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낭독의 발견 - 삶의 진한 향기를 가진 배우, 연극배우 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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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이 뵙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연극을 거의 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배우이시기는 한데, 딱히 떠오르는 작품은 없는데... 찾아보니 영화, TV, 연극, 작가 등 다방면에서 활동을 하시고, 방송을 보니 참 다양한 분야에 욕심이 많기도 하신 분이신듯....^^
참 목소리가 좋으시고, 좋은 글들을 많이 발췌해서 읽어주었는데, 특히나 고 정채봉씨의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을 읽어주었을때는 손숙씨도 아나운서도, 방청객들도, 나도 눈물이 난다...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다른 분들의 글을 통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로 나눈것이 조금은 아쉽기도 하지만, 그녀의 낭랑한 목소리와 짧은 연기를 보면서 보낸 즐거운 시간이였다는....

- 방송일시 : 2007년 12월 20일 (목) 12:45am (KBS 2TV)
- 출 연 자 : 손숙 (연극배우)


무대 위에서 온몸을 던져 기쁨과 슬픔을 노래하는 연극배우 손숙이 낭독 무대를 찾았다. 40년 연극 무대에 선 열정으로 진한 삶의 향기를 품고서.
2007 ‘낭독의 발견’ 한 해를 마무리하는 무대에 함께 한 배우 손숙은 꾸밈없는 솔직함으로 낭독무대를 빛냈다. 삶의 무게가 더해져 한층 우묵해진 그녀의 삶의 깊이를 느끼며 마음에 또 다른 여운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중, 리빙스턴 박사 독백으로 낭독 무대를 연 배우 손숙. 세번째 연기하는 리빙스턴 박사 역할이지만, 점점 더 사랑으로 다가가게 된다는 그녀. 이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해피앤딩이라는 대사를 관객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하다.

이어 낭독하는 시는 도종환의 <가을비>와 마종기의 <꿈꾸는 당신>.
쓸쓸함과 사랑에 대한 애절함이 가득한 시를 솔직한 음성으로 낭독한 후 배우 손숙은 한 여자로서 아직도 격정적인 사랑을 꿈꾸고 있다고 고백한다.

학창시절 소설가와 시인이 꿈이었다는 배우 손숙이 들려주는 시는, 정채봉의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는 시구처럼 늘 힘들 때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침소에서 잠을 자며 엄마와 이야기한다는 손숙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낭독 무대가 잠시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아픔과 상처를 이겨내는 힘을 줬던 연극의 길을 허락해준 신께 감사드리는 배우 손숙이 마지막으로 낭독하는 글은 <마더 테레사 말씀>. 평생을 헐벗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푼 테레사처럼 나눔의 중요성을 말한다. 손안 가득 움켜쥐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아름다움을 깨달았다며 밝게 웃으며 마무리한다.

순수한 열정으로 사람향기 가득한 연극인 손숙과 함께하는 2007년 마지막 ‘낭독의 발견’은 12월 20일 (목) 밤 12시 45분 KBS 2TV 채널을 통해 방송된다.


낭독 1]

연극 <신의 아그네스> 1막 1장 중에서...

                    원작   존 필미어


어렸을 적에 그레타 가르보가 주연한 춘희를 여러번 봤습니다.

영화를 볼 때마다 전 여주인공이 폐결핵으로 죽지 않는다고 믿었습니다.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숨죽이며 극장에 앉아있었지만 언제나 실망했고 해피엔딩을 보기 위해 꼭 다시 오리라 결심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전 또 다른 마지막 장면이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헐리우드 지하금고 속엔, 그레타 가르보가 폐결핵을 이겨내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열차도 피하며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지지도 않는 그런 결말이 담긴 필름이 숨겨져 있다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전, 아직도 이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란 사실을 믿고 싶습니다.

얼마나 그것을 열정적으로 찾고 갈망하느냐에 달렸겠지요.


아기는 목에 탯줄이 감긴 채로 휴지통에서 발견됐습니다.

산모는 출혈 끝에 실신한 채로 방문 옆에서 발견되었고 과실치사로 재판에 회부되었습니다.

저, 마사 리빙스턴은 법정 정신과 의사로서 산모의 정신상태를 분석하기로 했습니다.

전 돕고 싶습니다.




낭독 2]

가을비

         도종환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 사랑하고

오늘 낙엽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

내일 이 자리를 뜨고 나면

바람만이 불겠지요


바람이 부는 동안

또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헤어져 그리워하며

한세상을 살다가 가겠지요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

피었던 꽃들이 오늘 이울고 있습니다




낭독 3]

꿈꾸는 당신

           마종기



내가 채워주지 못한 것을

당신은 어디서 구해 빈 터를 채우는가.

내가 덮어주지 못한 곳을

당신은 어떻게 탄탄히 메워

떨리는 오한을 이겨내는가.


헤매며 한정없이 찾고 있는 것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 곳에 있기에

당신은 돌아눕고 돌아눕고 하는가.

어느 날쯤 불안한 당신 속에 들어가

늪 깊이 숨은 것을 찾아주고 싶다.


밤새 조용히 신음하는 어깨여,

시고 매운 세월이 얼마나 길었으면

약 바르지 못한 온몸의 피멍을

이불만 덮은 채로 참아내는가.


쉽게 따뜻해지지 않는 새벽 침상,

아무리 인연의 끈이 질기다 해도

어차피 서로를 다 채워줄 수는 없는 것

아는지, 빈 가슴 감춘 채 멀리 떠나며

수십 년의 밤을 불러 꿈꾸는 당신.


낭독 4]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 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 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낭독 5]

『마더 테레사의 말씀』중에서...


여러분에게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싫증내지 말고 주십시오. 그런데 남은 것을 주어서는 안됩니다.

상처를 받을 때까지, 고통을 느낄 때까지 주십시오.


우리는 나누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런데 나누는 것은 의무가 아니라 소망입니다.

나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이 여분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필요없습니다. 쓰고 남은 것도 받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가난한 사람들에게 겸손한 체하는 태도나 동정심 따위는 필요없습니다. 진정 필요한 것은 사랑과 인정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겸손한 체하는 태도나 동정심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과 다정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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