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과 가족에 대한 담담한 방송...
어릴적 부엌이 생각난다... 연탄.. 석유곤로.. 가스.. 시골 용인의 커다란 가마솥...
점점 발전해가지만.. 그때가 왠지 그리워 진다... 하지만 그때로 돌아간다면 행복할까?
단순한 그리움일가... 치기일뿐인가... 애절한 동경인가...
HD 다큐멘터리 <부엌>
■ 방송일시 : 2006/1/25(수) 밤 12시 20분, KBS 1TV
■ 프로듀서 : 조인석
■ 연 출 : <한국 씨네텔> 변상천
■ 기획의도
새벽녘 가장 먼저 불이 켜지며 하루의 시작을 알리던 곳, 부엌.
그곳에는 과학과 신앙,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부엌은 효율적인 통풍과 채광을 고려했고,
우리 식문화에 맞는 온도와 습도가 유지될 수 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또한 밥을 지어 배를 채우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가족의 안위와 복을 기원했던
집안의 중심이었다.
가족을 위한 어머니의 지성과 정성이 녹아 있고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공간. <HD 다큐멘터리 부엌>에서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우리의 전통부엌을 찾아
역사 속 묻혀진 부엌의 의미를 짚어본다.
■ 주요내용
가옥의 중심, 부엌
대문, 안방, 부엌... 좋은 집을 지을 때 지켰다는 세 가지 요건으로 삼았다는
양택삼요. 그 세 가지 요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곳은 바로 부엌이었다.
조선 3대 명당으로 불리는 곳에 자리 잡은 전남 구례, 문화유씨 종택 운조루.
집터를 닦던 중 돌 거북이 발견되자, 그 자리에 부엌을 얹었다는데...
가족들의 식(食)을 담당했기에 가장 길한 장소에 놓아야 했고 부엌을 지키는 것이 곧
가운을 지키는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들...
우리의 전통부엌은 말 그대로 가옥의 중심이었다.
전통부엌의 우수성
불편하기만 할 것 같은 우리의 부엌에는 과학이 숨어있다.
천장과 맞닿은 높이의 창으로, 통풍의 기능을 강화시켰고,
채광을 통한 살균과 건조는 부엌 벽 중간에 놓인 살창이 담당했다.
이처럼 창 하나도 높낮이를 달리해 효율성을 높이는가 하면 사방이 황토로 이루어진
재질은 하루 24시간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며 우리의 식문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
가족을 지키는 성단
구주(九州)와 북두칠성(北斗七星)을 본떠 만든 부뚜막.
작은 우주라 표현되는 부뚜막 위에는, 가족의 안위를 지켜주는 조왕신을 모셨다.
그리고 조왕신을 모시는 제례들도 다양하게 나타났다.
새벽녘 ‘조왕주발’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정화수가 올려졌고, 정월대보름이면
조왕지신밟기로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제를 지냈다. 부엌 안 조왕신이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께 집안 일을 보고한다고 하는 음력 12월 23일에는 아궁이에
엿을 발라 집의 우환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게 기원하기도 했다.
부엌에는 문화가 있다
부엌은 사회와 문화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척박한 땅 지리적인 특성으로 대가족 문화가 없는 제주도의 분가 문화는
부엌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행여 분가를 하지 못해 한 울타리에 살더라도
부엌은 각기 따로 사용한다고 하는데...
사회와 문화를 담은 부엌 안에서는 여인네들만의 또 하나의 문화가 만들어졌다.
작은 살림살이 하나도 함부로 다뤄서는 안되고 금기와 법도를 지키며 생활하는
그곳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 끼니를 지어내는 곳이 아니라
가족의 건강과 복을 짓는 공장과도 같았다.
사람들을 모으고, 가족을 모았던 부엌.
강원도 횡성. 하늘과 맞닿아 있는 오지 산골에는 오래된 국수 분틀 하나가
동네사람을 모은다. 메밀국수를 뽑는 날이면, 온 동네 사람이 다 모여 조촐한
잔치가 벌어진다. 우리네 전통부엌은 사람들을 불러모았고 가족들을 불러모았고
함께 음식을 만들며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과 사람, 시어머니와 며느리, 동서지간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
부엌은 가족의 중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