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쇠 할아버지와 그 구두쇠노릇에 평생을 시달려온 할머니의 이야기...
하지만 그들의 모습에서 늙는다는것의 아름다움같은것을 느껴보고.. 부러움을 가져본다.
치고 박고 싸운다고 해도.. 그속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며 함께 살아가는 모습은 언제봐도 아름답다.
방송 일시: 2007년 2월 26일(월) ~3월 2일(금)
채 널: KBS 2TV 오후 7:30 ~8:00
프로듀서: KBS 외주제작팀 김용두
전북 정읍의 소고마을이라는 곳에는 별난 부부가 살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구두쇠 김용성(71) 씨와
그 남편 때문에 자기 마음대로 돈 한번 써본 적 없는 게
인생의 한이 된 조종심(66) 씨다.
가난을 대물림해온 용성 씨는
자기 대에서 가난을 씻기 위해 이미 젊은 시절,
허리띠 졸라매기 작전에 돌입했다.
아직도 화장실을 갈 때는 화장지 대신 헌 신문지를 들고 가고,
장을 보러 갈 때도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간다.
그뿐인가. 남들이 버린 물건을 주워와 재활용하고
10원 짜리 하나만 써도 곧바로 가계부에 기록한다.
벌써 40년 넘게 써온 가계부는 이 집안의 역사서가 됐을 정도다.
하지만 남편이 주는 돈 갖고는 도저히 생활이 불가능한 종심 씨는
자식들이 주는 용돈을 감춰뒀다가 비상금으로 사용하곤 하는데
비상금 숨기기 작전은 007작전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부부는 미워하며 닮아간다 했던가.
평생 고생만 해왔기에 이젠 거친 피부에 영양크림 듬뿍 바르며
향기 나는 노후를 보내고 싶은 종심 씨도
자신도 모르는 새 자린고비 남편의 모습을 따라가고 있는 게 아닌가.
오늘도 티격태격 옥신각신, 시끄러운 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인생의 황혼녘, 어느새 없어서는 안 될 길동무로
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못 말리는 이들 부부를 만나보자.
#자린고비 한평생
전북 정읍시 소고마을에 가면
일평생 일만 하며 아끼고 또 아끼며 살아온 구두쇠 용성 씨와
역시 농부의 아내로 평생을 살아낸 아내 종심 씨가 있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물려받은 땅 한 뼘 없었던 용성 씨는
절약만이 살길이라는 신조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런 용성 씨의 인생을 한 눈에 보여주는 것이 바로 가계부다.
종이를 사다가 직접 만든 용성 씨 표 가계부에는
큰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하던 해 내주었던 등록금 내역이며
셋째아들 결혼 후 사글세방 얻어준 것 등
집안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제는 제법 남부럽지 않게 됐지만 그의 철학은 아직도 여전하다.
집안의 전자제품은 20년 가까이 된 것들이 대부분,
생활용품 중에는 남들이 버린 걸 개조한 것들도 많다.
오늘도 그의 짠돌이 작전은 변함없이 수행되고 있는데
이 때문에 괴로운 한 사람이 있다.
#할머니의 반란!
‘나에게도 이제 그만 집안의 경제권을 달라’
아내 종심 씨는 오늘도 이렇게 부르짖고 있다.
시집와 이제까지 만 원짜리 한 장 쓰는 데도
까다로운 사전결제와 중간보고,
심지어 사후감사까지 받아야 했던
종심 씨는 환갑을 넘은 이제 와서야
자신의 지난날이 억울하고 속상하다.
평생 남편에게 순종하기만 했던 종심 씨가
요즘에 슬슬 반란을 도모하는 것도 자신의 인생을 보상받고 싶은 심리에서다.
그러나 아직 서툴기만 한 종심 씨의 반란 작전은
노련한 용성 씨의 감시망에 걸려 번번이 좌초되기 일쑤다.
그렇다고 포기할 손가.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 종심 씨는 오늘도 그만의 반란을 꾀한다.
#어느새 살다보니.....
그런데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자린고비 남편을 그토록 원망했던 종심 씨가 어느새 남편을 닮아가고 있지 않은가.
용성 씨가 고생하지 말라고 세탁기를 디밀어도
물 절약, 세제 절약한다며 손빨래를 하는가 하면,
다 쓴 물건도 다시 보고 최후의 순간까지 쓰고 또 쓴다.
5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 해오면서
어느새 겉모습도, 인생관도, 닮아버린 부부....
오늘도 변함없이 티격태격하지만 거기엔 미움과 원망이 아닌
서로에 대한 살뜰한 정이 묻어난다.
40년 넘게 함께 살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버린 이들...
인생의 황혼길을 함께 걸어갈 친구가 있어서일까.
두 사람의 모습이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인다.
[ 각 부의 주요내용]
-1부-
오랜만에 시장을 보러 나가려는 종심 씨는
오늘도 남편 용성 씨의 사전 검열에 걸려버렸다.
장볼 목록을 꼬치꼬치 캐물으며 만원 한 장으로 모든 걸
해결하라니 종심 씨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결국 종성 씨와 함께 장을 보러 나서는 종심 씨...
버스를 타고 가겠다는 종심 씨와 달리, 기어코 걸어서
가겠다는 남편의 고집을 누가 꺾으랴. 시장에 가서도
작은 물건 하나까지 가격을 깎는 남편 때문에 종심 씨는
여간 난처하고 창피한 것이 아닌데...
한편, 종류도 몇 가지 없는 화장품들을 그나마 다 써버린
종심 씨는 남편 옆에서 궁시렁 궁시렁 불만을 쏟아놓고
듣기에 거슬렸는지 용성 씨는 슬그머니 밖으로 나간다.
그 사이 숨겨둔 비상금을 몰래 꺼내 화장품 가게에 간 종심 씨,
큰 맘 먹고 화장품을 사가지고 돌아오는데,
어디에 갔다 오는지 남편 용성 씨가 종심 씨 옆에
말없이 쇼핑백 하나를 두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