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책을 보다가 예전에 봤던 이 영화가 생각났다.
장쯔이라는 여자를 처음 봤던 영화...
내용이고 뭐고 잘 기억은 안난다.
다만 첫사랑에 빠진 장쯔이가 남자를 맞이하면서 환하게 웃는 그 장면은 잊쳐지지가 않는다...
사랑에 빠져서..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그 미소...
나도 그런 미소를 짓고 싶고.. 나를 바라보는 그런 미소가 보고 싶다...
원 제 : The Road Home |
감 독 : 장 이모우 |
주 연 : 장 지이 |
각 본 : 바오 스 |
촬 영 : 호우 용 |
음 악 : 산 바오 |
편 집 : 쟈이 루 |
미 술 : 주핑 짜오 |
장 르 : 드라마 |
개 봉 : 2000년 11월 04일 |
등 급 : 12세 이상 관람가 |
시 간 : 100 분 |
제작/배급 : 콜롬비아 트라이스타(주) |
제작국가 : - |
제작년도 : 1999 년 |
[집으로 가는 길] 옛 사랑
장 이모우(張藝謀)감독의 신작 <집으로 가는 길>은 아날로그 시대의 청순한 사랑과 잊어버린 인간의 냄새를 만끽할 수 있는, 실로 오랜만에 대하게 되는 순수 무공해 영화이다. 서구인들이 필요이상으로 중국 신세대감독의 작품에서 자기들 입맛에 맞는 정치색을 찾아나설때 오히려 중국최고의 감독 장이모우는 의도적으로 그러한 논쟁에서 멀찌감치 떨어져나간다. 그의 전작 <책상서랍속의 동화>에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계몽주의적 작가의식을 내보였던 그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런 무모한 의도를 접는다. 너무나 소박하고, 너무나 아름다운 한 시절의 순수한 러브스토리를 통해 모든 것이 너무나 빨리 변해가고, 너무나 쉽게 잊어버리는 세태를 부끄럽게 만든다.
장이모우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는 중화민족의, 혹은 강대국 중국의 거창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너무나 단순하게 18세 시골 처녀가 새로 부임한 마을 선생님에게 쏙 빠져들고, 죽을 때까지 그 순수한 마음을 담고 있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2000년을 살아가는 한국 현대 네티즌에게는 이 얼마나 관심없고, 재미없고, 흥미없는 이야기인가. 하지만, 올 여름 보았던 배창호 감독의 <정>만큼이나, 이 영화는 꼭 보아야할 영화일 듯 하다. 헐리우드 특수효과와 어정쩡한 한국형 블록버스터에 마모된 눈과, 닳을대로 닳은 가슴을 녹여볼만한 영화가 바로 이 <집으로 가는 길>이다.
이 영화의 원제는 <나의 아버지, 어머니 (我的父親母親)>이다. 도시로 간 아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음을 받고는 장례식에 참석하러 고향으로 돌아온다. 투박하기 그지없는, 시골의 옛집에서 그는 어머니와 작은 트러블에 직면한다. 어머니는 병원에서 산넘고 물건너 집까지 노제를 지내야한다고 우긴다. 하얀 눈이 이만큼 산과 들판을 덮고 있고, 찬바람이 쌩쌩부는 외진 시골의 한 겨울. 아들은 어머니의 이 막무가내식 투정을 듣다가 아스라히 옛 생각에 빠져든다. 바로, 자기 엄마와 아빠의 처녀총각적 연애담을.
영화는 장이모우가 간판 스타 '공리' 대신 선택한 '장즈이'를 최대한 부각시킨다. 사실, 이 영화는 장즈이의 매력으로 점철된 영화이다. 시골마을에서, 남정네들이 품앗이 나와 학교 교사를 지을때 마을 아낙들과 젊은 선생에게 반한 장즈이는 점심을 준비한다. 장즈이는 그 '선생'이 자기가 만든 음식을 선택하기를 '염력'으로 기대하지만 뜻대로 되지가 않는다. 선생님을 한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한번이라도 더 부각시키기 위해 일부러 저 먼 우물터까지 와서는 선생님의 '시야'에서 얼른거린다. 그리고, 관객을 너무나 애타게 하는 머리핀 분실사건까지. 장즈이가 등장하여 사라질때까지 관객들은 그녀의 매력에 쏘옥 빠져버린다. 아마, 지금 <와호장룡>이 극장에서 상영중이라면 관객들 모두 이 영화가 끝나자마자 그 극장으로 달려갈 정도이다. 그만큼 매력적이다.
영화는 초반과 후반의 현실이야기를 비출때는 흑백으로 처리하고, 정작 감독이 전달하고 보여주려고 한 옛시절의 사랑을 그릴 때에는 너무나 부드러운 칼라영상을 보여준다. 장이모우 감독의 전작 <책상서랍 속의 동화>는 계몽영화, 혹은 선동주의적 선전영화이기도 하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보자면 이 영화도 굉장히 잘 만든 감성적 선전영화인 셈이다. 시골로 내려온 아들이 장례식을 무사히 끝낸 후, 그 옛날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글자와 희망을 가르치는 마지막 장면은 그러한 장이모우 감독의 계몽주의적 시각이 드러난다. 하지만, 그런 평가를 받기에는 아마 인간적으로 너무 잘 만든 영화이고, 사람들로 하여금 순수의 시대를 살아가는 열정의 시골 선생님의 희생정신을 그만 망각해 버리게 할지도 모른다. 분명 장이모우 감독은 영화를 통해, 또다른 이야기를 할 줄아는 비결을 터득한 대가가 되어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직배사 영화이다. 아마도 다음주 개봉될 <단적비연수> 같은 대작들 틈에서 개봉관 잡기도 어렵겠지만, 은근히 뒷힘을 가질 영화일 듯 하다. 이 영화의 흥행결과가 기대된다.
중문과 출신인 필자이 개인적 소회로는 이 영화를 볼때 불현듯 학창시절 교환교수로 국내에 와 있던 중국 교수분이 생각났다. 중국교수 숙소에서 매번 맞닥치는 이국적 분위기는, 그들의 집안이 전열기를 꺼놓은 상태라서 언제나 썰렁했다는 사실과 한국신문들 사이에 끼어오는 전단 이면지를 모아 메모지로 사용한다는 공통점이었다. 아마도, 문화대혁명과 선부론(先富論)이라는 국가적 우여곡절을 거친 중국인민들의 생활습성은 천성적인 모양이다. 이 영화를 보다가 처녀 장즈이가 마음 속 첫사랑 선생님을 쫓아가다 사랑의 '만두'가 담긴 그릇이 엎어져서 깨어지는 장면(눈물 핑~~)과 그 깨진 그릇을 바느질하듯 붙여 사용하는 장면에서 아마도 오래 전에 잊어버린, 혹은 전해 들은 어떤 알수 없는 인간적 이야기를 한번쯤 되돌아보게 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에 잊어버린 것들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