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의 포구기행 - MBC 느낌표 선정도서, 해뜨는 마을 해지는 마을의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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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 시인의 포구기행기.. 여행정보도 간혹 소개가 되지만 그 여행지가 담겨있는 과거, 사연, 의미 등을 시인의 저자의 정서로 잘 표현해준 책...
그러나 저자가 시인이라서 그런지 약간은 문학적이며, 시적인듯한 느낌이 듭니다.
한비야씨처럼 편하게 다가오지는 못하지만,
여행지에서 갈매기의 눈빛, 팥죽, 판소리등에 얾힌 이야기들을 들으면 어릴적에 전래동화를 듣는 듯한 편한 느낌이 느껴집니다.
어찌보면 저 대신에 여행을 다녀와서 아름답게 이야기를 써준듯 하기도 하네요..
그리고 저는 오디오북으로 들어서 책속에 들어있는 사진들을 직접 보지 못해서
그 내용이 더욱 애절하게 다가오지 못한것이 아쉽습니다.
저자가 해주는 이야기와 저자가 바라보는 풍경을 시적으로 표현한것을 듣다보면 이미 바다에 와있는것 같은 느낌이 들고, 느낌이 지난후에는 바다에 가고 싶은 애절한 생각이 듭니다...


<도서 정보>
제   목 : 곽재구의 포구기행 - MBC 느낌표 선정도서, 해뜨는 마을 해지는 마을의 여행자
저   자 : 곽재구
출판사 : 열림원
출판일 : 2002년 10월
구매처 : 오디오북
구매일 :
일   독 : 2005/5/15
재   독 :
정   리 :


<미디어 리뷰>
곽재구 - 1954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다. 1981년 「중앙일보」신춘문예에 시 <사평역에서>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2년 신동엽 창작기금과 1996년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시집으로 <사평역에서>(1983), <전장포 아리랑>(1985), <서울 세노야>(1990), <참 맑은 물살>(1995) 등과 산문집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1993), 장편동화 <아기 참새 찌꾸>(1992) 등이 있다.

문득 깜깜한 바다 한가운데서 희미하게 떠오르는 불빛 하나가 보입니다. 그 불빛은 내가 앉은 가로등 밑둥까지 천천히 다가옵니다. 작은 배 위에 한 노인이 등불을 들고 서 있습니다. 그가 내게 삿대를 내밉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의 배 위에 오릅니다. 세월이 가고 다시 세월이 오고, 그 속에서 밥을 먹고 시를 쓰고 파도소리를 듣고, 그러다가 그 길목 어디에서 우연히 시의 신을 만나 함께 배 위에 오를 수 있음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 일일까요. - 곽재구

시인 곽재구의 두 번째 기행 산문. 1993년에 나왔던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이 그가 사랑한 예술가들의 흔적과 발자취를 찾은 예술기행이였다면, 이 책은 작은 포구 마을들로의 여행을 통해 우리들이 잃어버리고 사는 지난 시간들의 꿈과 그 불빛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이미 십여 년 전에 시를 쓰기 위해 바닷가 마을을 찾았었고, 그때 바닷가에서 삶의 원기를 되찾고 기꺼이 세상의 톱니바퀴 속으로 다시 맞물려 들어갈 힘을 얻었었다 한다. '과거를 회상하는 버릇은 가슴 안에 깊은 말뚝을 지닌 모든 슬픈 짐승들의 운명 같은 것'이라 말하는 저자는 이루지 못한 어린 시절의 꿈을 회상하며 다시 바닷가 마을을 찾았다.

화진, 정자항, 선유도, 동화와 지세포, 어청도, 삼천포, 구만리, 순천만, 화포, 거차, 향일암, 회진, 왕포, 우도, 조천, 지심도, 춘장대, 장항, 상족포구, 어란포구.... 해뜨는 바닷가 마을에서 해지는 바닷가 마을까지,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그 이름도 생소하기만 한 작은 갯마을들을 그는 두루두루 방랑한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화포에서는 1년 365일을 맛조개를 잡으며 살는 눈빛 맑은 아낙들이, 구룡포에는 고된 바닷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시집을 읽는 어부가 있고, 진도 남동리에는 이미 십여 년 전에 만났던 지금은 돌아가신 소리꾼 조공례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있다.

이렇게 작가가 만난 바람, 파도, 개펄, 바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풀어가는 이야기는 그대로 한 편의 시가 되어 속삭이고 있다. 또한 책 속 중간중간 담긴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 25컷도 그 자체로 너무나 잔잔하고 아름답다.



<정호의 정리>
섬에서 보낸 엽서 - 작가의 말

1...
겨울꽃 지고 봄꽃 찬란히 피어라 / 화진 가는 길
소라고둥 곁에서 시를 쓰다 / 선유도 기행
별똥 떨어진 곳 마음에 두었네 / 동화와 지세포를 찾아서
하늘 먼 곳, 푸른빛의 별들이 꿈처럼 빛나고 / 어청도에서
아, 모두들 따사로이 가난하니 / 삼천포 가는 길
그곳에 이상한 힘이 있었다 / 동해바다 정자항에서
대보등대 불빛 속에 쓴 편지 / 아름다운 포구 구만리
산도, 이 산도 쉬어 넘고 / 진도 인지리에서 남동리 포구로 가는 길

2...
묵언의 바다 / 순천만에서
화포에서 만난 눈빛 맑은 사람들
거차에서 꾸는 꿈
모든 절망한 것들이 천천히 날아오를 때 / 향일암에서 나무새와 꿈을 만나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팥죽집 가는 길
바람과 용, 그리고 해산토굴 주인을 위하여
개펄로 만든 지평선이 보이네 / 변산반도 국립공원 왕포
천천히, 파도를 밟으며, 아주 천천히..... / 전북 고창군 상하면 구시포

3...
집어등을 켠 '만휴'의 바다 / 남제주군 대정읍 사계포
바다로 가는 따뜻한 바람처럼 / 우도로 가는 길
신비한 하늘의 아침 / 조천
저 너머 강둑으로 가고 싶어요 / 바람아래 해수욕장을 찾아서
동백숲 속에 숨은 선경 / 지심도로 가는 길
춘장대에서 '쿄코'를 읽다
헤어지기 싫은 연인들의 항구 / 충남 서천군 장항
봄비 속에서 춤추는 공룡들의 발자국을 보다 / 경남 고성군 상족포구
갯바람 속에 스민 삶에 대한 그리움 / 해남 송지 어란포구

바다와의 만남 - 곽재구 시인의 포구기행 - 최영호


어디서 하룻밤을 묵을까. 나는 마음속으로 무녀도를 이미 정해놓았었다. 장자도에서 무녀도까지의 십 리 길을 터벅터벅 걸었다. 완전히 어두워진 산길과 바닷길을 따라 걷는데도 마음은 수수롭기 그지없다. 기다리는 사람도 그리운 사람도 없다. 하늘에는 별이 몇 개, 어둠 속으로 희미하게 길이 이어질 뿐. 무녀도로 들어가는 선유고 다리 위에서 세 개의 가로등 불빛을 보았다. 나는 그중의 한 불빛 아래 다리를 뻗고 앉았다. 불빛이 내게 말했다. 조금 외로운 것은 충분히 자유롭기 때문이야. 나는 불빛을 보며 씩 웃었다.

눈보라가 펄펄 날리는 겨울날 건화 다방에는 톱밥난로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갯일을 끝낸 바다사내들이 톱밥난로 주위에 모여들어 불을 쬐었다. 화력이 좋은 톱밥난로는 그들의 얼어붙은 손을 녹여주었고 따뜻한 피가 도는 그 손으로 커피가 아닌 소주를 마셨다. 사이다 잔에 2홉들이 소주병을 붓고 거기에 고춧가루를 얼마쯤 타서는 두세 잔 거푸 마셨다. 어느 날은 그 큰 소주잔이 건네지기도 했다. (…) 뒷날 내가 쓴 시, 「사평역에서」에 나타나는 톱밥난로는 사실 회진의 이 건화 다방에 놓여 있던 톱밥난로를 슬쩍 빌려온 것이다.--- p 167


번개탄 불 위에 석쇠를 얹고, 그 위에 살이 피둥피둥해 얼른 꽁치 새끼쯤으로 보이는 싱싱한 멸치들을 얹은 뒤, 굵은 천일염을 고루 뿌린다. 그리고 화덕 주위에 쭈그리고 앉아 언 손에 군불을 쬐며 소주 한 잔씩을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한 입, 두 입…… 아, 오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 멸치구이임을 새롭게 안다--- p 83


포구에서 기분 좋은 일 중의 하나는 이리저리 걷다 마주치는 배들의 이름을 읽는 것이다. 배들의 이름에는 선주들의 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선주들은 자신의 배에 어린 시절 고향 동리의 이름을 새기기도 하고 젊은 날 자신이 사랑했던 연인의 이름이나 술 이름을 적어놓은 로맨티시트도 있다. 먼 이국의 항구 이름을 따오기도 하고……. 그 이름들의 의미를 다 모아놓으면 그것이 그대로 한 포구가 지닌 그리움의 실체가 되리라.--- p 34


☞ 2005-05-15에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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