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사와 백운대 사이에 3일동안 지키고 서서 찍은 듯한 다큐...
그 시간과 공간을 소개하고, 그 속에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나도 북한산을 자주 다니지만 집이 다른쪽이라서 수리봉, 향로봉, 비봉, 대남문 정도까지이고, 백운대까지 갔다가 오려면 하루가 꽉 차는 관계로 1년에 한두번갈까말까하는 곳인데...
간만에 방송으로 보니 좋구만... 조만간 가을의 만추가 오면 또 한번 찾아가봐야지...
그리고 불법이기는 하지만, 장비를 잘 챙겨서 야간에 산행을 하면 서울의 야경이 정말 환상적이고, 멋지다는...
그리고 깜깜한 밤속을 혼자 걸어가면서 벌레소리, 새소리만 들리는 그 속에 혼자 머무는것도 환상적인 일중에 하나...^^
2.1km 길 위의 사람들
북한산 도선사-백운대 72시간
▶ 방송 : 2008년 9월 6(토) 밤 10시 10분, KBS 1TV
▶ CP : 김재연
▶ PD : 정혜경
▶ 글 . 구성 : 박금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감싸 안은 명산, 북한산!
매년 천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강북구 우이동에 있는 도선사부터
해발 836.5m 정상 백운대까지의 거리는 2.1km.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정상을 향해 걷고 있을까?
지금 그들은 인생길의 어디쯤을 걷고 있을까?
자신이 선택한 길 위에 서 있는 사람들
백운대로 가는 길에서 만난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자.
■ 북한산 백운대로 가는 길
서울의 허파라 불리는 북한산. 1983년 우리나라 15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은 세계적으로 드물게 도심에 터를 잡고 있다. 때문에 연간 천 만 명이 넘는 등산객들이 방문,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국립공원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라있다.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세 봉우리가 우뚝 솟아 세 개의 뿔과 같이 생겼다 하여 과거 삼각산이라고 불리어 온 북한산. 그 삼각 봉우리들 가운데 가장 높은 정상, 백운대로 향하는 길에는 여러 코스가 있다. 그 중 강북구 우이동에 있는 도선사 입구부터 시작되는 길은 정상으로 가는 최단거리다. 등산로 입구를 출발해 숨이 깔딱 넘어갈 것 같은 하루재를 지나 백운산장, 위문을 거쳐 도착하는 백운대까지의 거리는 2.1km! 가벼운 산행길에 오른 가족부터 연인, 동호회, 지방에서 온 등산객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오르내리고 있다.
■ 바윗길을 걷는 사람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아침. 백운대로 가는 길 한편에서 등산학교에서 온 가족이 암벽등반을 준비한다. 아들을 시작으로 엄마, 딸, 아빠까지 차례로 바위를 타는 가족. 빗물에 발이 한 번씩 미끄러져도 포기하지 않고 조심히 한발 한발 인수봉 바윗길을 걷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대표 암벽 바위인 인수봉은 암벽 등반가들에게 대단히 인기가 높은 장소. 서울은 물론 멀리 울산, 통영에서부터 암벽을 타기 위해 북한산을 찾아온다. 초보자부터 최고실력의 전문가가 오를 수 있는 코스까지 다양한 바윗길이 있기 때문이다. 산길을 오르고 로프에 몸을 의지한 채 또 다시 올라야 하는 바윗길. 지금 도전하고 있는 이 길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
▶고향을 향한 33년의 산행
"실향민이기 때문에 6.25 때 평안북도 동주에서 나왔거든요.
내가 건강해야 고향에 한번 가보자 생각하고서는 열심히 하는 거지."
- 최계화 할아버지
산타클로스처럼 길게 늘어진 흰 수염, 붉은악마 티셔츠와 빨간 반바지, 선글라스를 쓰고 산을 오르는 한 남자. 올해 79세인 최계화 할아버지다. 2002년 월드컵 때부터 똑같은 복장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주일에 세 번은 꼭 북한산을 오른다. 건강을 위해 산을 오른 지 벌써 33년째.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향수가 여든을 바라보는 할아버지를 이 길에 오르게 한다.
▶3대째 백운산장을 지켜온 할머니
"지금도 내려가고 싶은 생각 없어요. 만날 살던 데니까...
시내 갔다가도 재 집처럼 빨리 와야겠다, 그런 생각으로 오는 거죠."
- 백운산장 김금자 할머니
백운대를 가기 위해 마지막으로 숨을 고르는 쉼터, 백운산장.
일제 강점기부터 삼 대째 이어온 이 산장을 김금자 할머니 부부가 지키고 있다. 늘 같은 자리에서 지나다니는 등산객을 반겨주며 산장 길을 지키고 있는 할머니. 시집오면서부터 시작한 산장살이가 벌써 45년째이다. 아기 낳을 때를 제외하고는 산장을 한 번도 떠난 본 적 없다. 김 할머니 부부는 폭설이 내린 날이면 오남매를 줄에 묶어 산 아래 있는 학교에 보내고 얼어 죽을 뻔한 등산객을 가까스로 살리기도 했었다. 45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우여곡절도 많은 산 생활이었지만 산장을 오가는 등산객들과 부대끼면서 산 지난 세월이 할머니에게는 평생 남을 추억이고, 앞으로 남은 소원 역시 지금처럼 이 길을 지키며 사는 것이다.
▶다시 정상에 서고픈 50대의 바람
"사업을 안정되게 했으면 지금쯤 튼튼한 기반을 잡았을 텐데 모험심이 많아서 실패를
세번 했어요. 한 번 더 정상에 위치한 그런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 조성환, 52세
등산로에 앉아 인수봉을 한참 쳐다보는 50대가 있다. 세 번의 사업 실패를 겪은 조성환 씨. 암벽타는 사람들을 보면서 모험을 감수하며 사업했던 자신을떠올려 본다. 비록 실패였지만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매번 도전을 선택해서 얻은 결과이기에 후회는 없다는 조성환 씨. 그는 자신보다 더 험난한 등반길을 택한 사람들을 통해 다시 한 번 정상을 향해 도전할 용기를 얻는다.
▶골절된 두 다리로 오르는 산행
"세 번째요... 산에서 좀 떨어졌어요. 산 다니면서 사고가 없을 수 없잖아요."
- 심광섭, 45세
어둠이 내린 등산로. 희미한 불빛을 밝히며 산을 오르는 이가 있다. 2개의 목다리에 의지해 산을 오르는 심광섭 씨. 7개월 산에서 떨어져 두 다리가 골절됐다. 벌써 세 번째 골절이다. 해가 다 진 시각, 성한 사람도 힘들다는 등산로를 하나도 아니고 두 쪽 다 골절된 다리를 끌고 야영장으로 가는 심씨. 그는 지금, 왜 산을 오르는 것일까?
■ 2.1km 길에 담긴 삶의 의미
정상으로 가는 2.1km의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힘든 등산로를 기억하며 정상에서 자신들의 미래를 그려본다. 노모와 산행을 온 딸은 비록 정상의 문턱에서 다시 내리막길을 택하지만 친정어머니와 함께 한 첫 산행의 추억을 만들어 간다. 갈림길에 서서 9살 딸에게 가고 싶은 길을 선택해서 걷게 하는 젊은 아빠. 굳이 정상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직접 걸으며 산이 주는 교훈을 얻길 바라는 마음이다.
사람들은 산을 찾은 이유부터 오르고자하는 목표, 가는 방향이 전부 제각각이다. 같은 길 위에 서 있지만 자신의 선택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산행길. 그들은 지금 어떤 길을 선택해서 걷고 있을까? 북한산 백운대로 가는 2.1km의 길 위에서 그들을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