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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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좀 답답하다는 생각으로 읽었는데... 다 읽은 순간 많은 만감이 교차합니다...
먼친척간인 두 남녀의 풋내기 같은 만남...
그리고 여자의 일방적인 통보로 알려온 결혼으로 인한 이별...
망가진 생활끝에 주위의 부탁으로 다시 만나게 되는 두번째 만남...
남자의 실명으로 인한 두번째 이별...
어머니로 부터 들은 아직도 그녀를 잊지 못하고 방황하는 남자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파서 다시 만나게 된 세번째 만남...
그리고 그 남자에게 이제 더이상 이렇게 살지 말라는 욕설과 함께 세번째 이별...
먼 시간이 흐른후...
서로간의 세월이 한참 흐른후... 네번째 만남... 그리고... 눈물...

여자주인공의 입장에서 써간 이야기이지만... 난.. 나는 그 남자의 입장에서 소설에 빠져 버렸다...
두번째 이별과 세번째의 만남사이에서 방황하는 나의 이야기를 남의 이야기처럼 듣고 있는 나를 보았다...

약간은 허무한듯하면서 담담하고, 징하게 끝난 소설 뒤로...

Tei의 사랑은.. 하나다... 를 들었다...

이 노래가 이 소설을 읽은 작사가의해서 씌여졌다는 확신을 가지며...

마음을 틀어막아도 눈물이 샌다
그눈물만큼씩 그 사람 내 가슴에 찬다
어제까지 슬픔에 말이 없던 눈물이
이제는 끝났다는말 다시 내 흘러도
저 하늘 밖에 모른다 사랑했던날
그사람 목소리같아서 발소리같아서
맨발로 달려나가다 놀라서 뒤돌아보다
날속이는 나 때문에 또 아파도

시간아 먼저 떠나라 조금 난 늦을것 같다
이곳에 더 멈춰서 난 기다릴테다
목숨이 하나듯 사는동안 내겐 그 사람은 사랑은 하나다

미동조차도 않는다 추억은 항상
내 머리로 다 잊어도 가슴은 못잊어
자석에 같은 극처럼 다가올 추억까지도
더 서둘러 또 밀치고 말테니까

시간아 먼저 떠나라 조금 난 늦을것 같다
이곳에 더 멈춰서 난 기다릴테다
목숨이 하나듯 사는동안 내겐 그 사람은
이런내가 나도 지겨워 진저리 나서 가끔은
그사람을 애꿏게 원망도했다
허나 슬프게 미안하게도 조금씩 난 사랑을 나눠 쓰는법을 모르니

사랑아 그냥 있어라 그래야 숨쉴것 같다
꽃이피지 않아도 향기가 없어도
괜찮다 괜찮다 아픈 채 살라고 행복하다 이대로
너무 늦은 인사겠지만 고맙다 내게로 와줘서


<도서 정보>
제   목
: 그 남자네 집
저   자 : 박완서
출판사 : 현대문학
출판일 : 2004년 10월
구매처 : 오디오북
구매일 :
일   독 : 2005/7/11
재   독 :
정   리 :

<이것만은 꼭>
추억은 추억일뿐이지만... 앞으로 그 추억을 뛰어 넘는 행복한 날이 올것이다... 아니 오게 만들것이다...
잊으려고 하지 말자... 그렇다고 아파하지도 말자... 추억은 추억일뿐이니까...
앞으로.. 앞으로...


<미디어 리뷰>
개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박완서 씨에게 한국전쟁은 평생 잊을 수 없을 없는 기억으로 남는다. 의용군으로 나갔다가 부상을 입고 거의 폐인이 되어 돌아온 `똑똑했던` 오빠가 `이제는 배부른 돼지로 살겠다`던 다짐을 뒤로 하고 여덟 달 만에 죽음을 맞이하고, 그후 그의 가족은 남의 물건에까지 손을 대게 되는 등 심각한 가난을 겪는다. 결국 대학을 중퇴하고 미군 PX에서 일하다가 훗날의 남편을 만나게 된다.
한국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다룬 데뷔작 <나목>과 <목마른 계절>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아저씨의 훈장> <겨울 나들이>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등을 비롯하여 70년대 당시의 사회적 풍경을 그린 <도둑맞은 가난> <도시의 흉년> <휘청거리는 오후> 등까지 저자는 사회적 아픔에 주목하여 글을 썼다. <살아있는 날의 시작>으로부터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작가는 <서 있는 여자>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등 점점 독특한 시각으로 여성문제를 조명하기 시작한다. 또 장편 <미망><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등에서는 개인사와 가족사를 치밀하게 조명하여 사회를 재조명하기도 한다.


한국 현대소설사의 연륜을 그대로 담고 있는 거목, 소설가 박완서의 열다섯번째 장편소설이다. 전후 50년대 서울의 피폐한 풍경이 눈에 보이듯 그려지고 있는 이 작품은, 현재 나이 든 주인공이 당시의 첫사랑 ‘그 남자’가 살았던 돈암동 안감내를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머니의 외가 쪽 친척인 그 남자네가 내가 사는 동네의 홍예문이 달린 기와집으로 이사오고, 그 남자와 만남이 시작된 것은 그로부터 몇 해 후, 대학생 신분으로 미군부대로 일을 다니던 내가 어느 날 겨울 저녁 퇴근하는 전차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 집안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폐허의 서울 거리 구석구석을 누비며 ‘내 생애의 구슬’처럼 빛나는 행복한 겨울을 보낸다.

그러나 그는 ‘한 푼도 못 버는 백수’였고 나는 ‘다섯 식구의 밥줄’이었다. 그와는 반대로 미군부대에서 만난 전민호는 ‘웬만한 허물을 덮고도 남을 만큼 대단한’ 은행원, 나는 결국 민호와 결혼을 결정하고 그 남자와는 이별을 선언한다. 그러나 결혼은 환상이었고, 그 환상은 곧 깨졌다. 당장 생활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결코 남편은 부자가 아니었다. 남편이 가져다주는 월급으로 어렵게 한 달을 꾸리다보면 늘 가계부는 늘 적자였고, 시어머니와의 갈등은 사사건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시어머니는 나와 종교관까지 달라 집안의 온갖 대소사를 박수무당과 의논하여 결정하였고, 심지어 아이가 들어서는 것까지 무당의 말을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결혼생활은 신혼의 재미가 뭔지도 모르는 채 급격히 권태로워졌고, 그 즈음 시장통에서 ‘그 남자’의 누나를 우연히 만나 그의 소식을 듣게 되고, 급기야 첫사랑과의 재회에 이르게 된다. 밀회의 횟수가 늘어갈수록 위기의 순간은 다가왔고, 어느 날 그는 하룻밤의 밀월여행을 제안했고, 나는 ‘짜릿한 기쁨’을 느끼며 그날을 기다린다. 그날은 그러나 또다른 이별이 된다. 그날 그는 기차역에 나타나나지 않았고, 나는 ‘어딘가로 붕 떠올랐다가’ 다시 이 세상에 팽개쳐진 기분에 빠진다. 그 남자가 뇌수술을 했고, 눈이 멀게 됐다는 사실을 들은 나는 얼마간의 세월이 흐른 후 그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그와 재회한다. 눈 앞에 나타난 그는 ‘시력을 잃고 나는 귀여움을 잃은’ 채였다. 나는 그에게 위로의 말보다 육친애적 분노를 느끼며 장님임을 인정하고 새롭게 살아가라고 욕설을 섞어 울부짖듯 충고하는 것으로 첫사랑을 지운다. 그리고 그 남자를 끝으로 다시 만난 건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였다. 그는 그때 중학교 여선생과 결혼하여 아이를 하나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미고 있었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회상하며 점점 더 굵은 눈물을 흘리는 그 남자를 나는 무너지듯 포옹하며 담담하고 완전한 결별을 이루게 된다.

이 작품 역시 박완서만의 독특한 페이소스와 기지 넘치는 문장이 전체를 이루고 있어 읽는 재미는 물론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중심 줄거리에서 벗어나는 등장인물들 각각도 개성이 두드러져 이 작품의 축을 받쳐준다. 첫사랑이라는 본성에 가까운 감정과 대비를 이루며 전후 피폐한 일상과 그 생활전선을 직접 몸으로 겪어야 했던 여성들의 실상이 가슴 찡하게 그려져 있다. 그것은 이 각박한 현실을 그럼에도 살아내야 한다는 삶의 억척스러운 의욕이며, 삶의 원시적 동력이다. 이 점이 흘러넘치고 있는 이 작품은 때문에 갖 뛰어오르는 등
푸른 생선처럼 신선하다.



<정호의 정리>한길에서 그 집을 들여다보면 대문이 보이지 않고 고궁에서나 볼 수 있는 홍예문이 보였다. 홍예문은 사랑마당으로 통하는 문이었고 안채로 통하는 대문은 홍예문이 달린 담장과 기역자로 꺾인 곳에 달려 있었다. 난 왠지 문지방이 돌로 된 위압적인 솟을대문보다는 단아하고 고풍스러운 홍예문에 더 압도당하고 있었다. 추녀를 나란히 한 고만고만한 조선 기와집하고는 격이 달라 보였다. 마침 짐을 나르던 청년이 우리 곁에서 머뭇대며 아는 척을 하고 싶어 하는 눈치를 보이자 노마님이 우리 막내라고 인사를 시켰다. 서글서글한 미남이었다.
--- p.17

그해 겨울 퇴근하는 전차 안에서 그 남자를 만났다. 남자가 먼저 반색을 했다. 그는 다짜고짜 나를 누나라고 불렀다. 누나라는 말은 묘했다. 마음을 놓이게도 섭섭하게도 했다. 늦은 시간의 전차 안은 텅 비어 있었지만 그 안에서는 서로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는 것 이상의 감정표현을 하지 못했다. 종점에서 내려서 불빛이 희미한 빵가게로 들어갔다. 가슴이 울렁거리고 발밑의 언 땅이 고무공처럼 나의 온몸에 탄력을 주었다.
--- p.29

포장마찻집에서는 딴 손님이 없을 때에만 그런 객쩍은 짓을 했기 때문에 주인남자도 잠자코 귀를 기울였다. 다 듣고는 분수에 넘치는 사치를 한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나에겐 그 소리가 박수보다 더 적절한 찬사로 들렸다. 우리에게 시가 사치라면 우리가 누린 물질의 사치는 시가 아니었을까. 그 암울하고 극빈하던 흉흉한 전시를 견디게 한 것은 내핍도 원한도 이념도 아니고 사치였다. 시였다.
--- p.42

그 살벌했던 날, 포성이 지척에서 들리는 최전방 도시, 시민으로부터 버림받은 도시, 버림받은 사람만이 지키던 헐벗은 도시를 그 남자는 풍선에 띄우듯이 가볍고 어질어질하게 들어올렸다. 황홀한 현기증이었다. 이 도시 골목골목에 고인 어둠, 포장마차의 연탄가스, 도처에 지천으로 널린 지지궁상들이 그 갈피에 그렇게 아름다운 비밀을 숨기고 있는 줄은 미처 몰랐었다. 그 남자의 입김만 닿으면 꼭꼭 숨어 있던 비밀이 꽃처럼 피어났다.
--- p.66

나는 애처로워서 어쩔 줄 모르겠는 마음으로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스산한 표정이 이해되었다. 자다 말고 절망적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면 저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를 치유할 수 있는 신비한 힘이 내 안에서 흘러넘쳐 촉수가 되어 그에게로 뻗혔으면 하는 황당한 열망으로 나는 불화로처럼 달아올랐다.
--- p.171

50년대 초, 내가 결혼해서 시집살이를 한 동네는 좁고 꼬불탕한 골목 안에 작은 조선 기와집들이 처마를 맞대고 붙어 있는 오래된 동네였다. 특별히 가난할 것도 넉넉할 것도 없는 평범한 주택가였지만 전쟁이 막 끝난 때니만큼 사는 모습들은 제각기 치열하고도 남루했다. (…) 그 남루하고 척박한 시대에도 문학이 있다는 게 그렇게 내 가슴을 울렁거리게 했다. 문학 때문에 가슴이 울렁거리고 나면 피가 맑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다. 그때 문학은 내 마음의 연꽃이었다. 진흙탕에서 피어난 아름다움이었고, 범속하고 따분한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는 힘이었다.
--- '책머리에' 중에서

청첩장을 내보였다. 내용을 확인하더니 조금 돌아앉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중얼거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격렬하게 흐느꼈다. 나는 그의 어깨가 요동치는 걸 보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를 보듬어 내 품안에 무너져내리게 하고 싶었다. 그때 그가 바란 건 어머니의 품속 같은 위안이었는지도 모르는데 나는 그렇게 해줄 자신이 없었다. 내가 감추고 있는 건 지옥불 같은 열정이었다.

아기는 백날 잔치를 한 후에도 계속해서 예뻐졋?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눈을 맞추고 있으면 이렇게 예쁜 아기는 이 세상에 없을 것 같은 만족감보다 더 큰 기쁨을 느꼈다. 그건 우리 아기는 장차 절대로 나쁜 사람은 될 수 없다는 확실한 예감이었다. 출세를 할 거라느니, 돈을 많이 벌 거라느니 하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이 아이는 선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이 세상에 모든 좋은 것, 아름다운 것과 교감하고 느끼고 구가할 것이다. 나는 내가 창조한 사랑하는 자식에게 온 세상을 준것이다. 나는 자신있게 그걸 믿었다.

우리의 포옹은 내가 꿈꾸던 포옹하고도 욕망하던 포옹하고도 달랐다. 우리의 포옹은 물처럼 담담하고 완벽했다. 우리의 결별은 그것으로 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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