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구 - 관촌수필 - 행운유수(行雲流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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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촌수필의 8편중에 행운유수(行雲流水)라는 편만을 읽었다. 저자의 어릴적 이야기와 같다고 하던데...
옹점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결혼을 잘 선택해야 겠다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본다.
사랑이라는것도 당연히 중요한 부분이지만, 비슷한 수준, 비슷한 형편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제외하기란 힘들듯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사랑으로 극복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세상의 모든것이 그렇듯이 사랑도 변하는 법.. 물론 좋은쪽으로도 변할수도.. 나쁜쪽으로 변할수도 있는...
요즘 왠지 모르게 자유롭게 산다는것에 대해서 종종 생각하게 된다. 혼자 산다기보다는 억지로 메여서 사는것이 싫어지는.. 내 자신도 그러기 싫지만 상대방도 왠지 나때문에 구속이 되어서 산다는것이 서글픈 생각이 든다...

암튼 나머지 7편은 차차 읽자...


<도서 정보>제   목 : 관촌수필 - 행운유수(行雲流水)
저   자 : 이문구
출판사 :
출판일 :
구매일 :
일   독 : 2005/12/22
재   독 :
정   리 :

<이것만은 꼭>
시집, 장가는 잘가야되!


<미디어 리뷰>
저 : 이문구
고향 잃은 사람들이 갈 곳 없음을 밝히면서 우리 사회 현실 속에서 개인이 겪는 갈등과 불안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글들을 써온 이문구 씨는 농민소설의 전범을 보여주는 소설가다. 오늘 날에는 보령으로 바뀐 충남 내천의 관촌 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랐으며, 6·25전쟁으로 아버지와 형들을 잃고, 이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15세 때 가장이 되었다. 1959년 중학교 졸업 후 상경해 막노동과 행상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그는 1961년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 입학해 김동리, 서정주 등에게 수학했다. 등단작품《다갈라 불망비》(1963)와 《백결》(1966)의 독특한 문장과 문체에 주목한 김동리는 추천사에서 '한국 문단은 가장 이채로운 스타일리스트'를 얻게 되었다고 밝혔다. 문장으로 치면 '북의 홍명희, 남의 이문구'라 할 정도로 만연체와 구어체, 토속어와 서민들의 생활언어가를 구수하게 구사하고 있다. 그런 그의 작품들은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독자들에게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았지만 작가 등단 27년 만에 『매월당 김시습』이 처음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한편 한국문학의 발전을 위해 민족문학작가회의, 한국소설가협회, 국제펜클럽 등의 단체에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일낙서산' 등 8편의 중,단편으로 분단과 전쟁으로 파괴된 토착,전통 세계의 몰락과 농촌의 현장을 현대의 실향의식으로 형상화 시킨 최초의 연작소설집.


<줄거리>
행운유수 - 어릴적부터 누나같이 엄마같이 지내던 옹점이와 주인공 나의 이야기로.. 옹점이가 시집을 가서 심하게 시집살이를 하다가 결국에 남편은 전쟁에서 죽고, 유랑극단을 따라간다는 이야기...


●관촌수필(冠村隨筆) : 이문구 연작(連作, 1972~1977)소설, 단편 소설

1. 일락서산(日落西山)

시골엔 다녀오되 성묘를 볼 일로 한 고향길이긴 근년으로 드문 일이었다. 더욱이 양력 정초에 몸소 그런 예모(禮貌)를 가려 스스로 치름은 낳고 첫겪음이기도 했다. 물론 귀성열차를 끊어 앉고부터 '숭헌, 뉘라 양력 슬두 슬이라 이른다더냐, 상것들이나 왜놈 세력(歲曆)을 아는 벱여.......' 세모가 되면 한두 군데서 들오던 세찬(세밑에 선물하는 물건)을 놓고 으레 꾸중이시던 할아버지 말씀이 자주 되살아나 마음 한 켠이 결리지 않은 바도 아니었지만, 시절이 이런 시절이매 신정 연휴를 빌미할 수밖에 없음을 달리 어쩌랴하며 견딜 거였다. 그러나 할아버지한테 결례(불효)를 저지르고 있다는 느낌을 나 자신에게까지 속일 순 없었다.

아주 어려서 입때(입때 : 이때까지)에 이르기까지, 나에게 있은, 우리 가문을 지킨 모든 선인 조상들의 이미지는 오로지 단 한 분, 할아버지 그분의 인상밖엔 없었기 때문이었다. 좀 야한 말로 다시 말하면, 내가 그리워해 온 선대인은 어머니나 아버지, 그리고 동기간들이 아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색창연(古色蒼然)한 이조인(李朝人)이었던 할아버지, 오직 그 한 분만이 진실로 육친이요, 조상의 얼이란 느낌을 지워 버릴 수 없는 거였고, 또 앞으로도 길래 그럴 것만 같이 여겨진다는 이야기다. 받은 사랑이며, 가는 정으로야 어찌 어머니 위에 다시 있다 감히 장담할 수 있으랴만, 함에도 삼가 할아버지 한 분만으로 조상의 넋을 가늠하되, 당시로 받은 가르침이며 후제(후제 : 뒷날의 어느 때)에 이르러 깨달음을 진실로 받들고 싶도록 값지게 여겨지는 바엔, 거듭 할아버지의 존재와 그 추억의 편린(片鱗)들을 가재(家財)의 으뜸으로 다룰 수밖에 없으리라 싶은 것이다. 초사흗날, 그중 붐비잖을 듯싶던 열차로 가려 탄 게 불찰이라 하게 피곤하고도 고달픈 고향길이었다. 한내읍에 닿았을 땐 이미 세시도 겨워, 머잖아 해거름을 만나게 될 그런 어름이었다. (발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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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 화자가 직접 자신의 성장과정을 말하고 있는 수필 같은 소설이다. 충청도 특유의 사투리 와 1인칭 독백체의 문체는 작품 전체를 훈훈한 이야기로 이끌어간다. 산업화 과정에서 겪는 소 외, 갈등, 농촌의 어려움 그리고 그 해체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 아보게 하는 동시에 삶의 반성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

* 배경 : 6.25직후 충청도 관촌(갈머리) 마을
* 시점 : 1인칭 주인공
* 성격 : 자전적, 회고적, 순수 소설
* 전체 내용 : 8편의 연작 소설 형태
1. 일락서산(日落西山) : 나의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할아버지와 옛날 어린 시절 고향 풍경을 향수조로 엮음
2. 화무십일(花無十日) : 6 25전쟁을 통한 윤영감 일가의 수난사, 비극적 관계를 회상
3. 행운유수(行雲流水) : 성장기에 함께 했던 옹점이의 결혼 생활, 인생유전을 가슴 아프게 그림
4. 녹수청산(綠水靑山) : 대복이와 그 가족에 얽힌 이웃 이야기 그리고 그 삶이 퇴색되어 가는 과정을 그림
5. 공산토월(空山吐月) : 왕조 체제의 억압적 구조 속에 신음하면서도 서로 돕던 백성의 전형을 석공(石工)을 통해 보여 줌
6. 관산추정(關山芻丁) : 포근하던 한내(大川)가 도시에서 밀려들어온 소비문화와 퇴폐의 하수구로 전락한 실상을 그림
7. 여요주서(與謠註序) : 아버지의 병구완을 위해 잡은 꿩 때문에 자연보호를 위배했다는 이유로 공권력의 횡포를 당함
8. 월곡후야(月谷後夜) : 벽촌에서 소녀를 겁탈한 사건을 둘러싸고 동네 청년들이 범인에게 사적인 제재를 가한다는 이야기

* 의의 : 농촌 문제를 비교적 사실적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여유있고 걸쭉한 입담과 해학으로 접근한 농민소설의 전범
* 주제 : 따뜻한 공동체적 삶의 파괴, 농촌의 어려움
* 출전 : [현대문학](1972~1977)


<책속으로>
1. 일락서산
2. 화무십일
3. 행운유수
4. 녹수청산
5. 공산토월
6. 관산추정
7. 여요주서
8. 월곡후야

시골을 다녀오되 성묘가 목적이기는 근년으로 드문 일이었다. 더욱이 양력 정초에 몸소 그런 예모를 찾고 스스로 치름은 낳고 첫 겪음이기도 했다. 물론 귀성 열차를 끊어 앉고부터 '숭헌... 뉘라 양력슬두 슬이라 이른다더냐, 상것들이나 왜놈 세력을 아는 벱여...' 세모가 되면 한두 군데서 들어오던 세찬을 놓고 으레껀 꾸중이시던 할아버지 말씀이 자주 되살아나 마음 하켠이 결리지 않은 바도 아니었지만, 시절이 이러매 신청 연휴를 빌미할 수 밖에 없음을 달리 어쩌랴 하며 견딘 거였다. 그러나 할아버지한테 결례(불효)를 저지르고 있다는 느낌을 나 자신에게까지 속일 수는 없었다. 아주 어려서부터 이렇게 되기까지, 우리 가문을 지킨 모든 선인 조상들의 심상은 오로지 단 한 분, 할아버지 그 분의 인상밖에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p.7
세월은 지난 것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새로 이룬 것을 보여줄 뿐이다. 나는 날로 새로워진 것을 볼 때마다 내가 그만큼 낡아졌음을 터득하고 때로는 서글퍼하기도 했으나 무엇이 얼마만큼 변했는가는 크게 여기지 않는다. 무엇이 왜 안변했는가를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p.295
모닥불은 계속 지펴지는 데다 달빛은 또 그렇게 고와 동네는 밤새껏 매양 황혼녘이었고, 뒷산 등성이 솔수펑 속에서는 어른들 코골음 같은 부엉이 울음이 마루 밑에서 강아지 꿈꾸는 소리처럼 정겹게 들려오고 있었다. 쇄쇗 쇄쇗…. 머리 위에서는 이따금 기러기떼 지나가는 소리가 유독컸으며, 낄룩― 하는 기러기 울음 소리가 들릴 즈음이면 마당 가장자리에는 가지런한 기러기떼 그림자가 달빛을 한 옴큼씩 훔치며 달아나고 있었다.”--- p.51
'나는 살으야 되어...' '나둬라, 놔둬, 이늠으 여편네, 집에 가지 마. 절대루 가먼 안되여.... 내 한몸 살자구 논 팔구 밭 팔면 새끼 들은 뭣 먹구 사네, 새끼들 멕이구......차라리 내가 이냥 죽을 텨. 나 하나 죽구 여러 목숨 살으야지......'

'잘들 사는 걸 보구 죽으야 옳을 틴디, 이대루 죽어서 미안허네......부디 잘들 살어.......'--- p.367-368
그것은 내가 그리워해 온 선대인은 어머니나 아버지, 그리고 동기간들이 아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색 창연(古色蒼然, 퍽 오래 되어 예스러운 풍치가 그윽함)한 이조인(李朝人)이었던 할아버지, 오직 그분 한 분만이 진실로 육친이요 조상의 얼이란 느낌을 지워 버릴 수 없은 거였고, 또 앞으로도 길래(오래도록) 그럴 것같이 여겨진다는 것이다. 받은 사랑이며 가는 정으로야 어찌 어머니 위에 다시 있다 감히 장담할 수 있을까마는, 그럼에도 삼가 할아버지 한 분만으로 조상의 넋을 가늠하되, 당신 생전에 받은 가르침이야말로 진실로 받들고 싶도록 값지게 여겨지는 터임에, 거듭 할아버지의 존재와 추억의 조각들을 모든 것의 으뜸으로 믿을 수밖에 없던 것이다.

초사흗날, 기중(其中, 그 가운데) 붐비지 않을 듯싶던 열차로 가려 탄 것이 불찰이라 하게 피곤하고도 고달픈 고향길이었다. 한내읍에 닿았을 때는 이미 3시도 겨워(때가 늦어) 머잖아 해거름을 만나게 될 그런 어름이었다. 열차가 한내읍 머리맡이기도 한 갈머리〔冠村部落〕 모퉁이를 돌아설 즈음엔 차창에 빗방울까지 그어지고 있었다. 예년에 없던 푹한(퍽 따뜻한) 날씨기에 눈을 비로 뿌리던 모양이었다. 겨울비를 맞으며 고향을 찾아보기도 난생 처음인 데다 정 두고 떠났던 옛 산천들을 돌아보이자, 나는 설레이기 시작한 가슴을 부접할(의지할) 길이 없었다.---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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