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빅뱅을 재현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도전기와 그동안의 과정을 잘 보여준 방송...
근데.. 2008년 5월에 실행한다고 하는데.. 이러다가 지구가 폭팔하거나 사라지는것은 아닌지하는 우려가...-_-;;
명작 다큐멘터리들이 많지만, BBC Horizon 시리즈는 그중에서도 유명한 프로그램입니다. 주제는 대부분 과학이고, 이따금 역사, 철학과 관련된 것들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번역서가 나온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사이먼 싱), 평행 우주(미치오 가쿠) 등도 에피소드로 제작된 적이 있구요. 1964년부터 지금까지 44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다큐멘터리 치고는 시청률도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저도 이 시리즈를 좋아합니다.
<The Six Billion Dollar Experiment>는 작년 5월에 방영된 에피소드입니다. 제목대로 비싸고 거창한 이 실험장치는 유럽 입자물리 연구소(CERN)의 거대 강입자 가속기(LHC, Large Hadron Collider)입니다. 기술적 문제로 완공이 연기되었지만 결국 올 5월 첫 가동을 앞두고 있죠. 스위스 제네바 인근에 둘레가 27km에 달하는 원형 지하 터널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게 얼마나 큰지는 이 사진을 보시면 실감하실듯..
거 대 가속기는 기본적으로 순수 과학 연구이고 워낙 돈이 많이 드는 프로젝트라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90년대에 LHC보다도 몇배나 더 큰 가속기 SSC를 미국에서 건설하다가 예산 중단으로 좌초된 적이 있죠. LHC만 해도, 이전에 LEP라는 가속기가 쓰던 터널을 재활용해서 공사비가 그나마 절약된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6조원이면 엄청나죠..(예산이 계속 초과됐다고 들었기 때문에 아마 더 들었을 겁니다) 돈만 많이 든 것이 아니라, 다큐에 나오기로는 16년이나 걸려 만들었답니다. 제작에 참여하는 '물리학자들만' 따져도 2천명이 넘는다는군요. 이렇게 비싸고 어마어마한 실험장치를 무슨 목적으로 만들었으며, 이게 자연의 원리를 탐구하는데 어떤 식으로 기여를 한다는 것일까요?
내 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1막의 주인공은 천문학자/우주물리학자들입니다. 이들의 목표는 우주의 기원과 역사를 탐구하고자 시간을 거슬러 우주의 과거 흔적을 쫓는 것입니다. 광학 망원경, 전파 망원경, 우주 배경 복사, WMAP 등을 통해 초창기 우주의 모습까지도 밝혀냈습니다. 그러나 우주가 탄생한 빅뱅의 순간은 아직까지 미지의 영역이지요. LHC는 빅뱅 직후와 유사한 상황을 재현하여 우주의 기원과 진화의 과정을 밝히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2막은 '만물의 이론'을 찾아내겠다는 집념으로 가득찬 입자물리학자들의 무대입니다. 자연의 근본 법칙과 기본 입자를 설명하는 이론에 몰두하는 사람들이지요. 우주의 운행 원리를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는 날이 과연 올까요? 현재의 이론을 보완하고 극미 입자의 성질을 규명하는 이론들이 제안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실험으로 검증할 가장 좋은, 아니 유일한 도구가 바로 LHC입니다.
전,후반부가 약간 다른 관점처럼 보이지만 결국 동전의 양면입니다. 고등수학, 끈이론, 11차원, 평행우주 등 너무 추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듯한 내용이 많은 다큐들도 있는데, 이 에피소드는 비교적 균형을 잘 맞추고 있습니다. 수려한 영상을 뒷받침하는 음악과 음향 효과도 썩 괜찮습니다. 굉장히 멋진 목소리의 나레이션은 BBC의 또다른 걸작 <The Planets>를 보신 분에게는 익숙할 Samuel West가 맡았구요.
사실, 1시간 짜리 다큐에 불과하지만 마지막 부분은 자못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감성을 자극하고 눈물을 짜게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진리와 자연을 마주대하는 과학자들의 긍정적이고 진지한 태도에 감명을 받았죠.. 특히 이론물리학자 Alvaro de Rujula의 몇 마디는 울림이 있더군요. '삘' 받아서 설 연휴에 자막을 한번 만들어 퍼뜨려보고 싶어졌습니다. ^^
아래는 dictate한 원문의 일부입니다. 그 의미와 짧고도 묘한 표현의 느낌을 한 줄에 16자 정도 들어가는 자막에 담기가 쉽지 않더군요.. 저의 허접한 번역은 여기 적지 않겠습니다. 영상과 함께 보시길.. ^^
Alvaro de Rujula:
Will we find the Higgs particle at the LHC? That, of course, is the question. And the answer is: "science is what we do, when we don't know what we're doing." And one reason to look for this thing is to see whether we find it or not. So I don't know whether we will find it or not.
It can be argued that the most interesting discovery would be that we cannot find the Higgs, proving practically that it isn't there. That would mean that we really haven't understood something. That's a very good scene for science. Revolution sometimes come from the fact that you hit a wall and you realize that you truly haven't understood anything.
Brian Cox:
It may be there is no such things as 'Theory of Everything'. But it may also be, that there is such a thing and we're very close to it at the moment. It might be within our grasp and.. that's what I hope. Yes, I hope that my generation is the generation that finds that theory.
위에 강조 표시한 것들 중에 처음 것이 제일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둘러보다 보니 외국에서도 이 문구가 마음에 든다며 인용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더군요. ^^ 물론 문맥 속에서 더욱 빛나는 명언입니다만..
Science is what we do, when we don't know what we're doing.
그리고 Brian Cox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저도 기원합니다.
p.s. 과학자답지 않은(?) 곱상한 외모의 Brian Cox가 궁금해서 찾아 봤는데, 박사과정 때 유명 락밴드의 키보드 주자로 활동했었더군요. 자주 방송에 출연해서 과학 대중화에도 힘쓰는 것 같고.. 여러모로 멋지네요. 이런 사진들로 봐서는 영국엔 팬클럽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