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권 - 술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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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는 아내의 입장에서 바라 본 세상을 원망하며 술을 마시는 남편을 바라 보며, 느끼는 심정과 대화하는 이야기...
결혼은 한지 오래됬지만 공부를 한다고 유학을 다니다가 돌아와서는 세상을 원망하며 술로 연명하는 남편을 바라보며... 남 얘기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본인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무슨 이유로 술을 마시던간에... 그것을 바라보는 제삼자의 입장에서는 술꾼으로 밖에 보일 수 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다른 예로... 어떤 사람이 무슨 사정이 있어서 허구한 날에 회사를 지각하게 되지만... 날마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댄다고 합시다... 물론 본인은 어쩔수 없다라고 생각하겠지만... 남들이 그 사람의 지각한 사정을 항상 기억해주고 이해해 줄수는 없을껍니다... 남들이 그에 대해서 생각하는것은 단지 하나... 그 인간은 항상 늦는다... 라는 기억만을 간직할뿐...

그리고 주인공이 처음 술을 마시고 머리가 아파서 밤에 흐느껴 우는 모습을 보면서... 재수할때 생각이 납니다... 그전까지는 거의 술을 먹지 않았던 제가 불광역 4거리에 있는 신대명 독서실에 다니고 있을땐데... 그때 장수생이던 원근이형과 다른 형들 몇명과 재수생 몇명 그리고 고3 몇명이서 근처 투다리에서 백일주를 마시고 독서실에 들어와서 자는데... 머리가 아파 죽는줄 알았던 기억이 납니다... 고3중에 한 놈은 내가 다시 술을 마시면 인간이 아니야라고 하던 놈도 있었는데... 아마.. 국민대 법대에 들어간것 같은데... 이름은 기억이 안나네요... 암튼 그때 그 사람들이 다시 기억에 떠오르면서... 예전에 우연히 지하철역에서 만나고 한번도 본적이 없는 원근이형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서 정보>제   목 : 술 권하는 사회
저   자 : 현진권
출판사 :
출판일 : 1934년
구매일 :
일   독 : 2005/8/22
재   독 :
정   리 :

<이것만은 꼭>



<미디어 리뷰>
현진건作 '술권하는 사회'의 남편에게
-아직도 풍진 세상에서
 ◇현진건 가족. 사진 왼쪽이 현진건이다.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댁내 무고하시고, 기체후일향만강(氣體候一向萬康) 하시온지요. 80년 전의 조선에, 그것도 소설 속의 인물인 선생님께 편지를 쓰자니 이 후학은 그저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처음 선생님을 뵌 것이 1989년의 일이었습니다. 87년의 6월 항쟁과 88년의 올림픽을 치르고 지켜보며, 저는 다소 격앙된 기분으로 선생님을 만났었지요. 그해의 봄, 선생님은 식민지 조선의 고뇌하는 지식인이셨습니다.

공부가 무언지는 몰라도 그것이 도깨비 부자 방망이 같은 것이라 믿는 아내가 계셨고, 선생님은 도쿄에서 대학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셨지요. 제가 본 선생님은 늘 흐느끼거나 취해 계셨습니다.

삼경도 사경도, 선생님의 주사 앞에선 그저 백주대낮이 아니었던지요. 염려에 또 기우에 저는 늘 침이 마르는 듯 하였습니다. 누가 술을 권했나, 아내의 책망에 선생님은 말씀하셨지요. 이 사회가, 조선이란 사회가 술을 권한다고. 과연 식민지의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니었겠느냐며, 비틀대며 다시 집을 나서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저는 오래 상념에 젖고는 했습니다.

그것이 15년 전의 일입니다. 물론 선생님이 집을 나서던 그날을 기준하면 세월의 강은 어느덧 80년을 흐르고 흘렀습니다. 선생님, 그만큼 이곳에는 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조선은 오래 전에 해방되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그후 저희는 남과 북으로 갈라졌고, 개중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또 자유진영 우방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란 것이 있습니다. 간략히 말씀드려 이 지구촌 선진국들의 모임입니다. 저희는 그 회원인 30개국의 일원이며, 그중 11위의 경제 순위를, 또 21위의 국가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마치 하느님의 보우처럼, 식민지였던 선생님의 조선은 이렇듯 눈부시게 성장하고 약진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저희는 지금도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이 자주독립국가에서, 이 눈부신 선진과 경제 발전 속에서 저희는 오늘도 술잔을 기울입니다. 올해에는 29억병의 소주를 마셨습니다. 즐거워서 마신 게 아닙니다. 괴로워서, 이 삶이 팍팍하고 힘들어서 마시는 술입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사는 게 너무 힘듭니다. 독립을 하고 독재를 이겨내고, 혼신을 다 바쳐 경제를 일굴수록 삶은 더더욱 흔들리고 고단합니다. 이럴 수가, 내리막에선 브레이크도 듣지 않습니다. 얼마나 더 큰 부귀와 영화를 누려야, 이 희망이 족할까요.

이 풍진 세상에서, 그런 이유로 저는 오늘 선생님을 뵙고 싶습니다. 선생님, 술 한잔 어떠신지요. 이유야 물론 오늘도 여전히 이 사회가 술을 권하기 때문입니다. 마시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다행히 청진동에는 몇 채의 해장옥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두꺼운 외피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바람이 찹니다. 식민지도 아니건만, 마치 80년 전의 식민지처럼 바람은 더욱 차고 서늘합니다. 오시다 본 건 농민집회고요, TV 속의 저 아인 효리입니다. 예쁘죠? 자, 한 잔 받으십시오. 술값은 제가 내겠습니다.

박민규 소설가



   바느질을 하던 아내는 바늘에 찔려 화를 낸다. 새벽 한 시가 되었는데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7, 8년전 남편이 중학을 마치고 결혼하였고 결혼하자 곧 남편은 동경으로 가 대학을 마치고 돌아왔으니 같이 있을 시간은 거의 없었다. 괴로와도 남편이 돌아오면 공부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것이 도깨비 부자 방망이 같은 것이어서 무엇이든지 다 얻고 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비단옷 입고 금지환 낀 친척들도 부러워하지 않았고 도리어 경멸하였다.
   남편이 돌아 왔으나 반대로 집안 돈을 가져다 쓰며 분주히 돌아다니기만 하였고 그렇지 않으면 책을 읽든지 밤새 글을 썼다. 때때로 한숨을 쉬고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 찾으며 몸은 나날이 축이 났다.
   어느 날 새벽 잠결에 눈을 떴을 때 흐느껴 우는 남편을 볼 수 있었고 두어 달 후에는 술냄새를 풍기며 밤늦게 돌아오기 일쑤였다. 오늘 밤에도 그런 남편을 기다리다 바늘에 찔린 것이다.
   별 환상을 다하며 기다리고 있을 때 남편이 문 열라는 것 같아 뛰어나가 보았더니 아무도 없었다. 바람소리였다. 새벽에 잠시 잠이 들었다가 함멈이 부르는 소리에 깨어보니 남편이 마루에 누워 있었다. 가까스로 방안으로 들어오게 하여 옷을 벗기다, 벗기지 못하고 "누가 술을 권했나"하고 짜증을 내는 소리를 들은 남편과 이야기를 하게 되고 부조리한 사회가 나에게 술을 권한다는 말을 해도 배우지 못한 아내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술 먹는 것에 대한 투정을 부리게 되자 남편은 말상대가 되지 않는 아내를 뿌리치며 비틀비틀 나가 버린다.
   아내는 모든 것을 잃었다는 듯이 "가버렸구먼, 가버렸어" 하며 밤안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하며 절망적인 어조로 말한다.

● <술 권하는 사회> 내용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 배경 : 시간 - 일제 시대(1920년대)
             공간 - 도심지
* 시점 : 3인칭 작가 관찰자 시점
* 경향 : 사실주의
* 주제 : 일제 치하의 부조리한 사회에 적응 하지 못하는 지식인의 좌절과 고뇌

● 등장인물
*
남편 : 경제적으로 몹시 무능한 지식인. 일제 치하의 사회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내에게서도 이해 받지 못해 심한 갈등과 방황을 겪는 인물
*
아내 : 결혼 후 7-8년 간이나 늘 혼자서 가난을 참고 견디지만, 지식인인 남편을 이해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평범한 아내

● <술 권하는 사회> 이해하기
현진건의 데뷔작은 1920년에 발표된 <희생화>이지만, 그가 작가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은 다음해에 발표한 <빈처>와 <술 권하는 사회>부터였다. <빈처>에서 남편인 '나'는 공부를 하러 중국, 일본으로 갔다가 방랑의 세월만 보낸 후 귀국한다. <술 권하는 사회>의 주인공 남편 역시 일본에서 공부하고 빈손으로 돌아온다. 작가 현진건은 상해 호강 대학에서 독문학을 공부하고 귀국한 다음 이 소설들을 지었는데, 작가의 직접적 체험이 짙게 배어 있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은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하는 아내의 말로 끝을 맺고 있다. 이 말은 남편이 아내를 버리고 나가는 이유를 압축적으로 표현해 낸 것이며, 아내의 절망과 지적 수준을 드러내고 있다. 남편은 그 무렵의 식민지 지식인의 대표적인 인물이라 하겠고, 그와 상대되는 아내는 그 무렵의 온순하기만하고 우직한 국민을 대표한 인물로 보여진다. 지식인 남편은 봉건적 사고를 지닌 무지한 아내를 이해시키는데도 실패하고 사회에도 적응해 나가지 못한다. 모순과 부조리를 인식하기는 하지만 무엇이 그 같은 부조리를 만드는 실질적 힘인지에 대해서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저 모순과 부조리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울분을 터뜨리거나 쉽게 좌절하고 마는 인물이다. 아내는 그러한 남편의 고통을 분담하려고 가난도 참고 견디지만, "사회가 술을 권한다."는 남편의 말에 '사회'를 '요리집 이름'으로 연상해 내는 무지한 여인이다. 어떤 면에서 이러한 아내의 무지가 남편에게 또 한차례 술을 권하는지도 모른다.
결국, 이 작품에서 작가가 표현하려고 한 것은
시대 환경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지식인의 고뇌이다. "조선 사회가 나에게 술을 권한다"는 주인공의 탄식은 바로 1920년대의 모든 지식인의 공통된 탄식이요, 우리 민족의 탄식이라 하겠다. <빈처>가 가정을 중심으로 해서 그 고뇌를 그려냈다면, 이 소설은 가정을 중심으로 하되 사회적인 것이 원인임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는 점에서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투시하려고 하는 작가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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