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정현이형이 강력 추천해 준 성장영화인 개같은 내인생과 정복자 펠레... 영화를 구하기가 힘들었는데 클럽박스에서 구해서 어렵게 봤다...
좀 몸이 안좋은 상태에서 듬성듬성 봐서 그런지..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근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난 지금... 다시 한번 곰곰히 영화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꿈과 희망을 가지고 덴마크로 떠난 펠레...
아버지는 항상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도전을 펠레에게 이야기해준다...
물론 펠레도 그런 희망에 가득차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점점 멀어지는 꿈과 희망... 그리고 좌절...
막판에 작은 희망이 보이기는 하지만... 펠레는 떠나기로 결심을 하고 아버지와 짐을 꾸린다...
자신의 꿈과 희망을 위해서...
그러나 떠나기 직전에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던 아버지는 그 생활에 익숙해진것인지.. 꿈과 희망을 포기한것인지...
자신은 남겠다고 하고, 펠레만 떠나보낸다...
정복자 펠레가 되기 위해서... 저 바다로...
가슴이 쏴하고... 곰곰히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보는 영화였다...
과연 나는 어떻게 살것인다...
아버지처럼 말로만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살것인가?
펠레처럼 지금 이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꿈과 희망을 찾아서 떠날것인가?
답은 내 스스로 알고 있는것 같은데...
그 마음이 아버지의 마음처럼 약해질까봐 두렵다...
원 제 : Pelle erobreren/Pelle The Conquero
감 독 : 빌 어거스트
주 연 : 펠레 베네가르드 , 에릭 파스케
제작년도 : 198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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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자 펠레]...만일 이 세상이 종말이 와서 내가 달나라로 탈출한다면...누군가가 가지고 싶은 영화 목록 중에 한가지를 고르라고 하면 난, 단연코 이 영화 [정복자 펠레]를 선택하겠다. 내가 이 때까지 본 영화의 사상을 집대성한다고도 볼 수 있는 이 영화는 그렇게 모든 사상들이 이 영화 안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고, 우리가 왜...영화에 매혹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 영화는 명백하게 알려 주기 때문인 줄 모르겠다.
어제 나는 MBC에서 밤 12시 30분부터 새벽 3시까지 했던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이내 눈물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처음 부분에서 몇 장면이 잘렸던 것을 보고 난, 분노 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러닝타임이 지날수록 나는 이 영화의 매력에 매혹되어 갔으면 내 눈에 눈물이 맺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눈물이 흘려 내렸다. 그렇게 가슴이 시리도록 아프게 나의 내부속으로 다가왔다).
처음 펠레와 늙은 아버지가 스웨덴에서 덴마크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안개 속을 헤치면 배 안에 앉아 있던 모습에서 여러분들은 펠레의 아련한 눈동자를 보았는가? 나는 이 장면에서 희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봤다. 그리고 현재의 나의 모습을 발견 수 있었고, 나도 펠레처럼 이 세상을 대하는 면이 여전히 희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후로 펠레와 아버지는 덴마크 농장에서 피폐한 삶을 살아가지만 결코 생존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게 이 영화는 이주 노동자들과 펠레의 관계 속에서 지금 본인의 삶을 반추할 수 있으면, 더 나아가서 현재의 나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 이제 어린 펠레는 농장에서 생활하면서 권력자들 즉...농장의 감독원에게 평생 잊지 못할 마음의 상처를 느끼지만 힘없고 늙은 아버지는 그저 아들을 안쓰럽게 바라 볼 뿐, 권력자들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펠레는 인식한다. 지금 여기(덴마크 농장) 삶은 진정 자기가 원하는 삶은 아니라고 좀 더 넓은 세상을 들어가 거기에서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겠노라고...하지만 펠레의 현실은 암울하다. 펠레가 성장할수록 아버지가 왜소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고, 주위의 친구들도 이주자인 펠레을 무시하면 더 나아가 그에게 마음의 상처를 안겨준다. 그러나 펠레는 이런 것을 보면서 한층 더 이 세상을 당당하게 살겠다고 다짐하고 주위의 환경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그렇다고도 볼 수 있다. 결코 인간의 삶은 본인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지 누군가가 대신 삶을 살아주지 않는다. 자기의 잠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되 독선과 교만이 아닌 남과 조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것). 이제 펠레는 점점 어른이 되어 간다. 웬만한 상처는 그의 마음을 뚫지 못하고 그 상처를 재발견하여 좀 더 자기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는 인생을 새롭게 창조하려고 한다.
그래서 펠레는 아버지 세대와는 다르게 살고자 다짐한다. 펠레는 노력한다. 한층 더 세상을 너그럽게 보려고 노력하고 상처뿐인 이 세상이지만 먼 훗날엔 좀 더 나은 세상이 자기에게도 올 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이젠 두려움보다 희망이 펠레의 마음에 아로새겨 진다. 펠레는 떠난다. 이 선택이 어떠한 고난과 힘든 상황이 닥쳐오더라도 펠레는 감수하겠노라고...먼바다를 헤집고 펠레는 혼자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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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름만 들었었는데... 88년 칸 황금종려상, 89년 아카데미/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이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진 영화를 얼마전 TV에서 봤다. (이젠 공중파 2곳에서 금요일에도 심야영화를 해주니 좋군^^)
펠레 아버지 역으로 나온 배우가 낯이 익었다. 막스 폰 시도우.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두얼굴의 비정한 아버지,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콘돌의 7일'에서는 냉혹한 킬러였던 그의 표정/연기가 영화를 빛나게 한다. 모질고 억울한 세파 앞에서, 오직 자신과 아들의 삶을 위해 무릎꿇어야 하는 늙고 불쌍한 아버지.
# 그림같은 영상들
영화 첫장면, 안개낀 바다에서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는 범선. 이렇게 영화는 바닷가의 전원/농장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풍경 속의 인간군상들의 삶은 기막히고 복잡다단하지만, 그 삶들을 품어안는 자연은 한결같이 아름답다. 물론 한겨울 온들판을 누비는 냉혹한 눈보라는 시린 현실을 그대로 대변하기도 하지만...
일부러 연출한 화면이 아닌, 바다와 전원의 아름다운 사계를 서정적으로 담아낸 영상들을 보며 밀레 그림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봄 씨뿌리는 남자들의 행렬... 바람에 꿈결처럼 물결치는 황금들녘에서 추수하는 사람들... 환상적인 아름다움은 아니지만, 중간중간 잡아내는 자연풍광과 사람들의 파노라마가 관객을 매혹시킨다.
한편 해안바위 위에 서서 안개바다/운해를 내려다보는 펠레/방랑자의 뒷모습과, 펠레가 뛰어든 빙해(얼음바다)는 화가 프리드리히를 연상시킨다. 그림만큼의 웅장함은 아니지만 그림의 주제와 연결되는 듯한 펠레의 심경...
# 인간의 굴레
돈을 벌어 인간답게 살고자 스웨덴에서 덴마크로 이주해온 사람들. 모멸받고 천대받는 당시 스웨덴인들을 보니, 꼭 일제때 일본으로 돈벌러간 우리 조선인들 같다는 느낌도 들어 잠시 착잡... 덴마크인들이 주는 수치와 굴욕은 시골학교의 어린 학생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주인공 소년 펠레와 아버지는 외양간 거처에서 2년을 '소'처럼 생활하며 농장사람들의 기구한 삶의 풍경을 지켜본다. 농장감독 밑에서 '동물농장'처럼 비인간적인 대우를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 일의 고단함보다도 사람의 횡포/심술이 더 힘든 현실. 운명은 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연민은 커녕 오히려 더 가혹한 시련만을 안겨준다. "하느님은 왜 우리를 이렇게도 가난하고 불행하게 만들었는지..." 라고 탄식하는 아버지. 그들이 잠시 즐기는 축제마저도 그래서 더 애처롭게 다가온다.
# 희망의 배
"넌 아직 어리고 세상을 다 가질수 있어". 2년뒤 아메리카 대륙으로 같이 건너가자는 에릭 아저씨에게 희망을 걸고 있던 펠레. 그러나, 에릭은 육중한 현실의 돌에 뒤통수를 맞아 바보가 되고... 마침내 정신병원(?)으로 끌려가고 만다. 그날밤, 그같은 현실을 뒤로 하고 탈출을 결심하는 펠레.
영화 마지막, 떠나는 펠레가 아버지와 새벽 새하얀 눈밭에서 작별하는 실루엣 영상과, 펠레가 바다를 향해 뛰어가는 엔딩크레딧 장면은 인상적이다.
펠레는 결국 그 바다를 건너 희망의 신천지를 정복했을까. 그가 빨리 성공해 '시네마 천국'의 토토처럼 멋진 컴백을 했으면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다.
# 주인 마님
이 영화에서 또 하나 중요한 배역은 농장주인 마님이다. 펠레 가족의 외양간과 천양지차인 주인집 거실. 앵그르의 '샘' 그림과 대리석 조각상이 있는 그 아름다운 거실도 그녀에겐 불행의 장소일 뿐이다.
농장주인의 평생에 걸친 바람끼가 뿌려놓은 불행들을 창밖으로 지켜보며 밤마다 통곡하는 그녀. 그러던 그녀가 마침내 초대형 사고를 쳤다. 조카딸마저 건드린 남편을 더이상 용서할수 없어 남편의 '악의 근원'을 잘라버린 것! 마치 그리스신화속 태초의 남자/아버지 '우라노스'의 거세처럼 말이다. 우라노스가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괴물자식들을 견디다못해 가이아 여신이 계획한 일처럼...
이제 남편을 완전히 손아귀에 쥔 그녀의 변신이 재미있다. 이전까지 우중충한 흑색계통의 옷을 입었던 그녀가, 붉은 옷을 걸치고 여유있는 여신처럼 된것.
그녀가 유달리 펠레에게 보이는 호의. 그러나 그녀의 애정을 받아봤자 펠레는 영원히 '새장 속의 새' 신세일 뿐이다. 그래서 펠레는 마침내 그 새장을 벗어나 자유의 바다로 비상하러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