성우월주의로 비판받기도 했다. <선택>을 둘러싼 논쟁이나, 총선연대 활동이나, 언론개혁을 둘러싼 논쟁이 그것이다. 이문열이 자신의 소설에 담고 있는 주장이 무엇이든 그가 소설을 통해, 또는 소설 속에서 던지는 질문이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바로 그 문제라는 것은 확실하다.


<줄거리>
1976년 초봄. 경찰서 수사과 남경호 경사에게 살인 사건이 맡겨졌다. 어떤 야산에서 근처의 기도원에 있던 민요섭이란 사람이 잔인하게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 것이었다. 남 경사는 먼저 그 기도원을 찾아가 민요섭의 신원을 조사하였으나 원장은 그가 신학대학 후배라는 것 외에 이렇다 할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민요섭이 다녔다는 신학대학을 찾아간 남 경사는 옛 은사를 통해 그의 특이한 성장환경과 학교생활에 대해 들었다. 민요섭은 전쟁고아로 외국 선교사의 양자로 자랐고, 그 신학대학에 진학해서는 우수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상급반이 되면서 불량스럽고 반항적이 되더니 나중에는 무언가 신학적 논쟁 끝에 교수와 대판 싸우고 자퇴해 버렸다는 것이었다.
남 경사는 다시 신학대학 학적부에서 찾아낸 민요섭의 옛 주소를 찾아가 보았다. 다행히 그곳에는 외국 선교사의 가정부로서 민요섭을 기르다시피 한 노파가 살고 있어 다시 민요섭의 성품과 어렸을 적 행적을 들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작은 성자(聖者)와도 같은 모범생이었다. 그러나 당장의 수사에는 도움이 될 것이 없어 다른 자료를 구하다가 민요섭이 썼다는 노트 한 권을 입수했다. 구체적인 정보는 아니었지만 무언가 그의 내면을 추적하기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노트였다.
이어 남 경사는 그 동네에서 민요섭을 아는 사람을 찾아 그의 과거를 뒤져보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민요섭의 모습이 나왔다. 주로 동네 개척 교회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목사의 뺨을 치고 명망 있는 장로의 젊은 아내를 유혹한 파렴치한이었다. 이혼한 장로 부부를 찾아 확인해 본 결과 그 또한 사실이었다.
혼란된 남 경사는 본서로 돌아가는 길에 민요섭이 남긴 노트를 펼쳐 보았다. 얼른 기억되지 않는 외국 인명과 지명들로 시작하는 소설 같은 것이었는데 첫 토막은 대강 이랬다.
<아하스 페르츠는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태어난다. 그러나 그의 출생을 알리는 별은 검고 불길한 것이어서 경배를 하고 돌아가는 세 사람의 동방박사를 떨게 한다. 바리사이파의 세력 있는 율법사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자라나면서 그 총명함과 영리함으로 부모와 이웃의 기대를 모은다. 어린 나이에 벌서 토라를 모두 암송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받은 자들과 선지자들의 행적을 훤히 꿴다.
하지만 열세 살 때 테도스라는 자칭 예언자를 만나게 되면서 아하스 페르츠의 삶은 뒤틀린다. 테도스를 통해 삶의 어두운 이면과 인간이 겪어야 하는 비참을 두루 살펴보게 된 그는 열심히 율법과 예언서를 읽고 사색하는 것만큼이나 조상들의 신앙에 대한 의문과 회의도 키워갔다. 육체적으로 성숙하면서 그 욕망에도 눈떠 아삽이라는 동네 부호의 젊은 아내를 유혹하고 스스로 성년의 여러 죄악들에 앞질러 빠져들기도 했다. 원죄와 자유의지를 부정하며 학자들과 다투기도 하고 불경의 죄로 회당에서 내쫓기기도 하다가 열아홉 살 되던 해 집을 나선다. 새로운, 참된 신을 찾아서였다.>

어딘가 민요섭을 상기시키는 데가 있는 인물이었지만 수사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노트라 읽기를 그만 둔 남 경사는 민요섭의 주민등록이 처음 옮겨간 부산시로 찾아갔다. 그가 찾아간 곳은 신학대학을 떠난 민요섭이 부두에서 막노동을 하면서 지낼 때 묵었던 하숙집이었다.
남경사는 하숙집 주인인 조 노인을 만나서 민요섭과 그의 아들 조동팔과의 특이한 관계를 듣게 된다. 고등학생이던 조동팔이 민요섭의 꾐에 빠져 함께 집을 나간 일인데, 남 경사는 왠지 그런 그들의 결합에서 사교적 교리와 광신의 냄새를 맡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며칠 뒤 자신의 집에 든 강도가 바로 자신의 아들 같았다는 의심뿐 조 노인은 그들의 행적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남 경사는 다시 주민등록지를 추적해 민요섭이 다음으로 옮겨 앉은 대전시를 찾아갔다. 그곳에는 그들의 구체적인 행적이 남아 있었다. 그들은 그 도시를 떠도는 사회적 부적응자들과 의지할 데 없는 아이들을 모아 생계를 보살피고 배움의 기회를 주었다. 단순한 봉사활동이라기보다는 무언가 종단(宗團)과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집단생활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살인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는 구체적 증거나 자료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주변을 탐문해 얻어낸 것은 기껏 그들의 재원(財源) 조달 방식에 범죄의 의심이 가고, 민요섭과 조동팔 둘 사이의 관계가 교주와 열성적인 신도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둘의 관계가 미묘한 갈등을 보이기 시작한다는 점이 감지될 정도였다. 거기다가 더욱 답답한 것은 민요섭의 주민등록이 거기서 더는 움직이지 않고 있는 점이었다.
더는 조사하고 찾아볼 곳이 없자 남 경사는 사건 현장 주변에 제보를 요청하는 전단을 뿌리고 다시 민요섭의 노트에 매달렸다. 어렸을 적 주일학교에 잠깐 다녀본 경험밖에 없는 그에게는 어려운 기독교 교리 문제가 있었으나, 힘들여 읽어가다 보니 아하스 페르츠의 삶이 무언가 민요섭과 밀접하게 연관된 듯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아하스 페르츠는 먼저 ‘신들의 고향’ 이라는 이집트로 간다. 그곳에서 그는 당시 번성하던 이시스교의 사원을 찾아가 그 사제들에게서 배움을 구한다. 이시스교는 부성신(父性神)인 유대교와는 달리 모성신(母性神)을 모시는 종교였다. 그게 그에게는 큰 매력이었으나 조잡한 다신(多神)의 교의나 낭비적인 제례는 끝내 그를 붙들어 놓지 못했다. 어느 날 믿고 우러러온 늙은 사제로부터 결국은 그 모든 것이 '믿기 위한 미신'에 지나지 않는다는 고백을 들은 그는 절망하여 그곳을 떠난다.
아하스 페르츠가 다음으로 참된 신을 찾아 헤맨 것은 중근동(中近東)이었다. 먼저 농경신(農耕神)인 바알을 찾아보았으나 끝내 유대교 시절에 몸에 의심과 부정을 씻어내지 못하고, 다시 사라진 헤태인(히타이트인)의 신을 찾아 떠난다. 그때 그가 만난 게 무와탈리슈였다.
무와탈리슈는 오래전에 멸망한 헤테 왕조의 후예로, 그는 잃어버린 조상들의 신을 찾는 것을 왕국 회복의 시작으로 삼으려 했다. 아하스 페르츠는 그와 함께 옛 도시의 폐허를 돌며 점토판과 벽돌 조각의 기록들에 의지해 헤테인의 신들을 찾는다. 그리하여 여러 해 만에 그 신들의 계보를 찾고 그 교의를 복원하는 데 성공하지만 그가 찾던 참된 신은 아니었다.
실망한 아하스 페르츠가 다음으로 찾아간 것은 바벨론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2천년 이상 번성해 온 전능신(全能神)) 마르두크를 알아보려 했다. 마르두크의 교의를 배우기 위해 옛 신전을 배회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바벨론의 옛 영광을 되살리려는 야심가 히메루스와 만나게 된다. 히메루스는 추종자들의 미신을 이용해 그를 왕으로 세우고 자신의 양녀를 왕비로 내준다. 그러나 그 왕은 대리왕으로 희생될 운명이었고, 히메루스는 그 희생의 대가로 달아오른 광신(狂信)을 자신의 왕국 건설을 위한 봉기(蜂起)에 이용하려 했다. 히메루스의 양녀이자 그의 아내가 그런 음모를 알려주어 진작부터 마르두크의 교의에 실망하고 있던 그는 탈출하게 되지만, 그를 위해 히메루스의 종단에 남은 그의 아내는 처참한 죽음을 당한다.
동으로 페르샤 고원에 들어선 아하스 페르츠는 다시 이원론(二元論)인 조로아스터교에 몰두한다. 이는 선신과 악신이 공존하는 종교로 그 종말론(終末論)과 더불어 그에게 깊은 인상을 주지만 역시 그를 마음으로 귀의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다시 인도로 들어간 그는 그곳의 잡다한 신들을 거쳐 불교를 만나지만 여전히 찾고 있는 신을 만나지는 못했다.
마침내 지쳐 서쪽으로 되돌아온 아하스 페르츠는 로마로 들어가서 희랍 철학과도 만나게 된다. 그는 학원가를 떠돌고 석학들을 찾아가며 애지(愛知)의 세계를 더듬는다. 그러다가 평생 해를 연구하느라 너무 많이 해를 쳐다본 탓에 눈동자가 타버린 노인을 만나 그에게서 낭패한 자신을 보고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 뒤 아하스 페르츠는 고향의 광야, 쿠아란타리아에서 단식과 명상 끝에 그들의 새로운 신인 <위대한 영>과 만난다. 그러나 새로운 신의 교리에 해당하는 <쿠아란타리아서(書)>는 제목만 있고 뜯겨져 나가 내용을 알 수가 없다. 다만 그 뒤 예수와 대면하는 아하스 페르츠의 언행을 통해 매우 반기독교적이란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예수와 아하스페르츠가 만난 것은 다섯 번이나 되는데 그 첫 번째는 광야에서였다. 아하스 페르츠는 스스로 하느님의 아들임을 내세우는 예수에게 세 가지 시험을 한다. 허약한 육체와 영혼으로 고통받고 방황하는 인간을 위해 빵과 기적과 권세를 요청하였으나 예수는 그 요청을 거부하고 아하스 페르츠를 사탄으로 규정하며 물리친다. 이에 아하스 페르츠는 그가 약속한 구원의 허구성을 보고 그를 거부하기로 결심한다.
그 뒤 만남을 거듭하면서 아하스 페르츠는 한편으로는 예수를 설득하고 한편으로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예수를 제거할 음모를 진행시킨다. 그리고 예수가 인간적인 구원을 기어이 거부하자 로마의 힘을 빌려 그를 처형하고 만다. 하지만 예수의 재림이 걱정되어 죽지 못하고 끊임없이 세상을 배회하며 감시하는 역을 맡게 된다.>

미제(未濟)로 처리될 뻔한 사건은 윤향순이란 창녀를 만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힌다. 윤향순은 조동팔이 김동욱이라는 가명으로 김순자란 여자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추적 끝에 김동욱을 찾아간 남 경사는 그 집에서 <쿠아란타리아서(書)>라는 그들만의 경전을 찾아낸다. 거기에는 그들이 그토록 찾으려 했던 신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그 신은 일종의 이성신(理性神)으로 위장된 무신론에 가까웠다. 곧 선악도 없고 책임도 포상도 징벌도 없이 오직 인간의 이름으로, 인간을 위해, 인간에게 모든 것을 위임한 존재였다. 그리고 그 교리에 따르면, 야훼는 반쪽의 신이며 독선과 아집으로 인간을 구속한 월권적(越權的)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교리와 민요섭의 죽음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또 조동팔이 거기서 무슨 역할을 했는지는 조동팔이 부재중이어서 여전히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며칠 뒤 돌아온 조동팔을 잡고 나서야 그 살인의 내막을 들을 수 있었다. 형사들의 급습을 짐작하고 발작이 늦은 독을 마신 조동팔은 허심하게 털어놓았다.

새로운 신을 찾아내고 그 교의를 구성한 것은 민요섭이었다. 처음 그는 열성적으로 그 신을 믿고 그 교의를 펼치려고 노력했다. 조동팔은 그런 민요섭의 열렬한 사도(使徒)였다. 하지만 경제력이 없던 그들은 범죄를 통한 조달로 자신들의 종단을 유지했다. 조동팔은 김동욱이란 행려사망자의 신분을 위장하여, 작은 범죄로 끔찍한 범죄를 숨기는 방식으로 감옥을 드나들며 충실한 사도를 자처했다.

하지만 먼저 배교(背敎)한 것은 교주인 민요섭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자신이 만든 신의 허구성을 깨닫게 되었고, 기독교적인 용서와 구원의 개념에 향수를 키워갔다. 그러다가 조동팔이 다시 감옥을 피신처로 삼고 있는 사이에 자신들의 종단을 해체하고 기독교로 되돌아가 버렸다.

한편 감옥에서 나온 조동팔은 민요섭이 미래의 사도로 키우려 했던 아이들이 흩어져버리고 기도원으로 들어간 것을 알자 절망적인 분노에 빠졌다. 그의 일탈은 그 새로운 신에 대한 믿음에서 감행된 것이었다. 말하자면 민요섭이 부정해 버린 그 신은 그에게는 정의와 자부심의 근거였을 뿐만 아니라 삶의 기반이기도 했다. 거기다가 거듭된 범죄로 일탈된 그의 삶은 정상적인 궤도로의 복귀가 불가능했으며, 정신적으로 돌아가 용서와 구원을 빌 고향(기독교)도 없었다. 그가 자신의 삶과 세계를 지키는 길은 부정의 부정, 곧 민요섭을 제거하는 길뿐이었다. 조동팔은 죽어가면서도 외친다.

“……이 시각 이전에나 이후에나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은 우리의 신뿐이며, 설령 아무도 느끼지 못하더라도 그 고독한 신성(神聖)은 언제나 당신들의 머리 위에서 빛날 것이오.”



<책속으로>
"자유 의지와 선택의 문제는 더욱 고약하다. 옛적 이곳으로 붙들려 온 우리 조상들에게는 아마도 감탄스럽기 그지 없었고, 또 그래서 창세기의 첫머리에서부터 그 개념을 꾸어다 넣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인간에게 억지로 덮어씌운 그 주관적 환상은 변덕스런 신이 우리 인간을 학대하는 데 좋은 구실이 되고 있을 뿐이지 않은가?"--- p. 227
하지만 그 말만은 남 경사의 가슴속에 있는 어떤 확신에 도움을 주었다. 그것이 어떤 쪽이든 극단적인 감정과 감정 사이의 전환은 순간적이라는 걸 남 경사는 여러 번 경험한 적이 있었다. 거기에 힘을 얻은 남 경사가 있을지 모르는 물증의 확보 쪽으로 서둘러 방향을 바꾸었다. 심리적인 동기를 파고들어 봐야 그녀가 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는 게 그런 그의 짐작이었다.---p. 324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그분의 무책임한 방임입니다. 두 개의 상반된 의지 틈에서 인간들이 피흘리며 투쟁할 때, 그리고 끝내 패배하여 타락과 멸망의 길을 갈 때 조차도 침묵하고 계시던 그 분에게 그 결과인 인간의 죄악을 심판하고 벌할 권리가 있다고 믿으십니까? 그분을 다만 냉혹한 형리가 아니라 사랑과 자비의 하나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p.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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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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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산문집을 읽고 뽕갔던 오정희씨의 소설...
어린 소녀가 성장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625당시에 아버지는 군대에 가고, 엄마는 아이들을 먹여살리기 위해서 술집에 나가지만 바람을 피우고, 오빠는 그런 어머니를 미워하며 동생들을 괴롭힌다.
어떠한 특정 사건에 대한 격정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한소녀가 보고 자라면서 있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
담담하면서 약간은 좀 허무했다는...-_-;;


<도서 정보>제   목 : 유년의 뜰
저   자 : 오정희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 2001년 5월
책정보 : 페이지 295   ISBN-10 : 8932009872
구매처 : 오디오북(EBS)
구매일 :
일   독 : 2007/3/30
재   독 :
정   리 :

<이것만은 꼭>



<책 읽은 계기>



<미디어 리뷰>
소녀기로부터 중년기에 이르는 여성 주인공들의 내면을 세대의 흐름으로 구성, 한국 여성들이 지니는 보편적인 한과 절망, 삶과 죽음, 방황과 질서를 일관되게 정리해본 창작집.

저자 : 오정희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고를 거쳐 서라벌예술대학을 졸업했다. 1968년 <완구점 여인>이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여 문단에 데뷔했다. 섬세한 내면 정경을 묘사하면서 인간의 존재론적 불안을 섬뜩하게 드러내는 작품들로 크게 주목받았으며, 1979년 <저녁의 게임>으로 이상문학상, 1982년에 <동경>으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불의 강』『유년의 뜰』『바람의 넋』『송이야, 문을 열면 아침이란다』『술꾼의 아내』『옛우물』등이 있다.



<줄거리>



<책속으로>
1. 유년의 뜰
2. 중국인 거리
3. 겨울 뜸부기
4. 저녁의 게임
5. 꿈꾸는 새
6. 비어 있는 들
7. 별사(別辭)
9. 어둠의 집

- 작가 후기
- 초판해설 : 전율, 그리고 사랑 / 김치수
- 신판해설 : 영원한 '현재'의 시간을 위한 변주곡 / 최성실

홧 아 유 두잉? 당신을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아임 리딩 어 북. 나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홧즈 유어 프렌드 두잉? 당신의 친구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석양이 오빠의 이마와 목덜미를 붉게 물들이며 방을 깊숙이 가로질렀다. 내가 기억하는 한의 그 시간은 늘 그랬다. 함석 지붕이 하를듯 뜨겁게 달아오르고 저녁 햇빛이 칼처럼 바안에 깊숙히 꽂힐 즈음이면 어머니는 화장을 시작하고 오빠는 창가에 놓인 붉은 꽃무늬 도배지 바른 궤짝 앞에 앉아 꼼짝 않고 소리 높여 영어책을 읽었다.

나는 어머니의 곁에 앉아 갖가지 화장품이 담긴 병들을 만지작 거리거라 팡을 통해서 멀찍이 보이는 개울의 다리와 신작고 그리고 더 멀리 황금빛으로 번짝이는 초등학교의 창을 점점이 붉은 빛이 묻어나는 새털구름들을 바라보며 이유가 분명치 않은 조바심으로 어머니와 오빠 사이의 은밀히 조성되어가는 팽팽한 공기를 지켜보았다.--- p.9-10
냄새 · 색깔 · 피부로 드러나는 감각적인 기호들은 하나의 대상을 또는 그 대상과는 다른 어떤 것을 지칭하면서 시간을 뒤집고 가른다. 그 갈라진 시간의 틈 때문에 물빛, 한 줄기 햇살, 기차 소리, 노란색의 냄새, 그 모든 감각적 기호들 속에도 과거와 현재라는 두 시간이 동시에 녹아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서로 다른 두 성질의 기호들이 동시에 삶의 자장 속에 맞물려서 공존한다. 그리고 수없이 반복되는 '기억'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사이에 동일한 아이덴티티를 갖지 못하게 틈을 만든다.

다시 말하면 오정희는 '기억'을 통해 떠오른 과거로 현재를 재구성하여 자기 존재의 동일성을 찾아가지 앟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억은 현재 '나'의 삶 속으로 파고들어와서 시간을 흩뜨리고 삶에 바느질 자국을 낸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오정희 소설에 존재하는 시간은 '영원한 현재'의 시간이다. 그 속에서 과거와 미래, 현재가 동시에 존재하며 과거와 미래는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서로 환원할 수 없는 차이를 지닌 채 떠돌아 다닌다.---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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