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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은적이 있었는지 내용만 들었는지.. 대략 내용은 알고 있던 이야기...
처음부터 다시 보니.. 막판에 감동이 밀려온다.
처음에는 한심하게 사는것같은 허생원과 자신의 그런 모습을 늙은 나귀에게서 보면서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하지 못하다가...
막연하게 가슴속에 품고 평생을 살아왔던 사랑하던 여자를 찾고,
생각지도 못했던 아들을 만나게 되지만...
그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그동안 마음을 주었던 나귀에 대한 집착을 떨쳐버리고 웃음을 찾은 허생원을 보면서 뿌듯한 감정이 솟아난다.
♤기획의도
가진 것이라고는 얼굴에 얽은 마마 자국과 나귀 한 필뿐인 허생원.
지나치게 수줍음을 타는 탓에 스물 아홉 해를 사랑 한번 나누어 본 적 없는 장돌뱅이에게 사랑이 찾아온다.
메밀꽃이 하얗게 부서지는 어느 여름날, 서로의 아픔을 감싸안던 남녀의 하룻밤은 말 그대로 꿈같이 지나가고......
한국단편 문학의 대표적인 수작인 메밀꽃 필 무렵을 영상화함으로써 `운명`과 `핏줄`이라는 한국의 전통적인 정서를 구현하고자 한다.
♤원작자 :이효석 (1907-1942)
소설가. 강원도 평창(平昌)에서 출생하였다. 경성제1고등보통학교를 거쳐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28년 《조선지광(朝鮮之光)》에 단편《도시와 유령》이 발표됨으로써 동반작가(同伴作家)로 데뷔하였다. 계속해서 《행진곡(行進曲)》,《기우(奇遇)》 등을 발표하면서 동반작가를 청산하고 구인희(九人會)에 참여, 《돈(豚)》,《수탉》 등 향토색이 짙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1934년 평양 숭실전문(崇實專門) 교수가 된 후 《산》,《들》 등 자연과의 교감(交感)을 수필적인 필체로 유려하게 묘사한 작품들을 발표했고, 1936년에는 한국 단편문학의 전형적인 수작(秀作)이라고 할 수 있는 《메밀꽃 필 무렵》을 발표하였다. 그 후 서구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장미 병들다》, 장편 《화분(花粉)》 등을 계속 발표하여 성(性) 본능과 개방을 추구한 새로운 작품경향으로 주목을 끌기도 하였다. 《화분》 외에도 《벽공무한(碧空無限)》,《창공(蒼空)》 등의 장편이 있으나 그의 재질은 단편에서 특히 두드러져 당시 이태준(李泰俊), 박태원(朴泰遠)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단편작가로 평가되었다.
29세 허생원에게 있어 가장 기쁜 날이라면 나귀를 장만한 날이었다.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그 이전에도 나귀에 짐을 싣고 장을 돌아다녔지만, 병으로 맥없이 죽자 새로 장만한 것이다. 몇 살 되지 않은 나귀를 ‘백근’이라 부르며 허생원은 좋아했었다. 백근이나 되는 짐도 문제없이 싣고 다니는 힘 좋은 나귀가 되라고 붙여준 이름이다.
후에야 허생원이라 부르기도 좋고 듣기도 좋은 별칭이 생겼지만, 젊은 날의 허생원은 그저 허곰보일 뿐이었다. 비록 혼자서 드팀전을 열어 열불나게 장을 돌아다니며 돈을 벌었지만, 얼굴엔 얽은 마마자국이 있는데다 여자 앞에서 지나치게 수줍음을 타서 제대로 된 계집 하나 물지를 못하였다. 함께 다니던 개똥이는 번질거리는 말로 여자를 잘도 후린다. 허생원은 부럽기도 했지만 재주가 없어서 번번이 여자에게 채였다.
백근이는 허생원의 말을 잘 따라주었다. 그야말로 백근도 넘는 짐을 척척 지고 다니며 산길이나 들길이나. 때로는 강에까지도 서슴없이 뛰어들었다. 젊은 날의 허생원은 장돌뱅이 삶을 빨리 그만두고 싶어했다. 어디 조그만 데 객주집이라도 열어서 마누라 얻고 자식 낳아 알뜰살뜰 사는 게 꿈이었다. 돈도 제법 벌렸다. 게다가 충주장에 가면 늘 어미와 함께 곡식을 팔러 나오는 금녀를 볼 수 있어 좋았다. 금녀도 허생원이 싫지 않은 눈치였다.
허생원은 제법 돈을 모았다. 조금만 이를 악물면 가게도 얻고, 금녀를 마누라로 얻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허생원은 충주장으로 가는 길에 백근이 목을 쓸며 오늘은 꼬옥 금녀에게 고백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이 꼬일려고 그랬는지, 금녀는 그새 다른 사람의 여자가 되어 있었다. 그것도 허랑방탕한 개똥이의 여자가 말이다. 허생원은 열이 치받았다. 감히 어쩌지도 못하고 뒤돌아 나온 허생원은 고향으로 돌아가 두문불출했다.
이미 부모님도 계시지 않고 늙은 당숙이 있을 뿐인 고향... 자그마한 객주집이라도 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던 고향이지만 허생원에게는 모든 것이 부질없이 느껴질 뿐이었다. 결국 허생원은 읍내에서 벌어진 투전판에 끼어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사흘이 지나자 허생원의 가게 밑천은 모두 깨져버리고 처음엔 허생원을 반겨 끌어들이고 빚까지 줬던 타짜들은, 허생원을 몰아세우며 당장 빚을 갚지 않으면 나귀라도 팔겠노라고 위협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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