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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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를 읽으면서 울컥했던 감동을 기대했으나, 원작을 읽지않고, 편집된 오디오북으로 읽어서 그런지.. 별로 감흥이..
작가가 가야 박물관에서 관장과 이야기를 하면서 내용은 시작되고, 가야시대와 현실세계를 왔다갔다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백제와 신라사이에 껴서 바람잘날없는 가야... 왕이 죽으면 순장을 하던 시절에 잠시 휘파람을 불러 나갔다가 적군에게 붙잡힌 왕의 시녀 아라로 인해서 왠지 불길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야.. 그리고 가야와 신라사이에서 박쥐처럼 살기위해서, 병기를 만들기 위해서 살아가지만, 나중에 신라장군 이사부에게 죽임을 당하는 야로.. 그리고 가야와 음악을 사랑하는 우륵은 결국 가야가 망하는것을 보고 신라로 가는데, 야로와는 달리 살아남게 되고, 가야의 금인 가야금을 신라사람들에게 전수해준다.
전체적인 흐름보다는 병기에 대한 야로의 생각과 음악에 대한 우륵의 생각이 비슷하면서도 상이한 태도를 보이고.. 그런것이 둘의 운명과 삶을 바꾸는 그런 이야기.. 두 사람다 괜찮았다. 하지만 야로는 기회주의적이였고, 우륵은 자신의 일에 충실했을뿐인것 같다. 두 사람다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살았지만 누가 행복하고 누가 불행한가는 본인들외에는 모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도서 정보>제   목 : 현의 노래
저   자 : 김훈
출판사 : 생각의나무
출판일 : 2004년 2월
책정보 : ISBN : 8984983063 | 페이지 : 294 | 512g
구매일 :
일   독 : 2006/7/10
재   독 :
정   리 :

<이것만은 꼭>



<미디어 리뷰>
장편 『칼의 노래』로 ‘한국 문학에 벼락처럼 쏟아진 축복’이라는 찬성을 받으며 2001년 동인문학상을, 단편 「화장(火葬)」으로 ‘한국 문학사에 길이 기록될 대작 중 하나가 될 것을 확신한다’는 탄성을 자아내며 2004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괴력과 마력의 작가 김훈이 3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이다. 현재 한국 문단에서 평론가들과 선후배 작가는 물론 독자들에게서 가장 집중된 주목을 받으며 최전성기의 문학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훈이 『칼의 노래』집필 이전부터 기획해온 『현의 노래』는 빈약한 한국 문학의 허리를 다시 곧추 세우고, 우리 소설의 허실함에 흥미를 잃어가는 독자들에게 다시 소설 읽기의 재미를 복원시켜줄 크나큰 사건이 될 것이다.

"나는 문학이 인간을 구원하고, 문학이 인간의 영혼을 인도한다고 하는, 이런 개소리를 하는 놈은 다 죽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이 무슨 지순하고 지고한 가치가 있어 가지고 인간의 의식주 생활보다 높은 곳에 있어서 현실을 관리하고 지도한다는 소리를 믿을 수가 없어요. 나는 문학이란 걸 하찮은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 세상에 문제가 참 많잖아요. 우선 나라를 지켜야죠, 국방! 또 밥을 먹어야 하고, 도시와 교통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애들 가르쳐야 하고, 집 없는 놈한테 집을 지어줘야 하고…. 또 이런 저런 공동체의 문제가 있잖아요. 이런 여러 문제 중에서 맨 하위에 있는 문제가 문학이라고 난 생각하는 겁니다. 문학뿐 아니라 인간의 모든 언어행위가 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펜을 쥔 사람은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생각해 가지고 꼭대기에 있는 줄 착각하고 있는데, 이게 다 미친 사람들이지요. 이건 참 위태롭고 어리석은 생각이거든요. 사실 칼을 잡은 사람은 칼이 펜보다 강하다고 얘기를 안 하잖아요. 왜냐하면 사실이 칼이 더 강하니까 말할 필요가 없는 거지요. 그런데 펜 쥔 사람이 현실의 꼭대기에서 야단치고 호령할려고 하는데 이건 안 되죠. 문학은 뭐 초월적 존재로 인간을 구원한다, 이런 어리석은 언동을 하면 안 되죠. 문학이 현실 속에서의 자리가 어딘지를 알고, 문학하는 사람들이 정확하게 자기 자리에 가 있어야 하는 거죠"

그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나를 표현해 내기 위해서"이며 또 "우연하게도 내 생애의 훈련이 글 써먹게 돼 있으니까" 쓰는 것이라 한다.

그의 희망은 희망이 여러 가지 있는데 첫 번째가 음풍농월하는 것이라 한다. 또 음풍농월 하면서도 당대의 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훈이 언어로 붙잡고자 하는 세상과 삶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선상에서 밧줄을 잡아당기는 선원들이기도 하고, 자전거의 페달을 밟고 있는 자기 자신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민망하게도 혹은 선정주의의 혐의를 지울 수 없게도 미인의 기준이기도 하다. 그는 현미경처럼 자신과 바깥 사물들을 관찰하고 이를 언어로 어떻게든 풀어내려고 하며, 무엇보다도 어떤 행위를 하고 그 행위를 하면서 변화하는 자신의 몸과 느낌을 메타적으로 보고 언어로 표현해낸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남진우는 그를 일러 '문장가라는 예스러운 명칭이 어색하지 않은 우리 세대의 몇 안되는 글쟁이 중의 하나'라고 평하고 있기도 하다.


<줄거리>



<책속으로>

대숲

재첩국

오줌

나라

구덩이

젖과 피

하구
다로금
아수라
연장
기러기 떼
월광


주인 없는 소리
악기 속의 나라
초막
금의 자리
가을빛

가야와 삼국사 연표

우륵은 저물녘에 대궐에 당도했다. 대전 지붕 위로 검은 깃발이 펄럭였다. 그 너머 무덤의 능선은 노을을 치받으며 우뚝했고, 하늘을 달리는 산맥처럼 선명했다. 남쪽 사면에 새로 파놓은 구덩이가 드러났다. 산역에 동원된 백성과 마소드이 대궐 서쪽 망루 앞 개울가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망루마다 횃불이 타올랐고, 교대하는 위병들이 대전 쪽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권문 앞에서 우륵은 말을 묶었다, 수문장이 우륵을 알아보았다.
- 악사 어른, 늦으셨구려. 침전으로 들라시오.
침전 마당에서 여러 고을의 수장들은 이마로 땅바닥을 찧으며 울었다.
니문은 마당에 머물렀다, 우륵은 침전 안으로 들어갔다.
금관을 쓰고, 금칼을 찬 왕의 시신이 침전 가운데 모셔져 있었다. 태자가 머리맡을 지켰고 그 뒤로 트레머리를 풀어헤친 비빈과 문무 군신들이 꿇어앉아 있었다. 방안의 울음소리는 가파랐고 마당의 울음소리는 느렸다. 방안의 울음이 잦아들면 마당의 울음이 일어섰다.
윗목에 앉아 있던 집사장이 우륵의 팔목을 잡아 끌어 옆방으로 데려갔다. 집사장의 눈이 가늘어지고 수염이 떨렸다.
- 지금, 천문이 비색하다. 내일 새벽에 순장자들을 묻으려 하니, 뚜껑이 덮이고 묻기가 끝나면 악사는 산에서 소리를 베풀어 북두에 고하라.
- 하관 때 묻는 것이 법도라 알고 있소만……
- 한 년이 달아났다. 별자리가 들떠 있어 역심이 번질까 저어한다. 변방 또한 위태로워 나라의 근심이 크다, 우선 저것들을 서둘러 묻어서 천문을 달래야 한다. 법도가 방편을 따라야 할 때다.
차고 푸른 별들이 쏟아질 듯 와글거리던 새벽의 밤하늘이 우륵의 눈앞에 떠올랐다. 잡힐 듯 가까운 별들이었다. 순장 시녀 한 명이 달아나려고 별들은 그리도 영롱했던 것인가.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흉흉한 별들의 나라가 따로 있는 것인가. 우륵의 입에서 말이 새어나왔다

"소리가 가지런한 것이 아니다. 소리는 살아서 들리는 동안만이 소리이고, 손가락으로 열두 줄을 울려 새로운 시간을 맞는 것이다."

금에도 세상의 피는 묻어 있을 것이다. 죽은 왕이 이르기를, 여러 고을 소리를 제가끔 만들라 하였으나, 고을의 소리는 이미 스스로 제가끔이다. 다만 거칠고 억눌려 있을 뿐이다. 소리는 세상을 거쳐서 나오되 세상에 파묻히지 않는다. 네가 금을 한번 튕길 때, 없었던 세상이 새로 빚어지고 거기에 목숨이 실려서 흔들리는 것이다. 가야가 망해 없어져도 소리는 덧없음으로 살아남아서 흔들릴 것이다

쥐가 나무를 타고 오를 때 니문의 소리는 빠르고 잘게 부서졌고 쥐가 구멍으로 들어가고 나면 니문의 소리는 멎었다. 까치가 나뭇가지를 건너뛸 때 니문의 손가락은 줄을 건너갔고 까치가 날아가면 니문의 소리는 긴 여운 끌며 잦았다. 긴 앞다리를 치켜든 사마귀가 몸통을 구부리고 다가올 때 니문의 소리는 우두둑거리며 꺾였고 잠자리 날개가 햇빛에 아른거릴 때 니문의 손가락은 바쁘게 줄들은 건너뛰면서 줄의 위와 아래를 함께 뜯었다. 왜가리가 펼친 날개를 흔들지 않고 흐르듯이 들에 내려앉을 때 니문의 소리는 가볍게 흘러내렸고, 닭이 푸드득거리며 달아날 때 니문의 소리는 거칠게 부러졌다

구덩이를 덮을 때 울음소리나 비명소리가 한 줄기도 새어나오지 않으면 백성들은 그 적막을 죽은 왕의 덕으로 칭송했다. 간혹 구덩이 뚜껑을 덮을 때 흑, 흑 젊은 여자들의 웃음인지 비명인지가 새어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 불경하고 요망한 일은 입에 담지 않았다. 또 돌뚜껑이 덮이는 순간, 뚜껑을 밀치고 구덩이 밖으로 뛰쳐나오려는 자들도 더러는 있었다. 군사들이 달려들어 몽둥이로 사지를 부러뜨려 구덩이 안으로 밀어넣었는데, 그 일도 사람들은 애써 기억하지 않았다. 때로는 장례 전날 밤 소복을 입은 채 달아난 처녀들도 있었다. 군사들이 갈대숲과 바위 틈을 뒤져 처녀들을 붙잡아 여러 토막으로 베었다. 군사들은 처녀의 몸 토막을 우물에 던지고 흙으로 메웠다. 처녀의 부모들이 쇠터의 노비로 끌려갔고 살던 집은 헐렸다. 처녀들의 도망은 없었던 일로 바뀌었는데 세월이 지나도 사람들은 그 참람한 일은 일절 입에 담지 않았다

고을들은 왜 젊은 시녀의 젖봉우리 두 개처럼 스스로 자족하며 살아가지 못하며, 백성들은 왜 새 떼처럼 아늑한 숲을 찾아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살지 못하는가. 어째서 나라는 쇠붙이로 막아내야 하며 나라마다 대장간을 짓고 쇠붙이를 두드려 날을 세우는가. 저 위태로운 고을들을 쇠붙이의 세상에 남겨두고 어찌 죽을 것이며, 저 고을들을 다 죽여서 데리고 가야 하는 것인가. 그러나 아마도, 빼앗긴 고을이 무너진 것은 아니리라. 고을들은 왕의 것도 아니고 나라의 것도 아니어서 뉘 땅이 된들 고을은 살아갈 것이다. 그러므로 고을은 무너지지 않는다.

소리는 본래 살아 있는 동안만의 소리이고 들리는 동안만의 소리인 것이오. 집사장께서 이승과 저승의 사이를 헤아리지 못하시는구려. 살아 있는 동안의 이 덧없는 떨림이 어찌 능침을 평안케 하고 북두를 진정시킬 수가 있겠소. 소리가 고을마다 다 다르다 해도 쇠붙이가 고을들을 부수고 녹여서 가지런히 다듬어내는 세상에서 고을이 무너진 연후에 소리가 홀로 살아남아 세상의 허공을 울릴 수가 있을 것이겠소? 모를 일이오. 모를 일이로되 소리는 본래 소리마다 제가끔의 울림일 뿐이고 또 태어나는 순간 스스로 죽어 없어지는 것이어서, 쇠붙이가 소리를 죽일 수는 없을 것 아니겠소? 죽일 도리가 없을 것이고, 죽여질 리가 없지 않겠소? 그 또한 모를 일이로되, 아마도 그러하지 않겠소

-제 자리로 돌아간 것이다. 그래서 소리는 사는 일과 같다. 목숨이란 곧 흔들리는 것 아니겠느냐. 흔들리는 동안만이 사는 것이다. 금수나 초목이 다 그와 같다
-하오면 어째서 새 울음소리는 곱게 들리고 말 울음소리는 추하게 들리는 것입니까?
-사람이 그 덧없는 떨림에 마음을 의탁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떨림과 소리의 떨림이 서로 스며서 함께 떨리기 때문이다. 소리는 곱거나 추하지 않다.

-그렇겠구나. 세상에, 온당하기란 쉽지가 않구나. 내 풍편에 들었다. 너의 소리가 그리 절묘하냐?
-나의 소리가 아니라, 본래 스스로 흘러가는 소리요.
-소리는 주인이 없는 것이냐?
-소리는 들리는 동안만의 소리이고 울리는 동안만의 소리니 아마도 그러할 것이오
-너희 나라 대장장이 야로를 아느냐?
-가야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소.
-그 늙은 대장장이가 말하기를 병장기는 주인이 따로 없어서 쥐는 자마다 주인이라 하였다. 소리는 병장기와 같은 것이냐?
-소리는 없는 세상을 열어내는 것인데, 그 세상은 본래 있는 세상인 것이오. 병장기가 어떠한 것인지는 병부령께서 더 잘 아시리이다.

-소리는 제가끔의 길이 있다. 늘 새로움으로 덧없는 것이고, 덧없음으로 늘 새롭다. 아정과 번잡은 너희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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