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4321 - 장애 뛰어넘은 ‘아름다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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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광고를 보고 찾아서 본 방송...
장애를 가졌지만, 최선의 노력을 해가면서 올림픽에 출전을 하게되는 멋진 사람들의 아름다운 도전들...
그리고 그 뒷면의 어두운 모습까지... 암튼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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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뛰어넘은 ‘아름다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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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장애를 딛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두 여성 선수가 있습니다.

걸을 때마다 기우뚱거리는 수영 선수, 목발이 없으면 집 밖에도 나서기 힘든 탁구 선수, 똑같이 장애를 안고 있지만 나이도, 겉모습도, 사람들의 관심도 다른 이 두 사람은 이번 2008 베이징 장애인 올림픽에 난생 처음으로 출전합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태극마크를 달고 자신의 장애와 열악한 훈련 여건과, 심지어는 생활고와 싸우며 금메달을 위해 땀 흘리는 다르지만 같은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오전 9시, 지옥훈련이 시작됐습니다.

<녹취> 배내식(감독) : “아직도 수영에 못 미쳤어, 미쳐야돼, 지은이는. 좀 미쳤단 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선생님이 봤을 땐 50대 50이야”

땅 위에선 잘 걷지도, 뛰지도 못하지만 물 속에선 누구보다 빠른 김지은 씨, 올해 25살 대학원생인 그녀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 나가는 장애인 국가대표 수영선숩니다.

그리고 그녀보다 나이가 꼭 두 배 많은 쉰 살의 아줌마 나유림 씨 역시 탁구 라켓을 들고 이번 올림픽에 처음 출전합니다. 이들은 장애를 이겨내기 위해 재활로 운동을 시작했다가 단기간에 국가대표로까지 성장한 올림픽 신인 선수들입니다. 두 달 전부터 시작된 합숙훈련, 오전 내내 쉬지 않고 6천 미터 완주가 목표입니다.

<녹취> 김지은(장애인 수영 국가대표) : “어깨 때문에 장애등급 올라갈 거 같아, 어깨도 장애등급 나올 거 같다고..”

대표 선수 가운데 우승 유망팀에 뽑힌 덕에, 두 명의 수영 전담 코치가 있고 비공식 세계 신기록 또래 남자 선수 파트너까지 있습니다. 훈련은 고통스럽지만 두 다리를 이만큼 바로 세워준걸 알기에 쉽게 포기하지 못합니다.

<인터뷰> 김지은(장애인 수영 국가대표) : “하체가 되게 불편하니까 하체가 정말 많이 튼튼해졌어요, 어릴 때 부모님 원망했던 거 너무 죄송스럽기도 하고”

사실 지은 씨는 이미 ‘얼짱 장애인 선수’로 유명해졌습니다.

<녹취> “(누군지 알고 사인해달랬어요?) 네 국가대표 수영선수요”

장애인의 날인 지난 달 20일 야구장 투수석에 시구자로 김지은 씨가 올라섰습니다. 장애인이면서도 연예인 같은 외모와 해맑은 표정이 시선을 끌었고, 덩달아 뇌병변이라는 생소한 장애 이름까지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올랐습니다. 유명 사진작가의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지은 씨의 사진을 보기 위해 미니홈피를 찾는 방문자가 하루에 5백 명이 넘습니다.

<녹취> 김지은 : “나는 별로 한 거 없는데 내가 희망이 된다니까 희망이 되나..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장애인 탁구 국가대표인 나 씨는 불편한 시선들을 등지고 오로지 탁구 생각에 몰두합니다.

<인터뷰> 나유림(장애인 탁구 국가대표) : “의식하면 아무래도 부자연스럽고 자꾸 다른 사람 시선이 뭐라 그럴까. 조금 동정하는 그런 시선들이 많이 있거든요, 사실..”

2년 만에 각종 전국 체전 우승을 휩쓸며 장애인 탁구계에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사람들이 알아볼 리 없습니다. 피땀이 서린 자랑스러운 32개의 메달들은 남들이 몰라주는 게 속상해 잘 꺼내보지도 않습니다.

<인터뷰> 나유림(장애인 탁구 국가대표) : “조금 부끄러워요 이게 한편으로는 알아주지 않는 메달이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상자에 넣어서. 일반인이 만약에 이렇게 대회를 나가서 땄다고 하면은 주렁주렁 걸어놓겠죠.”

국가대표 선수가 세계 고수들에 맞서기 위해 훈련하는 곳입니다. 코치는 자원봉사를 나선 동네 탁구장 강사, 연습 파트너는 장애인 동호회 회원들입니다. 장애인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라 바닥에 떨어진 공도 직접 주워 담아야 합니다. 양쪽 다리가 모두 불편한 나 씨는 지체장애 3급, 목발을 옆에 끼고 탁구대에 바짝 붙어서야 라켓을 휘두를 수 있습니다.

백일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 국제무대에 서는 첫 기회입니다.

<인터뷰> 나유림(장애인 탁구 국가대표) : “자기전에 자신감을 가지려고 제 마음 속으로 한 3번씩 외치고 자요.(뭐라고요?) 월계관을 쓸 것이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이렇게 한 세 번쯤..”

이런 열정은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기분 좋은 자극이 됩니다.

<녹취> 문혜경 : “연 습 벌 레”

<녹취> 채용수 : “원체 잘 쳐 가지고 제가 상대가 안돼요”

아직도 동네 시장에선 남편 가게를 돕는 열쇠 아줌마로 불리는 나유림 씨, 나이 오십에서야 꿈이 시작됐습니다. 두 선수는 유명세도, 생김새도, 나이도 크게 달랐지만 장애를 이겨내기까지 겪은 상처는 똑같이 깊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뇌병변을 앓으며 아픈 기억이 선명한 김지은 씨, 걷는 게 이상하다는 아이들의 놀림, 불쌍하다는 어른들의 동정에도 적대감이 치밀었습니다.

<인터뷰> 김지은(장애인 수영 국가대표) : “어릴 때는 진짜 그게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쳐다보면 제가 괜히 더 째려보고 그러기도 했는데, 옛날에는 막 반항적인 눈빛으로 나도 막 같이 보고 그랬는데 이제 그렇지는 않아요.”

행여 상처받지 않을까 조심스러워하던 친구들에게 지은씨는 이제 ‘걸음이 조금 느린 친구’일 뿐입니다.

<인터뷰> 최유선(대학 동창) : “남들이 쳐다보긴 하는데, 지은이가 신경 안 쓰니까 저도 신경 안쓰게 되고... 그런 점에서는 친구지만 대견스러워요”

나유림 씨 역시 장애 때문에 한번, 탁구로 또 한 번, 두 번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21살 때 오른쪽 다리에 결핵성 관절염으로 4번의 수술을 하고 나서 목발을 짚었습니다.

<인터뷰> 나유림(장애인 탁구 국가대표) : “(수술 받고 1호실 환자 지독하다는 소리 들을 만큼 밥도 안 먹고 거부를 하고) 죽으려고 마음을 먹고 밤낮으로 울었어요....두 발 딛고 걸어다니는 사람만 보면은 진짜로 미치겠더라고요”

이미 어릴 때 골수염을 앓아 3센티미터 짧아진 왼쪽다리, 그리고 오른쪽 다리의 수술자국은 남편에게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인터뷰> 나유림(장애인 탁구 국가대표) : “어떤 장애인이 그러더라고요, 굶고 간다고. 어디를 가려면 외출을 하려면 소변 처리가 힘들어서. 저도 그런 케이스에요. 그렇게 힘들었어요.”

두 사람을 장애의 고통과 상처에서 벗어나게 해준 건 수술도, 약도 아닌 재활로 시작한 운동이었습니다. 뒤뚱거리는 걸음걸이는 물 속에선 자유로웠고, 사람들의 시선도 아무렇지 않게 됐습니다.

<인터뷰> 김지은(장애인 수영 국가대표) : “자신감? 자신감인 것 같아요. 무얼 하더라도 떳떳하게 하지만 속으로는 내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그렇게 비춰지진 않을까 또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는데...”

예쁜 구두를 보면 꼭 친구에게 신겨야 만족한다는 지은 씨는 이제 부자연스런 걸음걸이조차 농담으로 받아넘깁니다.

<인터뷰> 김지은(장애인 수영 국가대표) : “제 걷는 게 안 예뻐도 내가 입고 싶은건 다 입고 그랬기 때문에 입고 싶은 대로 입어요. (다리가 예뻐요) 다리만 예뻐요, 걷는 건 안 예뻐요”

성치 않은 몸에, 어려운 집안 형편, 남편의 암 투병까지 고단했던 나 씨의 삶이 달라진 것도 탁구라켓을 잡고 나서였습니다. 매일 진통제를 먹어야 집을 나설 수 있었지만, 통증이 줄어들 정도로 운동 효과도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주부 나유림, 열쇠가게 아줌마 나유림을 넘어서 삶에 큰 목표가 생겼습니다.

<인터뷰> 나유림(장애인 탁구 국가대표) : “강릉 오픈대회, 전국 장애인 탁구대회 메달이거든요. 이 메달을 따면서 제가 올림픽 가게 된 꿈을 조금이라도 품은 거예요. 아직도 늦지 않았구나 한번 해볼만 하다, 도전해볼만하다..”

탁구치러 다니느라 못 챙겨줘서 미안해하는 엄마와 아내가 가족들은 오히려 걱정입니다.

<인터뷰> 소진헌(나유림 씨 아들) : “사실 섭섭한 것도 있죠, 사실 가셔가지고 한번씩 아프시거든요. 지금 아프다고 하면 괜히 그냥 덜컥 겁이 나요, 솔직하게”

<인터뷰> 소정렬(나유림 씨 남편) : “큰 욕심부리지 말고 그냥 평상시 하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으면 다행이고..”

장애인 엄마와 아내가 오히려 가족을 한데 묶는 힘이 됐다는 나유림 씨,

<인터뷰> 나유림(장애인 탁구 국가대표) : “내 몸이 불편하니까 애들이 더 많이 나를 도와줬고, 남편이 더 많이 도와줬고 그래서 이렇게 우리가 가정을 꾸릴 수 있었고 남들보다 더 끈끈한 가족애가 있는지도 모르죠.”

두 사람을 포함한 장애인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 82명은 현재 서울, 경기도, 대구, 대전 등 전국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 금메달을 향해 뛰고 있습니다. 태릉 선수촌같은 종합 훈련시설은커녕 변변한 후원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유병훈(휠체어육상 국가대표) : “사실 똑같은 태극기를 달고 국가대표 선발이 돼서 출전하는 똑같이 올림픽을 출전하는 선수인데,..장애인 올림픽 선수단은 참 이렇게 아직까지 소외받고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조금 많이 섭섭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이들을 일으켜 세우는 건 장애를 두려워하지 않는 힘이라고 선수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조수현(중도장애 육상선수) : “팔, 다리가 없는데도 열심히 뛰고 거기서 승부를 얻고 짜릿한 쾌감을 얻는거,.. 저도 비록 지금 장애를 입었지만 지금 이렇게 뛸 수 있다는 거에 무지 만족하고 행복하거든요”

<인터뷰> 나유림 : “저는 장애인이지만 저 자신이 장애로 인해서 못한다,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사는 사람이다. 이런 생각은 안하고 살았거든요.”

<인터뷰> 김지은 : “그래 나 장애인이지? 장애인인게 뭐 어때서, 이렇게 받아들이게 됐고. 그걸 인정함으로써 더 당당해질 수있는 것 같아요”

장애를 뛰어넘어서 더 아름다운 사람들, 그들에겐 금메달보다 더 값진 용기와 도전이 있었습니다.

<녹취> 나유림씨랑 동호회 회원들 :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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