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예상대로 논쟁이 일었던 방송...
아직 소설을 읽지 않아서 뭐라고 말할수는 없지만...
상대를 포용하고, 나와 생각이 다른것이 틀린것이 아닌 다른것이라고 생각하는 시골의사 박경철과 홍윤기 교수...
하지만 반대의견을 가진 영화감독과 큐레이터는 페널자체를 잘못구성한듯...
그저 재미없다. 이건 소설도 아니다. 시대와 트렌드에 뒤떨어졌다. 등등.. 자신들만의 의견을 피력하려고 하고, 상대의 논조에는 반박을 하지 못하는것이 설득력이 거의 없었다는... 그들이 추천하는 소설이나 책들은 어떨지 참 궁금했다는... 암튼 방송내내 두명의 패널때문에 좀 짜증이 났었다.
물론 나도 이들처럼 내가 보았을때는 엉망진창인 책이 남들은 아주 괜찮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는 하다.
하지만 내가 싫으면 그만이고, 나의 입장을 논리적이고 조리있게 이야기를 하면 그만이지, 그 책을 뜻깊고, 의미있고, 재미있게 본 사람들도 있는 마당에 수준이 떨어진다던지, 비하를 해가면서 이야기를 한다는것은 상대방과 싸우자는 이야기이자, 자기 얼굴에 침을 뱉은 행위가 아닐까 싶다.
그나저나 백영옥씨의 조선일보 칼럼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칼럼에 실린 사진이 실물과 약간 좀 많이 차이가 나는듯 하다는...-_-;;
아가씨, 소설의 주인공이 되다!
■ 방송일시 2008년 4월 21일 (월) 밤 11시 30분 KBS1
■ 출연패널 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 박경철 (외과의사, 경제평론가)
박기형 (영화감독), 박파랑 (큐레이터)
■ 담 당 자 프로듀서 최인성, 작가 민혜진
■ 기획의도
한국 소설이 변화하고 있다.
인문학적인 깊이를 고집하던 한국 소설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 변화의 신호탄을 세계 문학상이 알렸다.
깜짝 놀랄 만큼 가벼운 소설 <스타일>이 2008년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이다.
역사와 가족에 대한 중압으로부터 벗어나
30대 초반 여성의 직업과 연애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담은
젊은 소설에 주목하고 있는 한국 출판계.
<TV 책을 말하다>에서는 통속소설 같기도 하고, TV드라마 대본 같기도 한
이 새로운 경향의 소설에 대해 이야기 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 주요내용
“저 자문위원 박경철, 소설 <스타일>을 추천합니다.”
<TV, 책을 말하다> 자문위원 박경철이 추천한 책 <스타일>.
그는 “이 책은 30대 여성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의 속성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언어로써 말입니다.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문학’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바라본다면, 이 책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는 추천사를 남겼다.
그렇지만, 토론 현장에서는 30대 전문직 여성의 삶을 솔직하게 그렸다고 평가받는 소설 <스타일>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이어졌다.
추천자 박경철과 토론자 홍윤기, 박기형, 박파랑이 불꽃 튀는 토론에 이어진 그들이 생각하는 이 책의 점수는 몇 점일까?
▶김학도의 책 by 책
보다 심도 있는 책 소개를 위해 마련한 코너 김학도의 책 by 책에서는
<스타일>과 함께 읽을 만한 책 5권을 추천한다.
일본의 30대 여성의 일과 사랑을 담은 책 <어깨너머의 연인>
또 다른 한국의 칙릿 <쿨하게 한걸음>,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
서른 살을 위한 에세이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중견 여성 작가의 깊이를 경험할 수 있는 한국소설 <유년의 뜰>
이 책들은 어떻게 <스타일>과 함께 읽을 수 있을까.
▶책 마실
서점에 가지 않고도 새로 발간된 책들을 둘러볼 수 있는 코너 책 마실
이번 주 주제어는 “한국인 코드”다.
한국인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부터 유쾌하지만 날카로운 비판까지 한국인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지닌 다섯 권의 신간 박노자의 <만감일기>, 강준만의 <각개약진 공화국>, 진중권의 <한국인 들여다보기>, 정수복의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 신해철의 <쾌변독설>을 소개한다.
▶책과 사람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책을 만나는 방법을 보여주는 책과 사람.
이번 주 <TV, 책을 말하다>에서는 울산을 찾았다. 울산에는 약보다 책이 더 많이 진열된 약국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특별한 약사 권주열씨가 있다.
책을 사랑하는 약사 시인 권주열씨가 책과 만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책 소개 |
1억 원 고료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2008년 대한민국 젊은 여성들의 열망과 욕망을 재기발랄하게 담아낸 화제작! “30퍼센트 세일하는 옥돌메트가 필요한 서른한 살. 쓸쓸하다…. 샤넬 슈즈와 에르메스 백 말고, 하루가 멀다 하고 팀장에게 깨지고 스트레스 받는 삶 말고, 이제 매혹적인 연애가 하고 싶다.” 첫 장편소설로 1억 원 고료 제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한순간 스타로 부상한 백영옥의 『스타일』은 재기발랄하다. 쿨하다. 드라마틱하다. 감각적이다…. 대한민국 젊은 여성들의 일과 연애, 명품과 음식 이야기를 이보다 더 솔직하면서도 경쾌하고 세련되게 그려낸 작품은 만나기 힘들다. 통장 잔고가 없을지라도 할부로 명품 ‘신상’은 사야 한다. 냉장고는 음식물 쓰레기장처럼 폐기돼 있을지라도 근사한 레스토랑 요리에는 이러쿵저러쿵 까다롭다. 몸이 만신창이가 되는 줄 알면서도 44사이즈의 스키니 진을 향한 열망을 놓지 못해 다이어트에 목숨 건다. 상사에 치고 업무에 치여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다크서클의 압박, 칙칙한 피부에 좌절하기 일쑤. 이러니 몇 년째 남자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어쩌다 마음에 드는 남자가 나타나도 유부남 아니면 게이! 신이시여, 어찌하여 이토록 가혹한 운명을 저에게 부여했나이까! 개 같은 제 인생에도 봄날이 오기는 할까요? 2008년 스타 작가 탄생 예감, 백영옥 2008년 세계문학상 수상작이 발표됐다. 문단에서는 아직 얼굴이 신선한 백영옥의 『스타일』이 화제의 주인공이다. 심사위원들의 심사평만으로도 소설의 분위기가 한눈에 파악된다. “재기발랄하다… 매우 역동적이고, 수다스럽게, 대단히 잘 읽히는 문체… 점점 흥미로움을 점층시키는 구성이 아주 뛰어나서 손에서 떼어놓기가 힘들었다….” 『스타일』은 작가의 첫 장편소설. 대단한 주목을 받은 이 작가가 궁금하다. 작가 백영옥은 2006년 「고양이 샨티」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조선일보에 트렌드에 관한 발랄한 글쓰기가 돋보이는 칼럼 <트렌드 샷>을 연재했고, 지난해에 그것을 정리해 산문집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예담)를 펴냈다. 그리고 2008년 『스타일』로 제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첫 장편소설을 쓰는 동안 “자판을 달리던 손가락이 왈츠를 추다가 탱고를 추기도 하는 이 놀라운 경험”을 통해 작가로서의 자긍심과 열정을 더욱 확고히 다질 수 있었다고 한다. 2008년 대한민국 문단을 흥분시킨 백영옥의 『스타일』이 출간됐다. 다이어트의 조급함보다 빠른 스피드, 연애의 간절함보다 강한 흡입력, 붉은 립스틱보다 강렬한 미스터리, 스키니 진보다 몸에 감기는 스토리, 실크 블라우스보다 사랑스런 캐릭터, 베컴보다 섹시한 갈등, 샤넬 No.5보다 매혹적인 메시지… 『스타일』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심사평> <스타일>은 재기발랄한 작품이다. 젊은 세대들이 소비하고 들여다보기를 열망하는 음식, 패션, 섹스 등의 세계를 매우 역동적으로, 수다스럽게, 대단히 잘 읽히는 문체로 그려냈다. 장을 이어나가면서 점점 흥미로움을 점층시키는 구성이 아주 뛰어나서 손에서 떼어놓기가 힘들었다는 점, 작가가 어떻게든 상처받지 않고 더러운 세계를 견디면서 진정성을 지켜가려는 젊은이들을 자기 세대로 끌어안기를 전혀 피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하여 이 시대의 피상성, 깊이 없음을 쿨하게 잘 형상화했다는 점 등이 돋보인다. 심사위원단 - 김화영 서영은 박범신 이혜경 은희경 성석제 하응백 김미현 장은수 |
• 책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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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166센티미터에 56킬로그램의 여자는 비만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건 56킬로그램은 결코 날씬해 보이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피트니스 클럽에서 ‘온 스타일’을 채널을 보며 사이클 바퀴를 돌리거나, 스텝퍼 위에서 절대로 내려오지 않는 여자들. 특히 러닝 머신 위에서 생수를 마시며 비지땀을 흘리는 여자들은 절대로 뚱뚱하지 않다. 그들은 비만 극복을 위해 피트니스 클럽에 오는 게 아니다. 그들의 목적은 하나다. 지금보다 조금 더 마르기. 한마디로 말해 ‘말라비틀어지기’이다. --- p.20 남자들이 ‘왜’ 라는 질문을 근원적으로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그러니까 남자들은 여자의 면전에다 절대로 ‘싫다’ 라는 말을 할 수 없도록 입력되어 있는 족속들이라는 걸, 스물넷의 나는 알지 못했다. --- p.38 그때 깨달았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일어난 모멸감은 절대로 학습되지 않는다는 걸. 실연을 이미 경험했다고 해서 그것이 조금 더 견딜 만한 것이 되거나, 그럭저럭 삼킬 만한 것이 되진 않았다. 애인과 헤어진 지 1년이 다 되었는데도 그때의 모멸감은 전혀 사라지지 않고 내 마음에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 남자는 자신의 커피 값도 내지 않고 사라졌다. --- p.43 “이 도시엔 왜 이렇게 잘난 노처녀들이 많은 거냐. 잘난 노총각들은 씨가 말랐고.” “그 잘난 노총각들은 우리 같은 노처녀들이랑은 안 놀거든.” 은영이 소파에 누워 요가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요즘 노처녀들이 어디 노처녀 같애? 나이 오십이 다 된 우리 편집장만 해도 보기엔 딱 30대 초반이야.” “모르는 소리! 남자들은 자기 여자가 어려지는 거 별로 안 좋아해. 그냥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 거지.” 과연 수컷들의 진실이란 자기 유전자를 전 지구적으로 퍼트려줄 젊은 난자들에게 향해 있는 것일까. 늙은 난자들의 교묘한 화장술이나 성형술을 알아보는 유전자 코드가 고릿적부터 핏속에 새겨져 있는 걸까. 이것이 자연이 정한 냉혹한 유전자의 법칙이란 말인가. “괜찮다 싶으면 꼭 유부남 아니면 게이더라! 무슨 놈의 바닥이 이런지 몰라.” “섹스는 고사하고 난 웰빙 기사 쓰면서 컵라면 먹는 이중생활이나 좀 청산했으면 좋겠다.” --- p.46 닥터 레스토랑. 《A》매거진 최고의 칼럼니스트이며 얼굴 없는 요리 평론가이다. 어느 매체에도 글을 쓰기 않기 때문에 그의 칼럼은 오로지 《A》를 통해서만 읽을 수 있다. 당연히 잡지의 판매량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유명세답게 소문도 많다. 《A》매거진 편집장과 친구 사이다. 잡지사 사주의 아들이다. 아니다. 실은 편집장이다(이 부분에서 편집장은 거품을 물고 혼절했다). 겉만 요란한 형편없는 레스토랑들을 폭파시키기 위해 등장한 요리계의 '유나바머'다. 소문만큼 사람들의 궁금증도 늘어만 갔다. 최근 잡지에 오는 독자 엽서의 50퍼센트는 닥터 레스토랑의 실명을 밝히라는 얘기일 정도였다. --- p.61 “7년 만인가요, 이서정 씨?” “정말 미친 거 아니세요? 전 앞에 계신 분을 전혀 모르겠거든요.” 박우진. 그는 내 인생에서 5분 동안 같은 공간에 앉아 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5분은 내겐 5년처럼 느껴졌다. 나는 혼자서 박우진을 50분이나 기다렸다. 그 50분은 내겐 조선왕조 500년보다 긴 시간이었다. 7년 전 그날은, 시계의 분침과 초침이 녹아서 흐느적거리는 달리의 그림 속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p.72 몸이 기름을 흡수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이 약은 성능이 뛰어나다. 특히 약이 축적되면서 첫째 날보다는 둘째 날에, 둘째 날보다는 셋째 날에 더 강력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문제는 기름이 ‘변’에 섞여 나오다 보니, 같은 곳에서 나오는 다른 것에도 기름이 섞여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실수로 방귀 한번 뀌었을 뿐인데, 동시에 기름까지 내뿜게 된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 기름들은 팬티를 적시다 못해 바지까지 푸욱 적시게 될지도. 제니칼 복용자들은 팬티라이너나 생리대를 착용하기 바란다. 생리대 찬 남자라는 비난이 싫다면 제니칼은 멀리 하는 게 좋다. 이 미친 세상에선 뚱뚱한 남자가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여성용 생리대를 차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그것이 아름답고자 하는 인간의 추한 뒷모습이다. ---- p.104 “박우진을 만났다구? 맞선 자리에서 너 찼던 그 사이코?” 간만에 함께 간 브런치 식당에서 은영은 샌드위치 안에 들어 있던 연어를 빼내다 버럭 소리를 질렀다. “화장실 간다고 했던 인간이 7년 만에 나타나? 그 남자 오줌발, 최고다 최고. 기네스에 올려줘야겠네. 나쁜 자식.” (중략) 아마 내가 그 남자의 주방에서 일주일간 일하면서 취재기를 쓰기로 했다고 하면 은영은 얼음을 씹어 먹다 경기를 일으킬 것이다. 고등학교 동창인 여자 친구들 사이의 우정이란 그런 것이다. 한 남자에게 똑같은 증오의 눈길을 보내고, 동시에 열광하는 것. 어느덧 남자에 대한 취향은 비슷해지고 싫어하는 것도 비슷해진다. 10년 동안 한 침대를 쓴 부부처럼. --- p.136 만약 패션계에 ‘바로잡습니다’ 코너 같은 게 있었다면 이런 괴상한 캐릭터들이 많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심각한 성형 중독에 걸려 분기별로 얼굴을 뜯어고친다는 스타일리스트 ‘앤드류 동’부터 아직까지 레즈비언이다 아니다란 소문이 끊이질 않는 모 브랜드의 디자이너, 유부녀와 바람을 피우다가 그의 남편에게 발각돼 은밀한 그곳을 ‘절단’ 당했다는 불운의 주인공 포토그래퍼 K까지 소문의 장르도 코미디와 공포를 넘나든다. 두말할 필요가 있을까! 패션계는 소문의 왕국이었다. 그리고 소문에도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라는 코너가 있다면 박기자의 소문은 말할 것도 없이 대한민국 넘버원이었다. --- p.147 성수대교가 무너졌다. 눈앞에서 버스가 떨어졌다. 자동차들이 순식간에 무너진 상판과 함께 추락했다. (중략) 하지만 눈을 감은 채, 상상 속에 나타난 다리는 실제보다 훨씬 더 끔찍하고 공포스러웠다. 그 자리에서 우유를 전부 다 게워냈다. 아빠의 회색 바지에 그때 내가 토한 하얀색 토사물이 뿌연 날인처럼 남아 있었다. 아빠를 원망했다. 그때 눈을 감았기 때문에, 억지로 누군가 내 눈을 막았기에 상상 속에서 훨씬 더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다. 나는 어둠 속을 찢듯 밀려드는 아프고 무서운 광경들 때문에 잠시도 눈을 감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내 세계를 지탱하던 한 축이 성수대교와 함께 무너져버렸다. --- p.158 그는 엘리베이터까지 나를 데려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는 동안, 기름 똥 싼 여자를 부축하며 이마에 키스까지 했다. 맙소사. 이렇게 다정한 남자를 앞에 두고 그런 실수를 하다니. 그깟 다이어트 알약 하나 때문에! 운동 대신 알약 몇 알에 살을 빼겠다는 속물근성 때문에 모든 걸 망쳐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기다리고 있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더 끔찍한 일이 생기고 말았다.(중략) 김민준에게 기대 마스카라가 뭉개진 채 울고 있는 내 앞에 그 남자가 서 있었다. 박우진이었다. --- p.195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나는 기부를 한다. 정기적으로 들어가는 기부금 때문에 엄마에게 돈을 꾼 적도 있다. 이미 나사가 1천 개도 더 빠졌을 거란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 하지만 별 수 없다. 굶주려 뼈만 남은 아프리카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무너지고, 새로 나온 마놀로 블라닉을 보면 그게 갖고 싶어서 잠이 안 온다. 이것도 저것도 해야겠고, 이쪽도 저쪽도 놓칠 수 없다. 내겐 이 두 가지 욕망이 모두 다 중요하다. 그래서 남들 놀 때 눈에 불을 켜고 일하고, 일해서 번 돈으로 열정적으로 쇼핑한다. 영화광이 히치콕의 희귀 DVD를 사 모으고, 애서가가 절판된 펭귄북스 시리즈에 열광하듯 그렇게 말이다.--- p.205 누구나 자기가 하는 일에 회의를 느끼며 산다. 이게 옳은 일일까. 이런 삶이 과연 의미 있는 것일까. 패션지 기자들이 사용하는 ‘시크’ ‘엣지’, ‘잇 백’, ‘머스트 해브 아이템’ 같이 일상의 삶과 전혀 상관없는 듯한 이런 외국어들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패션지를 고작 명품 광고나 싣는 한심한 된장녀 잡지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앞에서 어렵게 섭외한 소설가 ‘폴 오스터’나 ‘샐먼 루시디’의 10페이지짜리 인터뷰 기사를 보여준다 한들, 사람들이 그 기사의 진정성을 믿어줄까? --- p.284 그 소설은 4년을 사귄 남자친구가 이별의 선물이라며 내게 건네준 것이었다. 책의 첫 장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서정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과거를 책임지지도 않았고, 현재를 위로해주지도 못하면서, 미래까지 걱정하다니! 하지만 나는 옛 남자친구가 준 그 책을 끝까지 읽었다. 그것이 20대의 마지막 연애를 마무리 짓는 내 이별의 예식이었다. 졸업 후 기사를 쓰기 위해 자료를 찾다가 ‘생은 다른 곳에’의 원래 제목이 ‘서정시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정시대. 나는 그것을 ‘서정의 시대’로 번역해 읽었다. 누군가 잡지에서 내 기사를 읽고 꿈을 키우듯, 나도 내 꿈을 펼칠 수 있는 시대에 곧 탑승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희망의 근거가 요구될 때마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믿었다. ‘생은 다른 곳에’가 아닌 ‘서정시대’의 힘을!--- p.330 |
줄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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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s..
꽃띠 문학’ 이라는 장르가 있다. 영어로는 칫 릿 (chick + literature)이라 부른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후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이 장르는 ‘쇼파 홀릭’,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등으로 본격적으로 개화를 시작했다.
이 분야의 책들을 모두 하나의 범주로 묶기란 좀 어렵지만, 대개 2-30대의 젊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그들의 삶을 다룬 이야기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하지만 대개의 경향이 그렇듯 이 분야의 작품들 역시 감각적이고 통속적인 성향을 띄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주인공들은 대개 ‘시크’하거나 ‘시크 함’을 추구한다. 물론 여기서 시크가 ‘sick’ 가 아님은 물론이다. ( 재밌게도 칙, 혹은 치크에서 k 를 하나 빼면 시크 chic 가 된다).
즉 김 봉남 선생님 식으로 말하자면, 엘레강스 하고, 스마트하며, 챠밍하고, 뷰티한 여자들의 이야기거나 혹은 그것을 로망으로 삼는 여자들의 이야기이기가 쉬운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장르의 책에 과감하게 1억원고료 문학상을 안긴 ‘세계문학상’ 측의 용기는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세계문학상의 구조가 일단 상금을 주고, 책을 팔아서 상금을 메우기 때문에, 책이 잘 안팔리면 문학상 기금자체가 거덜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전의 ‘아내가 결혼했다’나, ‘미실’과 같은 작품에 비하면 나가도 한참 더 나아간 선택이 이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어쨌거나 필자가 이책을 읽게 된 이유는, ‘TV 책을 말하다’의 자문위원 입장에서 신간들을 검토하다가 우연히 손에 집어 들었기 때문이다, 쟝르야 어떻던 국내 최고상금의 문학상 수상작은 일단 읽어보는 것이 예의가 아닌가?.
그런데 솔직히 이후 세 시간동안 이 책에 깜빡 빠져 들었다.
일단 문장이 감각적이다. 저자의 문체는 마치 섹스칼럼이나 식도락 기행을 쓰듯 톡톡 튄다.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얼개를 만들고, 그 위에 언어의 조탁을 통해 아우라를 입히는 것이 문학이라고 믿는 근엄한 심사위원들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대체 어떤 기분이셨을까 마구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분들이 이 책을 수상작으로 고른 이유는 무엇일까. 저절로 심사위원 명단에 눈이 갔다.
아마 존경하는 이문열 선생께서 이 책을 보신다면 ‘이 책은 성스런 문학의 정녀에게 립스틱을 바르고, 가터벨트를 둘러놓은 책이다’ 라고 일갈 하실 것도 같은데, 이 문학상의 심사위원은 성석제, 은희경, 박범신과 같은 분들의 이름만 올라있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얼개도 밋밋하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줄거리를 살짝 살짝 뒤집고 비틀면 구조가 더늬 같다. 최소 98% 표절이다.
하지만 이 책의 매력은 거기에 있지 않다,
필자 같은 40대들이 ‘저런 된장!!’ 하고 쳐다보던 명품족들에 대한 편견을 ‘그래 저것도 선택이야, 내가 씨디를 사모으는 것이나 저들이 샤넬과 구찌에 열광하는 것이나 뭐가 다를까?’ 라는 최소한의 이해로 이끌기도 하고, 대한민국 역사에서 30대 여성이 ‘어머니, 혹은 주부’ 뿐만이 아닌 ‘나’로 사는 것이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는 후천개벽의 시대에, 그들의 고민과 갈등을 어느정도 이해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같은 대한민국의 초급 아저씨들이 궁금해하던 그들의 정서를 마치 관음하듯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다.
10대에 열광하던 ‘하이틴 로맨스’의 바다에 다시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물론 이 책이 문학적으로 높은 정신을 고양하고, 깊은 담론과 사색의 실마리를 던져주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문학이 늘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문학은 전체를 그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잃어버린 퍼즐의 한자락을 보여주는 역할도 해야한다. 우리시대의 30대, 꽃띠(사실 좀 이상한 용어다. 솔직히 꽃띠는 20대 초반 아닌가?)들의 고민도, 로망도, 모두 이 시대의 하나의 조각퍼즐이다. 딱 거기 까지만이다...
솔직히 근엄한 순수 문학도 기껏 충청도 어느 땅에 살던 또라이 하나가 자신이 하늘이라고 믿는다는 '**를 위하여' 같은 책을 두고 고전이라 칭하지 않았던가?
하여간 이 책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우리시대의 30대 미혼여성이 가지는 욕망, 혹은 야망, 그리고 갈등과 휴머니즘들을 고스란히 집약해서 보여주고 있고, 이 책을 읽는 독자 역시 그렇다고 이 책의 여주인공을 우리 30대 여성들의 ‘실상’으로 오해하거나 동일시 할 정도의 낮은 안목을 가지지는 않을 터이니, 이 책을 두고 30 대의 진정성을 왜곡했다거나, 혹은 문학적으로 같잖다는 투의 비평은 접어두는 것이 좋다 싶었다.
그래서 이번주 TV 책 녹화에 추천서로 들고 나갔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 열렬한 반대가 터져나왔다.,
외부 패널로 모신 영화감독 한 분과, 큐레이터 한 분이 노발대발 하셨다. 여고괴담이라던가, 여우계단 이라던가, 하여간 유명한 영화를 연출하신 이 감독님의 주장은 이런 구성과 얼개는 문학적으로 한심 그 자체이다. 작품성이라곤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다고 숫제 경멸 하신다.
또 큐레이터 한 분은 이 책의 주인공이 열광하는 ‘마놀로 블라닉’ 따위의 신발은 이미 첨단이 지난지 얼마나 오랜 것인지에대해 분노하면서, 작가의 소위 ‘후짐’에 대해 뜨거운 비난을 쏟아 부으셨다. 그것이 30대의 코드가 아니라고 열변을 토하셨다,
그런데 그분이 들고오신 커다란 가방과 그 안에서 꺼냈던 명함 집은 촌 놈인 나도 한눈에 아는 몇 브랜드중의 하나인 ‘구*’,와 ‘루이 ** ’이었다.
이 책이 의미는 바로 그런것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