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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아이의 관점에서 바라 본 알수 없는 신비감에 싸인 좀머씨를 바라보는 이야기...
꼬마가 좀머씨를 본적은 많지만 특별한 추억을 가지게 된것은 세번이다. 비오는 날 차안에서, 자살하려고 나무위에 올라가서, 호수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마지막의 좀머씨의 모습...
인터넷을 찾아보니... 뭐.. 이 이야기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도 있는것 같은데... 난 그냥 재미있게.. 어떤 한 아이의 이야기를 들은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 주위에 좀머씨가 누구였는지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어릴때 거지차림으로 돌아다니는 미친아저씨... 지금도 동네를 지나가다보면 계속 마주치는 정체불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
아무튼 어떻게 살든지간에 좀머씨처럼 살다가 간다는것은 너무 서글픈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였습니다만...
철부지 꼬마아이의 행동이 너무 귀엽다는 쪽으로 자꾸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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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 : 장 자끄 상뻬 그림/파트리크 쥐스킨트 저
출판사 : 열린책들
출판일 : 1999년 12월
구매일 :
일 독 : 2005/8/22
재 독 :
정 리 :
<이것만은 꼭>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 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지
묻지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미디어 리뷰>
텅 빈 배낭을 짊어지고, 길다랗고 이상하게 생긴 지팡이를 손에 쥐고 뭔가 시간에 쫒기는 사람처럼 잰 걸음으로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묵묵히 걸어다니기만 하던 좀머 씨는 어린 소년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되며 꿈속에까지 나타나 궁금증을 잔뜩 불어넣어 주는데..... 그 어린 소년이 더 이상 나무를 탈 수 없게 되었을 때, 수수께끼 같은 좀머 씨는 사라져 버린다. 한 소년의 눈에 비친 이웃 사람 좀머 씨의 기이한 인생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필치로 그려 나간 한 편의 동화와도 같은 소설.
파트리크 쥐스킨트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여린 얼굴. 가느다란 금발에다 유행에 한참이나 뒤떨어진 낡은 스웨터 차림의 남자. 사람 만나기를 싫어해 상 받는 것도 마다하고, 인터뷰도 거절해 버리는 기이한 은둔자.
이 사람이 바로 전세계 매스컴의 추적을 받으면서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이다
젊은 시절부터 여러 편의 단편을 썼으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한 예술가의 고뇌를 그린 남성 모노드라마 『콘트라베이스』가 〈희곡이자 문학 작품으로서 우리 시대 최고의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으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냄새에 관한 천재적인 능력을 타고난 주인공 그르누이가 향기로 세상을 지배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향수』, 조나단 노엘이라는 한 경비원의 내면 세계를 심도 있게 묘사한 『비둘기』, 평생을 죽음 앞에서 도망치는 별난 인물을 그린 『좀머 씨 이야기』 등의 중·장편 소설과, 단편집 『깊이에의 강요』 등을 발표하면서 전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대대적인 성공에도 아랑곳없이 쥐스킨트는 모든 문학상 수상도 거부하고 사진 찍히는 일조차 피하고 있다.
그러나 천성적으로 우울하고 소심한 이 언어의 연금술사도 친구들 사이에 있을 때는 아이러니컬한 유머도 구사하고 적절하게 요점을 지적하는 실력을 발휘하기도 하며, 포도주를 몇 잔 마시거나 하면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한다.
그의 근작인 『로시니 혹은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잔인한 문제』는 레스토랑 〈로시니〉에서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해프닝을 비극적이고도 코믹하게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독일의 영화 감독 헬무트 디틀과 함께 작업한 시나리오로, 영화화되어 1996년 독일 시나리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책속으로>
처음에 나는 아저씨가 신발을 신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물이 아저씨의 장화 위까지 차 있었다. 둑에서 몇 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등은 나를 향하고, 산 너머에 여전히 남아 있던 마지막 노르스름한 햇빛이 한 줄기 비치고 있는 반대편 둑이 있는 곳을 바라다보고 있었다. 아저씨는 그곳에 박아 놓은 말뚝 같았으며, 약간 구부러진 지팡이는 오른 손에 들고 밀짚모자는 머리에 쓰고 있는 모습이 호수의 환한 수면에 검은색 실루엣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아저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발씩 한 발씩 발걸음을 떠어놓으며 세 번째 발걸음을 떼어 놓을 때마다 지팡이를 앞으로 옮겨 찍고, 뒤쪽을 단호히 물리치면서 호수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마치 땅 위를 걷고 있는 것처럼 목적지를 향한 아저씨 특유의 고집스러운 성급함으로 호수 한가운데를 향하여 서쪽으로 반듯하게 걸어 나갔다.--- pp. 111-112 |
올림 바 건반을 쳐다보던 내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그 건반의 앞쪽 끄트머리에 미스 풍켈 선생님이 재채기를 할 대 콧털에 붙었다가 그 곳을 훔쳐낼 때 둘째 손가락으로 옮겨 붙어 크기가 손톱만하고, 굵기는 거의 연필 굵기만하며 벌레처럼 휘어진데댜가 녹황생으로 영롱하게 빛나기조차 하는 끈적끈적한 코딱지가 붙어 있었던 것이었다.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여린 얼굴. 가느다란 금발에다 유행에 한참이나 뒤떨어진 낡은 스웨터 차림의 남자.사람 만나기를 싫어해 상 받는 것도 마다하고, 인터뷰도 거절해 저리는 기이한 은둔자. 이 사람이 바로 전세게 매스컴의 추적을 받으면서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이다.--- p.77, 작가소개 |
오래 전, 수년, 수십 년 전의 아주 오랜 옛날, 아직 나무타기를 좋아하던 시절에 내 키는 겨우 1미터를 빠듯이 넘겼고, 내 신발은 28호였으며, 나는 훨훨 날아다닐 수 있을 만큼 몸이 가벼웠다. 정말 거짓말이 아니었다. 나는 그 무렵 정말로 날 수 있었다. 적어도 거의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나니 좀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당시 내가 진짜로 그럴 각오를 하고 제대로 실행에만 옮겼었더라면 실제로 몸을 날릴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있었던 것처럼 생각되었다……. --- p.7 |
'어서 타시라니까요,글쎄! 몸이 흠뻑 젖으셨잖아요! 그러다가 죽겠어요!' 그 말에 아저씨가 우뚝 섰다. 내가 보기에 그는 바로 '죽겠어요'라는 말에서 빳빳하게 굳어지며 멈춰 서는 것 같았다.(중략) '그러니..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p.35 |
사람들이 좀머 아저씨네에 대해서 특히 <좀머 씨>에 대해서 거의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지만, 사실은 근방에서 제일 많은 사람들이 <좀머 씨>를 알고 있으리라는 주장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호수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적어도 60킬로미터 내에서는 남자든 여자든 아이든 심지어 개까지도 늘 걸어다니기만 했던 좀머 아저씨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이른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좀머 아저씨는 그 근방을 걸어다녔다. 걸어다니지 않고 지나는 날이 1년에 단 하루도 없었다. 눈이 오거나, 진눈깨비가 내리거나, 폭풍이 휘몰아치거나, 비가 억수로 오거나, 햇빛이 너무 뜨겁거나, 태풍이 몰아치더라도 좀머 아저씨는 줄기차게 걸어다녔다. 바다에 쳐놓은 그물을 거두려고 새벽 4시에 배를 타고 일을 나가던 어부들이 해가 뜨기도 전에 집을 나서던 그를 만나기가 일쑤였다고 한다. 그렇게 나간 그는 달이 하늘 높이 떠 있는 늦은 밤에야 집으로 돌아오곤 하였다. 그가 돌아올 때쯤 그가 하루 종일 걸어다닌 길은 엄청난 거리가 되었다.호수의 주변을 한 바퀴 돌면 약 40킬로미터쯤 되었는데 그 거리를 하루에 걷는 것은 그에게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에 두세 번 군청 소재지까지 갔다 오기도 하였는데 그러면 갈 때 10킬로미터, 올 때 10킬로미터나 되는 거리가 좀머 아저씨에게는 아무 문젯거리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가 아침 8시에 여전히 잠에서 덜 깬 모습으로 학교에 갈 때면 벌써 몇 시간 전부터 걸어다니고 있는 기운찬 모습의 그와 종종 마주칠 수 있었다. 점심때쯤 지친 발걸음으로 집을 향해 갈 때면 어느새 그가 나타나 활발한 걸음으로 우리들을 앞서서 걸어가곤 하였다. 그리고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창문 밖을 쳐다보면 호숫가에 그의 깡마른 모습이 그림자처럼 나타나 서둘러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을 나는 볼 수 있었다. 그는 쉽게 식별이 되는 사람이었다.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다른 사람과 전혀 혼동이 되지 않았다. 겨울이면 그는 검은색에 폭이 지나치게 넓고 길며 이상하게 뻣뻣해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너무 큰 무슨 껍질처럼 그의 몸을 감싸던 외투를 입고 지냈다. 그리고 신발은 고무 장화를 신었고, 대머리 위로는 빨간색 털모자를 쓰고 다녔다. 여름에는 -- 좀머 아저씨의 여름은 3월 초부터 10월 말까지여서 1년 가운데 가장 긴 기간이었는데 -- 까만색 천으로 띠를 두른 납작한 밀짚모자를 쓰고 다녔고, 캐러맬색 린네르 셔츠와 캐러맬색 반바지를 입고 다녔다. 그럴 때면 바지 밑으로 힘줄과 울퉁불퉁한 혈관만이 드러나 보이는 억세고 긴 다리가, 우악스러운 등산화 속으로 가려진 부위를 제외하고는, 우스꽝스럽도록 가는 모습을 드러내 보이곤 하였다. 3월에 다리는 눈이 부시도록 흰빛이었고, 울퉁불퉁한 혈관들은 사잇길이 많은 푸른색 강줄기의 모습처럼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불과 몇주일만 지나면 다리는 꿀과 같은 색으로 변하여 빛을 발하였다. 그리고 가을에는 피부가 햇빛과 바람과 일기 변화로 인해 짙은 밤색으로 변해서 혈관이나 힘줄이나 근육질이 전혀 구별되지 않았고, 다리는 마치 껍질이 벗겨진 호두나무의 울퉁불퉁한 나뭇가지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그것들은 11월이 되면 긴 바지와 긴 검은색 외투로 가려져서 사람들의 시선을 멀리한 채 이듬해 봄까지 원래의 색깔인 치즈빛 흰색으로 탈색되어 가곤 했다.--- p.16~ |
사람들은 좀머 아저씨네에 대해서 특히 <좀머 씨>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것이 없었지만, 사실 근방에서 제일 많은 사람들이 <좀머 씨>를 알고 있으리라는 주장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호수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적어도 60킬로미터 내에서는 남자든 여자든 아이든 심지어 개까지도 늘 걸어다니기만 했던 좀머 아저씨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이른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좀머 아저씨는 그 근방을 걸어다녔다. 걸어다니지 않고 지나는 일이 1년에 단 하루도 없었다. 눈이 오거나, 진눈깨비가 내리거나, 폭풍이 휘몰아치거나, 비가 억수로 오거나, 햇빛이 너무 뜨겁거나, 태풍이 휘몰아치더라도 좀머 아저씨는 줄기차게 걸어다녔다.--- p.16 |
내가 어째서 그렇게 오랫동안 또 그렇게 철저하게 침묵을 지킬 수 있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하지만 그것은 두려움이나 죄책감 혹은 양심의 가책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그것은 나무위에서 들었던 그 신음 소리와 빗속을 걸어갈 때 떨리던 입술과 간청하는 듯하던 아저씨의 말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나를 침묵하게 만들었던 또 다른 기억은 좀머 아저씨가 물 속에 가라앉던 모습이었다.--- p.120 |
'그런 것들은 <차를 한 잔 마시세요. 그러는 게 몸에 좋을 거예요>라든가 <의사 선생님, 환자의 상태가 어떤가요? 환자가 이겨낼 수 있을까요?>등의 말들처럼 아무 의미도 없는 쓸데없는 말들이다. 그런 말들은 인간의 삶에서 만들어진 말들이 아니라, 질 나쁜 소설이나 터무니없는 미국영화에서 생겨난 말들이니까 그런 말들을 똑똑히 기억해 두거라!'--- p.36 |
그러다가 어느 한 순간에 아저씨의 모습은 사라졌다. 밀짚모자만이 동그마니 물 위에 떠 있었다. 그리고 무지하게 길게 느껴지던 30초 혹은 1분이 지난 다음 몇 개의 물방울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을 뿐 더 이상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밀짚모자만이 아주 천천히 남서쪽을 향해 떠내려 가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어둑어둑한 원경으로 사라지기 전까지 오랫동안 그것을 쳐다보았다.--- p.115 |
<이게 올림바야. 이게 올림 바라고...! >그리고는 선생님이 옷 소매 끝에서 손수건을 꺼내들고 코를 풀었다. 올림 바 건반을 쳐다보던 내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 건반의 앞쪽 끄트머리에 미스 풍켈 선생님의 재채기를 할 때 코털에 붙었다가 그 곳을 훔쳐낼때 둘째 손가락으로 옮겨 붙었다가, 둘째 손가락에서 올림 바 건반으로 옮겨 붙어 크기가 손톱만하고, 굵기는 거의 연필굵기만하며, 벌레처럼 휘어진 데다가 녹황색으로 영롱하게 빛나기조차 하는 끈적끈적한 코딱지가 붙어 있었던 것이다.--- 2002/06/08 (lyu630) |
... 그것은 뭔가 고통스러운 신음에 가까웠고, 홀가분해지고 싶은 갈망과 절망이 엉켜서 가슴에서부터 배어 나오는 깊고 참담한 소리였다. 고통으로 괴로워 하는 중환자가 내는 끙끙 앓는 소리 같이 머리카락이 빳빳하게 서도록 만든 그 애절한 신음 소리는 아저씨를 홀가분하게 해준다든가, 아저씨에게 안식을 준다든가, 단 일 초라도 아저씨를 쉬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저씨는 금방 다시 몸을 추스리며 일어났다. 그리고 배낭 속을 뒤적이다가 허겁지겁 버터 빵을 꺼내 들더니 납작한 물병도 꺼내고, 빵을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마치 적이 숲에 깔려 있기라도 하는 듯, 혹은 어떤 포악한 미행자가 있어서 그 사람과 아저씨가 떨어져 있는 거리가 얼마 되지 않으며, 그 간격이 점점 좁혀지는 상황이어서 언제라도 그 사람이 그 자리에 나타나기라도 할 듯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사방을 자꾸 살피며 빵을 먹었다. 아니 먹었다기 보다는 마구 구겨서 입 속으로 그것들을 밀어 넣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빵을 다 먹어치운 뒤 물병의 물도 한 번에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 그런 다음 몹시 허둥대며 허겁지겁 떠날 채비를 했다.--- pp.97-98 |
<이게 올림바야. 이게 올림 바라고...! >그리고는 선생님이 옷 소매 끝에서 손수건을 꺼내들고 코를 풀었다. 올림 바 건반을 쳐다보던 내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 건반의 앞쪽 끄트머리에 미스 풍켈 선생님의 재채기를 할 때 코털에 붙었다가 그 곳을 훔쳐낼때 둘째 손가락으로 옮겨 붙었다가, 둘째 손가락에서 올림 바 건반으로 옮겨 붙어 크기가 손톱만하고, 굵기는 거의 연필굵기만하며, 벌레처럼 휘어진 데다가 녹황색으로 영롱하게 빛나기조차 하는 끈적끈적한 코딱지가 붙어 있었던 것이다.--- 2002/06/08 (lyu630) |
... 그것은 뭔가 고통스러운 신음에 가까웠고, 홀가분해지고 싶은 갈망과 절망이 엉켜서 가슴에서부터 배어 나오는 깊고 참담한 소리였다. 고통으로 괴로워 하는 중환자가 내는 끙끙 앓는 소리 같이 머리카락이 빳빳하게 서도록 만든 그 애절한 신음 소리는 아저씨를 홀가분하게 해준다든가, 아저씨에게 안식을 준다든가, 단 일 초라도 아저씨를 쉬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저씨는 금방 다시 몸을 추스리며 일어났다. 그리고 배낭 속을 뒤적이다가 허겁지겁 버터 빵을 꺼내 들더니 납작한 물병도 꺼내고, 빵을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마치 적이 숲에 깔려 있기라도 하는 듯, 혹은 어떤 포악한 미행자가 있어서 그 사람과 아저씨가 떨어져 있는 거리가 얼마 되지 않으며, 그 간격이 점점 좁혀지는 상황이어서 언제라도 그 사람이 그 자리에 나타나기라도 할 듯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사방을 자꾸 살피며 빵을 먹었다. 아니 먹었다기 보다는 마구 구겨서 입 속으로 그것들을 밀어 넣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빵을 다 먹어치운 뒤 물병의 물도 한 번에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 그런 다음 몹시 허둥대며 허겁지겁 떠날 채비를 했다.--- pp.97-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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