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사가 첫수업을 시작하면서 자신이 수학을 하게 된 이유와 수의 아름다움등을 이야기하면서 파출부로 일하신 자신의 어머니와 사고로 메멘토와 같이 80분의 단기기억만을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천재 수학자의 이야기... 그는 메멘토와 비슷하게 몸에 쪽지를 붙여놓고 단기기억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어떠한 스토리보다는 수학의 아름다움... 박사의 멋진 삶의 태도, 멋진 대사들이 멋졌었다.
멋진 대사들 |
멋진 대사들 - 감추기
인간은 말이죠 알겠니? 언제, 어떤 상황에서나 박사님이 원하는 답은 정답만은 아니였습니다 영원히 사랑하는 N에게 바침 여기 실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음이야 말로 수학의 질서는 아름답다 안돼! π는 원주율, 알고있지? 난 그다지 기뻐하고 싶지않아 하지만 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한알의 모래에서 하나의 세계를 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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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읽는 순간 참 재밌었어요.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라니. 무슨 SF 소설 같은 느낌이었어요. '박사', '사랑', '수식' 이렇게 세 단어는 조금 느슨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한 조합이라고 생각했죠.
원래는 원작소설이 있다고 해요. 오가와 요코라는 소설가가 쓴 동명의 소설이 그것이죠. 주인공 박사는 교통사고 때문에 사고 이후의 기억은 80분간 밖에 지속되지 않죠. (<메멘토>로 유명(?)해진 '단기 기억 상실증' 같은 거겠죠. 아, 사실 영화는 <첫 키스만 50번째>에 조금 더 가까워요.) 그리고 그를 돌보는 파출부가 있어요. 그 파출부는 열살짜리 아들을 가진 미혼모이고요. 날이 가면 갈수록 이들 3명은 미묘한 톤을 유지하며 사랑과 우정으로 연결되요.
24입니다
참으로 고결한 숫자군. 4의 계승이야.
계승이란 게 뭐죠?
1부터 4까지의 자연수를 전부 곱하면 24가 되지.
자네의 전화번호는 몇번이지?
576-1455입니다.
오백칠십육만 천사백오십오라고?
굉장하군. 일부터 일억까지의 사이에 존재하는 소수의 개수와 같다니.
사고 후 새로운 것들을 기억할 수 없게 된 박사는 세상과의 교류에 '수학'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요. 파출부의 숫자 220 (그녀의 생일은 2월 20일)과 자신의 숫자 284 (대학교 때 받은 학장상의 넘버)는 우애수 (友愛數)라는 끈으로 연결됩니다. 신의 손길로 연결된 것과 같은 흔치 않은 두 수의 조합처럼 그와 그녀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죠.
284의 약수를 모두 더하면 1 + 2 + 4 + 71 + 142 = 220
이처럼 숫자 A의 진약수 합을 모두 더해서 B가 나오고, B의 진약수를 모두 더해서 A가 나오면 이 두 수를 우애수 (友愛數, amicable number)라고 합니다. 따라서 예전엔 이 우애수가 적힌 부적을 친한 친구끼리 나눠 가지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작은 아픔도 함께 나눈다는 미신이 있었다고 해요.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박사가 하는 (수학)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숫자들의 관계 이상의 것들이 느껴지는 겁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은 바로 이것이죠. 수학이 복잡하거나 따분하게 느껴지지 않고 실로 아름다운 언어로 들리는 겁니다. 사랑을 속삭이는 샹송을 들으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처럼 말이죠. 수학이라는 학문이 본질을 다루기 때문일까요? 박사의 말대로 수학은 실생활에 보탬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두사람의 관계를 정말 간결하고 명쾌하게 표현해주고 있거든요.
새 파출부와 그녀의 열살짜리 아들 루트
- 박사의 몸에 붙어있는 메모 중에서
수학에서 직선은 사실 시작점과 끝점이 없습니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무한하게 나아가는 선. 하지만 우리는 종이에 시작과 끝이 있는 선분을 그리고는 직선이라고 여기곤 하죠. 예, 어린왕자의 여우가 말했듯이 정말 중요한 것들은 때로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죠. 따라서 정말 중요한 건 마음으로 봐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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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의 수식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처음엔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수도 있어요. 첫만남에는 당연한 거고, 시간이 흘러도 상대방을 완벽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상대방의 말을, 상대방의 표현법을 존중하고 따르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지 소통이 가능해지게 되잖아요. 수학 기호가 단지 본질을 탐구하는 학문의 수단인 것처럼 우리의 말도 사실은 우리의 생각과 사랑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이죠. 중요한 건 보이는 겉모습과 들리는 말이 아니라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서로의 마음이잖아요.
이들의 사랑은 그리 로맨틱하지도 않고, 밝은 웃음으로만 가득하지도 않지만 그보다 더 깊은 무언가를 느끼게 해줍니다. 그것도 아주 느리고 작은 일상들로요. 시종일관 분위기를 유지하다가 몇몇 장면에서 흥겨움을 더해주는 음악은 조금은 심심할 수도 있는 느린 진행에 윤활유 역활을 해줍니다. 개인적으로 박사와 파출부가 산책을 나갔다가 루트의 존재를 알고서는 서둘러 달려가는 장면을 보면서 참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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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소설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소설 속에서는 파출부가 화자라고 해요. 영화 속에서는 후에 수학 선생님이 된 그의 아들 루트가 화자로 나오죠. 그리고,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바로 오일러의 등식입니다. 수학에서 중요한 상수들이 모두 나온 식이어서 가장 아름다운 등식이라 불리우는 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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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 코이즈미 다카시 | ||||||
주연 : | 테라오 아키라 , 후카츠 에리 | ||||||
장르 : | 드라마 | ||||||
개봉 : | 2006년 10월 19일 | ||||||
등급 : | 12세 이상 관람가 | ||||||
시간 : | 117 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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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년간 9명이나 되는 가정부를 갈아치운 박사는 10번째 가정부로 싱글맘인 쿄코를 소개받는다. 면접을 위해 현관에 들어간 쿄코에게 박사는 ‘자네의 구두사이즈는 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박사는 세상의 모든 것을 숫자를 통해 풀이하는 수학자였던 것. 이것이 두 사람의 첫 만남이다.
사고로 인해 80분밖에 기억을 유지하지 못하는 박사는 매일 아침이 첫 대면이고, 언제나 숫자로 된 인사를 반복해서 나눈다. 어느날, 박사는 쿄코에게 집에서 기다리는 10살 된 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걱정하던 박사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들도 집에 들르도록 하고, 루트(√)라는 별명을 지어준다. 두 사람은 야구라는 공통분모를 발견하고 즐거운 나날을 보내지만 루트의 야구경기를 보러 갔던 박사가 고열로 쓰러지자 3사람의 관계는 문제가 되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