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다른 모험이야기 극장판 "원피스"
97년 소년점프 연재 이후 아직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원피스. 개성적인 그림체와 동료들 간의 우정이라는 소년만화 다운 주제로 많은 일본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KBS와 투니버스를 통해 소개되었으며 코믹스 역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아쉽게도 국내 방영 초기에는 심의 문제로 많은 부분이 삭제되어 방영된 작품으로 국내 애니메이션 매니아들로부터 원성을 산 작품. TV판의 경우 현재 약 240편 가량의 분량이 방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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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통산 6번째의 모험. 이번에는 축제의 섬.>
보통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되는 애니메이션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뉘어 진다. 첫 번째는 원작 그대로의 스토리와 설정을 애니로 만드는 경우로 부가적인 이벤트를 넣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원작의 스토리 라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정도인 경우. 두 번째는 원작의 내용과 스토리를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에 맞게끔 재구성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원작과 다른 느낌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지만, 애니메이션과 코믹스의 매체가 다른 만큼 애니메이션으로써의 작품성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은 첫 번째 방식으로 제작된다. 원피스 TV 애니메이션 역시 이와 같으며,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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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곳은 축제의 섬.>
보통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제작은 해당 애니메이션이 종영된 후 제작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원피스 극장판의 경우 현재 방영 중인 애니메이션이 극장판으로 제작되는 경우이기 때문에 상당히 재미있는 구도를 보인다. 우선은 스토리 라인이 독자적이기 때문에 이미 코믹스를 읽어본 독자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극장판으로 제작되는 이야기는 TV판의 스토리 진행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극장판의 등장인물은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늘어가는 모습이다. 이것은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특징이자, 장편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특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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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트리가 아니라 오마츠리다.>
■ 감독 호소다 마모루
이번 극장판 원피스는 종전의 극장판 시리즈와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건 바로 5편까지 TV 작화와 거의 같았던 영상이 비약적으로 바뀌었다는 점. 이번 극장판 6기 제작에 참여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호소다 마모루 (細田守)
1999.03.06 디지몬 어드벤쳐 (TV판)
2000.03.04 디지몬 어드벤쳐 극장판 CHILDREN'S WAR GAME
2005.03.05 원피스 극장판 6기 오마츠리 남작과 비밀의 섬
디지몬 어드벤쳐를 본 시청자라면 알겠지만,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애니메이션의 디지털기법 적용에 탁월한 감독이다. 물론 TV판 디지몬 어드벤쳐 에서의 그 영역은 아주 미미했었다. 하지만 디지몬 어드벤쳐의 극장판CHILDREN'S WAR GAME 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영상미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원피스 극장판과 디지몬 극장판을 비교해 보면 상당히 유사한점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디지털 영상의 절절한 조화, 상당한 수의 군중신, 패턴화 된 디지털효과 와 코믹스러운 작화 등. 이번 극장판 6기에 있어서 적절한 감독의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마모루감독의 00년 디지몬 어드벤쳐 극장판>
■ 비주얼 (작화 & 그래픽)
TV판에 비해서 더욱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등장한 극장판 원피스 6기. 이번 작품은 예전작들과는 달리 작화의 변화 가 눈에 띠인다. 작화뿐 아니라 질감도 상당히 다른데. 이전 시리즈에서 볼 수 없는 개성 넘치는 비주얼적 요소가 풍부한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축제 (오마츠리) 라는 주제에 맞게 엄청난 규모의 비주얼적 요소를 화려하게 배치했다. 우선 CG의 사용빈도가 전작에 비해서 비약적으로 늘어난 점을 들 수 있다. 근래의 TV판에도 CG의 사용이 간간히 눈에 띠이지만 극장판 5기 까지는 거의 CG가 사용되지 않았었다. 작화로 말하면 TV판과 극장판은 별다른게 없는 수준이었고 나날이 발전하는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이와 같은 제자리 걸음은 자칫 퇴보로 보이기 십상이었을 지도 모른다.
작화 수준은 자칫 엉성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작화 구성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6기를 표현함에 있어서 당연한 선택으로 보인다. 비주얼 적인 면에 있어서 6기는 이전작품에 비해서 가장 뛰어난 수준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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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군중신이 특히 눈길을 끈다. 화려한 볼거리가 최고의 자랑이다.>
하지만 이번 6기의 비주얼은 기존의 팬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 주었다. 기존의 그림체와 상당히 다른 것이 문제였다. 극장판 중 비주얼이 가장 뛰어나다고 일컬어 지는 4기와 비교하면 완전히 반대 성향의 그림이라고 볼 수 있다. 6기의 비주얼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과연 대중성에 부합할 수 있는 것인지는 "물음표" 다.
■ 음악 / 효과음
엔딩곡 FISH는 마음에 들었다. 원피스의 특징 중 하나인 "음악" 부분에 있어서 극장판 6기 또한 빠지지 않을 만큼의 수준을 보여준다. 또한 키시단의 음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더더욱 즐겁게 들을 수 있다. 원피스가 그간 방영되면서 무엇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음악인 만큼 좋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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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적 연출은 좋은 느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오프닝 노래가 없다는 점이지만. 이것은 연출상 제외 시킨 것이라 생각된다. 엔딩곡 FISH가 나올 때 마치 영화처럼 엔딩롤이 흐르게 한 것은 감독의 의도로 보이지만, 오히려 엔딩곡의 비중을 낮추는 결과가 되었다. 오프닝과 엔딩을 제외하더라도 애니 내의 삽입곡이 적절하게 삽입되어 분위기를 한층 살려주는 중요한 소재가 된다는 사실이 나름대로 위안이 된다.
■ 연출 및 스토리
이번 작품은 기존의 원피스 팬들에게 이런 저런 말이 많은 작품이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기존 극장판과는 다른 삽화 그리고 연출에 있다. 일단 연출을 맡은 마모루 감독은 자신의 재량만큼 비주얼에 상당한 신경을 썼다. 애니 전반에서 보여지는 비주얼적 연출 자체도 나쁜 편은 아니다. 애니메이션으로 쳐도 분명 훌륭한 수준이다. 하지만 원피스란 코믹스 자체가 "코믹" 이라는 장르인 만큼 코믹요소에 좀더 신경을 써야 했다. 물론 이것이 감독의 재량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코믹요소가 빠진 원피스를 과연 기대한 시청자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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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히 보이는 연출. 실망스럽다.>
원피스의 가장 큰 요소인 코믹요소가 부족한 이번 작품은 당연히 재밌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나치게 비주얼에만 집착했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짧은 상영시간 동안 TV 애니메이션의 코믹적인 요소를 모두 보여주는 것은 상당히 힘들겠지만, 어느 정도 원작의 수준까지는 보여줬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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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이거 한방이냐..>
또한 이번 작품은 스토리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 너무 뻔하다는 느낌이 드는 스토리 전개는 팬들에게 원성을 사기 충분했다. 심하게 말하면 너무 유치하다고 까지 할 정도였다. 물론 그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번 6기에서는 TV판과 마찬가지로 "동료" 라는 주제를 감동적인 스토리로 담아내려고 한 듯 보인다. 하지만 스토리 자체의 문제인지 아니면 연출상의 문제인지. 감동은커녕 너무 시시하다 싶을 정도로 별 내용이 없는 작품이 되어버렸다.
스토리뿐 아니라, 등장인물의 비중 또한 너무 한 사람에 몰린 경향이 있다. 바로 루피 말인데. 이야기의 중심이 거의 루피에게 몰려 있기 때문에 후반부로 가면 루피 혼자만이 등장하게 된다. 물론 주인공인 루피가 작품에서 두각을 나타내는게 이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본래 원피스라는 애니는 주인공 루피 보다는 그와 함께 여행을 하는 동료들에 더 많은 비중을 둔 작품이다. 비록 주인공은 아니지만. 조연급 동료들의 활약 때문에 인기를 몰고 있는 애니메이션이 바로 원피스다. 하지만 이번작품에서는 어찌 된 것인지. 루피의 동료들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약하다. 아마도 이것은 각본을 맡은 담당자 혹은 감독이 원피스에 대한 지식이 조금 모 자른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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