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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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소년이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후에 4일간의 방황...
그 시간동안의 이야기... 어떤 큰 사건이 있기보다는 감정의 흐름, 에피소드 등에 집중되어있다.
세상을 꾸부정하게 보고, 불만투성이 인듯한 주인공...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말을 한다....
개인적으로 내가 이책을 중고등학교때 봤으면 참 좋았을것이라는 생각을 문뜩문뜩하게 된다...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라고 하는데... 암튼 왠지 모를 감동, 아쉬움, 서운함등이 남는 소설이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기는 한데.. 막상 글로 쓸려니 참 쉽지가 않구만...-_-;;


<도서 정보>제   목 : 호밀밭의 파수꾼
저   자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출판사 : 문예출판사
출판일 :
책정보 : 페이지 302   ISBN-10 : 8931003528
구매처 : 오디오북(소리도서관)
구매일 :
일   독 : 2007/4/18
재   독 :
정   리 :

<이것만은 꼭>



<책 읽은 계기>



<미디어 리뷰>
20세기 최고의 미국 현대소설로 칭송받는 책. 존 레넌이 암살되던 때 피격자가 이 책을 들고 있던 것으로 유명하다. 넓은 호밀밭을 뛰어노는 아이들이 굴러떨어질 때 벼랑 끝에서 붙잡아주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어하는 주인공 홀든이 누군가 자신을 붙잡아주기를 바라며 헤매이는 48시간의 독백이다.

저자 : J.D.샐린저
미국의 작가. 1919년 뉴욕에서 유태계 아버지와 스코틀랜드계 아일랜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프린스턴과 스탠퍼드, 베를린의 각 대학에서 수학했으나 중퇴하였다. 컬럼비아 대학의 단편지도 클래스에 출석, 이듬해 처녀작 <젊은 사람들>을 발표하여 "뉴욕"지를 주요 발표무대로 하여 다수의 단편을 내놓았다. 제2차 세계대전에 종군,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가 하기도 했다. 그는 나이 32세(1951) 자전적 장편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이 발표됨으로서 전후 미국 문학의 걸작으로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저서로는 『9개의 단편집』『프레니』『프래니와 주이』등이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영화, 문학, 음악 등 문화계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가져온 소설이다. 이 책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영화로는 컨스피러시, 에이미, 플레즌트빌 등이 있다. 한편 엘리아 카잔 감독은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고자 했으나 샐린저는 <주인공 홀든이 싫어할까 봐 두렵다>라는 이유로 거절한 바 있다. 최근에 개봉된 <파인딩 포레스터>의 주인공 포레스터는, 단 한 편의 걸작을 남기고 은둔 생활을 하는 샐린저를 모델로 만든 캐릭터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또한 사이먼과 가펑클, 빌리 조엘 등 수많은 뮤지션들을 매혹시켰다. 이 소설의 주인공 콜필드는 <냉소적인 반항아>의 대명사가 되었고, 콜필드의 어휘는 곧 십대들 사이에서 유행되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인간 존재를 특징짓는 공허함과 소외를 애써 무시하는 사회의 태도를 고발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감수성이 예민한 콜필드가 어른의 사회를 위선으로 규정하고 거부하는 것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겪어야 하는 통과 의례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그토록 호소력을 갖는 이유는, 우리 스스로가 콜필드가 이처럼 세상을 향해 외치고 있는 억압된 자아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콜필드는 결국 이 세상이 모두 거짓과 위선으로 뒤덮여 있다고 절규하면서 미쳐가지만, 저자는 인간에게 희망이 없다는 것을 보지 못하는 우리 사회야말로 미쳐가는 게 아닐까 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누구나 십대에 콜필드와 동일한 경험을 했을 것이며 이러한 공감대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또한 예민한 독자들에게는『호밀밭의 파수꾼』읽기가 아픈 경험일 수도 있다. 또한 이 소설은 샐린저의 자전적인 요소가 강하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작가 자신에게 진실한 소설이며 그만큼 우리에게도 절실히 다가오는 작품이다.
추천평
16세 소년 콜필드가 2박 3일 동안 겪는 방황의 기록. 뉴욕 맨해튼에 사는 부유한 집안의 둘째 아들이며 아버지는 대기업의 고문 변호사이다. 착한 여동생 피비와 시나리오 작가 D.B라는 형이 있다. 그리고 감수성이 예민하고 야구 미트에 온통 시를 적어놓는 남동생이 하나 있었으나 백혈병으로 일찍 죽었다.

콜필드에게 형 D.B는 할리우드에서 자신의 재능을 돈과 맞바꾼 어른이고, 사랑스러운 동생 피비는 자신이 지켜주어야 하는 순수함의 상징과도 같다. 콜필드는 또다시 명문 사립학교인 펜시 고등학교에서 퇴학을 당한다. 이유는 성적 불량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기존의 사회 코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방황 때문이다. 퇴학을 알리는 교장의 편지가 집에 도착하려면 며칠이 걸릴 것이다.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지기 전에 며칠을 쉬기 위해 집에 들어가지 않고 호텔에 방을 잡는다. 그러나 콜필드는 마음의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오히려 방황과 외로움만 깊어간다.

자기 얘기를 전혀 들어주려고 하지 않는 친구들, 상대가 상류층이나 명사가 아니면 상대도 하지 않는 속물, 자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여자친구. 이처럼 콜필드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실망만 줄 뿐이다.

다시 호텔에 돌아왔을 땐 매춘부와 포주에게 모멸적인 사기를 당한다. 마지막으로 신뢰하던 옛 선생님을 찾아가지만 동성애적인 시도에 충격을 받고 한밤중에 그 집을 뛰쳐나온다. 콜필드는 이 모든 것이 거짓이고 가식인 데 대해 참지 못하고 좌절한다. 이런 자신을 부모도 감싸줄 리 없다. 그래서 집을 떠나 서부로 갈 결심을 하고, 마지막으로 여동생 피비를 보러 동생의 학교에 간다. 그러나 막무가내 자신을 따라 나서겠다는 피비를 이기지 못하고 함께 센트럴파크로 향한다. 결국 집에 돌아온 콜필드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어느 요양소에서 콜필드가 형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줄거리>



<책속으로>


D.B. 는 다른 사람에 비하면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내게 여러 가지 질문을 퍼붓는다. 지난 토요일이다. 그가 지금 쓰고 있는 새로운 영화에 출연할 영국 여자와 함께 차를 몰고 왔었다. 그 영자는 꾸밈이 많은 여자이긴 했지만 굉장한 미인이었다. 그 여자가 다른 병동에 있는 화장실에 간 사이에 D.B.는 내가 이제까지 이야기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무어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사실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조차 몰랐다. 나는 그런 일에 대해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한 것을 후회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내가 여기에 등장시킨 사람들이 지금 내 곁에 없기 때문에 보고 싶다는 것뿐이다. 예컨대 스트라드레이터와 애클리마저 그립다. 그놈의 모리스 녀석도 그립다. 우스운 이야기이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말을 하면 모든 인간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pp.288-289
형 D.B.의 트릿한 점은 그토록 전쟁을 싫어하면서 지난 여름엔 내게 <무기여 잘 있어라> 라는 책을 읽어 보게 한 사실이다. 형은 굉장한 작품이라고 했지만 그건 나로서는 알 수 없는 말이다. 헨리 중위라는 사나이가 등장하는데 아주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형은 군대니 전쟁이니 하는 것을 그토록 싫어하면서 왜 그런 엉터리 같은 책을 좋아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내 말은 그런 엉터리 같은 책을 좋아하면서 동시에, 예컨대 링 라드너의 작품이나 그가 미쳐 있는 또 하나의 책인 <위대한 개츠비> 같은 것을 어떻게 좋아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D.B.는 화를 내면서 넌 아직 어려서 그 작품을 감상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 는 링 라드너나 <위대한 개츠비> 같은 것이라면 나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사실 그랬다. 나는 <위대한 개츠비>를 미치도록 좋아한다. 개츠비 자식이 하는 올드 스포트라는 그 농담은 죽여준다. 여하튼 원자폭탄이 발명되어 기쁘다. 이번에 전쟁이 일어나면 나는 그 폭탄의 꼭대기에 올라타고 갈테다. 지원하겠다니까. 하느님께 맹세코 지원하겠다니까.--- p.194
하지만 피비는 직접 만나 봐야 할 아이이다. 앨리의 머리칼과 약간 비숫한 빨간 머리칼을 하고 잇는데, 여름에는 머리를 짧게 깎아 버려 귀 뒤에 찰싹 붙어 버린다. 그러면 작고 귀여운 귀가 나타난다. 그러나 겨울에는 머리를 꽤 긱게 기른다. 어머니는 그애의 머리를 땋아 줄 때도 있고, 그러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도 역시 어떻게 하든 보기 좋다 그대는 겨우 열 살이다. 나차럼 마른 편이지만 보기좋게 말랐다. 한번은 그애가 고우너을 향해 5변가를 건너가는 것을 본적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피비의 실체였다. 롤러 스케이트에 어울릴 날씬함, 바로 그것이었다. 누구라도 그대를 좋아할 것이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든 그애는 상대방의 말뜻을 정확히 알아차린다. .....--- p.97.---pp.9-19
피비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로버트 도넛이 나오는 <39계단>이라는 영화엿다. 그 애는 그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암기하고 있을 정도다. 내가 그 영화를 보는 데 열번이나 데리고 갔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로버트 도넛이 경찰을 피해 도망치다가 스코틀랜드의 농가에 온다. 그러면 피비는 영화 도중에 큰 소리로 대사를 말하는데, 바로 영화 속에서 스코틀랜드 사람이 '당신 청어 먹을 줄 아시오?' 하고 말하는 것을 동시에 똑같이 읊어대는 것이었다.

피비는 대사를 깡그리 외고 있었다. 또 독일 스파이 노릇을 하는 교수가 가운데 관절이 좀 떨어져 나간 새끼손가락을 쳐들어 로버트 도넛에게 보이는 장면이 있었다. 이 장면에 이르면 피비는 항상 선수를 친다. 그 교수보다 먼저 자기 새끼손가락을 내 코 바로 앞에다 쳐 드는 것이었다. 정말 귀여웠다. 정말 누가봐도 마음에 들 것이다.--- p.97-98
'이봐요, 아저씨. 저 센트럴 파크 사우스 가까이에 있는 연못의 오리 있잖아요? 그 작은 호수 말이에요. 그 연못의 물이 얼면 오리들이 어디로 가는지 아시나요? 이상한 것을 질문하는 것 같지만 혹시 알고 계세요?'--- p.87
이 소설의 주인공 홀든의 고독하고 슬픈 모험은 현대문명이 나타내는 더러움을 사랑의 힘으로 지우려는 처절한 노력을 담고 있다. 홀든은 비록 학교에서는 낙제를 했지만, 황무지 속에서 사랑을 추구하는 그의 여정이 반드시 실패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의 좌절은 실패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동키호테와 같은 반어적인 저항의 몸짓으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태동(문학평론가)
여자들에겐 우스운 점이 있다. 분명히 개새끼인데, 그것도 지독히 비열하고 건방진 새끼인데도 그걸 여자에게 지적하면 여자들은 그때마다 남자는 열등감이 있는 남자라고 말한다. 하긴 열드으감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내 의견으로는 그렇다고 개새끼가 아닌 것은 아니다. 계집애들이라는 것, 계집애들은 앞으로 무슨 생각을 할 지 모른다.--- p. 187
'난 앨리가 좋아' 하고 내가 말했다.
'그리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좋아해. 지금처럼 너하고 앉아서 이야기하고 이것저것 생각하고, 그리고...'
'앨리는 죽었어. 오빠는 늘 그 말만 한다니까! 누가 죽거나 해서 천국에 가면 그것은 실제로...'
'앨리가 죽은 건 나도 알아. 내가 그것도 모르는 것 같니? 그래도 좋아할 순 있잖아? 누가 죽었다고 해서 좋아하던 것까지 그만둘 순 없지 않니? 특히 우리가 알고 있는, 살아 있는 사람보다 천 배나 좋은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지.'--- p.235
나는 밖으로 나가서 돌계단을 내려가 피비를 맞이하러 갔다.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피비가 여행가방을 들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마침 5번가를 횡단하고 있었는데, 큰 여행가방을 질질 끌다시피 하면서 들고 오고 있었다. 아니 질질 끌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피비는 가방을 내려놓았다. ' 내옷이야' 하고 피비가 말했다. '나도 오빠하고 같이 갈테야, 괜찮아?'
'뭐라고?'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졸도할 뻔했다.--- p.274
나는 넓은 호밀밭 같은 데서 어린아이들이 다같이 어떤 게임을 하는 장면이 눈에 선하단다. 몇 천 명의 애들이 있을 뿐 주위엔 아무도 없어. 나 이외에는 어른이 하나도 없단 말이야. 나는 위험한 벼랑 끝에 서있는 거지. 내가 하는 일이란, 누가 잘못해서 벼랑으로 굴러떨어지는 일이 생기면, 그애를 붙잡아주는 거지. 말하자면 애들은 어디를 달리고 있는지 보지도 않고 뛰잖니? 그런 때에 나는 어디선가 재빨리 달려나와서 그애를 잡아주는 거야. 하루종일 그 일만 하는 거라구. 호밀밭에서 붙잡아주는 역할, 즉, 호밀밭의 파수꾼이지.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바보 같은 짓이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건 그것밖엔 없는걸. 바보 같은 짓이란 건 알고 있다구.--- 본문 중에서
나는 그애가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 알아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호밀밭을 걸어오는 사람을 붙잡는다면'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목소리도 아주 예뻤다. 아이는 별 이유 없이 그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차들은 붕붕하며 곁을 스쳐가고 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주변을 요란하게 진동시키고 있었다. 부모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애는 차도 가장자리를 따라 걸어가면서 '호밀밭을 걸어오는 사람을 붙잡는다면' 하고 계속 노래하고 있엇다. 그 광경은 내 마음을 한결 명랑하게 해 주었다. 나는 더 이상 울적하지 않았다.--- p. 161
나는 걸으면서 주머니에서 사냥모자를 꺼내 썼다. 나를 아는 사람을 만날 리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날씨가 매우 습했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 걸으면서 동생 피비가 예날의 나처럼 토요일이면 그 박물관에 간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했다. 옛날의 나처럼 토요일이면 그 박물관에 간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했다. 옛날에 내가 본 바로 그 사물들을 피비는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그리고 그것을 볼 때마다 피비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그런 생각이 나를 우울하게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명랑하게 하지도 않았다. 어떤 사물들은 언제까지나 그대로 있어야 한다. 저 유리집에다 넣어 그냥 그대로 간직해야 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불가능이 너무나 안타깝다.어쨌든 나는 걸어가면서 계속 그런 생각을 했다.--- p.169
그런데 연주가 끝났을 때 청중이 어떠했는지 보여 주고 싶다. 그건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청중들은 열광하고 있었다. 영화를 보며 우습지도 않은 장면에서 하이에나 처럼 웃는 얼간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나는 맹세코 신에게 말할 수 있다. 내가 만일 피아니스트나 배우나 그 비슷한 나부랭이라면, 저런 백치 같은 것들이 나를 굉장하다고 인정할 때 나는 그들을 증오하리라. 그들이 나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도 싫다. 인간은 항상 얼토당토 않은 것에 박수를 보낸다. 내가 피아니스트라면 차라리 벽장 구석에서 연주할 것이다.

어니의 피아노 연주가 끝나자 사람들은 정신이 나간 듯이 박수를 쳐댔다. 어니는 피아노 의자에서 몸을 돌려 겸손한 척, 가식적으로 절을 했다. 마치 굉장한 피아니스트에다가 이를 데 없이 겸손한 인간이기나 한 것처럼. 그는 지독한 사기꾼이렀다. 그는 지독한 속물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가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놈은 자신의 연주가 제대로 된 것인지 아닌지조차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의 죄만이 아니다. 정신을 잃은 듯 박수를 치는 저 바보들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들은 기회만 있으면 누구든지 망쳐버리는 존재들이다.--- p.119
'그놈의 하첼 선생은 네가 영어를 잘하는 것도, 나하고 방을 같이 쓰고 있는 것도 알고 있거든. 그러니까 구두점 같은 것을 제자리에 찍지 말아 줘.' 하고 말을 맺었다. 이건 나를 더 화나게 하는 발언이었다. 작문을 잘 하는 사람이면, 구두점을 어디다 찍으라느니 하는 식의 말을 들으면 화가 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스트라드레이터는 늘 그렇게 행동했다. 다른 사람에게 자기가 작문을 못 쓰는 것은 구두점을 잘못 찍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하는 놈이었다. 그 점에서 그는 애클리와 좀 비슷했다.

언젠가 애클리 바로 옆자리에서 농구시합을 구경한 적이 있다. 우리 팀에는 하우이 코일이라는 굉장한 놈이 있었는데, 코트 한가운데서도 백보드에 전혀 닿지 않게끔 슈팅할 수 있는 선수였다. 애클리는 시합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코일에 대해 농구에 알맞은 완벽한 체격을 가진 놈이라고 지껄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식의 발언은 질색이다.--- p.
그곳은 매우 아름답고 햇볕이 따사할 것이고, 나를 알아볼 삶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곳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다. 어느 주유소에서 차에 휘발유를 넣어 주고 오일을 칠하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일이건 개의치 않기로 했다. 다만 아무도 나를 모르고 나도 아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는 곳이면 되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어떻게 사느냐 하면, 귀먹은 벙어리 행세를 할 참이었다. 그러면 누구하고도 쓸데없는 어리석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된다. 누구든 내게 말을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용건을 종이 쪽지에 써서 보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얼마 후엔 그렇게 하는 것도 귀찮아질 테니까 나는 평생 동안 누구와도 말하지 않은 채 지내게 될 것이다.---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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