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반응형

나랑은 동갑인 여자가 혼자서 땅끝마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걸어서 가는 길 동안 쓴 여행기
솔직히 여행기라기 보다는 여행가이드라는 편이 좋을것 같다.
한비야의 바람의 딸의 우리땅에 서다라는 책과 같은 출발지와 도착지의 여행지인데,
아무래도 한비야씨의 글을 읽고 나서 걷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다른사람들이 써놓은 독서서평을 읽고 기대가 아주 컸었는데, 기대에는 크게 못미쳤다.
한비야의 여행기는 느낌, 감정 등이 생생히 묻어나는데, 이 책은 주로 좋은곳을 소개하는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것 같고, 책의 반정도에서 끝이나고 나머지는 여행가이드와 걷기 좋은 장소 소개를 위주로 한다.
책을 다본후에 기억에 남는부분보다는 중간중간에 소개한곳에 가보고 싶은곳이 여러곳이 생겼고,
40이 되기전에 나도 땅끝마을부터 통일전망대까지 꼭 걸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어 주었다.
...



<도서 정보>
제   목 :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저   자 : 김남희 글,사진
출판사 : 미래M&B
출판일 : 2004년 08월
구매처 : 오디오북
구매일 :
일   독 : 2005/2/19
재   독 :
정   리 :


<미디어 리뷰>
세계 여행가 김남희의 우리 땅 국토종주, 흙길 열 곳 걷기

여자 혼자여행을 떠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혼자서 먹고 잠잘 곳을 찾아야 한다는 것만도 두렵고 서글픈데, 어디서 왔냐, 어디로 가냐고 물어댈 낯선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도 한몸에 받아야 하고, 남성에 비해 불리한 체력 조건으로 여행지에서 닥칠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을 혼자 감당해내야 한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란, 웬만큼 강단 있는 여성이 아니고서야 쉽게 엄두낼 일이 못 된다. 그러니 혼자서 국토를 걸어 종주하고, 세계를 한바퀴 도는 건 보통 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비범한 사람들이나 하는 일일 터이다.

비슷하게 세계 오지를 누비며 우리 국토종단에 성공한 한비야가 세상에 부딪히는 전투적인 도전의식을 가진 여행가로서 보통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심어준다면, 김남희는 보통 사람들의 나약한 정서를 드러낸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 신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외로움, 두려움과 싸우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지렁이 한 마리, 매미 한 마리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색에 빠져 천천히 두리번거리며 걷는다. 길에서 만나는 소소한 사물들에 애정을 보이며 교감하려 노력한다. 한곳에 오래 머물며 사람들과 사귀고 그들이 사는 모습을 들여다보는 걸 즐긴다.

한비야식 여행이 나와는 멀게 느껴지는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라면, 급박한 속도전에 지쳐 있는 도시의 삶을 떠나 나를 찾으러 떠나는 김남희식 여행은 보통 사람들에게 더 큰 공감과 자신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여성 여행가. 1971년생.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영국 버밍험대학 관광정책학 석사 졸업.

오마이뉴스에 2000년 ‘몽골 여행’ 연재를 시작으로 국토종단 도보여행기, 중국, 미얀마, 라오스, 티베트, 네팔 여행기 등을 연재했으며 현재 ‘까탈이의 세계여행’을 연재하고 있다.
월간중앙에 2003년 1월부터 12월까지 ‘동남아 여행기’를 연재했다.
네팔에 체류하는 동안은 KBS ‘도전지구탐험대’의 현지 코디네이터를 맡았다.
취미는 암벽등반.

스스로 ‘까탈이’라 일컫는 저자는 강원도 삼척에서 나고 자라 아홉 살에 서울로 입성했다. 여덟 살 때, 포항에서 대구까지 혼자 기차를 타고 갔던 첫 여행의 황홀함은 아직도 생생하다. 남다를 바 없는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학을 졸업하던 해, 펼쳐진 인생이 막막해 유럽으로 두 달간 여행을 떠났다. 그 길로 여행 중독자의 대열에 합류, 영국에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터키대사관에 근무하던 시절에는 해마다 한 달씩 주어지는 여름휴가를 이용해 한 나라씩 돌기도 했다.

지금까지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를 비롯해 중국,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 네팔 등 30여 개국을 여행한 후 한국에 돌아온 그는, 앞으로 4-5년간 인도, 파키스탄, 이란, 중동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돌면서 ‘7년간의 세계일주’ 목표를 완성할 계획이다. 세계일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외국인을 위한 문화 체험 게스트하우스를 짓고, 우리 땅 우리 흙을 무대로 하는 ‘청소년 여행학교’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정호의 정리>
지친 몸과 마음으로 걷는 길. 아스팔트 위로 기어나온 여치를 피하려다 밟아 죽였다. 풀섶에 가만히 있지, 그 안에서 그냥 다른 여치들처럼 그게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살아갈 것이지, 기어이 밖으로 나가다 밟혀 죽은 여치가 꼭 나 같아서 도로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길 위에서 울며 보낸 오후가 저문다.
--- P.130

이렇게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쯤이면 걷는 동안 내내 마음을 어지럽히던 수많은 생각의 갈피들도 어느덧 자취를 감추고 머릿속이 말갛게 비워진다. 아무런 상념도 없이 무심하고 담백한 눈으로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이 순간을 나는 사랑한다. 이 찰나의 비워짐을 잊지 않는 한, 걷는 행복을 포기하지는 못할 것 같다. 출처 : p.197

지난 며칠간 왜 걷는가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내가 왜 이 뜨거운 아스팔트길 위에서 하루 여덟 시간씩 30 킬로미터를 꼬박꼬박 걸으며 북상하고 있는가를. "사람은 걸을 수 있는 만큼 존재한다"고 이브 파칼레가 그의 책 '걷는 행복'에서 말했다.
나는 걷고 싶었다. 내가 걸을 수 있는 만큼 걸어봄으로써 내 존재의 깊이를 확인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길의 끝까지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다. 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시작했던 것이다. 그것은 어느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고, 그저 나 자신을 보기 위해셔였으며, 나 자신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 위해서였는데, 어느 새 나는 나를 보는 다른 이들의 눈을 의식하고 있었으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있었다....(중략)
솔직히 말해 그 사이 시골 밥상에도 물려서 스파게티와 베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이 그리워졌고, 더운 물에 씻고 싶다는 욕망에 늘 시달렸으며, 정신 사나운 시골 살림살이를 보며 정돈되고 안락한 내 방이 있다는 것에 안도하기도 했다. 어쩌면 내가 지금 이 길을 걸을 수 있는 것도 나에게 돌아갈 일상의 삶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pp.74~75


6월 30일 토요일, 또 비.
왜 걷는 지도 모르는 채, 아무 생각도 없이, 땅만 보며 걸었다. ----------- p.129


7월 1일 일요일, 흐리다.
지친 몸과 마음으로 걷는 길. 아스팔트 위로 기어나온 여치를 피하려다 밟아 죽였다. 풀섶에 가만히 있지, 그 안에서 그냥 다른 여치들처럼 그게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살아갈 것이지, 기어이 밖으로 나가다가 밟혀 죽은 여치가 꼭 나 같아서 도로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길 위에서 울며 보낸 오후가 저문다.
------------------ p. 130


서른 둘의 찬란한 여름, 그 여름을 통과하며 나는 여기까지 걸어와 가로막힌 벽 사이의 작은 틈을 발견했다. 그 작은 틈으로 호흡하며, 벽 바깥의 세계를 상상하며, 맑은 공기를 받아들인다. 그 틈으로 내 몸을 조심스레 디밀어본다. 아직은 틈이 내 몸에 비해 너무 작다. 몸을 구겨 넣어야 할 것도 같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손이나 팔을 다치기도 하겠지만 더 이상 겁내지 않으리라.
나는 곧 세상 밖으로 나갈 것이며, 그 곳에서 내가 볼 최초의 것이 사람의 얼굴이기를 꿈꾸어본다.
------------------- pp.167~168

말로하는 웰빙이아니고 원초적인 웰빙이기 때문에 올가을 북한산 아니 모든 고향산천 산이란 산에서 맨발로 걸어보면 오장육부 정신까지 건강해지는 행운을 느끼실 겁니다. 출처 : 본문 중에서



당신이 아름다움 속에서 걷게 되기를

1...길, 나의 위대한 학교
- 땅끝 마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29일간의 찬란한 국토종주기

다시 길 위에 서며
워매 징한 것, 여그서 거그가 어디라고 걸어간댜?
행여 내것을 빼앗길까 꼭꼭 문닫아 걸고 살아온 세월
사슴아, 왜 날 그렇게 쳐다보니?
사람들한테 니 자랑 할란다
하루 더 있다 가면 안 되오?
우리 아들 친궁께 밥 사 먹으라고 주는 겨
왜 이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걷나?
이거 혹시 유령마을 아니야?
겨우 이 정도에 기죽을 내가 아니다
지렁이의 눈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매일 싸워야 한다는 게 서글프지
농사 짓는 게 억수로 재밌는 기라
선배님, 벗으세요, 양말까지 모두
팥빙수도 리필이 되다니, 놀라운 걸
길 위에서 울며 보낸 오후가 저문다
완전히 시골아줌마 다 됐네
두 선녀들이 목욕한대요
숙제 안 해온 벌이 라면 먹기?
미리 연락했으면 현수막 걸었을 텐데
길은 나의 위대한 학교였다

올 여름 ‘국토종단’을 계획하셨다구요?


2...가을 흙내음의 즐거움
- 숨어 있는 우리 흙길 열 곳을 찾아서

진짜 그거 하나 보러 왔는교?
―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숲, 우리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가는 길
삶도 예술이고, 이야기 수준도 예술이네
― 정선 자개골, 아라리 한 자락에 종일토록 굽이도는 길
가다가 강가에서 요놈 한 잔씩 묵으면서 가
― 섬진강 따라 걷는 길, 새들이 날아오르는 호젓한 강변
인적 없는 산속에 내 비명소리만
― 정선 송천 계곡 백 리 길, 곳곳에 이어지는 아늑한 숲길
아, 가문의 망신이로고
― 대관령 옛길, 연인의 손을 잡고 걷고 싶은 길
한때는 꽃을 사모했으나 이제는 잎들이 더 가슴에 사무친다
― 인제 곰배령, 꽃 진 자리에 만개한 단풍 터널
‘뗏사공’들이 떼돈 벌던 옥빛 물결
― 영월 동강,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걷는 상쾌한 산행
우리는 아침가리로 간다!
― 인제 아침가리, 원시의 계곡처럼 청량한 숲길
이게 웬 떡이야? 걷다 보니 떡이 생기네
― 홍천 명개리에서 오대산 상원사까지, 단풍잎 도배지가 깔린 흙길
새들, 향기 배인 물 마시고 가라고
― 송광사 굴목이재, 잡목숲 스치는 바람 따라 걷는 길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