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멘터리 - TV가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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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대신 인터넷에서 다운을 받아서 컴퓨터로 보는데, 주로 보는것은 다큐, 영화, 애미, 오락 정도인데, 거의 대부분이 다큐를 보는데 시간을 쓴다.
TV의 문제점은 일방적인 정보전달로서 사람들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바로 다음 장면을 봐야하니까..
난 그런점과 시간에 제약을 받는것이 싫어서 거의 대부분을 재방송으로 인터넷을 받아서 메모를 해가면서 정지를 했다가, 앞뒤로 갔다가 하면서 본다.
근데.. 이런 나의 시청방법도 과연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곤했는데.. 이 다큐를 보면서 정말 컴퓨터를 끄고 한번 살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물론 내가 하는 일이 컴퓨터로 프로그램을 만드는것이니 끄고 살수는 없지만, 꼭 필요할때만, 꼭 써야할때만 사용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꺼놓아야 할것같다. 특히 집에서는 별일이 없으면 음악이나 동영상을 하나 틀어놓고 있는 버릇도 고쳐야 할것이다.
이 생각말고도 내가 만약에 가정을 꾸린다음에 집에 TV를 안놓고 살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생각해 보니 할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 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가능한것이고..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이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20일동안 사람들이 TV를 끄고 살다가 보니 여지것은 TV를 사람들이 바라보았는데, 이제는 TV가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저런 인간적인 모습을 부러워한다는 의인적인 해석인데.. 참 제목 멋있고, 의미가 깊다.
나에게 비유하자면 나의 거의 모든 모습을 바라보는 컴퓨터 모니터를 내가 바라보는것이 아니고, 모니터가 나를 바라보고 감시한다고 생각을 해보자.. 과연 모니터가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열심히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자.. 아무것도 아닌.. 몇일있다가 잊어버리고 말 그런 가십거리에 내 시간과 영혼을 허비하는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당장 TV와 모니터를 꺼버리자!

TV 끄기 식욕 참기보다 어렵다고?

<방송메모>

시간이 길어진다.
TV가 보고 싶다.
일찍 잔다->피곤함이 확 줄어든다. 시간이 남아서 미루어 두었던 일들을 처리한다.
              ->못했던것이 생각나고 하게된다. 남는 시간에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하게 된다.
음악, 책, 라디오 등을 보는 습관과 취미를 갖게 된다. 독서를 즐기는 아이들...
오히려 아이들은 적응을 더 잘한다.(애들은 습관을 쉽게 고칠수 있지만, 어른은 더 어렵다)
독서 -> 질문 -> 대화... 아이들과의 교류
TV는 같은 공간에서 같이 보지만,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것을 느끼고.. 이제는 같은 생활을 공유하려한다.
교감이 극대화, 같이 놀고, 스승이 되고, 친구가 된다.
TV를 볼때는 대충대충 대답만 했는데, 이제는 서로 대화를 귀담아서 듣는다.
TV에서 하는 폭력에 물들고.. 쉽게 방송 내용에 전염된다.
함께하는 시간.. 아이들에 대해서 점점 더 많이 알아가면서 아이들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TV중독은 은연중에 맹목적으로 이루어진다.. 아무런 생각없이... TV의 노예가 된다.
생각해보니 TV시청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것인데.. 뒤늦은 후회...
하루에 2-3시간을 시청하면 평생 10년을 TV를 보고 사는것이라고...

거실을 바꾸어라! TV시청용의 공간이 아닌.. 대화의 공간으로...
보지 않는 TV는 켜두지도 말라
내가 TV를 보는것이 아니라.. TV가 나를 바라 보게하고... TV가 나를 부러워 하도록 살아라...

TV를 끈 이후의 큰 변화 1. 독서, 2. 대화 3. 일찍잔다.

방송보기


 

우리의 일상에서 TV가 사라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당신이 20일간 TV를 끄고 살아본다면- 그것은 지루하고 무의미한 경험으로 기억될까?
아니면 뜻밖의 발견을 하게 되는 기회가 될까?
과연 TV가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은 무엇일까?

'20일간 TV끄고 살아보기'라는 시도를 통해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까?
제작진은 공공기관,사회단체, 각급학교, 인터넷을 통해 이러한 실험의 취지를 알리고
지원신청을 받았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130여가구가 '20일간 TV끄고 살아보기'동참하겠다는 뜻을
전해왔고 그 중 10가구의 동의를 얻어 CCTV를 설치, TV없이 살아가는 20일간의 변화
세밀하게 관찰했다.

한국인은 하루평균 3시간, 평생 10년간 TV를 시청하며 살아간다. (평균수명 76.5세 기준)
현대인에게 TV는 가장 손쉽고 재미있게 정보를 얻는 수단이며, 최고의 오락도구이기도
하다.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소재를 제공하기도 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친구가 되기도 하는 TV.

과연 TV가 사라진다면, 그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일까?
TV를 끈 자리를 채우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TV가 사라진 20일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130여 가정에서 20일간 TV끄고 살아보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제작진의 CCTV와 6mm카메라의 기록과 동시에 더 의미 있는 기록이 진행되었다.
이 특별한 시도에 참여한 가정들은 매일 일지를 쓰며 가족 스스로의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지를 통해 본 이들의 변화는 TV를 끈다는 사소하고 작은 실천에
비하면 너무나도 소중하고 값진 것이었다.

그들의 특별한 20일을 통해 당연하다고 지나쳐왔던 것들,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중요함과 삶의 참 기쁨을 함께 느껴보자.

‘TV 끄고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영희 주부가 들려줬어요!
‘놀랍게 달라진 내 남편, 우리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
대부분의 집들이 오랜 시간 TV를 켜놓고 산다. 만약 집안에서 TV를 끈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20일 동안 온 가족이 TV 없이 지내는 체험을 한 이영희 주부(30)가 TV를 끄고 사는 동안 겪은 체험과 달라진 가족의 모습을 들려주었다.

11월20일(토)

나는 TV를 진짜 좋아하는 두 남자와 함께 살고 있다. 우선 아들 연준이(3)는 TV와 비디오를 너무 많이 본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도 TV를 틀어놓은 채로 놀고, 심지어 남의 집에 놀러 가서도 TV 앞에만 붙어 있다. 채널은 물론 음량까지 알아서 바꾸는데, 어떤 땐 세 살짜리가 맞나 싶다.

연준이도 문제지만 남편의 TV 중독은 더욱 심각하다. 얼마나 TV를 많이 봤으면 리모컨 번호가 다 닳았다. “TV마저 없으면 삶의 낙이 없다”며 집안에 들어서기 무섭게 리모컨부터 찾는 남편은 잘 때까지 리모컨을 끼고 산다. 리모컨이 옆에 없으면 큰일나는 것처럼 밥 먹을 때도 밥그릇 국그릇 옆에 항상 리모컨을 둔다. 그리고 10분 만에 밥을 뚝딱 먹어치우고는 TV 앞으로 간다. 참다못해 내가 “나보다 TV가 더 좋아?” 하며 부부싸움을 한 적도 있다.

이런 우리 집 상황을 잘 아는 언니가 EBS 특집 다큐멘터리 ‘TV가 나를 본다 - 20일간 TV 끄고 살아보기’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라고 권했다. 처음엔 성공하면 출연료를 준다는 말에 끌렸는데 점점 흥미와 호기심이 생겼다. 과연 우리 가족은 20일간 TV를 안 보고 살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20일 후 우리 가족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남편에게 말했더니, TV 없으면 하루도 못 살 것 같다는 사람이 의외로 쉽게 승낙을 한다. “인생에서 힘든 일이 얼마나 많을 텐데 20일을 못 참냐”고 한 내 말이 남편의 오기를 발동시켰나보다. 암튼, 이렇게 해서 우리 가족의 20일 모험은 시작되었다.

11월21일(일)

드디어 시작이다. 조연출자가 와서 “오늘부터 TV를 볼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자 남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한다. 어쩐지 너무 쉽게 찬성을 하더라니…. 앞으로 남편이 잘 참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

처음엔 조용해서 마냥 좋기만 했는데 밤 11시쯤 되니까 슬슬 TV가 보고 싶어졌다. ‘일요일이라 볼 것도 많은데 오늘까지 보고 내일부터 시작하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도 생겼다. 남편은 TV를 안 보니까 답답하고 허전하다고 한다. 그리고 갑자기 많아진 시간을 주체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하는 일 없이 하루 종일 시계만 보다가 밤이 너무 길다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연준이는 “엄마 테레비 안돼?” 하고 묻는다. 연준아, 이제부터 TV는 안 되는 거야. 연준이를 위해, 엄마 아빠를 위해 우리 열심히 해보자. 아자, 파이팅!

11월22일(월)

둘째 날. 아침에 일어나 연준이가 TV를 틀어달라고 할 줄 알았다. 그런데 TV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낮에 외출하고 돌아와서도 TV엔 관심도 없이 장난감 가지고 잘 놀았다. 그런 연준이를 보니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와 남편이 TV를 보니까 연준이도 그냥 따라서 본 것이었구나.

그런데 오후 4시쯤 연준이가 갑자기 ‘슈렉’ 비디오를 틀어달라고 한다. “우리 TV 안 되잖아” 하고 말해줘도 보겠다며 몇 번 더 보챈다. 평소대로라면 그냥 틀어주고 나도 내 할 일 했겠지만 이젠 내가 좀 피곤하더라도 연준이와 열심히 놀아줘야 한다. 그러면 연준이는 금방 TV를 잊어버린다.

뭐 하고 놀아줄까 생각하다가, 피스타치오를 먹고 그 껍질에다 그림을 그려 액자에 붙였다. 연준인 먹고 버리는 껍질에다 그림 그리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나보다. 내일은 또 뭐를 하면서 놀아줘야 하나? 인터넷에서 좀 찾아봐야겠다.

퇴근한 남편에게 연준이 샤워 시키고 재우라고 했더니 기꺼이 해준다. TV를 보고 있었다면 나보고 하라고 했을 텐데…. 남편은 밤 10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도 연준이 재우다 그냥 잠이 들었다. 내일 아침 개운하게 일어나겠다. “제발 TV 좀 그만 보고 자라”는 소릴 안 해도 되니 너무 좋다.

11월25일(목)

남편이 20일을 참지 못하고 중간에 TV를 켜는 꿈을 꿨다. 꿈에서 남편은 TV를 못 보게 하기 위해 플러그 꽂는 곳에 붙여놓은 테이프를 확 뜯어버렸다. 그리고는 TV를 켜고 연준이와 그 앞에서 신나게 춤을 췄다. 이런 꿈을 다 꾸다니 내가 너무 신경을 썼나보다.

낮엔 그런대로 시간이 잘 가는데 저녁 6시가 넘으면 힘들어진다. 남편 말처럼 1시간이 엄청 길다. 특히 8시가 되면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라디오라도 들으면 좋겠는데, 우리 집은 국군방송밖에 안 나와 그것마저도 여의치 않다. 꾹 참고 빌려온 책을 꺼내 읽었다.

자꾸만 꿈을 신경 써서인지, 오늘 하루가 유난히 길고 몸도 피곤하다. “난 자신 있다!”고 큰소리쳤는데 그 자신감이 좀 사라지는 듯하다.

11월26일(금)

오늘부터 3일간 TV를 볼 수 있다. EBS에서 월요일 오후까지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얘기했더니 너무 좋아한다.

제사가 있어 경북 성주에 있는 시집으로 내려갔다. 밤 11시쯤 도착해 밥 먹고 씻고 나니 새벽 1시가 넘었는데도 남편은 TV를 켠다. 리모컨을 잡고 손에서 놓지 않는 그 버릇이 없어졌을 거라고 기대는 안 했지만 막상 예전과 똑같은 남편의 모습을 보니 실망스럽기만 하다. 그렇게 TV가 좋을까. 연준이도 아빠 옆에서 신났다.

그런데 오랜 시간 운전을 하느라 피곤했던 남편은 TV를 보다 잠들었는데 연준이는 혼자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만화를 찾아내 본다. “그만 보고 자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 새벽 3시가 넘도록 졸린 눈을 비비며 TV 앞에서 열중하는 그 모습이 충격적이다. 좋은 결과를 얻으려고 시작했는데, 이러다 오히려 TV 안 본 거 몰아서 보느라 예전보다 더 나빠지는 건 아니겠지. TV 보라고 해서 보는 건데도 맘이 편치 않고 신경이 쓰인다.

12월1일(수)

10일이 지났다.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TV나 비디오를 안 보는 대신 연준이랑 많이 놀아주어야 하는 게 진짜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씩 익숙해져 가고 있다.

남편은 TV를 켜놓지 않으니까 집이 너무 적막하다며 꼭 무슨 물건이 없어진 듯한 기분이 든다고 한다. 가구 만드는 일을 하는 남편은 항상 소음 속에서 지내다보니 TV 소리도 유난히 크게 틀어놓았다. 난 그게 불만이었고, 그래서 TV를 끄고 조용해지자 처음엔 너무 좋았다. 하지만 나도 3일쯤 지나고 나서부터는 집이 텅 빈 거 같은 게 이상했다.

오늘은 연준이가 일찍 잠이 들어 더욱 조용하다. 남편은 아까부터 컴퓨터를 하고 있다. TV 안 보니까 게임이라도 하는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TV 안 보기 운동’에 대한 자료를 찾았다고 한다. 뜻밖이었다. 그런데 뭘 발견했는지 흥분해 있다. 한국인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은 3시간, 이것을 1년으로 따져보면 한 달 반이고 평생으로 따지면 자그마치 10년이라고 한다. 이걸 보고 남편은 자신은 보통 사람보다 2배 정도 더 보니까 그럼 20년 동안 TV를 보는 거라며 어이없어했다.

남편이 찾아낸 정보 중 우리 부부를 놀라게 한 건 또 있다. 만 2세 미만 어린이가 TV를 많이 보면 시각과 청각만 지나치게 사용하게 돼 언어 발달에 장애가 생긴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연준이는 말문이 일찍 트였는데, 지금은 또래 아이들보다 발음이 나쁘다. 그게 다 우리 때문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앞으론 정말 연준이를 위해서 TV 보는 걸 자제해야겠다.

12월5일(일)

남편이 너무나 좋아하는 일요일이다. 평일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다가도 일요일만 되면 일찍 일어나 TV를 보곤 했다. 남편은 한자리에 누워서 하루 종일 TV만 보고, 그럼 난 계속 잔소리를 했다. 그런데 오늘은 우리 가족이 다 같이 늦잠을 잤다. 그리고 일어나서 남편은 “TV 안 보고 하루 종일 뭐 하지?” 하더니 연준이와 놀아주고 청소도 도와준다.

점심을 먹고 찜질방에 가려고 했는데 TV를 볼 것 같아서 그냥 사우나만 하고 왔다. 집에 와서 남편은 연준이에게 책을 읽어준다. 예전에는 책 읽는 거 무척 싫어했는데…. 이런 게 바로 내가 바라던 일이라 너무 좋다.

저녁에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남편과 깊은 대화를 하게 될 줄이야. 예전에 남편은 내가 얘기하면 TV를 보면서 건성으로 “어, 어” 하고 대꾸만 했다. 그래서 내가 “어밖에 모르냐”고 하면, “텔레비전 볼 때는 말 걸지 말고 가만히 좀 놔두라”고 짜증을 냈다. 그럼 나는 “당신은 항상 TV 보는데 그럼 우린 언제 말하냐”고 따지면서 싸우기도 많이 했다. 그런데 이젠 TV 때문에 싸울 일이 없다.

오랜 시간 진지하게 얘기를 나눈 끝에 몇 가지 약속을 했다. 리모컨을 없애고, TV 선을 뽑아놓고, 밥 먹을 때나 연준이 재울 땐 TV를 보지 않고, 그리고 보고 싶은 프로만 딱 보고 그 외엔 TV를 켜놓지 않는다 등등. 이 약속이 지켜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

12월13일(월)

TV 끄기 마지막 날. 20일간의 짧고도 긴 시간이 지나갔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는데 잘 해냈다.

거실에 있던 TV를 방으로 옮기고, TV를 보며 눕곤 했던 커다란 쿠션도 방으로 치웠다. 대신 TV가 있던 자리에 책꽂이를 내다 놓고, 거실 중앙에는 남편이 직접 만든 티 테이블을 두었다. 거실은 이제 우리 가족이 뭐든 함께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왠지 거실이 전보다 더 따뜻해진 듯하다.

우리 가족을 감시(?)하던 카메라도 철수해 이젠 자유롭게 TV를 봐도 되는데 막상 그렇게 되지 않는다. 기분이 이상하고 뭔가 허전하고 아쉽기까지 하다.

‘20일간 TV 끄고 살아보기’ 연출한 EBS 이정욱 PD의 제작 후기

“몸에 좋은 음식도 과식하면 해가 되듯이 TV 시청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지난 12월 말 EBS에서 방영된 특집 다큐멘터리 ‘TV가 나를 본다 - 20일간 TV 끄고 살아보기’를 만든 이정욱 PD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모순”이라는 말을 들었다.

처음 그가 TV 끄기 실험을 기획한 이유는 “TV가 우리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데 비해 상대적으로 TV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 때문. 따라서 그는 “TV 끄기는 TV를 보지 말자는 부정적인 의미보다 그간의 시청 태도를 되돌아보면서 TV로 인해 잃어버린 자신의 삶을 회복하자는 긍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이번 TV 끄기 실험에 참여한 총 1백24가구 중 40%가 실패했다고 한다. 대부분 아버지들이 못 견디고 TV를 봐야겠다고 우기면서 실패했다는 것. 따라서 그는 자녀들을 위해 아버지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TV 끄기는 일종의 금연과 같아 먼저 금단 현상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실험에서 보면 당장 TV를 못 보게 된 아이들은 “TV를 켜달라”고 짜증을 내고, 어른들도 안절부절못했다. 따라서 TV 끄기를 실천에 옮기기 전에 TV를 보던 시간에 무엇을 할지 미리 계획을 세워놓으면 좋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저녁 시간이 이렇게 긴 줄 몰랐다” “아이들과 뒹굴며 놀아주었다” “책 읽는 시간이 훨씬 늘었다”는 고백이 잇따랐다고 한다. 그리고 이 실험에 참여했던 모든 가정에서 하나같이 “TV를 끄니 가족이 보인다”고 말했다고. 그러면서 많은 가족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어떤 면에서 보면 TV는 마치 음식과 같다고 말한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음식도 과식하면 몸에 해가 되듯이 TV 시청도 과도하면 해가 될 거예요. 더군다나 사탕처럼 달콤해서 한없이 먹고 싶은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들은 우리들의 정신 속에 충치를 키우고 있는지도 모르죠.”

TV를 끄고 한걸음 물러서서 보면 많은 것이 달라 보인다는 이정욱 PD는 TV 끄기를 통해 시청자들이 좋은 TV 프로그램을 선별하는 능력을 기르고, 그 결과 양질의 프로그램이 살아남아 우리나라 방송이 질적으로 발전하길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12월20일(월)

TV를 끄고 산 지난 20일은 우리 가족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가장 많이 변한 사람은 남편이다. “지금까지 30년을 봐왔는데 고작 20일 안 본다고 해서 달라지겠냐”던 남편이 달라졌다. 이젠 남편이 나보다 TV를 더 안 본다. 내가 두 시간 동안 TV를 보고 있으면 TV 선을 뽑아버릴 정도다. 남편이 많이 달라진 걸 보고 친구들이나 친한 언니들이 “연준 아빠가 우리 남편한테 와서 강연 한번 해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연준이도 변했다. 예전엔 거칠고 산만했는데 좀 덜 한 것 같다. 액션 영화를 보면 꼭 흉내를 내서 내 팔다리에 멍자국을 만들었는데, 이젠 그런 일도 없다. 그리고 나도 변했다. “저것만 보고 해야지” 하면서 TV 때문에 일을 미루는 일이 없어졌다. 그래서 마음도 한층 여유로워졌다.

무엇보다 행복한 변화는 임신이다. 그동안 둘째를 갖고 싶었는데, 남편이 밤 12시 넘어 2시까지 TV를 보니까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몸이 이상해 병원에 갔더니 임신 4주라고 한다. 4주면, 20일 그 기간 중에 아이가 생긴 것이다. 둘째에게는 뱃속에 있을 때부터 TV 소리 대신 가족의 따뜻한 음성을 들려주려고 한다.

TV를 끄니까 우리 가족의 행복이 환하게 켜졌다. 왜 진작 끄지 못했을까 싶다. 하지만 이제라도 이렇게 변화했으니 정말 감사한다. 그리고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TV 안 보기를 하려면…

‘TV에 중독되면 나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쯤 ‘TV를 덜 봐야지’ ‘TV를 끄고 살아야지’ 생각하고 실천해 보지만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쉬운 것 같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TV 끄기’를 어떻게 하면 성공해 가족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을까. ‘TV 끄기’ 실천에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단체와 행사를 소개한다.

13년째 ‘TV 안 보기 운동’을 전개해오고 있는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서영숙 교수. 마리 윈이라는 미국의 도서관 사서가 쓴 ‘TV를 꺼라’라는 책을 92년에 번역해 소개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 일을 시작했다는 그는 “해가 갈수록 TV를 안 본다는 가정이 늘어나 체계적인 조직의 필요성을 실감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 1월18일 ‘TV를 꺼야 삶이 살아난다’는 기치 아래 ‘TV 안 보기 범국민 시민운동 모임’을 발족시켰다. 인터넷 다음 카페 ‘TV 안 보기 운동’에 가입하면 여기에 동참할 수 있다.

한국청소년연맹 산하 ‘좋은 미디어 만들기’에서는 지난해 6월 TV를 비롯한 컴퓨터,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이른바 ‘미디어 프리데이’ 페스티벌을 개최한 데 이어 올해 여름방학부터 청소년 캠프를 마련할 계획이다. 캠프에서 청소년들은 3박4일 동안 어떤 종류의 미디어도 사용하지 않고 지내게 된다. 이 이벤트를 담당하고 있는 하창미씨는 “TV를 비롯한 매체의 해악에 대해 다들 알고 있다고 해도 현실적으로는 안 볼 수가 없다”며 “미국에서 ‘TV 안 보는 1주일 캠페인’을 벌이는 것처럼 우리도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곳으로 가서 아예 숙박하며 캠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에 참여하고 싶으면 홈페이지(www.tveye.or.kr)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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