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 그 가을의 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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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하고 들어가본 인간극장의 게시판.. 역시 난리가 났다...

할머니 건강하세요. 너무 감동입니다. 멋집니다. 존경스럽습니다... 등등...

나이가 아흔이 넘으신 홍영녀할머니의 이야기인데, 이 나이가 드셨지만 자식과 같이 살지 않고 혼자서 농사를 지으면서 살고 계신다. 그것도 정말 열심히... 그리고 70세가 넘어서 배운 한글로 저녁마다 일기를 쓰시는데 정말 심금을 울리는듯한 느낌이였다.
거기다가 6남매의 아들, 딸들이 아직도 엄마, 엄마하면서 애교와 효도를 하고, 언젠가는 닥칠 돌아가실날을 걱정하기보다는 하루하루 즐겁게 보내는 모습이 너무 보기가 좋았다.
거기다가 옛날 할머니들처럼 어찌나 정이 많으신지 집에 들린 사람마다 밥해주고, 갈때 한보따리를 싸서 사주시고...
마지막에 정말 뭉클했던 장면은 취재진이 할머니 저희 이제 간다고 하니, 밥은 먹고 가라고 밥을 챙겨주시고, 이것 저것 챙겨주시고,
마지막으로 떠나는 취재진에게 "열심히들 살어"라고 한마디를 해주시는데...
정말 울컥한 느낌이 들면서,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옛날 외할머니 생각도 나고.. 아흔살에도 저렇게 정정하게 열심히 사시는데라는 생각도 들고...

암튼 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고, 행복하시길...
 

내 아들 무남아’
-
홍영녀...

아가야 가여운 내 아가야
에미 때문에 에미 때문에
아가야 불쌍한 내 아가야

열 손가락에 불붙여 하늘 향해 빌어 볼까
심장에서 흐른 피로 만리 장서 써 볼까
빌어 본들 무엇하리 울어 본들 무엇하리

아가야 아가야  
불쌍한 내 아가야
피어나는 국화꽃이 바람에 줄기 채 쓰러졌다고 울지 말아라.

겨우내 밟혀 죽어 있던 풀줄기에서
봄비에 돋아나는 파란 새싹을 보지 않았니.
돌쩌귀에 눌려 숨도 못 쉬던 씨 한 알이
그 돌을 뚫고 자라 나온 것도 보았지.

뿌리가 있을 동안은 울 까닭이 없다.
생명이 있는 동안은 울 까닭이 없다.

밝은 아침 해가 솟아오를 때 눈물을 씻고
뜰 앞에 서 있는 꽃줄기를 보아라.
햇빛에 빛나는 꽃잎을 보아라.

아가야, 눈물을 씻어라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웃어 보아라.
쥐암 쥐암 손짓 재롱을 부려 보아라.
옹알 옹알 옹알이로 조잘대 보아라.
예쁜 나의 아가야.

우리 아기 피리를 불어주마
우리 아기 우지 마라
네가 울면 저녁별이 숨는다. '

-가슴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 中...

올해 구순인 홍영녀 할머니는 매일 일기를 쓰신다.

무학에 나이 일흔이 다 되어서 배운 한글.

삐뚤빼뚤 서툰 글씨지만 할머니의 일기엔 인생의 철학이 담겨있다.

“그래 그런거야”라며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보석 같은 글들로

한 줄 한 줄 채워져 있다.

6남매를 슬하에 두었지만 자식들이 사는 맑은 옹달샘을 왜 흐리냐며

혼자 시골마을에서 텃밭을 일구며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고 계사는 홍영녀 할머니.

‘자유롭기 위해선 외로워야 한다’는 홍영녀 할머니의 말 한 마디, 글 한 줄에는

아흔 살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인생에 대해, 인간에 대해,

그리고 누구에게나 닥칠 노년의 삶에 대해 조용히 생각해보게 한다.



#. 아흔 살 인생, 그녀의 다이어리!


나이 예순 아홉에 손자에게서 배운 한글로 가슴에 묻혔던 이야기를 실타래처럼 풀어 놓는 할머니.

아흔 살, 할머니의 일기 속에는 구십 평생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린 자식이 숨지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젊은 시절의 아픈 기억에서부터 이제 초로의 노인이 되어  고독한 인생길을

걸어가야만 하는 노년의 외로움까지. 할머니의 일기는 일기가 아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으로 읽히는, 어떤 시인의 명구절도 부럽잖은 한 편의 시다. 홍영녀 할머니의 일기는 할머니만의 일기가 아니다! 힘든 시절을 꾸역꾸역 밟아가며 살아야 했던 한 여인의 일기요, 자식들을 거친 손으로 키워냈던 어머니의 일기이며, 이 땅에 발을 디디고 있는 한 인간, 바로 우리의 일기다. 


#. 자유로우려면 외로워야 한다! 혼자 살아서 행복한 할머니!!


슬하에 6남매를 두고 있는 할머니는 19년째 혼자서 여생을 보내고 계신다. 6남매가 서로 모시려고 안달인데도 할머니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혼자 변이라도 당하실까 자식들은 염려하지만, 할머니는 “그러면 또 그런 복이 어딨냐”며 자식들을 말린다. 아흔 살 홍영녀 할머니는 자식들이 살고 있는 맑은 옹달샘을 흐리고 싶지 않다. 자식들이 한 번씩 몰려와 잔잔한 호수 같은 할머니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갈 때면 할머니에겐 쓸쓸함만이 남는다. 하지만 혼자 있기에 자식들이 기다려지는 것이고, 혼자 있기에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자유롭기 위해선 외로워야 한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오늘의 외로움이 있기에 자식들이 왔을 때 더 기쁘고 반갑다. 손수 지은 농작물을 자식들을 위해 하나하나 쌓아두고, 자식들이 왔을 때 양손 가득 짐 실어 보내는 것이 할머니의 낙이다.



#. 어머니, 언제나 그 자리에 계실 것만 같은 어머니.


언제나 무엇이든 자식들에게 퍼 주어야만 직성이 풀리시는 어머니. 당신 드시라고 사온 것도 어느새 보따리에 넣어 손에 쥐어주신다. 6남매의 정신적인 지주였던 어머니. 어머니는 용케도 자식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셨다. 자꾸만 꼬여가는 인생이 힘들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면, 인생은 다 그런 거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한 마디 툭 던지셨다. 가지 많은 나무처럼 순탄치 만은 않았던 6남매의 삶. 그들이 지금 한 자리에 모여 웃을 수 있는 것은 어머니가 늘 등 뒤에서 버텨주셨기 때문이었다. 마흔이 되고, 쉰을 넘기고, 이제는 예순을 바라보고 있는 자식들이지만 언제나 어머니만큼은 그 자리에 계셔주실 것이라고 믿어 왔다. 그런데 아흔을 지나고 있는 지금, 어머니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매일 일기 쓰는 아흔 살 할머니
[쿠키연예]○…올해 아흔 줄에 접어든 홍영녀 할머니. 일흔에 손자에게서 배운 한글로 매일 일기를 쓰는 별난 할머니다.

삐뚤빼뚤 서툰 글씨지만 할머니의 일기장엔 힘든 시절을 구비구비 돌아 살아야만 했던 한 여인의 파도같은 인생역정과 거친 손으로 자식을 키워내야 했던 어머니의 삶, 한 여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외로움과 기다림의 여정이 담겨 있다.

슬하에 6남매를 둔 홍 할머니는 경기도 포천에서 19년째 홀로 시골마을에서 텃밭을 일구며 산다. 6남매가 서로 모시려고 안달을 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혼자 변이라도 당하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을 늘어놓아도 할머니는 “그러면 또 그런 복이 어딨냐”며 혼자이길 고집한다.

사실 할머니의 속내는 자식들이 살고 있는 맑은 옹달샘을 흐리고 싶지 않아서다. 손자손녀들이 한번씩 우르르 몰려와 잔잔한 호수같은 할머니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갈 때면 할머니의 가슴 한켠엔 쓸쓸함이 남는다.

그렇다고 손자들을 늘 부퉁켜 안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할머니는 “자유롭기 위해선 외로워야 한다”고 말한다. 자식도 남편도 채워주지 못하는 허전함이 누구에게나 있으며, 내가 외롭다고 다른 사람마저 외롭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홍 할머니의 철학이다.

밭일을 하는 동안에도 할머니는 외롭지 않다. 자식 같은 농작물을 매만지며 아침인사를 하고 평상 위의 사마귀에게도 말을 건다. 그렇게 할머니에게는 주변의 모든 것들이 친구다.

혼자 있기에 자식들이 기다려지고, 오늘의 외로움이 있기에 내일의 행복이 있다는 홍 할머니. 손수 지은 농작물을 차곡차곡 쌓아두고, 자식들이 왔을 때 양손 가득 짐 실어 보내는 것이 유일한 행복이다.

언제나 무엇이든 자식들에게 먼저 퍼 주고, 당신 드시라고 사온 것도 어느새 보따리에 넣어 손에 쥐어주는 그런 할머니다.

아흔 나이에 300평 남짓한 밭에 호박이며 가지, 고추, 파, 무, 배추까지 갖가지 농작물을 가꾸는 홍 할머니의 하루는 고되다. 집에 들어가면 온몸이 스펀지에 적신 듯 피곤함에 녹초가 되지만 새벽녘마다 할머니는 뭔가를 쓰고 있다. 할머니가 지난 20년간 매일처럼 써온 일기다. 여든 살에는 그 주옥같은 글들을 모아 시집을 내기도 했다.

할머니의 일기장엔 기다림에 대한 글이 있다.“기쁜 기다림은 힘이 된다. 기다리는 것이 괴로워도 기다림 때문에 하루하루를 견딘다.”

할머니의 일기장엔 자식에 대한 뜨거운 사랑도 있다. 시집올 때 해온 모시적삼을 탐내는 첫째 딸(석교엄마)을 보고 홍 할머니는“죽은 후에 에미 물건으로 간직하고 싶겠지. 그러나 그게 다 소용없음을 안다. 사람 가고 없는데 그 사람 쓰던 물건이나 들여다본들 무슨 소용 있나. 대답은 없고 허망함만 더한 것을. 이런 석교어멈을 바로보니 측은하고 불쌍하다”고 애틋함을 표현했다.

홍 할머니의 일기장에는 아흔 살 인생이 살아숨쉰다. 어린 자식이 숨지는 것을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던 젊은 시절의 아픈 기억에서부터 이제 초로의 노인이 되어 고독한 인생길을 걸어가야만 하는 노년의 외로움까지. 할머니의 일기는 한 마디 한 마디 가슴으로 읽히는 어떤 시인의 명구절도 부럽지 않은 한 편의 시다.

홍 할머니의 이야기는 ‘그 가을의 뜨락’이라는 제목으로 오는 21일부터 25일까지 KBS 2TV 인간극장을 통해 방송된다.



“창박게 부는 바람, 죽음의 시늠소리도 드러쓸 것이고 갓 태어난 아기의 숨소리도 거쳐 왓슬 것이다. 잠 못 이르는 이 밤, 바람에게 마는 사연을 듣는다.”
-홍영녀님의 ‘가슴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에서-


홍영녀님은 포천에서 혼자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칠순에 한글을 배워 주욱 일기를 쓰고 계십니다. 자손들이 팔순 생신 기념으로 일기를 책으로 엮어드렸습니다. 슬하에 6남매를 두었지만, 혼자 사는 것이 편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한 마디 하시는데, 씩씩하기 그지없습니다.
“자유롭기 위해서는 외로워야 한다.”


할머니의 맏딸 황안나님도 개성있는 분입니다. 60대 중반의 나이에 땅끝마을에서 군사분계선까지 23일간 도보여행을 했습니다.
어느날 지도를 펴놓고 그저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날이 그날인 생활에서 일탈해보고 싶었답니다. 국토종단의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검불에 불붙듯 떠나고 싶은 갈망으로 가슴이 들끓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먼 길을 혼자 떠나려 하는지, 잘 해 낼 수 있을지 의구심도 들었지만, ‘산다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자기를 놓아두는 일’이라고 스스로를 격려했습니다. 그래서 그이는 국토종단을 했고, 자신의 책을 갖게 되었고, 더욱 활기찬 일상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황안나씨의 아들며느리도 자기식대로 살고있습니다. 동아일보 사진기자로 일하던 큰아들과, 여성동아 기자로 일하던 며느리가 둘 다 사표를 낸 뒤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전업한 것입니다. 그들은 2003년 9월 결혼 이후, 국내외를 발로 뛰며 10권 가까운 책을 펴냈습니다. 최미선, 신석교라는 자신들의 이름을 따서 ‘초이와 돌다리의 색깔있는 여행’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합니다. 태백산으로 프라하로 싸돌아다니는 그들의 삶이 부러울 뿐입니다. 마흔 살의 노총각인 돌다리와 딸 하나를 둔 재혼인 초이가 만나,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사는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니, 그들은 한국사회의 통념을 이중으로 돌파한 투사인 셈입니다.


다시 홍영녀님의 일기를 봅니다. 할머니의 글을 통해 우리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아름다움을 느끼거나 외로움을 타는, 사람의 정조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아무리 아무리 나그네의 발길이 밥부다 하여도 한번쯤 되도라보소. 가을 익어 물 조코 경치 조은 저 절경을 잠시라도 도라보소. 가을이면 온 산이 울긋불긋 담풍으로 물들고, 이럴 때는 사람의 마음이 새삼 지나간 추억을 되도라볼때요.”


어떠세요. 겨우 쉰 살쯤 되어 눈가에 주름살이 생겼다고 인생이 끝난듯이 굴 것은 없겠지요. 홍영녀할머니의 감수성은 우리가 살아있는 한 배우고 느끼고 의미있는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가족처럼 분명한 색깔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알록달록하게 수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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