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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하게 읽었고, 좋은 내용의 책...
근데 읽은지가 오래되서 가물가물함...
입소문으로 팔아라
저자 : 엠마뉴엘 로젠
발행사항 : 해냄, 2001
형태사항 : Paperback, 338 p
가격 : ₩ 10,000
배영일/삼성경제연구소/연구조정실/수석연구원
보통사람들은 씨밀락이 뭔지를 모른다. 하지만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은 잘 안다. 씨밀락에 관하여 신문이나 TV를 통해서는 한번도 본 기억이 없다.(여성잡지에는 간혹 광고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아이를 극진히 생각하는 한국의 엄마들 사이에서는 조용하게 알려지고 있다.
"미국에서 살다 온 사람들이 권하더라. 미국 최대의 믿을 만한 분유업체가 만든 분유인데, 살은 찌지 않고 그러나 단단하고 잔병 없게 아이를 자라게 한다더라." 그리고 씨밀락을 먹인 엄마들은 이를 긍정하고 다른 엄마들(친구나 친척)에게 권한다.
口傳(word of mouth)은 자연스런 사회적 현상인데, 그것이 물건판매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것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을 '입소문 마케팅'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인류가 물건을 상업적으로 팔기 시작할 때부터 사용한 최초의 마케팅 수단이다. 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입소문 마케팅에 관해 연구해 왔었으나 대부분은 사례중심의 부분적 연구에 그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침서를 만들지는 못했다.
인터넷시대, 우리는 말의 위력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터넷이 의사소통의 기반으로 광역성과 신속성을 점점 더 강화시켜서 발 없는 말(言)이 천리가 아니라 순식간에 지구전체로 갈 수 있게 만들었다. 얼마 전 유명백화점의 한 외제화장품 매장에서 소비자를 무시한 언행을 했다가 그 사실이 인터넷상에서 급속히 퍼져 백화점과 화장품 수입업자가 공식 사과를 한 적도 있었다. 특히 인터넷상 동일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인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는 이야기는 그 전문성과 깊이가 예사롭지 않은 경우도 많아 새로운 여론 형성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세상이 이렇게 바뀔수록 마케터(마케팅 실무자)들은 답답하다. 입소문의 위력은 점점 더 커지고, 이를 활용하지는 못하더라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엠마뉴엘 로젠이 지은『입소문으로 팔아라(the anatomy of buzz)』는 이런 마케터들의 고민을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인 엠마뉴엘 로젠은 오랫동안 마케터로서 현장에서 뛰었고, 최근까지 나일스 소프트웨어라는 회사에서 마케팅 담당 이사로 근무하면서 입소문 마케팅의 성공을 주도한 실무자이다.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실무형 전문가가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입소문에 대해서 철저하게 해부(anatomy)한 것에 있다. 이론적 접근보다는 현장 사례와 경험을 중심으로 전개한 것이 가슴에 와 닿는다.
저자는 마케팅에서 입소문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더욱 중요한 것은 상품의 품질임을 시종일관 더욱 더 강조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입소문은 좋은 제품을 사용해 본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데서 출발한다. 이 책에는 입소문 마케팅의 자격이 없는 제품(품질이 좋지 못하거나 전혀 새롭지 않아 사람들이 구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제품)을 억지로 고객들에게 좋은 입소문이 나게하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이런 저자의 생각이 더욱 더 신뢰를 준다. 만약 어떠한 것이라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대로 하면 된다는 등의 만병통치약적 처방을 제시했다면, 이 책을 끝까지 읽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입소문 마케팅이 필요한 세상
사람들은 지금을 '정보홍수시대'라고 한다. 「뉴욕타임즈」가 하루에 싣는 정보는 17세기 영국인들이 평생 접했던 것보다 많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어딜 가든 五感을 통해서 엄청난 정보가 사람들에게 전달되어지기를 바라면서 널려 있다. 이렇다 보니 대부분은 정보에 무감각해진다. 정보로서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이 더 많다.
이런 환경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는 정말 어렵다. 광고는 일단,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서 시선을 집중시키고 상품을 소개하는 것인데, 첫 단추인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 어려우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몇 년 전에 유명했던 베네통의 파격적인 광고와 최근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는 엽기적인 광고, 재미있는 드라마 같은 광고 등이 사람들의 시선을 일단 묶어두고 관심을 가지게 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광고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제품에 대한 신뢰를 갖도록 하여야 하는데, 이 또한 만만치 않다. 쉽게 접하는 정보를 그 누구도 쉽게 믿지는 않는다. 한 조사에 의하면, 대중광고에 대한 신뢰정도는 컴퓨터 37, 제약회사 28, 자동차 18, 보험회사 16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당연하다. 아무런 제약과 관계가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최근 업계에서는 고객관계경영(CRM)이 유행하고 있다. 이는 마케팅 교과서에서 나오는 관계마케팅, 나아가 데이터베이스(DB) 또는 1대1 마케팅을 경영에 적극 활용한 것이다. 지속적으로 고객들과 관계를 가지면서 개인별로 맞춤 서비스를 하면서 신뢰를 심어준다면 고객들의 호응도는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과거에는 일방적인 마케팅 즉 단순하게 "이러이러한 정보가 있으니 읽어보고 사용하시오" 라고 공지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정보 홍수의 시대에는 양방향 마케팅 혹은 관계형 마케팅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야 팔린다. 기업은 어떻게 고객의 관심을 끌고, 관계를 유지하느냐가 큰 숙제로 계속 남게 될 것이다.
이럴 때 제품에 대한 좋은 입소문은 자연스럽게 고객의 관심을 끌게 해주고, 관계를 맺게 해 준다. 저자는 입소문이 나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 활동에 의한 행동이므로 그 위력은 주입식인 기존의 마케팅 활동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효과가 크다고 이야기한다.
입소문의 본질과 활용
입소문은 제품을 사용해 본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인센티브를 기대하고 참여하는 것이 아닌)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전파하는 특성 때문에 기존 마케팅 활동(광고, 판촉 등)과는 큰 차이가 있다.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전파하는 것이 입소문의 본질이다. 만약 전파에 일정 인센티브를 준다면 그것은 광고가 되며 의도적인 부풀려짐이 가미되어, 제품을 사용해 본 고객들은 금방 실망하게 될 것이고 입소문은 더 이상 퍼지기 어려울 것이다. 마케터들은 이런 점에서 기존 광고와의 차이점을 이해하여 적절히 다른 마케팅 활동들과 입소문을 함께 활용하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입을 통해서 무언가를 전달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프로그램 되어있는 자연적인 것(본능)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사람들은 본능적인 것, 특히 생존에 관한 것(구직 등)은 다른 사람들의 조언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대화를 통해 서로가 연결되고, 공통의 영역도 생길 수 있다. 이 가운데 자연스럽고 가볍게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것이 사용하는 상품이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정보를 퍼뜨리고, 분석하기 위해서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간접경험을 통해서 시행착오를 줄여 위험 부담과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경제적 효과도 부수적으로 얻는다.
저자는 입소문 마케팅의 원리와 근거, 영향력 등을 이론적인 면과 함께 많은 재미있는 사례를 통해서 차근차근히 알기 쉽게 설명하여 독자들이 이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람들이 어떻게 모임을 가지고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입소문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10가지 원칙(네트워크의 10원칙)으로 정리하여 마케터들에게 그 시사점을 알기 쉽게 제시하였다.
저자가 제시한 네트워크의 10원칙에는 입소문에 대해 막연하게 "이럴 것이다"라고 생각하던 것에 대한 증명이 있다. 뿐만 아니라 잘못된 예상을 바로잡아 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사람들에게 입소문의 영향력을 크게 줄 수 있는 관계는 가까운 사람들일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연구결과 상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항상 관계를 맺는 사람들간에는 새로운 정보가 없는 반면, 어쩌다가 만나는 약한 관계의 사람들과는 새로운 정보교환이 많기 때문에 보다 흥미롭고, 그만큼 입소문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는 인터넷을 통해서 관계를 맺고있는 수많은 약한관계의 사람들에도 해당된다고 한다. 지금이 과거보다 입소문의 위력이 훨씬 크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그리고 입소문에 대한 판매자들의 중요한 오해도 바로잡아 준다.
첫번째가 사람들은 입소문에 대해 매우 다급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즉 좋은 제품은 열화와 같이 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항상 경쟁자 또는 방해자가 있으며 입소문으로 전파되는 정보도 너무 많아 잘 잊어버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만나는 사람에 따라 이야기하는 주제가 정해져 있어 그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워 여간해서는 쉽게 입소문이 퍼지질 않는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입소문은 진실이다라는 오해와 제품만 좋으면 그만이다라는 안이한 생각 등이 그것들이다. 이런 오해들은 판매자의 입장이 아니라 사용자의 관점에서 직접 제품을 사용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고객의 입장이 된다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입소문 마케팅 성공전략
앞에서 저자가 제시한 입소문의 원칙들은 마케터들에게 입소문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도록 기본지식 즉 시장의 원칙을 이해하게 한다. 나아가 어떻게 하여야 할 지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서두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저자는 시종일관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임을 강조하고 있다. 과하게 포장된 입소문은 곧 없어져 버리거나 나쁜 쪽으로 입소문이 난다. 반대로 소문을 듣고 써 봤을 때, 소문 이상의 만족을 얻으면 입소문은 원자폭탄처럼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퍼져갈 수 있다. 따라서 입소문 마케팅이 성공하려면 먼저 제품이 입소문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퍼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인위적인 활동(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잘 조화되었을 때, 입소문 마케팅은 성공의 기미가 보인다고 한다.
1. 전염적인 제품(스스로 퍼져 나가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
저자가 이런 제품적 특성을 전염적인 제품이라 표현한 것은 고객들이 스스로 관심을 가질만한 제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롭거나 호환성이 있거나 눈에 띄거나 사용하기가 월등하게 쉽거나 등등 뭔가 기존의 것과 달라서 이야기 꺼리가 될 수 있는 요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거창하게 떠들어대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인 반응을 유발시키는 제품 즉, 겸손하게 시작하여 고객들에게 기대보다 더욱 큰 만족을 제공하는 성질이 내재되어야 한다. 기대보다 실망이 크면 고객들은 더 이상 긍정적인 입소문을 퍼뜨리지 않는다. 오히려 부정적인 입소문이 퍼져 나간다.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는 방법은 정말 좋은 제품을 만들거나 품질에 비해 가격을 낮게 매기는 방법이 있다. 포드의 머스탱과 팜파일럿이 예상한 가격보다 낮아서 고객들의 선호도가 커진 것이다.
2. 자연적 전염의 가속화(인위적으로 가속화시키는 것)
인위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입소문이 더욱 빠르게 퍼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제품정보나 시제품을 입소문이 잘 퍼질만한 사람들의 모임에 전파하고,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기존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지원하며 그 소문이 자연스럽게 퍼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들이 이러한 방법이다.
이 책은 마케터들과 경영자들을 위한 책이다. 마케터들에게 입소문 마케팅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 하는 매뉴얼로서 의미가 있다. 경영자들에게는 어떻게 고객 혹은 시장을 생각하여야 할 것인지를 가르쳐 준다. 저자는 끝까지 강조한다. 마케팅의 출발은 좋은 제품의 개발이며, 그리고 나서 제품을 써 본 고객이 자발적으로 그것을 소재로 이야기 할 때 비로소 입소문이 퍼져나갈 수 있다. 다만 마케터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입소문이 왜곡되지 않고 보다 쉽게 퍼져 나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것이다. 기본은 품질에 있음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불변의 법칙이다.
마케터들은 특히 이 책의 3부를 놓쳐서는 안된다. 입소문을 실전에 응용하는 방법(입소문 자극하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아주 쓸만한 것들이 많다. 모든 내용은 이론을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라 경험에서 출발한 사례위주로 풀어나간 것에 가점을 주고 싶다.
책을 읽다 보면 각 章의 끝 부분에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거나 또는 재미있는 관련 사례를 Box 테두리로 강조해 놓은 것이 눈에 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세심한 배려인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장인 "입소문 마케팅 워크숍"은 이 책을 다 읽은 사람들이 끝 부분에서 한 번 더 정리를 하게 하여 전반적인 이해수준을 높이게 만든다. 저자의 독자를 생각하는 마음을 보면 마케팅을 진짜로 현장에서 오랫동안 수행해 온 것을 알 수 있으며 동시에 책에 대해 신뢰정도도 더 높아진다.
저자는 제품별 특성에 따라 경험적으로 어떻게 입소문 마케팅을 전개하여야 할지 최적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마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만 같았다. 물론 시대적 문화적 특성에 따라 그 방법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런 응용은 독자 몫이고, 무엇보다도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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