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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너무 컷는지.. 실망보다는 담담하게 봤다.
모든것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어렵게 살아가지만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곳에서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빠져 나갈수 없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주는 사람들...
나는 소설속에 인물중에 누구일까? 그리고 누가 되고 싶은가?
출판사리뷰 | |||||
출판사리뷰 - 감추기
이 작품의 배경인 '괭이부리말'은 인천 만석동 달동네의 별칭이다. 6.25 전쟁 직후 가난한 피난민들이 모여 살면서 만들어진 이 동네는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빈민지역이다. 작가 김중미씨는 1987년부터 괭이부리말에서 살며 지역운동을 해왔고, 지금은 그곳에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작가의 생생한 경험이 담겨 있는 이 작품은 초등학교 5학년인 숙자와 숙희 쌍둥이 자매를 중심으로 가난한 달동네의 구석구석을 착실하게 그려 나갔다. 숙자의 어머니는 집을 나갔다. 오토바이로 교통사고를 낸 뒤 빚을 잔뜩 진 아버지를 견디다 못해 친정으로 가버린 것이다. 숙자는 어머니의 빈자리를 자신이 메울 준비를 하고 있다. 동네 친구들의 어머니처럼 자기 어머니도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 모른다고 마음속으로 각오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빠, 나 엄마 없어두 돼"하며 오히려 아버지를 위로하는 모습이 코끝을 시리게 한다. 쌍둥이지만 성격이 판이한 동생 숙희를 어르는 모습이나, 친구인 동준이를 따스하게 감싸주는 모습이 마치 '몽실 언니'가 이 시대에 다시 나타난 듯하다. 동수와 동준이 형제의 아버지는 돈을 벌어오겠다고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도 일찌감치 집을 나갔다. 고등학교를 중간에 그만둔 형 동수는 친구 명환이와 함께 본드 흡입과 폭력으로 탈출구를 찾는다. 한편, 이 아이들을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거두어주는 '영호 삼촌'은 괭이부리말에서 고생고생하며 집 한캄 마련한 뒤 자궁암으로 세상을 뜬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난 후 우연히 본드에 취한 동수와 명환이를 만나 집으로 데려온다. 동수의 동생인 동준이의 친구 숙자와 숙희도 자연스럽게 영호의 집에 들락거리게 되고, 영호와 괭이부리말에서 함께 초등학교를 나온 숙자네 담임 김명희 선생님도 영호의 부탁으로 동수의 상담을 맡으면서 아이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게 된다. 김명희 선생님과 영호의 노력 못지않게 가슴 뭉클한 것은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아이들이 서로 위로하고 의지하며 꿋꿋하게 성장해나간다는 점이다. 언뜻 보기에는 아무런 희망도 의지도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동수와 명환이 같은 아이도 나름대로 꿈이 있다. 꼬박꼬박 월급 받을 수 있는 기술자가 되는 것,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다. 착한 사람으로 평범하게 살고픈 욕망이 왠지 시시하게 보이는 세상에서 이같은 동수와 명환이의 꿈은 오히려 우리에게 커다란 울림을 남긴다. 가출했던 숙자네 어머니는 아이를 가진 것을 알고 돌아왔으나 숙자와 숙희 자매는 아버지를 사고로 잃는다. 크고작은 사건들을 겪어내는 가운데 어느덧 숙자네 집에서는 새해 첫날 아기가 태어나고, 동수는 야간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낮에는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 명환이는 제빵 기술을 배우기로 하고, 김명희 선생님은 그토록 벗어나고자 했던 괭이부리말로 다시 돌아와 아이들 곁에, 괭이부리말 사람들 곁에 남기로 한다. 한편, 영홍 삼촌네 집에는 일본으로 돈 벌러 떠난다며 누군가가 맡기고 간 아이 호용이도 함께 살게 된다. 작가의 체험이 절절히 묻어나는 소박하고 진솔한 문체 속에 괭이부리말 사람들의 일상과 믿음직한 아이들의 꿈이 오롯이 담겨 있다. 화려한 성장의 그늘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이 아이들을 한번 쯤 돌아봐 주는 것, 그들의 소박한 꿈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일은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숙제가 될 것이다. 이 작품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수차례에 걸친 취재 끝에 꼼꼼하게 괭이부리말의 풍경을 재현해낸 일러스트레이터 송진헌씨의 그림 또한 이 책의 빛나는 부분이다. 거친 듯하면서도 따뜻한 감정이 묻어나는 연필선으로 표현한 주인공들과 괭이부리말 주변 풍경은, 아무래도 이러한 풍광에는 익숙하지 못할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안내자가 되어준다. 사춘기 무렵 아이들의 절실한 고민, 성장기에 겪는 갖가지 갈등과 좌절 또한 뛰어난 현실감각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 독자들을 위한 훌륭한 읽을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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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2 |
리뷰2 - 감추기
"사실성 깊이 스며든 따뜻함" 괭이부리말은 인천의 달동네로 예전에 그 근처에 '고양이 섬'이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마을의 역사는 참으로 간난하다. 일제시대부터 가난하고 집없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들어와 마을을 이루고 살았고, 6.25때는 피난민들이, 산업화시기에는 농촌에서 몸하나 믿고 올라온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단 한 번도 윤기가 흐르거나 풍요로웠던 적이 없는 괭이부리말, 그곳에도 어린이들이 산다. 아이들은 대체로 우울하게 보인다. 한참 까불어야 할 숙희.숙자 자매도 그렇다. 하긴 빚때문에 엄마가 집을 나가고, 아버지는 매일 술에 취해 들어오시는데 무엇이 즐겁겠는가. 둘은 오늘도 취한 아버지를 피해 친구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동준이와 동수. 이 아이들은 숙자네보다 더 비참하다. 어머니가 집을 나간지는 한참되었고, 얼마 전에 아버지마저 돈벌겠다며 집을 나갔기 때문이다.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 동수는 얼마전까지 선생님 말씀 잘듣던 '착한 학생'의 모습을 완전히 버려버렸다. 어린 동생만 자기에게 남겨두고 간 부모에 대한 배신감때문에. 동준이는 그런 형이 무섭고 안타깝다. 하지만 어린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낙이 있다면 착한 숙자와 함께 노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만 우울한게 아니다. 괭이부리말 사람들은 애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삶이 힘겹고 당황스럽다. 세상에 버림받지 않으려고 기술도 배우고, 정말 뼈빠지게 일하면서 나름대로 희망을 키웠던 영호는 삶의 지주였던 어머니를 잃었다. 언젠가는 호강시켜드리고 싶었는데, 가난때문에 병을 얻은 어머니는 기다리지 못하고 가버리셨다. 또 괭이부리말을 벗어나가겠다고 악착같이 공부해서 겨우 마을을 떠날 수 있었던 명희는 바라는 대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지만, 하필 첫 부임지가 괭이부리말이다. 명희는 이를 악문다. 날짜만 채워 이곳을 떠나리라. 희망없는 아이들따위 쳐다보지도 않으리라고. 하지만 머리말에서 '누군가 때문에 눈물을 흘리게 되면 그 누군가와 동무가 된다'고 썼던 작가는 괭이부리말 아이들과 어른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서서히 독자와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동무로 만들어간다. 냉정한 듯 하지만 깊숙이 스며있는 따뜻한 시선으로 말이다. 그 첫시도가 구데기가 들끓는 부엌, 무너져내리는 집안에서 동준이 형제를 끌고 나온 영호의 모습이다. 처음에는 이런 곳에 아이들을 남겨둘 수 없다는 조그마한 의협심으로 출발했던 영호의 아주 작은 발걸음은 조금씩 우울하던 아이들의 마음을 훈풍으로 열어간다. 하지만 사람한테 입은 상처는 아주 큰가보다. 그것이 누구보다 친한 혈육일 때는 더욱더. 동준이, 숙자, 숙희, 명환이는 영호의 인정에 그대로 몸을 맡기지만, 동수는 여간해서 마음을 보이지 않는다. 다시 상처입기 싫은 까닭이다. 작가는 서두르지 않는다. 오랜 공부방 생활을 토대로 닫혀진 아이의 마음 열기가 어렵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은 때문일까. 동수와 영호의 지리멸렬한 신경전은 계속되지만 손해를 보더라도 아이들을 떠나지 않는 영호에게 동수는 마음을 조금씩 열어간다. 그런데 작가는 누구보다 괭이부리말을 증오했던 명희의 변화하는 모습을 동수의 마음열림과 한 이음새로 묶어놓는다. 동수와의 상담을 계기로 '선생'이라는 이름에 명희는 깊은 고민을 갖게 되고, 결국 동수와의 대화를 통해서 명희도 서서히 변해간다. 경멸하던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조금씩 마음에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가는 것이다. 동수 역시 본드와 허탈함에서 벗어나 기술을 배우면서 희망 품는 법을 배워간다. 사람관계가 가져온 따뜻함에 다시 눈물이 맺힌다. 나이에 맞게 어리광도 부리고 싶었다고 울먹이며 이야기하는 숙자처럼 사실 괭이부리말 아이들 가슴에는 누구보다도 사랑받고 싶어하는 열망이 가득 차 있다. 하지만 현실이 너무나 차갑고 척박해서 아이들의 열망은 저 공장 매연에 사라져버리거나, 선생들의 포기 속에 차갑게 식어간다. 그럼 작가는 이 동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영호처럼 사람을 놓지 않는 그런 따뜻함과 성실함 속에 아이들을 구원해달라고? 글쎄다. 오래동안 빈민촌 아이들과 함께 했던 작가가 그런 낭만적인 꿈만을 꾸었을까? 자꾸 작가가 머리말에서 이야기했던 '눈물'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눈물은 바라보고 있을 때만, 그 장면에 몰입해야 나올 수 있다. 그들을 이해해야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머리말에 눈물얘기부터 해댄 그 속의미는 우리에게 괭이부리말 아이들같은 아이들을 만나면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그 아이들을 바로 보고 이해해달라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눈물을 그렁그렁 담은 눈으로 이 아이들을 제발 따뜻한 눈으로 보아달라고, 그러면 아이들이 빈민촌 아이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 아이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그런 뜻은 아니었을는지. |
<도서 정보>제 목 : 괭이부리말 아이들
저 자 : 김중미 저
출판사 : 창비
출판일 : 2001년 10월
책정보 : ISBN : 893643344X | 페이지 : 275 | 366g
구매일 :
일 독 : 2006/5/6
재 독 :
정 리 :
<이것만은 꼭>
<미디어 리뷰>
저자 : 김중미 |
방송대학교 교육학과 졸업. 1987년부터 이 책의 배경인 인천 만석동의 괭이부리말에 살아왔고, 지금은 그 곳에서 공부방을 하고 있다. 1999년, 창작과비평사에서 공모한 <좋은 어린이 책> 공모 창작 부문에서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대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괭이부리말 아이들』『종이밥』이 있습니다. |
어린이 책으로 분류는 되어 있지만 청소년이나 성인이 읽어도 참 좋은 책들이 있다. 스테디 셀러인 『괭이부리말 아이들』도 그런 책 중의 하나이다. 본래 두 권으로 된 어린용이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는데, 성인용 판본을 만들어 달라는 방송국의 요청에 의해 양장본으로 새로 태어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양장본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이런 기획 아래 나온 책이어서, 판형이 좀 작고 삽화도 조금 줄었다. 은은한 표지에 손에 쏙 들어오는 것이 참 예쁜 책이다. 그러나 모양은 달라져도 작품이 지닌 감동이야 어디 가겠는가. 작가의 진한 체험이 밴 문체속에, 인천 만석동 달동네를 배경으로 온 몸으로 삶을 사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두고 두고 독자의 가슴에 남아 있을 것이다.
<책속으로>
1. 괭이부리말
2. 쌍둥이 숙자와 숙희
3. 동준이와 동수 형제
4. 유도 아저씨 영호
5. 숙자와 담임 선생님의 비밀
6. 사랑하는 아빠
7. 돌아온 엄마
8. 영호, 동수와 동준이를 만나다
9. 새로운 가족
10. 동수의 가출
11. 영호의 가을
12. 사고
13. 김명희 선생님
14. 다시 만난 아이들
15. 김명희 선생님의 편지
16. 동수의 고백
17. 새로운 시작
18. 숙자의 어머니
19. 숙희 따돌리기
20. 동수의 선물
21. 김장하는 날
22. 희망
23. 크리스마스 이브에 버려진 아이
24. 새해, 눈 오는 날
25. 괭이부리말의 새 식구
26. 봄
허리를 펴 주위를 둘레둘레 살펴보미 햇볕이 드는 곳마다 푸른 싹들이 비쭉비쭉 머리를 내밀 고 있었다. 동수는 저 여린 풀들이 볕도 잘 안 드는 공장 지대 한구석에서 긴 겨울을 어떻게 견뎌 냈는지 신기했다. 그리고 아직 여린 민들레 싹이 비좁은 철문 틈에 뿌리를 내리고 꽃망울을 터뜨릴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민들레 의 노란 꽃이 참말로 보고 싶어졌다. 동수는 민들레 싹 곁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담 밑에 먼지처럼 쌓여 있는 흙가루들을 쓸어다가 뿌리 위에 덮어 주며 말했다. '어떻게 그 긴 겨울을 견디고 나왔니? 외로웠지? 그래도 이렇게 싹을 튀우고 나오니까 참 좋지? 여기저기 친구들이 참 많다. 자, 봐. 여기 우리 공장 옆에도, 저기 길 건너 철공소 앞에도 네 친구들이 있잖아. 나도 많이 외롭고 힘들었는데 친구들 덕분에 이젠 괜찮아. 우리 친구 하자. 여기가 좀 좁고 답답해도 참고 잘 자라라. 아침마다 내가 놀아 줄게.'--- pp.271-272 |
자, 지금부터 촛불 의식을 합니다. 숙자가 먼저 한 해 동안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인지 말하는 거예요. 속상한 일, 슬픈 일, 고마운 일, 그리고 새해에 바라는 일, 그런 걸 얘기한 다음에 옆에 있는 사람의 초에 불을 붙여 주는 거예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얘길하는 거예요. 알았죠?--- pp.230 - 231 |
이 집이 나랑 니 아버지가 올 나르고 시멘트 포대 한 봉지씩 사서 몇 달이나 공들여 지은 집이여. 뱃일 나갔다 와서 한밤중에도 시멘트를 발랐다니께. 근데 이 집을 너한테 물려 줄라면 시에다 돈을 내고 땅을 사야 헌다구 그러더라. 이게 왜 시 땅이라고 허는지 나는 모르겄다. 맨 갯벌 천지인데를 동네 사람들이 굴 껍데기랑 돌이랑 쓰레기 갖다가 메워 만든 땅인데.--- p.48 |
어제 우리반 애가 가출했다. 초등학교 5학년 짜리가 어디가서 뭐 하고 있을까? 1학기때 같으면 난 화부터 냈을거야. 왜 이렇게 골치 아픈 애가 우리 반이 되었는지 원망했겠지. 근데 이번엔 안 그래. 걔가 정말로 걱정이 돼 이제 곧 겨울인데 어디에 있을지 걱정이 돼 정말....--- p.178 |
'어 새싹이네!' 허리를 펴 주위를 둘레둘레 살펴보니 햇볕이 드는 곳마다 푸른 싹들이 비쭉비쭉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동수는 저 여린 풀들이 볕도 잘 안 드는 공장 지대 한구석에서 긴 겨울을 어떻게 견뎌 냈는지 신기했다. 그리고 아직 여린 민들레 싹이 비좁은 철문 틈에 뿌리를 내리고 꽃망울을 터뜨릴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민들레의 노란 꽃이 참말로 보고 싶어졌다. 동수는 민들레 싹 곁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담 밑에 먼지처럼 쌓여 있는 흙가루들을 쓸어다가 뿌리 위에 덮어 주며 말했다. '어떻게 그 긴 겨울을 견디고 나왔니? 외로웠지? 그래도 이렇게 싹을 틔우고 나오니까 참 좋지? 여기저기 친구들이 참 많다. 자, 봐. 여기 우리 공장 옆에도, 저기 길 건너 철공소 앞에도 네 친구들이 있잖아. 나도 많이 외롭고 힘들었는데 친구들 덕분에 이젠 괜찮다. 우리 친구하자. 여기가 좀 좁고 답답해도 참고 잘 자라라. 아침마다 내가 놀아줄게.'--- p.272 |
야윈 몸 어느 구석에 그토록 많은 눈물이 숨어 있는지 신기할정도로 숙자 어머니의 눈물은 그칠줄 몰랐다. 숙자 어머니는 새벽녘에야 탁자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 새벽이 되자 영호는 살며시 가게를 나왔다. 일을 나가려면 빨리 월미도로 가서 영종도 가는 배를 타야했지만 영호는 중국인 마을을 돌아 자유공원으로 올라갔다.--- p.188 |
'숙자는 착하고 똑똑해. 난 가능성이 없는 아이들은 관심이 별로 없어. 난 문제아들에겐 관심이 잘 안 가.' '불량배에다 문제아들이라구?' '사실이잖아. 본드 하고 경찰서나 들락거리고 가출하고, 그런 애들 불량한 애들 아냐?' 난 니가 나한테 왜 이런 부탁을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돼. 나하고 아무 상관도 없는 동순지 무너지 하는 애를 나보고 어떡하라는 거야? 너도 좀 이상한거 아니니?' 영호는 할 말을 잊었다. 영호는 명희에게, '너도 똑같구나. 하긴, 넌 초등학교때도 선생님 같았어.'하고 말하며 일어났다. 그리고 한동안 꼼짝 않고 서서 창문 밖만 바라보았다.--- p.132~133 |
선생님이 무슨 말씀 하시는지 알아요. 선생님은 좀 그러듯한 직업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런데 전 그냥 기술자가 되고 싶어요. 그런데 전 그냥 기술자가 되고 싶어요. 한가지 기술로 오랫동안 직장을 다닐 수 있는 그런 기술자, 그게 제 꿈이예요. ..... 선생님은 제 소원이 시시하다고 생각하시죠?--- p.228 |
동수는 숙자와 숙희, 동준이, 명환이 영호 삼촌, 숙자어머니와 김명희 선생님, 그리고 갓난아이와 호용이의 얼굴을 하나씩 떠올렸다. 햇살을 가득 품은 식구들의 얼굴을 생각하니 힘이 솟는것 같았다. 동수는 컨테이너 박스로 사무실에 들어가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교복은 옷걸리에 곱게 걸었다. 동수는 걸레를 들고 기계를 닦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렸다.''봄,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p.274 |
높다란 공장 천장 바로 밑에 벽돌 한 개가 떨어져 나가 생긴 구멍으로 마알간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손바닥 만한 구멍으로 저렇게 밝은 햇살이 들어온다는 것이, 어두운 공장 한구석을 환하게 비출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동수는 햇살이 내려 꽂히는 곳으로 가서 섰다. 동수의 뺨 위로 눈부신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동수의 할 일은 다른 사람들이 오기 전에 청소를 해놓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동수는 잠시 그 햇살 아래 서 있기로 했다. 그 동안 동수의 몸과 마음을 채우고 있던 어둠들을 햇살로 다 씻어 내고 싶었다.--- p.272 |
그러나 선생님의 말은 숙자의 마음 깊은 곳에 난 상처를 쓰다듬어 주지는 못했다. 그래서 숙자는 선생님한테, 사실은 부채춤 출 때 입을 한복이 없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운동회 때 올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일기를 쓰려고 일기장을 펴 들면 자꾸 어머니 생각이 나서 일기를 쓸 수 없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p.52 |
그 아이를 조금만 일찍 만났더라면, 그 아이가 젓가락 한 벌만 들고 학교로 갈 때 가방에 도시락을 넣어 줄 수 있었더라면, 외로움에 지쳐 방 한구석에서 울다 지쳤을 때 이불이라도 덮어 줄 수 있었다면, 그렇다면 그 아이는 사람을 믿지 못하는 병에도 걸리지 않았을 테고,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 때문에 아파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내가 조금만 더 일찍 그 아이를 만났다면 그 아이는 사람이, 세상이 믿을 만하다는 것을 알았을 겁니다. 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조금만 더.--- 머리말 중에서 |
그 아이는 배만 고팠던 것이 아닙니다. 배가 고플 때 마음도 같이 고팠습니다. 하루 세끼 밥으로 텅 빈 그 아이의 마음을 채워주기엔 너무 늦었나봅니다. 그 아이는 조금만 일찍 만났더라면, 그 아이가 젓가락 한 벌만 들고 학교로 갈 때, 가방에 도시락을 넣어 줄 수 있었어라면, 외로움에 지쳐 방 한 구석에서 울다 지쳤을 때 이불이라도 덮어 줄 수 있었다면, 그렇다면 그 아이는 사람을 믿지 못하는 병에도 걸리지 않았을 테고,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 때문에 아파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머리말 중에서 |
괭이부리말은 바닷가에 있어서 동네 끄트머리에 작은 부두와 포구가 딸려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포구는 동네와 바로 이어져 있었다. 괭이부리말 끝자락에 있는 똥바다 위를 지나는 기찻길을 따라가다 보면 곧장 포구에 닿을 수 있었다. 그런데 동네 한가운데로 서해안 고속도로와 이어지는 큰 도로가 생겨 포구와 괭이부리말을 갈라 놓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똥바다라고 하던 갯벌과 풀밭은 사라져 버렸다. 똥바다는 아이들에게 훌륭한 놀이터였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거의 다 똥바다에서 오리들과 같이 멱을 감고 놀았다. 썰물 때는 갯벌에 나가 민채이도 잡고 게도 잡았다. 때로는 갯벌에 대 놓은 폐선에 올라가 해적 놀이도 하고, 새로 배를 짓는 목수 아저씨 주위를 뱅뱅 돌다가 대팻밥이나 톱밥을 얻어 내 나무 조각이나 휴지 들과 함께 철길 위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불놀이도 했다. 만조 때 축대에 앉아 낚싯줄을 대면 가끔씩 망둥어도 잡혀 올라왔따. 꼬리 부분이 휘어지거나 허리가 휜 망둥어도 심심치 않게 잡혔는데, 똥바다를 둘러싼 공장에서 흘려 보내는 폐수 때문인 것 같았다.--- p.56 |
...그 아이는 배만 고팠던 것이 아닙니다. 배가 고플 때 마음도 같이 고팠습니다. 하루 세끼 밥으로 텅 빈 그 아이의 마음을 채워주기엔 너무 늦었나봅니다....그 아이는 조금만 일찍 만났더라면, 그 아이가 젓가락 한 벌만 들고 학교로 갈 때, 가방에 도시락을 넣어 줄 수 있었어라면, 외로움에 지쳐 방 한 구석에서 울다 지쳤을 때 이불이라도 덮어 줄 수 있었다면, 그렇다면 그 아이는 사람을 믿지 못하는 병에도 걸리지 않았을 테고,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 때문에 아파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p. |
'......하지만 그 아이는 행복해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행복해지지 않았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해도 행복해하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는 배만 고팠던 것이 아닙니다. 배가 고플 때 마음도 같이 아팠습니다.......그 아이를 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그 아이가 젓가락 한 벌 만 들고 학교로 갈 때 도시락을 넣어 줄 수 있었더라면.....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조금만 더.'(pp4-5) |
...그 아이는 배만 고팠던 것이 아닙니다. 배가 고플 때 마음도 같이 고팠습니다. 하루 세끼 밥으로 텅 빈 그 아이의 마음을 채워주기엔 너무 늦었나봅니다....그 아이는 조금만 일찍 만났더라면, 그 아이가 젓가락 한 벌만 들고 학교로 갈 때, 가방에 도시락을 넣어 줄 수 있었어라면, 외로움에 지쳐 방 한 구석에서 울다 지쳤을 때 이불이라도 덮어 줄 수 있었다면, 그렇다면 그 아이는 사람을 믿지 못하는 병에도 걸리지 않았을 테고,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 때문에 아파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p. |
'......하지만 그 아이는 행복해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행복해지지 않았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해도 행복해하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는 배만 고팠던 것이 아닙니다. 배가 고플 때 마음도 같이 아팠습니다.......그 아이를 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그 아이가 젓가락 한 벌 만 들고 학교로 갈 때 도시락을 넣어 줄 수 있었더라면.....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조금만 더.'(pp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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