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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우체부의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린 책.
가족, 어릴적 추억, 기르던 동물, 살던 동네의 자연, 시골, 농촌문제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책 제목과 내용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_-;;
네 형제중에 세째인 작가가 어릴적에 집에서 목욕을 하면서 딸이 없던 자신의 집에서 혼자 목욕을 하시던 어머니는 누가 등을 닦아 드렸을까라는 잠깐의 구절이 나올뿐...-_-;; 내가 기대했던 어머니에 대한 애절한 대목같은 부분은 거의 없다.
하지만 저자의 어릴적 추억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어릴적 추억과 비슷한 모습에 입가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국민학교때의 학교생활, 학용품부터 체변검사, 신발, 어릴적 의식주 등등...
기억속에서 잊쳐져 가던 소중한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것이 너무 좋았었다.
이외에 어릴때 우리집에서도 개를 많이 키웠었는데 저자는 시골에서 이 동물 저 동물을 키웠었던 이야기도 좋았었다.
마지막부분에 우체부이야기를 할때는 조선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빨간자전거가 생각이 나기도 했고...
다만 막판에 하소연 식으로 농촌문제를 해결에 달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저자 입장에서 애처로웠겠지만, 적절한 대안없이 막연한 호소가 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요새 노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시골에서 사기를 쳐먹고 다니는 개만도 못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각박해질수 밖에 없는 농촌 인심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다지 큰 감동을 느낄수는 없는 책이지만, 70년대 초반 이전에 국민학교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라면 어릴적의 소중한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따뜻한 기분을 느낄수 있을것이다.
<도서 정보>
제 목 : 내 어머니의 등은 누가 닦아 드렸을까 : 시골집배원의 섬마을 이야기
저 자 : 함성주
출판사 : 월간말
출판일 : 2004년 09월
구매처 : 오디오북
구매일 :
일 독 : 2005/3/8
재 독 :
정 리 :
<미디어 리뷰>
지도에도 잘 나오지 않는 전남 신안의 작은 섬 재원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현재 영광군 홍농우체국에서 집배원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남들과 다른 세밀한 기억력의 소유자다. 그가 따듯한 묘사를 통해 우리에게 잊혀진 고향의 풍경을 되살려내고, 현재의 고향이 어떠한지를 사실적으로 그려 놓았다. 어른들에게는 유년의 기억을, 농촌경험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의미의 생태적인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도 있다.
저자의 자기소개
저는 전남 신안군 임자면 재원리에서 태어났습니다. … 수업을 거의 받지 않는 체육특기자치고 국어시험 하나는 잘 봤습니다만, 모범생보다는 문제아에 더 가까웠다는 점은 열일곱 살 때 가출하여 기름바지 입은 프레스공이었던 것이 대신 말해줍니다. 그후 수은이 사람에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도 모른 채 형광등 만드는 공장에서 1년 넘게 일했고, 술시중 드는 웨이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에 들어가 학비 때문에 주말이나 방학마다 막노동을 했지요. 졸업하고 나서 지금도 이름 쟁쟁한 ㄹ사에 합격하여 화이트칼라도 아니고 블루칼라도 아닌 어중간한 스카이칼라로 밥벌이하다가, 바쁘고 빠듯한 도시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섰습니다. 건설회사 경리로 일해보기도 하고, 자유로운 직업을 찾다가 영업사원도 했습니다.
그러다 이 직업, 시골의 집배원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 일이 즐겁습니다. 저처럼 보잘것없는 사람이, 아무 가진 것 없이 누군가에게 사소한 도움이라도 줄 수 있는 일, 그리고 정신이 자유로운 일, 하루하루가 이렇게 즐거운데 월급까지 받아야 하는 게 미안하기까지 한 이 일, 하늘이 주신 천직입니다.
<정호의 정리>
사라져버린 것들 : 깡통 복숭아, 손톱깎이, 병마개, 목함성냥 등에 얽힌 추억
화들짝 놀라 이미 깡통 속에 들어가 2차 범행을 저지르던 손가락을 급하게 빼내는 순간, 섬뜩한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깡통에 손을 베인 것이지요. 하지만 아버지께 다친 모습을 보이게 되면, 무슨 짓을 하다 다쳤는지를 들키게 될 것이 ‘종자 고구마 갉아먹은 놈이 쥐’라는 것보다 더 빤한 일인지라, 피 뚝뚝 떨어지는 손가락을 감싸쥐고 뒷문으로 냅다 달아났습니다. 그날 저녁 밥상머리에서 할머니의 은은한 미소는 다친 제 손가락에 내려앉아 떠날 줄 몰랐습니다.
--- p.64-65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 : 프린트 숙제, 연필, 책받침, 위생 검사, 국민체조, 청소 등의 이야기
숙제로 나눠줄 문제지 작성이 끝나면 얼멍얼멍한 모기장 같은 천이 있는 네모난 틀에 그 기름종이를 붙이셨지요. 그러고 나서 옆에 놓인 고무판에 까맣고 끈끈한 잉크를 따르신 후, 네모난 틀 아래에 ‘갱노지’라고 부르던 누런 종이를 깔고, 널따란 롤러로 문지르시면 한 장 한 장 거짓말처럼 똑같은 숙제가 찍히고는 했습니다. 그 네모난 틀은 곧추서 있는 막대기에 고무줄로 묶여 있어서, 선생님이 롤러로 한번 문지르시고 나면 위로 올라가고, 곁에 서 있던 저는 그 틈에 인쇄된 프린트를 한 장씩 빼내는 게 일이었지요.
--- p.145
산양, 사향노루, 감돌고기, 두루미, 크낙새, 매, 저어새, 장수하늘소, 수염풍뎅이....
이름도 다정한 저 귀한 생명들, 우리가 산이나 들에서, 혹은 강가에서 운 좋게 만나더라도 '당연히' 구별하지 못하는 저 생명들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나'에 의해서 말입니다. 다른 것들의 죽음보다 나의 편리함이 가장 중요한 이기적인 '나'로 인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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