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낭독의 발견 - 배우 변희봉의 인생낭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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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등에서 자주 뵙는 변희봉씨... 참 꾸준히 연기를 한다고 생각했지만, 중간중간 어려움도 많았고, 힘든 일도 많았다는 이야기도 하고, 자신의 연기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힘들때 등산을 통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는 이야기도...
평소에 목소리가 좀 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방송에서 시를 낭독하는데, 그의 탁하다고 생각했던 목소리가 어찌나 구슬프고, 아련하게 들리던지.... 특히나 윤동주의 자화상은 아나운서의 말따라 꼭 자신이 직접 겪고 있는 일을 말하는듯한데, 정말 연기자의 경륜이 느껴졌다...
아버지를 떠올리며 한시도 한수 읆어주셨는데, 정말 그 나이에도 부단히 노력을 하시며 이 방송에 출연을 하기전에도 저 글귀들을 수십, 수백번을 읽으시면서 감정이입을 하신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올랐던 멋진 낭독의 방송

- 방송일시 : 2009년 1월 16일 (금) 밤 12시 (KBS 1TV)
- 출 연 자 : 변희봉 (배우)

< 괴물>로 스크린 천만 관객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영화 <더 게임>에서는 40여년 연기 인생 첫 주연을 맡기도 했다. 오롯이 걸은 연기자 한 길, 아직도 하고 싶은 역할이 너무 많다며 눈을 반짝이는 배우 변희봉이 낭독무대에 오른다.

어두컴컴한 무대, 가느다란 핀 조명에 의지하고 서서 담담히 들려주는 첫 낭독은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 어려운 시대상황에서 치열했던 시인의 고민이, 육십년을 훌쩍 넘어 배우 변희봉의 목소리로 생명력을 얻는다.

작년 가을, 한국 현대시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시낭송과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시를 읽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고 털어놓는 배우 변희봉. 소리내어 시를 읽다보면 시를 쓰는 시인의 마음과, 연기자의 마음이 포개져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는 그가 들려주는 두 번째 낭독은 신경림 시인의 <갈대>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 그는 몰랐다”

40년 연기인생의 긴 기다림 속에서, 괴로운 현실을 잊기 위해 산을 자주 찾았다는 배우 변희봉의 세 번째 낭독은 조정권의 詩 <산정묘지 1>. 지루한 기다림을 참고 견디면, 반드시 길은 있다고 강조하는 그는 품안에서 소중한 한시집(漢詩集)을 꺼내든다.

  “六角 꽃 감상하며 뜰 위에 섰노라니
  내 백발도 함께 반짝거림을 미워하노라…”

이어지는 낭독은, 고향 마을에서 면장을 하며 한시를 즐겨짓던 조부의 詩 <初雪>. 연기에서 묻어나는 농익은 감수성이 사실은 집안 내력이었음이 살짝 공개된다. 해가 갈수록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는 배우 변희봉의 마무리 낭독은 마종기 시인의 <방문객>. 희망과 용기를 주는 새해인사와 함께 낭독무대를 마무리한다.

한 치의 빈틈없는 긴장감과 몰입의 무대로 객석을 사로잡은 변희봉 편 <낭독의 발견>은 1월 16일(금) 밤 12시 KBS 1TV를 통해 방송 된다

낭독 1]
자화상
 
시      윤동주
낭독   변희봉
 
 산모퉁이를 돌아 논 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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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 2]
갈대
 
시      신경림
낭독   변희봉
연주   피아노 (이 경)
♬<Seven Daffodils>... F.Moseley/ L.Hays 曲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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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 3]
산정묘지 1
 
시      조정권
낭독   변희봉
연주   첼로 (박태형)
♬ <Arioso> ... J.S Bach 曲
 
겨울 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 
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간밤의 눈이 다 녹아버린 이른 아침,  
山頂은 
얼음을 그대로 뒤집어 쓴 채 
빛을 받들고 있다. 
만일 내 영혼이 天上의 누각을 꿈꾸어 왔다면 
나는 신이 거주하는 저 天上의 一角을 그리워하리. 
가장 높은 정신은 가장 추운 곳을 향하는 법. 
저 아래 흐르는 것은 이제부터 결빙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침묵하는 것.
움직이는 것들도 이제부터는 멈추는 것이 아니라 
침묵의 노래가 되어 침묵의 同列에 서는 것. 
그러나 한번 잠든 정신은 
누군가 지팡이로 후려치지 않는 한 
깊은 휴식에서 헤어나지 못하리. 
하나의 형상 역시 
누군가 막대기로 후려치지 않는 한 
다른 형상을 취하지 못하리. 
육신이란 누더기에 지나지 않는 것. 
헛된 휴식과 잠 속에서의 방황의 나날들. 
나의 영혼이 
이 침묵 속에서 
손뼉 소리를 크게 내지 못한다면 
어느 형상도 다시 꿈꾸지 않으리. 
지금은 결빙하는 계절, 밤이 되면 
뭍과 물이 서로 끌어당기며 
결빙의 노래를 내 발밑에서 들려주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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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 4]
初雪
 
시      변남연
낭독   변희봉
연주   피아노 (이 경)
♬ <Somewhere in time> ... John Barry 曲
 
天低雲暗北風微 (천저운암북풍미)
秋瘦江山雪正肥 (추수강산설정비)
野碓鳥探冬日食 (야대조탐동일식)
柴門犬吠夜人歸 (시문견폐야인귀)
或雨或霜相前後 (혹우혹상상전후)
如粉如鹽孰是非 (여분여염숙시비)
賞彼六花庭上立 (상피육화정상립)
憎吾白髮共生輝 (증오백발공생휘)
 
구름 낀 하늘 낮고 어두운데 북풍이 불어
가을 들어 마른 강산에 눈이 살을 붙여주네
들 방앗간에서 새들이 겨울 모이를 찾고
사립문에서 개 짖으니 사람들 밤에 오네
비 오다가 서리 내려 서로 앞뒤서고
가루인 듯 소금인 듯 분간하기 어려워라
六角 꽃 감상하며 뜰 위에 섰노라니
내 백발도 함께 반짝거림을 미워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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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 5]
방문객
 
시       마종기
낭독    변희봉
연주    피아노 (이 경)/첼로 (박태형)
♬ <Londonderry air> ... 아일랜드 민요 曲
 
무거운 문을 여니까
겨울이 와 있었다.
사방에서는 반가운 눈이 내리고
눈송이 사이의 바람들은
빈 나무를 목숨처럼 감싸안았다.
우리들의 인연도 그렇게 왔다.
 
눈 덮인 흰 나무들이 서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복잡하고 질긴 길은 지워지고
모든 바다는 해안으로 돌아가고
가볍게 떠올랐던 하늘이
천천히 내려와 땅이 되었다.
 
방문객은 그러나, 언제나 떠난다.
그대가 전하는 평화를
빈 두 손으로 내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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