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수준은 정말 유치뽕이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좀 몽환적인듯한 분위기이다.
하지만 짱깨집 한 소년이 자전거를 타면서 성장하고, 아픔을 겪고, 그 고통을 이겨내면서 자라나는 성장만화...
역시 꿈을 가지고, 사랑의 힘으로 달리는 사람들은 언제봐도 멋지다!
박흥용 | 대원 | 2000년 04월 | ISBN : 8952803124
진정한 스포츠정신 이란 경쟁에 담긴 가치의 추구
주요 언론은 아시안컵 한국 대표팀 경기와 아테네 올림픽을 준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전망을 내보내는데 지면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시즌중인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등 프로 스포츠도 이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저마다 다른 의미로 만나는 여름이지만, 스포츠 마니아에게는 단연 스포츠의 계절이라 할 수 있겠다.
스포츠의 매력은 역시 승부의 순간일 터. 피를 말리는 접전이 마무리되는 순간, 승자의 탄성도 패자의 탄식도 고스란히 우리네 인생이 맞이해야 할 솔직한 삶의 얼굴이 돼 짜릿한 희열을 맛보게 한다.
흔히 인생의 축소판이라 부르는 스포츠의 감동은 오래 전부터 만화의 감성을 자극해왔다. 일본만화는 ‘내일의 조’부터 ‘슬램덩크’까지 스포츠만화의 큰 흐름을 이어왔고, 우리만화도 ‘공포의 외인구단’ ‘변칙복서’ ‘슈팅’ 등의 명작만화들이 탄탄한 장르적 토대를 유지해왔다.
스포츠의 여러 요소 가운데 스피드만큼 사람을 사로잡는 요소도 드문 듯하다.
특히 사이클 종목의 폭발적인 스피드는 젊은 만화가들을 매료시키는 극적 요소가 되기도 한다. 가장 한국적인 만화를 그리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 작가 박흥용의 ‘내 파란 세이버’는 대한이라는 소년이 속 꽉 찬 사이클 선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림으로써 1960, 70년대 험한 시절을 견디며 살아온 우리 선배세대의 애환과 성취를 그린 만화다.
‘떴다 보아라 안창남의 비행기, 내려다 보아라 엄복동의 자전거'. 대한이가 밟아대는 자전거 페달에서는, 배고픈 설움이 보이고 도시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촌 동네 청년들이 보이고, 그들 나름의 애틋한 연정이 보인다.
모든 것이 혼돈스러운 시절을 살아야 했던 청년들에게 자전거는 그들의 이상이자, 이상을 향해 돌진해 가는 유일한 무기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대한이는, 곁에서 슬쩍 밀거나 뒤에서 치는 등의 비열한 짓도 서슴지 않은 일본선수들의 견제에 넘어졌다가도 번쩍 일어나 쏜살같이 뒤를 쫓아 늘 역전승을 거두던 일제시절 자전거 영웅 엄복동에게서 그 이미지를 빌린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이 만화는, 스포츠의 참된 정신이란 경쟁보다 경쟁에 담긴 가치의 추구라고 이야기해주는 듯하다.
우승에만 또는 금메달에만 관심과 박수가 모아지는 씁쓸한 모습이 이 여름에는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 땡볕을 달리는 모든 선수들에게 박수를! 그것이 진정한 스포츠만화의 정신이다.
과거에서 온 자전거
세이버는 쌕쌕이 자전거를 말한다 |
만화로 인기를 모아 현재 애니메이션으로 제작중이라는 이 만화에는 젊은 세대들은 느끼기힘든 우리나라의 어려웠던 시절들이 묻어난다. 이 애니메이션도 흑백이라는 색깔로 다가올 것이다. 이 속에는 최대한이라는 소년과 그가 사랑하는 자전거 세이버가 너무나도 토속적인 산과 벌판을 달린다. 어딜 보나 머리를 박박깍고 뒤로 책보를 둘러낸 뭉툭한 코를 가진 한국 아이들뿐이다. f-86f 쌕쌕이라고 불리던 비행기의 조종사를 꿈꾸며 하늘을 향해 "나는 세이버. 나와라 오바" 를 외치던 대한이 자라는 동안 역사도 스쳐간다.
6,25 이후의 폐허에서 박정희, 전태일, 1980년 5월18일의 광주까지 실제의 사건들이 엮어진다. 외국의 예쁘고 8등신캐릭터들이 나와 요술을 부리는 알록달록한 그림들이 아니고 모노톤으로 우스우면서도 슬픈 사람들의 실제얼굴들을 본다. 화면 속의 아이들은 그 시대에 엮어지는 인물들이다. 아버지가 민족투사였던 짱깨집 아들 쌕쌕이(대한) 과 집안의 소를 팔아서 사이클을 장만하던 탱크 양영식. 운동을 잘하면 나라에서 키워주던 시절에 자전거에 꿈을 걸고 달려간다. 러브스토리도 가미된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꽃무늬치마를 펄럭이며 이주미와, 도미현이 그들의 주위를 맴돈다. 좋아서 시작했던 자전거는 아이들을 도대회, 전국대회로 이끌며 선수로 키워나간다.
운동이 좋아서 시작해서 결국 훌륭한 운동선수가 되고 만다는 평범한 스포츠 줄거리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여러사건들이 얽힌 한국아이들의 성장기이다.
홍수철이면 늘 떠내려가던 다리, 시계를 볼줄 모르는 어른, 익숙한 장면들이 오고가는 동안 쌕쌕이는 자신으로 인한 한 거지의 죽음을 맛보고 잠깐 돌아버린다. 그리고 쌕쌕이 대한이 다시 돌아 올 때쯤에는 영식은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사이클선수가 된다. 영식은 마을 사람들의 환영을 받으며 마을로 귀성한다. 흑백텔레비전에는 사이클을 하는 영식의 얼굴이 드문드문 비친다. 슬슬 깔리기 시작하는 신작로, 사이클의 인기를 업고 뻗어나가는 관련기업들, 촌스럽던 화면이 어느덧 요새와 가까운 모습으로 자리를 잡아 갈 때쯤이면 경륜이라는 도박의 어두운 면이 드러난다.
그리고 화염병 냄새가 퍼진다. 손을 들고 악을 쓰며 걸어가는 얼굴들 가운데 주미가 앞장서고 있다. 결국 그녀의 도피가 시작될 때 영식은 돈을 만들기 위해 경륜에 뛰어들고 도박꾼들의 술수로 불구가 된다. 다음은 쌕쌕이의 복수 차례다. 사이클 선수가된 쌕쌕은 칼이라는 예명으로 내기 판에 뛰어든다. 그리고 의리파 친구의 도움을 받으며 영식을 불구로 만든 거북이를 찾아낸다. 결과는 잔인하게 찔러 죽이는 스릴러물이 아니다.
고아아이들의 큰형으로 내기 판에 뛰어든 거북에게 영식은 청하고 이긴다.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자전거는 시종 이야기 속을 누빈다. 파란색 자전거는 이 시절의 상징처럼 보여진다.
자전거를 토대로 엮어지는 화면들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외국인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지만 한국인들은 많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꽃무늬 치마도 빨간 마후라를 부르는 아이들도 없지만 기억하는 사람들은 있다. "내 파란 세이버" 라는 이 작품은 과거에서 날아온다. 그리고 낯익은 화면을 선사한다.
“지난 40여 년간 나는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왜 사람들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흔히 스스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모습으로) 사는지를 설명해주는 수십 가지 이론을 모았다. 어떤 것은 마음에 들었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았다. 어떤 것은 대단한 통찰과 위안을 주었고, 어떤 것은 시시하고 어리석었다. 다만 확실한 한 가지는 깨달았다. 이런 설명에는 끝이 없다는 것이다.”
- 메리 제인 라이언의 ‘아이 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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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문제들은 명쾌한 원인보다는 여러 요인과 상황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발생합니다. 우리는 문제에 부딪히면 ‘왜’라는 질문을 떠올리며 문제의 원인을 찾게 됩니다. 하지만 ‘왜’라는 질문이 지나치면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기보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때가 있습니다. 특히 완벽적인 성향이 강하거나 안전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문제에 부딪히면 뚜렷한 원인과 빈틈없는 해결책을 찾으려들다가 끝없이 이어지는 ‘왜’라는 질문사슬에 갇히기 쉽습니다. 결국 분석만 하다가 문제해결에 필요한 행동은 하나도 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맙니다. 이를 가리켜 ‘분석 마비analysis paralysis’라고 부릅니다.
이는 마치 중요한 자리에 입고갈 옷을 사러 갔다가 이것 저것 꼼꼼하게 따지느라 정작 옷은 사지 못하고 빈 손으로 돌아오는 것과 별반 다를바가 없습니다. 이러한 분석마비 증훈군은 개인에게는 물론 조직의 문화 속에서도 나타납니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거나 치밀한 전략수립을 중시하는 조직문화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료를 모으고 성공사례를 분석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그렇다보면 정작 이론만 무성해지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피어나지 못한 채 실행력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배움과 지혜란 궁극적으로 ‘분석에 의한 학습’보다는 ‘실천에 의한 학습’에서 얻어지는데도 말이죠.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나요? 그렇다면 당신의 마음속에도 ‘명확한 원인을 찾거나 뚜렷한 방향을 수립할 때까지 나는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다.’는 분석마비 증후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 2008. 7. 24 週 2회 '당신의 삶을 깨우는' 문요한의 Energy Plus [21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