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대리점 사업을 하다가 IMF때에 완전히 쫄딱 망해서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안효숙씨의 이야기...
남편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냥 대충대충 살자고 하면서 술먹고 행패를 부리고, 애들을 키우기는 막막하고... 안효숙씨는 거리에 나가서 자판을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외칩니다... 나는 자꾸만 살고 싶다.. 라고...
정말 눈물나는 이야기입니다. 애들은 다른곳에 보내고, 남편은 돈벌어 온다고 하고는 떠나버리고, 혼자서 자판을 시작하면서 매일 팔다남은 빵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혼자 살면서 말을 잊을까봐 혼자서 이런저런 말을 중얼거리는 그녀의 모습에서 정말 눈물이 나옵니다...
과연 나라면... 어쩔까.. 어떻게 할까...
저렇게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힘을 내는 주인공을 보면서 저도 다시 한번 힘을 내야겠습니다...
이런 이야기외에 가족의 소중함, 전원생활의 즐거움... 시골인심에 대한 느낌 등도 좋습니다...
<도서 정보>제 목 : 나는 자꾸만 살고 싶다 : 오일장 떠돌이 장수 안효숙의 희망통신
저 자 : 안효숙
출판사 : 마고북스
출판일 : 2003년 2월
구매처 : 오디오북
구매일 :
일 독 : 2005/9/6
재 독 :
정 리 :
<이것만은 꼭>
포기하지 말자! 절대로! 어떻게든 살아남자!
<미디어 리뷰>
저자 안효숙 |
1961년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났다. 소박하고 우애 깊은 집안의 막내로 순하디순한 눈망울 껌벅이며 자랐다. 결혼, 그리고 남편의 알콜 의존과 폭력으로 삶의 신산을 깊게 맛보았고, 5년 전엔 알차게 꾸려왔던 가게의 부도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절박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어떻게든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길을 찾기 위해 식당 구정물통에 손을 담그고 거리에서 빵을 구워 팔며 세상과 맨살을 부볐다. 그리고 이제, 오일장을 찾아 떠도는 동동 구리무 장수가 되어 앞으로만 달려가는 세상이 떨구어 놓은 알곡을 하나하나 줍고 있다. 그는 고된 노동을 마치고 돌아온 밤, 숨소리 고르게 잠든 아이들 머리맡에서 살아 있음을, 세상에 대한 애정과 희망을 놓지 않았음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스스로 확인했다.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가상의 세계였지만 ‘그여자이야기’ 혹은 ‘손풍금’이라는 아이디를 통해 저 낮은 곳으로부터 타전되어 오는 뜨거운 삶의 통신은 이내 같은 더듬이를 가진 온라인족의 눈을 끌고 마음을 끌었다. 그가 그들의 마음에 조그만 등불을 켰고, 다시 그들이 그의 외롭고 고단한 삶에 따뜻한 불을 밝혀 주었다. 겹겹이 쌓이는 고난 속에서도 순하디순한 눈망울만큼은, 어려운 이웃을 향한 보드라운 마음만큼은, 아름다운 것을 향한 지극하게 예민한 촉수만큼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그가 나지막하게 풀어내 놓는 삶의 이야기에는 우리 모두의 고단한 세상살이를 어루만져주는 희망이 움트고 있다. |
거리로 내몰린 가족
5년 전 우리 사회를 휩쓸었던 IMF 관리체제를 우리는 지금 까맣게 잊은 듯하다. 하지만 그 환란을 통해 우리 사회가 겪었던 가족해체의 아픔은 쉬 치유되기 어려운 상처로 남았다.
아버지는 노숙자로 떠돌고, 어머니는 가출, 아이들은 고아 아닌 고아가 되어 시설로 보내지는 참상이 여기저기서 목격되었다.
이 책의 저자도 같은 상황에 내몰렸다. 부도 이전부터 그녀의 삶을 얼룩지게 했던 남편의 알콜 의존과 폭력이 없었더라도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채 내일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예쁜 딸아이는 가정환경조사서를 받아들고 당혹해 하는 엄마에게 “있는 그대로, 걱정하지 말고” 그냥 쓰라고 말해줄 만큼 의젓하게 자랐다. 보일러 기름이 떨어진 겨울날, 김밥 말기 놀이를 하자며 장롱 속 이불을 있는 대로 꺼내 아이들을 돌돌 말아넣고 계란 후라이 덮는다며 담요를 덮어준 뒤 탈무드를 읽어주어 잠을 재우고는 정작 자신은 뼛속까지 시려오는 추위를 견디며 잠 못 이루던 어머니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실이었으리라.
그리하여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가족을 거리로 내모는 사회적 상황, 가정 내 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여성과 아이들의 문제를 목도하면서, 한편으로 한 개인의 치열한 노력이 크나큰 절망을 어떻게 이겨내며 아이들의 소중한 삶을 어떻게 지켜내는지 확인한다.
절벽 같은 세상을 향한 소통의 욕구
“한 발자국만 밀려도 절벽 아래로 떨어질 상황이었을 때도 한번도 희망을 놓은 적이 없는” 그녀에게 힘을 실어준 것은 인터넷이었다. 거리에서 떨며 화장품을 팔고 돌아온 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살아있음을, 세상에 대한 애정과 희망을 놓지 않았음을 스스로 확인했다.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결코 녹록치 않은 일임을 뼛속 깊이 실감하는 중년의 갑남을녀들이 서로의 삶을 나누는 피플475닷컴,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의 어려움을 함께 다독이는 아줌마닷컴 등에서 그녀의 글은 언제나 두드러지게 높은 클릭 수를 기록했다. 고난 속에서도 올곧게 자라주는 아이들, 떠밀려 흘러들어온 시골 동네의 착한 이웃들, 장터의 고단한 삶의 풍경을 따뜻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전해오는 그녀의 이야기는 읽는 이들의 마음에 조그만 등불을 켰고, 다시 그들이 그녀의 외롭고 고단한 삶에 따뜻한 불을 밝혀 주었다.
그럼에도 아름다운 마음이 우리를 구원한다
그녀가 장거리의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그녀가 참으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자반 한 손 사기가 어려워 생선장수에게 봉변을 당하는 할아버지를 민망하지 않게 감싸안는 마음 씀씀이가 아름답고, 파리 날리는 옆 좌판의 사정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조용한 배려가 따뜻하다.
스스로도 넉넉하지 못한 사람이 실천하는 이웃 사랑은 그만큼 값진 것.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운 마음이 우리를 구원하리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못하게 하는 힘이 이 책에 있다.
추천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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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추천의 글>
착하고 끈질기고 아름다운 사람, 안효숙 / 도종환
<글머리에>
다시희망을 길어 올리며
<찌그러진 주전자가 살가왔던 시간>
옥탑방 / 봄의 뜨락에서 / 바닐라 수제비 / 울엄마 / 얼룩 송아지 / 울오빠 / 큰언니 / 연탄난로 위 양은 주전자 / 차라리 네가 엄마 해라 / 김밥말이
<그래도 세상은 온통 봄날>
나는 자꾸만, 자꾸만 살고 싶다 / 옥천장 사람들 / 아줌마도 천 원, 아저씨도 천 원 / 빈처 / 테미고개 / 고운 사람 / 그 여자와 그 남자 / 빈집 / 여름 미꾸라지, 겨울 번데기 / 마이콜 아저씨 / 구리무는 무슨 / 비의 랩소디 / 메밀묵 / 황금장 여관 / 들깨보다 더 고소한 / 내가 어찌 기억하냐구?
<낮게 사는 사람들>
파란 대문집 채송화 집사님 / 차암 좋은 우리 이장님 / 호랑이 할머니 / 은수아빠가 바람이 났다네요 / 봄날은 간다 / 노란 손수건 / 눈 풍년 / 누렁이 / 콩밭 매는 아낙네야 / 소리 내어 울다 / 바보상회 보리밥 / 재 너머 칠복다방
한동안 비어 있던 내 좌판 앞에 허리 굽은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선다. 할머니는 그냥 가자고 할아버지의 손을 잡아끈다. “아녀. 내가 하나 사줄껴. 당신 이거 사고 싶어 했잖여.”하시는 할아버지께 할머니는“아이쿠. 아녀유. 돈두 없구먼유. 다 늙은사람이 구루무는 무슨 구루무. 내 괜히 해본 소리였구먼유.이 나이 되도록 안 발라도 잘 살고 있는걸유.”대답하시고는 내 옆 생선 파는 아저씨한테 다가선다. “이 고등어는 얼마유? 짭짤한 거로 한 손만 주세유.” 하지만 할머니는 속주머니에 넣어둔 돈을 꺼내다 말고 “아이고. 아이들이 주고 간 천금 같은 오만 원이 이젠 이만 원밖에 안 남았네. 추석 때 주고 간 돈인데, 객지 나가 몸 상하며 벌어다 준 돈인데. 이렇게 쓰면 안 되는데.”하시며 벌써 토막 내어 담아놓은 고등어를 도로 내려놓고 일어선다. 생선장사 얼굴이 확 변하더니“추석 지난 지가 벌써 두 달이 넘어가는데 돈 오만 원 주고 간 것을 여지껏 들고 있어요? 참 어지간한 노인네네. 그럼 돈 삼만 원으로 두 달을 지냈다는 거여? 그자식도 누군지 대단하네. 요새 오만 원이 돈여? 이 토막난 고등어는 누구한테 팔란 말이요.”하고 소리치고 할머니는 머뭇거리는 할아버지 손을 놓고 굽은 허리로 혼자 앞서간다. “나한테는 돈이 없어서. 미안하우. 미안하우.” 죄 지은 듯 더듬거리며 발길을 돌리는 할아버지 등 뒤로 생선장수 아저씨는 “에이, 재수없어.” 투덜대며 소금을 뿌리더니만 그래도 화가 안 풀리는지 봉지에 담은 고등어를 들고 쫓아가며 “영감님.” 하고 소리친다. 앞서가던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향해 거기 서 있지 말고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게 급하다. 덩달아 마음이 급해진 나는“아저씨. 제가 가지고 갈께요. 장사 끝나고 사갈려고 했는데 저 주세요. 할머니가 돈이 없으신 모양이네요. 그럴 수도 있잖아요.”하고 생선장수 아저씨를 달랬다. 할아버지는 못내 마음에 걸리는 듯 뒤를 돌아보시다가 나하고 눈이 마주쳤다. 난 가볍게 고개를 숙여 ‘걱정하지마세요.’하는 마음인사를 전했다. 오만 원을 갖고 두 달을 주무르고도 고등어 한 손 사기가 그토록 어려워 봉변을 당한 할머니의 마음을 되짚어보니 가슴이 아려왔다. 해가 넘어가고 장사 접을 준비를 하는데 오전에 할머니 손에 이끌려 갔던 그 할아버지가 내 앞에 서서 머뭇거리신다. “어, 할아버지 다시 오셨네요. 무슨 일이세요?”여쭈니“애기 엄마. 집이 어디인가? 도회지 사시는가?”하신다. “네. 왜 그러시는데요?” “아까 그 고등어 애기엄마가 샀지요?” “네. 제가 필요해서 산 거예요.” “이거 내가 농사 지은 참깬데 참깨 사다 먹으면 이 참깨하고 고등어하고 바꾸면 어떨까. 염치없지만.”손에 들고온 비닐봉투를 펼쳐보이며 머뭇머뭇 말을 꺼내시는 그 표정에서 얼마나 많이 망설이며 한 걸음인지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세요. 그렇게 하세요. 그렇잖아도 깨 사야 했었는데. 잘 되었네요.”하자 할아버지 얼굴에서 민망함과 곤혹감이 사라지고 금세 환해진다. “그런데 이 참깨 다 가져요?” “그려. 그거 다.”하시고는 할아버지 눈길이 화장품에 가서 머문다. “이거 할머니 갖다 드리세요. 세수하고 바르시면 돼요. 그리고 이건 할아버지 바르시구요.”하고 화장품 두 개를 건네니 아이고. 내건 관두고 우리 할망구 거나 주면 돼요. 그런데 그래도 되나? 내가 너무 염치없구먼.”하신다. “아니에요. 이정도면 참깨 만 원어치도 넘어 보이는걸요. 할아버지도 가지고 가세요. 그래야 계산이 맞아요. 괜찮아요.” “정 그러면 염치없지만 내 것도 우리 할망구 거로 바꿔주면 안 될까.”하며 웃으시는 모습이 눈물나도록 정이 넘친다. 할아버지 말씀대로 할머니 것으로 두 개 챙겨드리고 고등어도 넘겨드렸다.“조심해서 가세요. 할아버지.”하니 아까처럼 자꾸 뒤를 돌아보시며 그려. 그려유. 복받을껴. 복받을껴. 내 잘 쓸게요. 우리 할망구가 좋아하겠는걸.”하신다. 별반 팔지는 못했지만 오늘 만큼은 착한 일 했다 싶어 스스로에게 동그라미 백점을 주고 나니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pp. 130∼132 |
굴다리 밑에 쥐약 파는 아저씨가 내 스카프를 주워들고 계신다. 그 옆으로는 빨래집게와 실타래 등속을 파는 아줌마, 눈만 빼꼼 내놓고 목도리 둘둘 감은 채 꽁꽁 얼다시피 한 감 몇 개 놓고 앉아 계시는 할머니가 보인다. 한 바퀴 둘러본 내 눈길이 닿은 곳은 연탄불 화덕 위에 얌전히 올라 있는 흰 가래떡. 천 원에 여섯 개다. 가래떡 굽는 냄새가 고소하게 퍼진다. 한입 베어 무니 아...맛있다. 굴다리를 나와 옆자리에 있는 아주머니들 하나씩 잡숴보시라고 가래떡을 돌렸다. 그런데, 아주머니들 모두 어린아이마냥 콧물을 흘린다. 추워서 절로 흐르는 콧물을 닦아내는 손등들은 죄 터져 있고 손마디 끝은 쩍쩍 갈라져 있다. 한 해 동안 피땀 흘려 농사짓고 겨울장에 먹거리 들고 나온 아주머니들 손은 눈뜨고 볼 수가 없다. 흙일에 다 갈라진 손끝이 얼어서 피가 맺혀 있다. 열 분 중 일고여덟 분은 모두 이런 손을 지니고 있다. 떡가래 물고 서 있는 내가 철없이 느껴져 죄송한 마음이 들 정도다. 알토란 같은 자식 끼고 살아내기 위해서 얼마나 애를 썼던 손들인지... 이런 날 서로 쳐다보고 있으면 눈물이 난다.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한 주먹 치밀어 올라 손 낫게 해주는 내 화장품을 하나씩 돌렸다. 어차피, 앞으로 남기고 뒤로 밑지는 쑥맥 소릴 듣는 내가 아니던가. 화장품 받아든 아주머니들 고마워하시며 시금치, 무, 파, 밤... 팔려고 가지고 나온 것 조금씩들 들려주신다. 사양해도 소용없다. 안 받으면 혼난다. 내가 돌린 화장품 값어치를 금세 넘어버린다. 나는 본의 아니게 영악한 사람이 되고 만다. ...... 얼마 전부터 한가한 시간이면 인터넷에 올리곤 했던 내 장터 이야기를 읽고 서울서 누가 찾아왔다. 순간, 장터에 서있는 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멀리서 찾아온 손님을 피해 급히 짐을 쌌다. 당황했던 탓도 있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는 기운을 잃었다. 낮은 자리에 선 사람들의 성실함을 닮겠다고 했던 내가... 비겁하고 속 좁은 짓이었다. 먼 곳에서 온 손님은 내 옆자리 과일노점 순영이 엄마한테 길에서도 따뜻하게 몸을 덥힐 수 있는 손난로를 맡기고 갔다. 그 손난로를 받아들고 얼굴도 모르는 그 분을 떠올리며 나는 자꾸만 자꾸만 살고 싶어졌다. 그날 이후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늘 나와 함께 한 손난로를 장거리 사람들은 신기해하고 부러워했다. “그건 어디서 사는 거유. 아이고, 따숩네. 어쩌자고 이렇게 작은 것이 따숩댜. 우리는 돈 있어도 이런 거 어디서 사는 건지 몰라서도 못사네. 증말로 돈은 있는디.” 장 보러 나온 사람들도 한번씩 쳐다보는 손난로. “그거 참 신통하네.”들 했다. 춥지만 추운 줄을 모른다. 바람 불던 그 황량한 신탄장거리의 추위를 막아주던 작은 손난로, 불어나는 매상, 친근해지는 장거리 사람들, 보이지 않지만 전해져 오는 따뜻한 마음들... 세상은 온통 봄날이다. 살아가면서 단 한번도 희망을 놓은 적은 없다.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면 절벽 아래로 떨어질 상황이었을 때도 나는 한번도 희망을 놓은 적은 없다. 살아가다 보면 더없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고집스럽게 믿었다. 돌아보면 사방이 꽉꽉 막힌 벽이었을 때도 잠시 숨을 멈추고 기다렸다. 벽이 열릴 때까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외치면서. 나는 자꾸만 자꾸만 살고 싶다.--- pp. 74∼78 |
그 해엔 겨울이 유난히 빨리 온다고 했다. 일찍부터 처마 끝이 얼어붙는데 차가운 구들장이, 일찍 진 꽃들이 사뭇 원망스러웠다. 해를 잡고 늘어지고 싶은 마음 위로 두런거리는 아이들의 속삭임이 낙엽처럼 쌓이고 있었다. 추위도 가난만큼 고독하다는 것을 그해 겨울 알았다. 몇 해 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눈이 많이 와서 읍내서 동네 들어오는 시내버스가 이틀 동안 재를 넘지 못해 끊겼고 아이들은 시냇가에 아기노루가 내려왔었다고 소리 높여 떠들고 다녔다. 대문 없는 마당에 아이들이 눈사람을 두 개나 만들어놓고 미끄럼을 탄다며 비료 푸대를 하나씩 들고 언덕 위로 올라갔다. 누렁이가 신나게 꼬리를 흔들며 아이들을 뒤따르는 것을 본체만체 나는 보일러실을 불안하게 들락거렸다. 일찌감치 저녁밥을 해먹고 방에 들어앉았다. 옛집이라 등은 따뜻한데 웃풍이 세서 누워 있으면 코가 시렸다. 세상이 온통 흰눈으로 덮여 그 새하얀 빛이 달빛마저 하얗게 흡수해버린 밤. 보일러 스위치에서 띠띠 하는 소리가 나더니 비상깜박이가 들어왔다. 기름이 떨어졌다는 신호였다. 하필 이 추운 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그때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너희들 김밥놀이 하고 싶다고 했지? 일어나 김밥놀이 하자. 엄마가 김밥말이 해줄게. 자, 일어나. 어서.” 엎드려서 만화책을 보며 낄낄거리던 두 녀석은 내 말에 뛸 듯이 좋아한다. “정말? 야, 신난다. 정말이지 엄마?” 나는 그럼, 그럼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장롱 속에 있는 이불을 모두 내려놓았다. “지금부터 김밥 만다아.” 먼저 큰 녀석을 이불 속에 넣고 돌돌 말았다. 그리고는 작은 녀석도 둘둘 말았다. 이불 틈새로 얼굴만 쏙 내민 두 녀석이 서로를 보고는 재미있다고 까르륵댄다. 아이들이 밥이고 이불이 김이다. 이게 바로 짱구 만화에 나오는 김밥놀이다. “움직이지 마! 김밥 풀어진다. 가만 있어. 마지막으로 계란 후라이 덮는다.” 하고 담요를 덮어주었다. “엄마, 더워. 숨막혀.” 하는 아이들. “이제 엄마가 책 읽어줄게. 가만히 들어봐.” 그날 밤 나는 아이들에게 유태인의 ‘탈무드’를 읽어주었다. 잠자코 듣고 있던 아이들이 어느새 고른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쌔근거리는 숨소리 사이로 밤은 깊어갔다. 점점이 온기가 걷혀가며 추워지고 있었다. 아이들 옆자리에 비집고 누웠는데 코끝도 시리고 마음도 시렸다. 젠장, 누가 나도 김밥처럼 말아주었으며... 추위와 둘이 날이 새도록 누워 있는데 뼛속까지 시려왔다. 문 창호지에 비친 하얀 세상 때문에 시린 게 아니었다. 여인의 옷벗는 소리처럼 사그락거리며 내리던 눈 때문만도 아니었다. 그날 밤 잠이 오지 않은 것은 한겨울 추위에 기름이 떨어져버린 서러움보다는 그 서러움을 함께 나눌 사람이 곁에 없다는 아픔 때문이었다. 그 아픔이 추운 마음을 매섭게 파고들었다.--- pp. 67∼69 |
딸아이가 중학생이 되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가정환경조사서를 가져왔다. 직업, 주거환경, 월수입... 볼펜을 손에 쥐고 한참 헤매며 앉아 있던 나와 딸아이의 눈이 마주쳤다. “엄마, 그냥 써. 있는 그대로. 걱정하지 말구요.” “그래도 되겠니?” 듣고 보니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써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간단한 걸. 이 어린 딸이 가끔 내 친구가 되기도 한다. 아니 나보다 더 생각이 깊을 때가 많아 놀랄 때가 있다. ...... 언젠가 아이들이 볼까 싶어 사용하지 않는 방으로 두꺼운 겨울이불 꺼내 들고 들어가서 세 겹을 뒤집어쓰고 펑펑 우는데 딸아이가 이불 사이를 들추고 들어와 조심스럽게 말했다. “엄마. 내가 무슨 말 하나 해줄게. 엄마, 잠깐만 그만 울고... 엄마, 이거 알아? 사람은 슬퍼서 우는 게 아니고 울어서 슬픈 거래. 사람은 기뻐서 웃는 게 아니고 웃어서 기쁜 거래. 그러니까 엄마도 웃어. 그럼 기뻐지니까.” 이렇게 착한 딸아이 마음 아프게 한 나는 철없는 엄마다. 언젠가는 셋째 언니가 딸아이에게 “네 엄마 좀 부탁해. 네가 하도 의젓하고 이뻐서 언니 같다. 차라리 네가 엄마 해라.” 했다.--- pp. 63∼64 |
하루 종일 손수레에서 빵을 굽고 집으로 들어가면 불이 꺼져 있다. 아무도 기다려 주는 사람이 없다. 열쇠를 찾아 방문을 열면 어둠이 방안에 깊게 고여 있었다. 방안에 들어서면서 무너지듯 주저앉는다. 아이들을 데려오려면 힘을 내야 하는데, 기껏 죽지 않으려고 밥을 먹었다. 밥이 안 넘어가면 죽지 않으려고 죽을 끓여 먹었다. 부지런히 먹긴 먹었는데 점점 살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처녀때 몸무게보다 가벼워졌다. 덜컥 겁이 났다. 입던 옷이 헐렁거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현기증이 나서 주저앉아 버렸던 그 시간. 나를 위해서는 반찬 한 가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저 붙어 있으니 목숨이었던 게다. 살면서 돈을 아까워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 시절 죽을 끓이든 밥을 끓이든 나를 위해서는 쌀 한 줌 사는 돈이 아까웠다. 하루 일을 마치면 팔리지 않은 빵 반죽이 남았다. 하루 종일 발효하여 더 크게 부풀어오른 빵 반죽. 쓰레기 봉투는 240원. 남은 반죽 버릴 쓰레기 봉투값도 아까웠던 때다. 팔리지 않아 남은 밀가루 반죽을 설거지 세제 대신 쓰기 위해 얼마간 떼어놓고 나머지로 수제비를 끓였다. 이스트와 바닐라향과 설탕가루가 든 반죽으로 끓인 수제비. 달착지근한 게 중국집을 찾아들면 느껴지는 향료냄새가 끓어올라 고개를 외로 꼬기도 했다. 그래도 그 수제비를 먹었다. 쓰레기봉투 값도 줄이고 쌀값도 줄이기 위해서였다. 그해 빵 굽는 손수레가 팔릴 때까지 날이면 날마다 혼자 수제비를 끓여먹었다.--- pp. 31∼ |
성공한 사람들의 실패담
나폴레옹은 수필가로 실패했으며,
셰익스피어는 양모사업가로 실패했으며,
링컨은 상점경영인으로 실패했으며,
그랜트는 제혁업자로 실패했다.
하지만 그들 중에 어느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른 분야로 옮겨가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 노력했으며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 프랭크 미할릭의《느낌이 있는 이야기》중에서 -
* 실패가 사람을 강하게 만듭니다.
'작은 실패'가 사람을 성공으로 이끌고,
'큰 실패'가 사람을 위대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