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대학교때 읽었던것 같은데, 어제 우연히 라디오 소설에서 요약된 데미안을 읽게 되었다.
솔직히 거의 내용이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씩 읽다보니 다시 예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내 머리속에 어딘가에 기억은 되어 있기는 했어나 보다. 싱클레어를 협박하는 친구, 이를 구해주는 데미안, 카인과 아벨,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에바부인, 싱클레어 집의 문장, 데이안의 답장, 싱클레어의 번뇌, 전쟁, 데이안의 죽음.. 어딘가에 짱박아 두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게 너무 신기하고 기뻐서 예전에 샀던 책을 찾아냈다. 조만간 다시 한번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봐야겠다. 알을 깨고 나가기 위해서...
진정 나는 싱클레어인가라는 물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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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 ▣ 저자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 ▣ Short Summary 그는 깨어 있는 인간에게서 자신을 구하고 스스로의 진정한 운명을 찾아 살아가는 것만이 자신의 의무임을 깨닫는다. 마침내 싱클레어는 악의 세계로부터 항상 자신을 구해주던 데미안이 자신의 분신임을 깨닫고, 자기를 인도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임을 인식한다. 싱클레어가 깨어있는 길을 가는 과정에서 아프락사스는 선과 악을 겸한 신의 상징이었다. 그는 아프락사스를 통해 세계 인식과 자신에 대한 각성을 점차적으로 해 나가면서 정체성을 찾는 것이다. 『데미안』은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대참사를 배경으로 쓰여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신적 황무지 속에서 실의에 빠져 갈 바를 모르던 당시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길을 바라 볼 수 있게 한 작품이다. 자신의 조국을 떠나 중립국인 스위스에서 제1차 세계대전의 전야와 전쟁 중 많은 고민을 겪었던 헤세는 유럽의 불행이 물질주의와 이로 인한 자기 상실에서 초래되었다는 인식에 이른다. 당시 사람들은 극단적인 물질주의를 추구하다가 빠져든 정신적인 공허에서 탈출하려고 하면서 잘못된 해결책을 찾았다. 그들은 자기 자신 가운데 잠겨 들어 고독한 가운데 우러나오는 진실된 운명의 소리를 듣는 대신 모임을 만들고 떼를 지어 다니며 끼리끼리 합세하여 기염을 토하는 가운데서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헤세는 이것을 불안으로부터의 진정한 해방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상실로 보았다. 이것이 바로 헤세가 본 제1차 세계대전관이었다. 전쟁이 할퀴고 간 처참한 자국뿐인 곳에서 텅 빈 자신만이 달랑 남아서 속절없이 방황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렇듯 메마른 상황 하에서 소설 『데미안』은 생명수처럼 다가와 자기를 잃었던 많은 젊은이들에게 삶의 지주가 되어 자신을 찾을 수 있게 하였다. 자기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이 명하는 바 만을 행하라는 이 교훈은 매우 단순한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 하는 것은, 주인공 싱클레어가 어린 시절과 청춘 시절을 오로지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만 산 사실에 비추어보아도 쉽게 짐작이 갈 것이다. 그것도 이끌어주는 지도자가 없었더라면 더욱더 오랜 시일이 걸렸을 것이다. 싱클레어의 지도자인 데미안의 말을 빌려보자.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을 향해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선과 악, 신과 악마를 겸한 복합체로서의 독특한 신인 아프락사스에 대한 신앙, 그것은 다름 아닌 주체성 있는 자기 자신 내면의 소리에 대한 믿음인 것이다.
내가 열 살 무렵 라틴어 학교에 다니던 그 시절의 경험에서부터 내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말해놓고 보니 그 시절로부터 갖가지 향기들이 밀려오고, 비애와 유쾌한 전율이 내 안에 파문을 일으킨다. 어둡거나 밝은 골목들, 집들과 탑들, 시계 소리와 사람의 얼굴들, 안락함과 포근한 위안으로 가득찬 방들, 비밀과 유령에 대한 공포로 가득 찬 방들. 따스하고 좁은 구석, 가정용 상비약과 마른 과일 향기도 난다. 그곳에서는 두 개의 세계가 착잡히 교차했으며, 양극에서 낮이 오고 또 밤이 왔다. 그 하나의 세계는 우리 집이었다. 이 세계는 내가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어머니와 아버지라고 불렸고, 사랑과 엄격이라고도 불렸으며, 모범과 교훈이라고도 불려졌다. 따사로운 광채, 명확함과 깨끗함이 이 세계의 것이었으며, 여기에는 온화하고도 다정스러운 대화, 말끔하게 닦은 손, 깨끗한 옷, 그리고 바른 예절이 깃들어 있었다. 이 세계에는 미래로 이끌어주는 똑 바른 선과 길이 있었다. 의무와 죄, 양심과 가책과 참회, 용서와 선의, 애정과 존경심, 성서의 말씀과 예지가 있었다. 우리의 미래가 명랑하고 청순하며, 아름답고도 정돈된 것이 되기 위해서는, 이 세계에 속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어느덧 또 다른 세계가 우리 집 한복판에서 시작되었다. 그것은 아주 딴판이었고, 냄새도 다르고, 말투도 다르고, 약속도 요구도 달랐다. 이 두 번째 세계에서는 하녀들과 직공들, 유령의 이야기와 추문이 있었다. 거기에는 도살장이나 감옥, 주정뱅이들과 욕지거리하는 여인네들, 새끼를 낳는 암소와 거꾸러진 말들, 그리고 가택 침입과 살인, 자살 이야기처럼 터무니없이 거추장스럽고 유혹적이며, 무서우면서도 수수께끼 같은 갖가지 일들이 사태를 이루고 있었다. 골목길이나 이웃집 등 내 주위 곳곳에 이와 같은 온갖 아름답고도 몸서리쳐지며 야만적이고 잔인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가는 곳마다 요란한 두 번째의 세계가 용솟음치고 분분히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런데 기이한 일은 이 두 세계가 서로 인접해 있고, 아주 가까이에 공존해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밝고 올바른 세계에 속해 있었다. 그러나 내가 눈과 귀를 돌리면 어디에나 다른 것이 존재했다. 그리고 간혹 그것이 내게는 낯설고 징그럽더라도, 또 그곳에서 양심의 가책과 불안감을 얻게 되더라도 나는 그 다른 것 속에서도 살았던 것이다. 나는 때로 아주 기꺼이 그 금지된 세계에 살기까지 했다. 수업이 없는 어느 오후 -내가 막 열 살이 넘었을 때였다- 나는 이웃에 사는 두 아이와 빈들빈들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때 우리보다 더 큰 아이 하나가 우리 쪽으로 왔다. 열세 살쯤 되는 힘 세고 거친 그 아이는 양복집 아들로서, 초등학교 학생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주정꾼이고 다른 가족에 대해서도 악평이 자자했다. 프란츠 크로머, 나는 그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는 벌써 어른 같은 태도에 젊은 직공들의 걸음걸이와 말버릇을 흉내내고 있었다. 대화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여러 가지, 영웅적 행위와 나쁜 행실을 자랑하고 위대한 일처럼 뽐내기 시작했다. 라틴어 학교 학생이며 상류층 자식인 나를 프란츠가 좋아할 리 만무했다. 나는 온통 불안에 사로잡혀 굉장한 도둑질 이야기를 꾸며내고, 그 주인공을 나 자신으로 삼았다. 이야기를 꾸며대는 데 도취되어 마지막엔 몸이 화끈 달아오를 지경이었다. 프란츠 크로머는 이야기를 다 듣고는, 반쯤 지그시 내리 감은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위협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거 정말이냐? 맹세할 수 있겠어?" "정말이지. 정말 그랬단 말야." "그럼 말해라. 하느님을 걸고!" "하느님을 걸고!" 내가 도둑질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제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세상은 내 주위에서 산산이 깨어졌다. 프란츠는 나를 고발할 것이다. 나는 범죄자니까. 아버지에게도 말할 것이다. 아마 경찰까지 올지도 모른다. 온갖 어지러움의 공포감이 나를 위협하고, 온갖 흉칙스러운 일들이 나에게 몰아닥친 것이다. "너로서는 비싼 대가를 치러야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 내일까지 2마르크를 내게 가져와. 만일 돈을 안가져오면 톡톡히 맛을 보여줄 테다!" 내 생활은 산산조각이 났다. 나는 우리 집의 세계가 전혀 아는 바 없는 그림자를 이끌고 왔고 그것들로부터는 어머니조차도 나를 지켜줄 수 없으며,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내 죄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내가 악마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에 있었다. 나는 왜 크로머에게 복종했던 것일까? 왜 나는 도둑질한 이야기를 꾸며냈던 것일까? 왜 나는 죄를 영웅적 행위인 양 뽐냈던 것일까? 나는 숨겨야 할 운명과 비밀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을 역력히 느꼈다. 나는 놈을 위해서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내 평생에 그렇듯 가슴을 짓누르고 고난을 당해본 적은 드물었다. 그 이상으로 더 큰 절망과 더 큰 굴종을 느껴 본 적은 정말이지 없었다. 카인 내 고민으로부터의 구원은 전혀 예기치 않았던 쪽에서 왔다. 동시에 지금에 있어서까지도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새로운 무엇인가가 내 인생에 들어왔다. 우리 라틴어 학교에 그 무렵 전입생 한 명이 들어왔다. 그의 이름은 막스 데미안이었다. 나보다 한 해 윗반에 다녔고, 나이도 몇 살 더 많았다. 그의 얼굴은 특이하게 나를 매혹시켰으며, 나는 이 영리하고 밝고 비범하게 긴장된 얼굴이 주의 깊게, 그리고 총명스럽게 자기의 공부에 몰두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과제를 하는 학생 같지 않고 독자적인 문제를 추구하는 연구가처럼 보였다. 그는 나에 비해 너무나도 초연했고 침착했다. 그의 태도는 지나치게 도전적일 정도로 자신만만했고, 그의 두 눈은 성인의 표정을 지니고 있었으며 -아이들은 결코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소 슬픈 듯하면서도 냉소의 빛을 그 안에 지니고 있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그가 내 뒤에서 왔다. 다른 아이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나자, 나를 따라잡더니 인사를 했다. 이 인사도, 그가 학생다운 말투를 따라했는데도, 무척 어른스럽고 공손했다. 우리는 계속 걸었다. 갑자기 데미안이 웃었다. 마치 뭔가 재미나는 것이 떠오르기라도 한 듯. 그가 활기 있게 이야기했다. "나는 카인의 이야기를 아주 딴판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믿고 있는 거야. 우리가 배우는 대개의 것은 물론 전적으로 진실이고 정당하지만 이 모든 걸 선생이 보는 것과 달리 볼 수도 있단 말야. 대개는 달리 볼 때 보다 나은 의미를 지니게 되는 법이지. 예를 들자면 카인과 그의 이마에 있는 표지에 대해서도 선생이 우리에게 설명하는 것만 가지고는 만족할 수 없거든. 어떤 사람이 싸움을 하다가 자기 형제를 때려죽이는 일도 따지고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지. 그 다음부터는 겁을 먹고 양보를 하게 되는 것도 가능한 일이고. 그러나 그가 비겁함의 대가로서 자기를 안전하게 하고,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자아내게 하는 훈장을 특별히 받는다면 이것이야말로 정말 묘한 일이지.” 데미안은 말을 이었다.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의 전부가 언제나 사실 그대로 기록되고 정당하게 해석되어 있다고는 볼 수가 없단 말야. 간단히 말해서 나는 카인이 뛰어난 녀석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그가 말한 모든 것이 전혀 믿어지지 않는 일로 여겨졌다. 카인이 고상한 사람이고 아벨이 겁쟁이라니! 카인의 표지가 특성이라니! 그것은 조리가 맞지 않으며 신에 대해 불경한 일이고 방종한 일이다. 평소에 나는 단 한 번도 성서 이야기나 혹은 그 어떤 다른 이야기에 대해서 그렇게 되씹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나와 프란츠 크로머와의 문제는 계속 불가피한 길을 걸어 나가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사실상 나는 그에게 결박되어 있었다. 그는 내 꿈속에서도 마치 내 그림자처럼 언제나 함께 있었다. 꿈속에서 나는 완전히 그의 노예였다. 나는 이 그림자로 인하여 힘과 생기를 잃어버리는 것이었다. 이 일과 관련해서 나는 다시 한번 곰곰이 카인과 아벨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다. 나는 내 평생에 있어서 그때처럼 그렇게 심각한 체험을 하고, 그때처럼 그렇게 고민한 적이 거의 없다. 절망적으로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 나는 텅 빈 광장을 건너갔다. 그때 상쾌하고 낮은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막스 데미안이었다. 그가 특유의 공손하면서도 아주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 "사람은 누구 앞에서든 두려워할 필요는 없는 거야. 그런데 만일 사람이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면, 그것은 자기를 지배하는 힘을 그 누군가에게 맡겨버렸기 때문일 거야. 그놈을 두려워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건 너도 잘 알겠지, 그렇지? 그 따위 두려움은 우리를 아주 엉망진창이 되게 하는 법이니까. 거기서 벗어나야 되는 거야. 너는 그자식에게서 벗어나야 된단 말야! 놈을 때려죽여버려!" 나는 새로운 불안에 사로잡혔다. 카인의 이야기가 다시금 불현듯 떠올랐던 것이다. 나는 몸서리가 쳐졌다. 그래서 조용히 울기 시작했다. 우리 집 앞에서 들리던 크로머의 휘파람 소리는 하루가 지나고 이틀, 사흘, 1주일이 지나도록 들리지 않았다. 나는 도저히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 무렵의 어느 날 데미안이 다시 나타났다. "그놈의 크로머도 이제는 너를 괴롭히지 않지?" "도대체 어떻게 한거야? 그 애와 싸움을 하고 실컷 때려주기라도 한 거야?" "아냐, 그저 너하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 녀석하고 이야기했을 뿐이야. 너를 내버려 두는 게 녀석에게도 이익이 될 거라는 점을 분명히 말해주었을 뿐이야." 만일 그가 나를 크로머의 발톱으로부터 해방시켜주지 않았던들, 나는 평생 병이 들고 타락해버렸으리라고 지금도 확신하고 있다. 그 당시에도 나는 이 해방을 내 소년 시기에 있어서의 최대의 체험으로서 느끼긴 했다. 나는 갑자기 악마의 그물에서 해방되었음을 알았고 다시금 세계가 밝고 즐겁게 내 앞에 놓여 있음을 보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안정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데미안은 결단코 이 세계에 속해 있지 않았고, 이 세계에 어울리지도 않았다. 물론 그는 크로머와는 달랐으나 그래도 그 또한 유혹자이며 나로 하여금 두 번째의 나쁜 세계와 인연을 맺도록 했던 것이다. 아, 오늘에서야 나는 알았다. 인간에게는,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에게로 이끄는 길을 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는 것을!
나를 흥미롭게 해주는 것은 단지 나 자신에게로 도달하기 위하여 내 평생에 내가 떼어놓았던 발걸음 뿐이다. 허용되어 있고 밝은 세계에서는 숨을 구멍을 찾아야 할 원시적인 충동이 나 자신의 내부에도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로이 발견해야 하는 나이가 나에게도 찾아왔다.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서서히 눈을 뜨는 성의 감정이 적이자 파괴자로, 금기이자 유혹과 죄악으로 나에게도 덮쳐 왔던 것이다. 나는 이미 아이가 아닌 아이의 이중생활을 영위했던 것이다. 나의 의식은 가정과 허용 받은 곳에서 살고, 희미하게 솟아오르는 새로운 세계를 부정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나는 비현실적인 꿈과 본능과 욕망 속에서 살았다. 나의 내부의 어린이의 세계가 허물어 졌기 때문이었다. 견진성사 수업은 내가 성적인 문제에 눈을 뜬 시기와 일치했다. 신부님의 말씀은 내게서 멀리 떨어진 고요하고 성스러운 비현실성 가운데 있었다. 그것들이 아름답고 가치가 있을지는 몰라도, 아무튼 현실적이고 자극적인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상태가 나로 하여금 수업에 무관심하게 하면 할수록 나의 관심은 다시금 막스 데미안에게 접근해가는 것이었다. 어떤 끈이 우리를 묶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신부님이 음성을 높이면서 열심히 카인의 표지에 관해 강연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마음 깊이에서 그가 가르치고 있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얼마든지 달리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것에 대하여 비판할 수 있다고 느꼈다! 한 번은 견진성사 수업 중에 그는 그 이상 더 대담할 수 없을 견해로 나를 깜짝 놀라게 해주었다. 선생님이 골고다 언덕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싱클레어! 내 맘에 들지 않는 일이 좀 있어. 그 이야기를 다시 읽어 봐. 두 명의 도둑에 관한 이야기 말야! 언덕 위에 세 개의 십자가가 위풍당당히서 있는 것은 굉장해! 하지만 우직스러운 도둑에 관한 감상적인 종교 이야기일 뿐이야! 유치한 감상과 고도의 교화적 배경을 가진, 달콤하고도 속임수에 제격인 예수쟁이의 이야기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거든. 마지막까지 회개하지 않은 도둑이야말로 사나이 대장부이며 개성이 있는 녀석이기 때문이야. 그는 자기의 처지에서 단지 또 하나의 사탕발림에 불과한 개종 같은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거야. 그는 마지막까지 자기의 길을 갔고, 최후의 순간까지도 그때까지 그를 도와주었던 악마에게서 비겁하게 손을 빼지 않았거든. 그는 개성이 있는 인물이란 말야. 개성이 있는 사람들은 성서의 이야기에서는 흔히 손해를 보는 법이거든. 아마 그도 역시 카인의 후예 일거야, 그렇게 생각되지 않니?" 데미안의 새로운 생각은 나에겐 숙명적으로 들렸고 계속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믿었던 나의 내부의 관념을 뒤집어엎으려고 위협했다. "구약이나 신약에서의 완전한 신은 실로 훌륭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러나 그것이 본래 나타내야 할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거든. 신이란 어진 것, 고귀한 것, 아버지와 같은 것, 아름다운 것, 그리고 또한 높은 것, 다감한 것이라는 건 아주 정당해! 그러나 세상은 또한 다른 것으로도 이루어져 있거든." 나는 내 친구에게 옛날 유년 시절부터 품고 있었던 '두 개의 세계'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는 곧 나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감정이 자신에게 공명하고 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과거에 내게 기울였던 것보다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넌 너의 '허용된 세계'가 단지 세계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도 의식했단 말야. 그리고 넌 마치 신부님과 선생들이 그렇듯이 그 두 번째의 절반을 은폐하려고 애썼던 거야. 사실 금지된 추악한 것들도 현실에는 존재한단 말야. 너도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거야! 하지만 단순히 그것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진해서 범죄자가 되어야 한단 말이야? 금지된 것은 영원한 것이 아니며 변경될 수도 있단 말야. 그러므로 우리 각자는 허용된 것과 금지된 것을, 자기에게 금지된 것을 제 자신의 힘으로 찾아내야 하는 거야. 약삭빠른 이야기는 아무 가치가 없어. 자기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갈 뿐이지. 자기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간다는 것은 죄악이야. 사람이란 마치 거북이처럼 자기 자신 안으로 완전히 기어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거든." 교회 사회로의 엄숙한 입회라고 설명되었던 견진성사를 위해서 받은 약 반년 간의 종교 수업의 가치는, 내가 여기에서 배운 것 가운데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데미안의 가까이에서, 그리고 그의 영향 속에서 지낸 일 가운데 있다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내게도 엄습해오는 것이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견진성사 날이 되었으나 그것에 대한 중요한 기억이라곤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유년 시절이 산산이 부서져 내 주위에 떨어졌다. 정원은 향기를 잃고 숲은 마음을 끌지 못하고 세계는 마치 고물의 재고 정리처럼 무미하고 매력 없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책은 종이 조각이고 음악은 소음이었다. 나는 방학을 보낸 다음 다른 학교에 가기 위하여 난생 처음으로 집을 떠나도록 결정되었다. 베아트리체 지난 반년 동안에 나는 매우 빠르게 성장했다. 소년다운 귀염성은 나에게서 전부 사라져버렸다. 차갑고 축축한 밤 공기 속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나는 난생 처음 취해 있었다.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몹시 괴로웠던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매력적이고 감미로운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반란과 방탕이었고 생명이자 정신이었다. 나는 외부에서 보기에 몹시 타락해갔다. 유명하고도 거침없는 술집 단골 손님이 되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완전히 어두운 세계, 악마에 속해 있었다. 그 세계에서 근사한 녀석이라고 인정받았다. 내가 무엇이 되든 나로선 아무래도 좋았다. 술집에 앉아서 흥얼대는 따위의 기묘하고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방식으로 나는 세상과 싸우고 있었다. 이것이 내 반항의 형식이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나 자신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퇴학 당할 날이 멀지 않았다. 에라, 될 대로 돼라. 봄이 시작될 무렵 가시 울타리가 푸릇푸릇해지기 시작할 때 우연히 한 소녀가 내 주의를 끌었다. 내 생활에 끼친 이 짝사랑의 영향은 대단했다. 불현듯 다시금 내 앞에 고귀하고 숭고한 영상이 나타났다. 그 여자에게 베아트리체라는 이름을 붙였다. 베아트리체와 단 한 마디의 말도 나눈 적이 없지만 그 여자는 그 당시 나에게 대단히 깊은 영향을 끼쳤다. 날이 갈수록 나는 술집 순례와 밤의 싸움 행각에서 멀어져 갔다. 다시 홀로 있을 수 있었으며, 다시 독서를 즐기고, 산책을 즐겼다. 사랑할 대상과 사모할 대상을 갖게 된 것이다. 나는 다시 이상을 가졌으며 생활은 다시 예감과 신비스러운 어스름에 가득차 있었다. 나는 다시금 나 자신 속에 깃들었던 것이다. 베아트리체의 숭배는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변화시켰다. 어제까지도 조숙한 냉소꾼이었던 내가 지금은 성자가 되려는 목적을 품은 사원의 하인이었다. 나는 몸에 젖어버린 그놈의 못된 생활을 청산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모든 것 속에 청순함과 고귀함과 품위를 깃들이게 하려고 노력했으며, 먹을 때나 마실 때나 이야기 할 때나 옷을 입을 때에도 이런 점을 부각시켰다. 그리고 새로운 신념에 대한 표현을 찾으려고 시도한 한 가지만이 나에게 중요해졌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여자를 내 뜻대로 그리고 싶었다. 완성된 그림 앞에 앉아 있자니 그것은 나에게 야릇한 인상을 주는 것이었다. 나에게는 그것이 신의 초상의 일종이거나 신성한 가면 같아 보였고, 절반은 남성이요 절반은 여성이며, 나이도 없고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강한 의지를 지니고 있으며, 남모르는 생명에 충만해 있으면서도 딱딱하게 굳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초상은 그때부터 한동안 나의 모든 생각에 붙어다니고 생활을 같이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나는 그 그림의 정체를 알아버렸다. 초록빛이 감돌고 크게 뜬, 내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그 눈을 들여다보았다. 어떻게 이처럼 늦게야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데미안의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점차로 베아트리체나 데미안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그림은 나와 닮지도 않았고 또한 그럴 이유도 없다고 느꼈지만 그것은 나의 생명을 이루고 있는 것이었고, 나의 내심, 나의 숙명 혹은 나의 데몬(demon)이었던 것이다. 내가 베아트리체라고 이름지은 그 소녀와 나는 여전히 자주 마주쳤다. 그땐 이미 아무런 감동도 느끼지 않았으나 언제나 부드러운 화합과 감정적인 예감을 느꼈다. 그대 자체가 아니라 단지 그대의 영상만이 내 운명의 일부분인 것이었다. 한 번은 방학 중에 고달프고 다소 피곤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술집을 드나들던 그 시절의 행색으로 건들거릴 때, 나의 옛 친구가 내게로 걸어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싱클레어, 너 많이 컸구나. 술집에 자주 오는 모양이구나?" "달리 무슨 할 일이 있겠어? 이게 그래도 제일 재미있는 일이잖아." "아마 그럴지도 모르지. 정말 제법 근사한 점도 있으니 말야. 그러나 언제나 그 모양으로 연신 술잔을 꺾어대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일까? 밤마다 단골집 술상을 보고 앉아 있는 파우스트를 상상할 수 있겠어? 지금 네가 무슨 목적으로 네 잔을 들이키고 있는지는 우리 둘 다 모르지만 네 내부에 있는, 너의 생명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이미 그걸 알고 있거든. 우리 내부에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원하고, 우리 자신보다 모든 것을 더 잘 해내는 누군가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은 지극히 유익한 일이야." 우리는 짤막한 작별을 했다. 나는 단지 그가 아마도 어느 곳에선가 공부를 하고 있을 것이고, 김나지움 졸업 후에는 그의 어머니도 우리 도시를 떠났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막스 데미안과 처음 만났던 일이 떠올랐다. 그가 카인에 대한 자기의 의견을 말한 뒤 우리는 우리 집 앞에 서 있었다. 그때 그는 우리 집 현관 위에 아래에서 위쪽으로 퍼져 있는 종석(宗石) 안에 박힌 낡고 퇴색한 문장(紋章)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그는 그것이 자기의 흥미를 끌며, 누구나 그런 물건에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었다. 나는 그 문장의 새를 새로운 종이에 그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려진 것은 날카롭고 겁 없는 매의 머리를 가진 한 마리의 맹금이었다. 새의 반신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어두운 지구에 박혀 있었다.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큰 알에서 나오려는 것처럼 그 속에서 나오려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이젠 베아트리체조차도 나의 시야와 생각에서 사라져버렸다. 누구에게도 나는 나의 꿈에 관해서 나의 기대와 나의 내적인 변화에 관해서 단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내가 그린 꿈의 새는 길을 떠나 나의 벗을 찾았다. 매우 신기한 방법으로 나에게 회답이 왔다. 어느날 휴식 시간이 끝난 다음, 교실의 내 자리에서 종이 쪽지 하나가 내 책에 꽂혀 있는 걸 발견했다. 나는 우연히 수업 중에 그 쪽지를 잡게 되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을 향하여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그것은 데미안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나와 그 말고는 그 새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아프락사스’라고 불리는 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는 한 번도 그 말을 들은 적도 읽은 적도 없었다. 데미안은 이렇게 말했었다. 우리는 틀림없이 존경하는 한 사람의 신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단지 임의로 갈라진 세계의 절반만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다(그것이 공적이고 허용된 '밝은' 세계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온 세계를 존경할 수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사람들은 악마까지도 겸한 하나의 신을 갖거나 혹은 신에 예배하는 동시에 또한 악마에게도 예배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프락사스가 바로 신인 동시에 악마인 바로 그 신이었던 것이다. 한때 그렇게 몰두했던 베아트리체의 모습은 이제 점차 가라앉고 있었다. 그녀는 나의 영혼을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이상하게 나 자신의 내부에 틀어박혀서 마치 몽유병자처럼 영위해온 내 생활 속에 새로운 형태가 이제 형성되기 시작했다. 나는 아프락사스를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했다. 희열과 공포, 남성과 여성의 혼합, 성스러운 것과 몸서리쳐지는 것과의 뒤엉킴, 다감한 천진성을 뚫고 경련하며 지나가는 깊은 죄악, 내 사랑의 꿈의 영상은 이러했다. 사랑은 더 이상 내가 처음에 불안스레 느꼈던 것처럼 동물적인 어두운 충동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내가 베아트리체의 초상에게 바쳤던 것처럼 경건하고 정신화된 숭배도 아니었다. 사랑은 그 양쪽 다였다. 양쪽 다였을 뿐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었다. 그것은 천사인 동시에 악마였고, 남성과 여성이 하나가 된 것이며, 인간과 동물, 최고의 선이자 극단의 악이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나에겐 정해진 일로 생각되었고, 이것을 맛보는 것이 나의 숙명인 것처럼 여겨졌다. 다음해 봄에 나는 김나지움을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어디서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몰랐다. 내 입술 주위에는 조그만 코밑수염이 자랐다. 성인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으며 아무런 목표도 없었다. 확실한 것은 단지 나의 내부의 소리 하나뿐이었다. 나는 그것이 인도하는 대로 맹목적으로 따라가야 할 사명을 느꼈다. 다른 사람들은 자기들이 교수나 판사, 의사나 예술가가 될 것이고, 또 그것은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며, 어떤 이점이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언젠가는 나 역시 그런 직업을 갖게 되겠지만 도대체 내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나 역시 몇 년이고 그 길을 찾고 또 찾지 않을 수 없겠지만, 어쩌면 아무것도 되는 일 없이, 어떠한 목표에도 도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정말이지 나는 나의 내부에서 스스로 나오려는 것대로 살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은 왜 그다지도 어려웠던가? 그해 겨우내 나는 차마 입 밖에 내기 어려운 내적 폭풍우 속에서 지냈다. 나는 교외에 있는 조그만 교회에서 오르간이 연주되는 소리를 들었다. 바흐가 연주되고 있음을 알았다. 저기에서 연주하고 있는 저 사람은 이 음악속에 보물이 숨겨져 있음을 알고 있어서, 흡사 자신의 생명을 얻으려는 것처럼 이 보물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두드리고, 그리고 애쓰고 있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기교 면에서라면 나는 음악에 관해서 그다지 많이 알고 있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러한 영혼의 표현은 어렸을 때부터본능적으로 이해했고, 무슨 자명한 것이라도 되는 양 내 마음속에 느껴왔던 것이다. 그가 연주하는 모든 곡은 종교적이고 헌신적이며 경건했다. 그러나 교회에 다니는 신도들이나 목사들처럼 경건한 것이 아니라 중세의 순례자나 걸인들처럼 경건했고, 모든 종파를 넘어서 존재하는 세계 감정에 물불을 헤아리지 않는 헌신으로 경건했던 것이다. 동경과 세계의 가장 내적인 파악, 그리고 세계로부터의 가장 난폭한 재분리와 자신의 어두운 영혼에 대한 절실한 귀 기울임, 헌신의 도취와 불가사의한 것에 대한 깊은 호기심. 언젠가 그 오르간 연주자가 교회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것을 몰래 따라가본 적이 있었는데, 그가 조그마한 주점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나는 스스로를 억제하지 못하고 그를 따라 들어갔다. 그와의 대화가 이어졌다. “저는 선생님이 연주하는 것과 같은 구속이 없는 음악, 천국과 지옥을 잡아 흔드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그러한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합니다. 그건 음악이 도덕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신인 동시에 악마인 하나의 신이 존재해야 함을 아시는지요?” "어디서 아프락사스에 관해 알게 되었소?" "저는 고독했고, 들떠 있었습니다." "우리는 우리 개인의 한계를 언제나 너무 좁게 그어대고 있지! 우리는 우리의 영혼 속에 이제까지 인간의 영혼 속에 살았던 온갖 것들을 다 지니고 있지. 이제까지 있었던 모든 신들과 악마들을." 그와의 대화는, 심지어는 가장 평범한 것까지도 나의 내부에 똑같은 지점을 살며시, 그러나 끊임없이 망치로 두드렸다. 그 모든 것들은 나의 형성을 도와주고 내가 허물을 벗고 알의 껍데기를 깨뜨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리고 매번의 대화에서 머리를 조금씩 더 높이, 그리고 조금씩 더 자유롭게 쳐들어 마침내 나의 황금빛 새는 그 아름다운 맹금의 머리를 산산이 부수어진 껍데기 밖의 세계로 내밀었던 것이다. 야곱의 싸움 내가 그 특이한 음악가 피스토리우스에게서 아프락사스에 관해 들었던 바를 간결하게 되풀이할 수는 없지만, 그에게서 배웠던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에게로 가는 길에 한 발자국 더 내디딘 일이었다. 자기 스스로 성장한 기인인 피스토리우스는 스스로에 대한 용기와 존경을 간직하라고 일러주었다. 나의 말 속에서, 나의 꿈속에서, 나의 환상과 사상 속에서 그는 늘 가치 있는 것을 찾아내서는 끊임없이 그것들을 진지하게 해석해주고 진지하게 논해주고 나에게 모범을 보여주었다. "이봐 싱클레어, 우리의 신은 아프락사스야. 그런데 그는 신인 동시에 악마이지, 그는 자기의 내부에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지니고 있어. 아프락사스는 자네의 사상이나 꿈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그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되네. 우리가 지금 아프락사스라는 이름을 붙여준 우리의 새로운 믿음은 아름다운 것이네. 싱클레어, 그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으뜸가는 믿음일세." "자네는 열여덟이야. 창부 뒤를 따라가지 말고 사랑의 꿈과 소망을 키우게. 나는 자네 같은 나이에 사랑의 꿈을 억눌렀기 때문에 많은 것을 잃어버렸지. 아프락사스에 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그래서는 안 되지.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 영혼이 우리의 내부에서 소망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금지되어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돼." "나는 자네의 뇌리에 떠오른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간단히 해치워 버리라고는 말하는 게 아니야. 그렇지는 않지. 그러나 그 자체의 좋은 의미를 지니고 마음에 떠오른 일을 몰아내버리거나, 도덕을 들이대서 그것을 못 쓰게 만들어서는 안 되는 거라네." 나는 밤에 여자의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그 그림 앞에 다가섰다. 그것은 옛날의 얼굴과 닮았고 나의 벗 데미안과 닮았고, 몇 군데 표정에 있어서는 나 자신과도 닮은 얼굴이었다. 나는 그것을 어머니라 부르고 애인이라고 부르고, 창부며 천한 계집이라고 부르고, 또 아프락사스라고도 불렀다. 그러는 사이에 피스토리우스의 말이 -혹은 데미안의 말이었던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것은 야곱과 신의 천사와의 싸움에 관한 말로서 "그대 나를 축복하지 않는다면 나 그대를 놓아주지 않으리라"라는 것이었다. 시간이 감에 따라서 서서히 나의 내부의 어떤 감정이 나의 친구인 피스토리우스를 절대적인 지도자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 거역하기 시작했다. 그를 통해 신은 나에게 이야기 했으며, 그의 입으로 인해 나의 꿈은 나에게 되돌아 왔고, 해명되었고, 그리고 풀이되었던 것이다. 그는 나 자신에게로 향할 용기를 주었던 것이다. 아, 그런데 이제 서서히 그에 대한 반항 의식이 성장해감을 느꼈다. 그의 말에는 너무나도 많은 교훈이 들어있으며, 그가 단지 나의 일부분만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음을 느꼈던 것이다. 나는 그에게 다만 악의 없는 단 한마디의 말을 했을 뿐이었다. "피스토리우스, 지금 말하는 것은 너무나도 곰팡이 냄새가 나요!" 정말이지 어떻게 그러한 말이 나왔을까! 내가 그에게 얼마나 충격을 주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처음으로 내 이마에 찍힌 카인의 표지를 느꼈다. 각성된 인간에게 있어서는 단 한 가지, 자신을 찾고 자기의 내부에서 확고부동하게 되고 그것이 어디로 통하고 있든 자신의 길을 앞으로 더듬어나가는 것 이외에 다른 의무란 존재치 않는 것이다. 이 생각이 나를 깊이 흔들었다. 이것이야 말로 내가 이 체험에서 얻은 열매였던 것이다. 나의 진정한 사명은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는 것 단 한 가지뿐이다. 문제는 자기 자신의 운명을 발견하는 것이며, 그것을 자기의 내부에 송두리째, 그리고 온전하게 끝까지 살아내는 것이다. 나의 학교 시절은 끝났고 방학 여행을 해야 했다. 에바 부인 2, 3주일 후 나는 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만사가 실망케 했다. 내가 들은 철학사 강의는 공부하는 학생들의 행동과 마찬가지로 허무하고 기계적이었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판에 박은 것 같았고, 서로가 똑같이 행동했다. 소년다운 얼굴의 상기된 쾌활함은 너무나도 암담하게 공허하고, 기성품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는 자유로웠다. 교외의 낡은 집에서 조용하고 안락하게 살면서 온종일을 단지 나를 위해서만 보냈다. 책상 위에는 두서너 권의 니체가 놓여 있었다. 그와 더불어 살고, 그의 영혼의 고독을 느끼고, 그를 끊임없이 몰아 댄 숙명을 알아채고, 그와 더불어 괴로워했다. 그렇듯 가차 없이 자기의 길을 걸어간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 기뻤다. 어느 날 저녁 늦게, 나는 가을바람을 맞으면서 시내를 걷고 있었다. 어디를 가도 집단이 있고 모임이 있고 운명의 발산과 따스한 군중들 속으로의 도피가 있었다. 내 뒤에서 두 남자가 지나갔다. 나는 그들의 대화를 조금 들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즐거운 놀라움을 가지고 나에게 스며들었다. 나는 그 사람을 알고 있었다. "데미안!" "여기 있었군, 싱클레어! 너를 기다리고 있었지. 넌 확실히 변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표지를 달고 있어." "표지라니? 무슨 표지?" "아직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옛날 우리는 그것을 카인의 표지라 불렀었지. 그것은 우리들의 표지야. 너는 언제나 그것을 지니고 있었거든. 그래서 친구가 된 거고. 그런데 지금은 그것이 더 뚜렷해졌는걸." 그는 유럽의 정신과 현대의 특징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어디를 가도 단합과 집단 형성이 지배하고 있으나 그 어디에도 자유와 사랑이 지배하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학생 단체와 합창단에서 국가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공동체는 강제적인 형성물이며, 불안과 도피와 당혹감에서 비롯되었고, 그것의 내부는 썩고 낡았으며, 붕괴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었다. "단합이란, 아름다운 것이지만 우리가 가는 곳마다 번창해 있는 그런 건 전혀 단합이 아냐. 진정한 단합은 개인이 서로서로 알게 됨으로써 새로이 생길 거고 그것이 한동안 세계를 변화시킬 거야. 인간들은 서로에 대해서 두려워하기 때문에 서로의 품으로 도망치는 거야. 신사는 신사들끼리, 노동자는 노동자들끼리, 학자는 학자들끼리 말이야! 왜 그들은 두려워할까? 자기 자신과 하나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야. 한 번도 자기 자신에게 귀의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우리는 늦게서야 시냇가의 정원 앞에 멈춰섰다. "여기가 우리 집이야. 곧 한 번 놀러와." 기쁜 마음으로 나는 차가워진 밤공기 속을 멀리 걸어 돌아왔다. "싱클레어죠. 첫 눈에 알아봤어요. 잘 왔어요." 에바 부인의 음성은 낮고 따스했다. 나는 감미로운 포도주라도 마시듯이 그 음성을 들이켰다. 그리고 시선을 들어 그 여자의 고요한 얼굴과 검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두 눈을 들여다보고 신선하고 성숙한 입과 표지를 달고 있는 활짝 트이고 기품 있는 이마를 쳐다보았다.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한평생 언제나 길 위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야 집에 온 것입니다." 그녀는 어머니처럼 미소를 띠었다. "아무도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요. 그러나 친밀한 두 길이 만날 때는 온 세계가 얼마 동안은 고향처럼 보이지요." 그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은 사랑의 행복이었고 그녀의 눈빛은 충족이었다. "태어난다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에요. 새도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 애쓰지요. 돌이켜 생각해보고 물어봐요. 대체 길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었을까? 그저 어렵기만 했던가? 그것이 또한 아름답지는 않았던가 하고요." "꿈이 오기까지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요. 사람이란 자기의 꿈을 발견해야 되는 거예요. 그러면 길은 쉬워져요. 하지만 영속적인 꿈이란 존재하지 않아요. 새로운 꿈이 모든 꿈과 바뀌는 거지요. 그리고 어떤 꿈에도 집착하려고 해서는 안돼요. 싱클레어, 당신의 운명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당신이 충실함을 잃지 않는다면 당신이 꿈꾸고 있듯이 그것은 언젠가는 완전히 당신의 것이 될 거예요." 그날부터 나는 아들이나 형제처럼 그 집에 드나들었다. 그러나 또한 마치 연인처럼 드나들기도 했다. 밖에는 거리와 집, 사람과 시설, 도서관과 강의실들이 있었다. 그런데 여기 집 안에는 사랑과 영혼이 있었고, 전설과 꿈이 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코 세상과 차단되어 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생각이나 대화에서는 때로 이 세상의 한복판에서 살았던 것이다. 우리의 사명은 이 세계에 한 개의 섬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그것은 하나의 모범일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살아 나가는 데 있어서의 다른 가능성임에는 틀림없다. 오랫동안 고립되어 있었던 나는 단지 완전한 고독을 맛본 인간들 사이에서만 가능한 협동 사회를 알게 되었다. 차츰 '표지'를 달고 있는 사람들의 비밀과 통하게 되었던 것이다.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 부인은 자기 생각을 말하는 우리 각자에게 신뢰와 이해심으로 가득찬 경청자이며 반향이었다. 때때로 나는 불만을 느끼고 욕구에 시달렸다. 그녀를 끌어안지도 못하면서 가까이에서 본다는 것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은 간청해서는 안 되는 거예요. 또한 요구해도 안 되지요. 사랑은 자기의 내부에서 확신에 이를 수 있는 힘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것은 끌려오는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 끌어당기게 되는 거지요. 싱클레어. 당신의 사랑은 나에게 끌리고 있어요. 만일 내가 아니라 당신의 사랑이 나를 끌게 되면 나는 가겠어요. 나는 아무런 선물도 주고 싶지 않아요. 단지 획득당하고 싶은 거예요." 종말의 발단 여름 학기에도 H시에 머무를 수 있도록 나는 나의 뜻을 관철했다. 데미안은 말을 가지고 있어서 매일같이 끈질기게 그것을 탔다. 나는 종종 그의 어머니하고만 있었다. H시에서 지낸 이 수개월이 나에게는 안락하고 황홀하게, 아름답고 유쾌한 사물과 감정 속에서 살아도 좋은 그러한 꿈의 섬인 양 여겨지는 것이었다. 나는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 새롭고 보다 더 높은 협동체의 전조임을 예감했다. 그러나 왕왕 이 행복에 깊은 비애가 엄습했다. 그것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꿀이 있는 꽃에 나비가 매달려 있듯 이 아름다운 날들에 집착했다. 그것은 행복한 시절이었고, 내 인생의 최초의 충족이며 동맹체에의 가입이었다. 다음에는 무슨 일이 올 것인가? 이러한 날들 중 어느 날에 그런 예감이 몹시 강력하게 나를 엄습했다. 그때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따닥따닥하며 다가왔다. 그것은 가까이에서 요란스럽게 울리더니 갑자기 멈추었다. 데미안은 매우 창백했으며 땀이 그의 이마에서 양쪽 볼 위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소식 들었어? 너도 물론 러시아와의 고조된 긴장 상태를 알고 있었겠지? 아직 포고된 것은 아니지만 전쟁이야. 이건 단지 시작에 불과해. 모르긴 해도 대전쟁, 굉장한 대전쟁이 될 거야. 동원당하게 되면, 곧 입대하겠어." "오, 이런." "이제 우리는 커다란 수레바퀴 속으로 휩쓸려 들어갈 거야. 너도 분명히 징집당할 거야." 우리는 돌아섰다. 그리고 더 이상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지 않았다. 지금 세계의 조류가 이미 그 어느 곳에선가 우리 곁을 흘러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우리의 가슴 한복판을 뚫고 흘러가고, 모험과 거친 운명이 우리를 부르고, 지금 아니면 불원간에 이 세계가 스스로 변화하려 하며, 우리를 필요로 하는 순간이 오리라는 것은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저녁에 시내를 걸어가면서 가는 곳마다 엄청난 흥분에 들끓고 있음을 보았다. 어디를 가도 '전쟁'이라는 말뿐이었다. 사태는 급격히 진전되었다. 곧 전쟁이 일어났고 데미안은 군복에 은회색 외투를 입고 놀랍도록 낯선 모습으로 떠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어머니와도 작별을 했다. 그녀는 내 입에다 입을 맞추고, 잠시 동안 나를 자기의 가슴에 끌어안았다. 내가 전쟁터에 왔을 때는 이미 겨울이 다가와 있었다. 옛날에 나는 인간이 하나의 이상을 위해 사는 일이 왜 그토록 드문지에 대해 무척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많은 사람들이, 아니 모든 사람들이 이상을 위해 죽을 수 있음을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이거나 자유롭거나 선택된 이상은 아니었다. 그것은 떠맡겨진 공통의 이상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살아 있는 사람들이나 죽어 가는 사람들이 훌륭한 태도로 운명의 의지에 접근해가는 것을 보았다. 새로운 인간성과 같은 무엇인가가 깊숙한 곳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이었다. 피비린내 나는 싸움의 소산은 내면의 발산이며, 새로이 태어날 수 있기 위해 미쳐 날뛰고 죽이고 파괴하고 죽어버리려고 하는 내부에서 분열된 영혼의 발산이었다. 한 마리의 거대한 새가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하는 것이었다. 그 알은 이 세계였고 따라서 이 세계는 산산조각이 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우리가 점령한 농가 앞에서 나는 어느 이른 봄날 보초를 서고 있었다.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불안이 내 마음을 어지럽게 했다.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면서 세계는 내 위에 무너졌다. 나는 흙에 뒤덮이고, 많은 상처를 입고, 백양나무 가까이에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 나는 대개 잠을 자고 있거나 혼수상태였다. 내 매트리스 바로 옆에 다른 매트리스가 있고, 그 위에 누군가가 있었다. 그는 몸을 굽혀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마 위에 표지를 갖고 있었다. 막스 데미안이었다. 나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도 말을 할 수 없었거나 하려고 하지를 않았다. 그저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는 나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무한히 오랜 시간 동안 그는 끊임없이 나의 두 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천천히 그는 자기의 얼굴을 내 가까이로 거의 살이 맞닿을 정도까지 밀고 왔다. "꼬마 싱클레어, 들어봐! 나는 떠나지 않으면 안 돼. 너는 아마 언젠가 나를 다시 필요로 하겠지. 크로머나 또는 그 밖의 일에 대해서. 그때 네가 나를 부른다 하더라도 나는 이제 말을 타거나 기차를 타고 갈 수는 없을 거야. 그럴 때에는 자기 자신의 내부에 귀를 기울여야 돼. 그러면 내가 너의 내부에 있음을 알아차릴 거야." 다음날 아침 눈을 떴다. 나는 붕대를 감지 않으면 안 되었다. 마침내 완전히 잠을 깨자 나는 급히 옆의 매트리스로 몸을 돌렸다. 그 위에는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낯선 사람이 누워 있었다. 붕대를 감는 것은 아팠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이 아팠다. 그러나 나는 때때로 열쇠를 찾아 나 자신의 내부, 어두운 거울 속에 운명의 상이 졸고 있는 그곳으로 완전히 내려가기만 하면, 단지 그 어두운 거울 위에 몸을 굽히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이젠 완전히 데미안과 같은, 내 친구이자 지도자인 데미안과 같은 나 자신의 모습을 거기에서 볼 수 있었다. |
<도서 정보>제 목 : 데미안
저 자 : 헤르만 헤세/홍경호역
출판사 : 범우사
출판일 : 1994/9/1
구매처 : 오디오북/도서
구매일 : 1994년
일 독 : 1994/?/?
재 독 : 2006/11/14
정 리 :
<이것만은 꼭>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미디어 리뷰>
헤르만헤세
천성적인 자연아(自然兒)였던 헤세는 최초의 장편소설 『페터카멘친트 Peter Camenzind』(1904)로 확고한 문학적 지위를 얻은 뒤 1962년 세상을 뜰 때까지 문학에 전념하며 자기 실현의 길을 걸었다. 인도 여행으로 동양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으며 제1차 세계대전 중엔 지식계급의 극단적인 애국주의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독일의 문단과 출판계로부터 비난과 공격을 받기도 했다. 아버지의 죽음, 아내의 정신병, 그 자신의 신병(身病) 등 가정적 위기를 당하면서 정신분석 연구에도 매달렸던 그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뚜렷한 작풍의 변화를 갖는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인간성을 말살시키려고 한 나치스의 광신적인 폭정에 저항한 일 등 파란한 일생을 보냈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익명으로 발표하여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소설. 신앙이 깊고 성결하며 예의바른 부모의 세계와 하녀, 장인들의 입을 통해 듣는 부랑자, 주정뱅이, 강도 등 악의 세계가 자신의 내면에서 대립되고 있어 위태로운 방황을 계속하던 주인공 싱클레어가 데미안이라는 수수께기 소년에 의하여 자기발견의 길로 인도되어 참된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줄거리>
착한아이였던 싱크레어는 동네 불량배에게 트집을 잡혀 귀롭힘을 당하면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느낌으로 살아가느데, 어느날 나타난 데미안이 이를 구해주고, 싱클레어의 가치관에 혼돈을 준다. 데미안과 헤어진후 방황을 하던 싱클레어는 짝사랑하는 여자를 만난후에 방황하는것을 중단하고 인생에 대한 고민, 번뇌에 빠진다. 한장의 그림을 그린후에 데미안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어느날 답장을 받게 된후 더욱 고민을 하다가 안정을 찾게 된후에 데미안과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부인을 만나지만, 전쟁이 일어난끝에 데미안은 전쟁에서 죽는다.
<책속으로>
'우리는 고대의 그 교파의 신비적인 단체의 논법을 합리주의적인 관찰의 입장에서 생각하듯이 그렇게 소박하게 상상해서는 안 된다. 우리들이 가진 과학과 같은 것은 고대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 대신 대단히 고도로 발전한 철학적 신비적인 진리에 대한 연구가 성행했다. 거기서부터 부분적으로는 분명히 사기와 범죄 행위로 나가기까지 한 마술과 유희가 발생했다. 그러나 그 마술 역시 고귀한 내력과 깊은 사상을 지니고 있었다. 내가 앞에서 예를 든 아프락사스의 설도 그렇다. 이 이름은 희랍의 주문과 관계가 있다고 말해지고 있는데, 오늘날에도 대개는 야만 민족이 가지고 있는 어떤 악마의 이름이라고 왕왕 생각되고 있다. 그러나 아프락사스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는 이 이름을 대략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결합시키는 상징적 관계를 지닌 일종의 신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p.48 |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이 글줄을 몇 차례 읽은 뒤 나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어떤 의심도 불가능했다. 이건 데미안이 보낸 답장이었다. 나와 그 말고 그 새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을 수 없었다. 내 그림을 그가 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서로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괴롭힌 것은 압락사스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었다. 들어본 적도 읽어본 적도 없는 말이었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p. 123 |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이 글줄을 몇 차례 읽은 뒤 나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어떤 의심도 불가능했다. 이건 데미안이 보낸 답장이었다. 나와 그 말고 그 새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을 수 없었다. 내 그림을 그가 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서로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괴롭힌 것은 압락사스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었다. 들어본 적도 읽어본 적도 없는 말이었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p. 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