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오늘은 달보러 야간산행을 해야지 했었는데...
큰집에서 추석을 지내고 집에 오다가 보니까...
구름이 잔뜩켜서 그냥 잠이나 자야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저녁이 다되어서 날이 좀 개더라고...
쨉싸게 야간산행 장비... 헤드랜턴밖에 없구만...-_-;;
하고.. mp3플래이어에 패트매트니의 음악을 챙겨서 산에 올라갔지...
근데... 이게 왠일...
다시 구름이 몰려오더라고...
달구경은 포기하고 내려 오려고 하는데...
반대편에서 멋진 낙조가 펼쳐지고 있더라고...
약 2시간정도 앉아서 노을을 감상했었는데 너무 좋더라고...
몇일전에 다시 읽은 어린왕자에서
어린왕자가 하루에 해지는모습을 마흔네번 봤다는 말이 떠오르던데...
그 마음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가더라고...
쌩텍쥐페리가 어린왕자와 했던 대화가 생각난다...
"사람들은 슬플때 해지는 모습을 보고싶어해..."
"그럼 마흔네번이나 해 지는걸 구경했던날, 넌 그렇게도 슬펐었니..."
어린왕자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물론 나도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다...
해가 지는 모습을 보고난후 해드렌턴을 키고 아무도 없는 북한산을 거닐었다...
간혹 야간산행때 드는 기분이지만...
주변 수백미터, 수키로미터내에 나 혼자만 있다는 생각은
슬프거나 외롭다는 생각은 의외로 들지않는다...
그런 생각을 하기보다는 이런저런 사색의 기회를 가지게 된다...
암튼 월출광경은 보지 못했지만, 해지는 모습, 암중산행, 사색 등의
오래간만에 기분 좋은 산행을 가졌다...
물론 이 산행으로 인해 난 오늘까지 3일째 감기몸살로 누워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