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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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저널리스트의 미국 횡단 자전거 여행기...
그저 경치가 이렇고, 힘들고 그랬다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전거여행에 대한 정보와 육체의 힘으로 여행한다는것에 대한 저자의 사색을 엿볼수 있다.
이 여행기를 보고 미국횡단을 가고싶다기보다는 전국일주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검색을 해보았다. 대략 열흘정도 걸리는 전국일주... 꼭 해보고 싶다라는 절실한 생각이 들기도하고.. 더 젋었을때 못해본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뭐 이제라도 하면 되니까...
자전거로 장거리 여행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 읽어보면 도움이 될만한 괜찮은 책이였다.


<도서 정보>제   목 :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저   자 : 홍은택
출판사 : 한겨레출판
출판일 : 2006년 5월
책정보 : ISBN : 8984311898 | 페이지 : 401 | 694g
구매처 : 오디오북/요약도서/Yes24/선물받음/헌책방/교보문고/영풍문고/TextFile
구매일 :
일   독 : 2006/10/31
재   독 :
정   리 :

<이것만은 꼭>



<책 읽은 계기>



<미디어 리뷰>
저자 : 홍은택
중경 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과 이라크전 종군기자로 활동했다. 미주리대 저널리즘 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라디오 프로그램 <글로벌 저널리스트>의 프로듀서로 일했다. 현재는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의 편집국장이다. 저서로는 《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 역서로는 《나를 부르는 숲》, 《천천히 달려라》, 《리틀 비트와 함께한 여섯 번의 여름》, 《102분》 등이 있다.

펑크는 열한 번 났고, 나를 추격해온 개는 100마리쯤 되는 것 같고, 여름철이었지만 영하 1도에서 영상 43도까지의 온도와 해발고도 0미터에서 3463미터까지의 높이를 체험했다. 열 개 주를 건넜고, 대륙분기선을 열네 번 통과했고, 시간대가 다섯 번 바뀌었다. 페달은 한 150만 번쯤 돌렸고, 하루 5000칼로리 이상 섭취한 것 같고, 결과적으로 몸무게는 3킬로그램 정도 빠졌다. 체중 감량보다 중요한 것은 욕심 감량이다. 나는 지금도 어렵게 터득한 여행자의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고 믿는다. 언젠가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떠날 것이다. 일상에 빠져들수록 그 열망은 더욱 간절해질 것이다. -‘책머리에’ 중에서

2005년 5월 26일부터 8월 13일까지 80일 동안 혼자 미국을 자전거로 횡단한 이야기. 미국의 동쪽 끝 버지니아주 요크타운부터 서쪽 끝 오리건주 플로렌스까지 몰튼 자전거에 40킬로그램의 짐을 싣고, 6400킬로미터의 길을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따라 달린 이야기이다. 초반에는 여비를 벌기 위해 낮에는 달리고 밤에는 번역을 했다. 걷는 것보다 자전거 타는 것이 더 느리기도 했고, 빗줄기를 헤치며 11시간 동안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지도를 열심히 보면서 가다가도 길에서 벗어나기 일쑤였고, 예상했던 것보다 높은 고개에 경악을 금치 못하기도 하고, 길을 잘못 알려준 라이더를 원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몸으로 직접 부딪히면서 미국의 생활과 문화, 사람들을 만난다. 이 책에는 미국 횡단 길에서 만난 수많은 라이더들과 미국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함께 담겨 있다.

이 책은 2005년 5월 20일부터 2006년 4월 14일까지 <한겨레>에 연재한 글을 수정 보강했으며, 1976년에 미국을 횡단한 당시 바이크들의 추억의 사진도 특별히 실었다.


미국 대륙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횡단한 최초의 한국인
이 책은 저자가 2005년 5월 26일부터 8월 13일까지 80일 동안 혼자 미국을 자전거로 횡단한 이야기이다. 미국의 동쪽 끝 버지니아주 요크타운부터 서쪽 끝 오리건주 플로렌스까지 몰튼 자전거에 40킬로그램의 짐을 싣고, 6400킬로미터의 길을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따라 달린 이야기이다. 저자가 택한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은 대서양과 태평양 사이를 멀리 돌아가는 길로, 1976년 미국 건국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길을 생각해 개척했고, 그해 라이더들 2000명이 함께 횡단했다. 총 길이 6400킬로미터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열두 번을 왕복해야 하는 거리이다. 여행 중간 ‘어드벤처 사이클 어소시에이션’에서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만든 그레그를 만나기도 한다. 저자는 약 2000여 명의 라이더들과 함께 ‘국립 자전거 여행 초상 컬렉션’에 사진이 올라간다. 왜냐하면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타고 미국을 횡단한 최초의 한국인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여행의 의미를 자전거가 지향하는 가치로 미국을,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보고자 했다.

“자전거는 다리의 연장일 뿐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이다. 안장 위에서 보는 세상은 차 안에서 보는 네모 속 세상과 다르다. 미국을 횡단하는 동반자로 자전거를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전거가 지향하는 가치로 미국을, 그리고 내 자신을 보고자 했다. 자전거를 타고 미국을 횡단하는 것은 우주에서 티끌 같은 존재인 인간의 조건에 대한 은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기와 속도에 압도돼 좌절하기보다는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면서 한 바퀴마다 의미를 두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했다. 자전거타기는 자신이 페달로 밟은 몇 미터의 거리에도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삶의 한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일단 일주일만 버텨보는 것”이라는 동료 라이더들의 충고를 새기면서,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 함께 갈 혁명동지를 구하기 위해 ‘어드벤처 사이클링 어소시에이션’에 광고를 내기도 했으나 결국 혼자 떠나게 된다. 그리고 전투가 시작된다. 하루 평균 80킬로미터를 달렸으며, 초반에는 여비를 벌기 위해 낮에는 달리고 밤에는 번역을 했다. 걷는 것보다 자전거 타는 것이 더 느리기도 했고, 빗줄기를 헤치며 11시간 동안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지도를 열심히 보면서 가다가도 길에서 벗어나기 일쑤였고, 예상했던 것보다 높은 고개에 경악을 금치 못하기도 하고, 길을 잘못 알려준 라이더를 원망하기도 한다.

엄청난 무게의 짐으로 여행을 시작한 그는, 두 번 정도 크게 짐들을 줄인다. 그런 과정을 통해 여행이 불필요한 것들을 걸러낼 뿐 아니라 필요한 것들의 숫자를 줄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짐이 주니까 짐의 무게와 몸무게도 같이 줄었고, 배도 홀쭉해졌다. <그날이 오면>의 가사가 헷갈려 여행 내내 돌림노래로 부르기도 하고, 비록 짧은 시간 동안 함께 달렸지만 아주 특별한 동행남 데이비드도 만났다. 동네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태워주기도 하고, 하루 170킬로미터를 달려 하루에 가장 멀리 간 기록을 세우기도 한다. 아칸소강에서 수직으로 316미터 위에 놓인 다리,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계곡 현수교를 건너고, 로키 산맥의 후지어 패스(3463미터)를 넘고, 펑크 난 자전거를 고치는 맥가이버 라이더가 되기도 한다. 험난한 여정 끝에 오리건주 플로렌스에 도착, 자전거 앞바퀴를 바닷물에 담근다. 2005년 8월 13일 오후 5시 51분. 그는 결국 6400킬로미터를 주행한 라이더가 된다.

저자는 전혀 연습을 하지 않고 에너지를 비축해놓는 방법으로 자전거 여행을 준비했다. 주행 연습 중에 힘줄을 뚫고 왼쪽 쇄골이 뛰어나오기도 하고, 여행을 하면서도 여행이 끝난 뒤 뭘 할까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어지럽기도 했다. 왜 자전거로 횡단하냐는 질문에 저자는 그냥 좋기 때문에,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페달을 밟는 것 자체가 목적이고 과정이 된 그는, 미국 횡단 자전거 여행을 하고 싶은 분들께는 어떻게 여행 준비를 해야 하는지 찬찬히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저자는 자전거와 라이더, 자전거 수리 기술자가 삼위일체로 이뤄진 진정한 바이크 라이더가 되는 과정에 있다. 자전거 혁명을 꿈꾸는 사회를 꿈꾸는 그. 그의 또 다른 꿈은 한반도의 해변을 한 바퀴 도는 ‘판 코리아 트레일’을 만드는 거다. 혼자 꿈꾸면 몽상이지만, 같이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는 말처럼.

이 책에는 미국 횡단 길에서 만난 수많은 라이더들과 미국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라이더들이 길을 잘 갈 수 있게 숙소를 빌려주고 도와주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욕하는 자동차 운전수들, 먹을 것을 건네주는 사람들, 길 한쪽으로 비켜서주는 사람들, 동양인이라는 것만으로 경계를 하는 사람들, 자전거로 횡단한다는 사실에 놀라는 사람들……. 미국의 가장 번화한 도시가 아니라 소도시 산간 구석구석을 그는 사람들을 취재하면서 달렸다. 또한 자전거 여행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몰튼 자전거를 고쳐 빌려준 버넌 포브스와 연습 파트너로 왕고참 라이더 스튜어트 루리 교수와의 주행 연습 이야기, 혁명동지들의 어머니인 쿠키 레이디, 젊은 사람들은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산행을 떠나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세상을 잊기 위해 걷는다며 640킬로미터를 걸어온 하이커들, 두 발로 카누로 자전거로 3종 횡단을 하고 있는 데니스와 게리 스튜어트 부부, 미국이 독립할 당시 곰들과 싸우던 켄터키 개들, 자전거 여행을 ‘우주로의 유영’에 비유한 묘령의 여자 라이더 앨리슨, 체스터 시립공원에서 만난 크레이그 브록하우스, ‘평화를 위한 페달밟기’라는 취지로 미국을 횡단중인 팀과 수 슈락 목사, 웬들 밀러, 코로나도 퀴비라 박물관, 가시철조망 박물관, 아름다운 부녀의 동반 라이더, 산간 소도시에서 만난 일식집 주방작 선배, 23년 전 딸의 행로를 따라 세상을 더 많이 보고 더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기 위해 일부러 천천히 달리고 있다는 브루스 쉬케르트. 지원차량이 되어준 젊은 노부부 라이더 칩과 캐티, 5000킬로미터를 걸어 미국을 종단하는 콘티넨털 디바이드 트레일을 종주하는 하이커들, 지구 반 바퀴를 돈 스페인 형제 고르고와 카를로스, 마약을 권했던 ‘특별한 하룻밤의 동행’ 돈과 론 등등 그들과 함께 끝없이 달렸다. 그리고 그는 일상 속으로 되돌아왔다. 이 책은 2005년 5월 20일부터 2006년 4월 14일까지 <한겨레>에 연재한 글을 수정 보강했으며, 1976년에 미국을 횡단한 당시 바이크들의 추억의 사진도 특별히 실었다.


<책속으로>
책머리에 005
1부 ★ 자전거, 세상을 보는 또 다른 눈 버지니아주 요크타운에서 다마스커스까지
‘혁명’ 자전거로 미국을 가로지르다 | 첫눈이 내린 추수감사절에 꾼 꿈 | 40킬로그램, 이게 내 삶의 무게이다 | 일주일만 버텨라, 새로운 세상이 기다린다 | 굉음을 내며 공격해오는 ‘도로의 잔혹사’ | 쿠키 레이디, 혁명동지들의 어머니! | 지금도 렉싱턴엔 남부군 깃발이 휘날린다 | 빗줄기 속 11시간, 점점 라이더가 되고 있다
2부 ★ 인간의 몸은 진화한다 버지니아주 다마스커스에서 켄터키주 시브리까지
640킬로미터를 홀로 걸어온 하이커들 | 하늘과 땅과 나만의 여행 | 오지를 달려 14일 만에 켄터키주 입성 | 두 발로 카누로 자전거로 달린 철인부부 | 서서히 몸의 반항이 시작되다 104 |개 떼의 습격, 하마터면 개죽음 당할 뻔! | 무력감을 넘어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 그는 명상을 위해 페달을 밟고, 나는 맥주를 그리며 달리다
3부 ★ 현재는 미래로 가는 하나의 디딤돌 켄터키주 브레킨리지 카운티에서 미주리주 골든시티까지
마을 하나 지나 시간변경선, 한 시간을 벌다 | 평화를 위해 페달을 밟는 아름다운 동행 | 캉스 잉글리시의 오자크 고원을 건너다 | 가족을 만나다, 더는 이방인이 아니다 | 짐이 줄자 몸무게도 줄어드는 이중 감량 효과 | 페달 밟는 박자가 점점 빨라지다 | 마음의 폭풍과 함께 폭풍이 지나가다
4부 ★ 나는 움직인다, 고로 존재한다 캔자스주 대평원에서 콜로라도주 오드웨이까지
페달로 반주하는 여기는 대평원 노래방 | 내게 아주 ‘특별한’ 첫 동행남 | 다시 혼자다, 외로움이 더 크다 | 통신선 찾다가 ‘골드 러시’ 마차와 마주치다 | 가시철조망에 환장하다니, 환장할 노릇이네 | 더 달리라고 몸이 앙탈을 부린다 | 하루 170킬로미터, 돛단배처럼 나아가다 | 3463미터 로키 산맥, 시험대가 다가오고 있다
5부 ★ 스스로의 힘으로, 의지로, 규율로 콜로라도주 푸에블로에서 토궈티 패스까지
1000미터 오르막, 아무리 마셔도 목마르다 | 아메리카 트레일의 정점, 기분 좋은 실망 | 호모 루덴스, 나는 놀기 위해 태어났다 | 황무지가 왜 이토록 아름다울까 | 나는 적토마, 물과 먹이만 달라 | 목사님! 제발 그만, 오! 주여 | 사막에서 다시 만난 ‘친절한 캐티 씨’ |
6부 ★ 진정한 바이크 라이더가 되는 법 와이오밍주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에서 오리건주 플로렌스까지
‘혼수 상태’에 빠진 자전거 | 불가마 품은 옐로스톤, 꿈틀꿈틀 | 듣던 대로 따뜻한 서부 | 해변 따라 코리안 트레일을 달리는 꿈 | 특별한 하룻밤의 동행 | 아이다호에 홀딱 반하다 | 인류 멸망이 우주 신문에 기삿거리나 될까 | 나는야 맥가이버 라이더 | 뒷바퀴 대서양에, 앞바퀴 태평양에 풍덩
*1976년, 미국을 횡단하다


펑크는 열한 번 났고, 나를 추격해온 개는 100마리쯤 되는 것 같고, 여름철이었지만 영하 1도에서 영상 43도까지의 온도와 해발고도 0미터에서 3463미터까지의 높이를 체험했다. 열 개 주를 건넜고, 대륙분기선을 열네 번 통과했고, 시간대가 다섯 번 바뀌었다. 페달은 한 150만 번쯤 돌렸고, 하루 5000칼로리 이상 섭취한 것 같고, 결과적으로 몸무게는 3킬로그램 정도 빠졌다. 체중 감량보다 중요한 것은 욕심 감량이다. 나는 지금도 어렵게 터득한 여행자의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고 믿는다. 언젠가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떠날 것이다. 일상에 빠져들수록 그 열망은 더욱 간절해질 것이다.--- 책머리에 중에서
나는 실존주의자들처럼,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날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믿는다. 오늘이 최상이 아니라는 뜻이 아니라, 점점 더 좋은 날로 가는 도중의 하루라는 뜻이다. 오늘이 남은 생애의 첫날이라는 말도 맞다. 하지만 그것은 왠지 과거를 지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미래에 대해 갖는 부질없는 희망처럼 들린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든, 그것들은 더 나은 날들을 위해 바닥에 깔리고 모여지는 것이다. 나는 바퀴를 굴리면서 내 몸의 가능성이 쉬지 않고 이뤄지고 펼쳐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후지어 패스를 넘었어도 여전히 성취해야 할 험한 산들이 기다리고 있다. 세상은 더는 관조하는 대상이 아니라 내가 교문을 열고 뛰어들어가는 운동장이 된다. 나와 세상의 관계는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면서 역동적으로 바뀐다.

현재는 미래로 가는 하나의 디딤돌에 지나지 않았다. 그 무수한 디딤돌을 밟고 미래는 항상 저 멀리 달아난다.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다. 현재가 내 삶에서 소외돼 있는 것이다. 직선적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내게는 두 점, 다시 말해 과거와 미래밖에 없었다. 그 두 점을 잇는 선분인 현재는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갖지 못했다.

여행은 매일 이름 모를 항구에 도착하는 것이다. 자전거를 세우고 낯선 거리를 걸으면 오랜 항해 끝에 부두에 내린 선원이 된 듯하다. 선원은 정복자가 아니라 마을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찬 이방인이다. 내일이면 떠날 나그네라는 점에서, 아무리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다는 점에서, 호기심만으로 세상을 본다는 점에서,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존재’다.

그 말 속에 답이 있었다. 그냥 좋기 때문이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나는 로키 산맥을 넘기 위해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고 믿었다. 후지어 패스에 오르는 순간 절정의 감격 같은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강렬한 감정은 일어나지 않았다. 목표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면서 그냥 마음이 편해졌을 뿐이다. 그런데 그 뒤부터 페달을 밟는 게 즐거워졌다. 페달을 밟는 것 자체가 목적이고 과정이 됐다.

자전거를 타고 미국을 횡단하는 것은 우주에서 티끌 같은 존재인 인간의 조건에 대한 은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기와 속도에 압도돼 좌절하기 보다는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면서 한 바퀴마다 의미를 두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다. 광대무변한 우주에 비춰볼 때 미국 횡단은 엄청난 성취가 아니다. 자전거타기는 긴 거리를 달려서가 아니라 자신이 페달로 밟은 몇 미터의 거리에도 성취감을 느낄 줄 아는 삶의 한 방법이다.--- 본문 중에서

여행이 좋은 것은 그 숱한 과정을 통해서 불필요한 것들을 걸러낼 뿐 아니라 필요한 것들의 숫자를 줄인다는 점이다. 여행을 하면 질박한 삶을 배운다. 그런데 그 여과작업은 잃어버리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의식적으로 버리려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바라는 것(Desiderata).
소란스러움과 서두룸 속에서도 평온함을 유지하기를. 정적에 싸인 곳을 기억하기를. 쉽게 굴복하지 않으면서 모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를. 당신의 진실을 조용히 그리고 분명하게 말하기를.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심지어 아둔하고 무지한 사람들에게도 귀를 기울이기를. 그들도 그들 나름의 이야기가 있으니. 사납고 나쁜 사람들을 피하기를. 그들은 영혼을 갉아 먹으니. 스스로를 다른 사람과 비교한다면 공허해지거나 잠시 기분이 나빠질 뿐. 세상에는 항상 당신보다 낫거나 못한 사람들이 있거늘.
앞일을 계획하는 것만큼 지금까지 이뤄낸 것들을 음미하길. 아무리 보잘 것없는 일이라도 그것이 당신이 할 일이라면 그 일에 흥미를 잃지 않기를. 시간에 따라 운은 변할 수 있지만 그것은 변하지 않는 당신의 천직이 될 것이니. 사업을 할 때는 조심하기를. 세상에는 사기가 판치고 있으니. 그러나 이것 때문에 좋은 일들에 대해 눈감는 일이 없기를. 많은 사람들이 높은 이상을 위해 분투하고 있고 영웅적인 노력들로 세상이 가득 차 있으니. 당신 자신이 되기를. 관심이 있는 것처럼 가장하지 말기를. 사랑에 대해 냉소적이지 말기를 아무리 무미건조하고 정나미가 떨어지는 일들이 벌어져도 사랑이야말로 잔디처럼 끊임없이 솟아나는 것이니.
젊음의 것들을 우아하게 단념하면서 세월의 흐름에 순응하기를. 갑작스런 재난에서도 당신을 지켜줄 영혼의 힘을 키우기를. 그러나 상상의 것으로 스스로 괴롭히지 말기를. 두려움의 대부분은 피로와 외로움에서 싹투나니. 엄격한 자기수양을 넘어서 자신에게 온화하기를. 당신은우주의 자녀이니. 나무와 별보다 못한 존재가 아니니. 당신은 여기에 있을 권리가 있거늘. 그리고 당신이 의식하든 못하든, 우주는 마땅히 그래야 하는 대로 끝없이 펼쳐지고 있으니. 그러므로 신과 융화하길. 신이 당신에게 어떤 모습이든 간에. 그리고 삶의 시끄러운 혼란 속에서 당신이 무엇을 열망하고 무엇을 위해 다투고 있든 간에 영혼과 조화를 이루길. 세상은 거짓과 허영과 무너진 꿈으로 가득 차 있어도 여전히 아름답거늘.
조심하기를 행복하기 위해 분투하기를.

우리는 일하는, 만들어내는 사람으로서의 인간인 ''호모 파베스(Homo faber)''다. 일을 통해서 자기를 실현한다고 배운다.(중략) 사람이 일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창의적인 일을 하는 몇몇을 위한 이데올로기며, 다수를 부려먹는 소수의 논리다. (중략) 나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이고 싶다. 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놀기 위해서 세상에 태어났다. 놀면서 이 세상에 있다는 거,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놀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다. 노는 데는 어떤 의무나 조건도 붙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자유롭다

몇 주전까지만 해도 몸이 내 뜻대로 따라주지 않아서 힘들었는데, 이제는 몸이 나를 끌고 가려고 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아니라 ''나는 움직인다. 고로 존재한다''로 바뀌어 가고 있다.....

자전거를 타는 것은 삶의 방식이다. 자전거 타기가 정착된 사회는 속도와 경쟁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사회이다. 자전거타기가 왜 위협적인 일인지 이제 눈치 챘을 것이다. 그것은 사치스럽고 빨리 돌아가는 사회에 대한 대안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삶의 무게를 지고 산다. 집착이 많을 수록 무거운 삶을 산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짐의 무게는 그 사람 집착의 무게다. 어떤 사람은 아예 떠나지 못한다.

펑크도 열한 번 났고, 나를 추격해온 개는 100마리쯤 되는 것 같고, 여름철이었지만 영하 1도에서 영상 43도까지의 온도와 해발고도 0미터에서 3463미컽까지의 높이를 채험했다. 또 뭐가 있을까? 열 개 주를 건넜고, 대륙분기선을 열네 번 통과했고, 시간대가 다섯 번 바뀌었다. 페달은 한 150만 번쯤 돌렸고, 하루 5000칼로리 이상 섭취한 것 같고, 결과적으로 몸무게는 3킬로그램 정도 빠졌다. 체중 감량보다 중요한 것은 욕심 감량이다. 여행의 의미를 이렇게 간소하게 얘기할 수 있어서 좋다.

여기서 나는 주저앉았다. 잘못하다간 그들의 뒤꽁무니만 쫓아가는 여행이 돼 버린다.
내 페이스대로 가자. 혼자면 어떤가. 그게 여행의 참맛을 더 깨닫는 길이 아닌가. 하늘과 땅 그리고 나, 그게 여행 아닌가

"나는 그동안 항상 뭘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살았다. 목표를 이루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것은 잠시고, 곧바로 더 어려운 목표를 설정해 스스로 채찍질했다. 그래서 현재는 미래로 가는 하나의 디딤돌에 지나지 않았다. 그 무수한 디딤돌을 밟고 미래는 항상 저 멀리 달아난다.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다. 현재가 내 삶에서 소외돼 있는 것이다. 직선적 사고 방식에 젖어 있는 내게는 두 점, 다시 말해 과거와 미래밖에 없었다. 그 두 점을 잇는 선분인 현재는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갖지 못했다.
그런데 자전거 여행은 과거와 미래를 천천히 연결함으로써 현재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속도를 다투는 시간성에서 벗어남으로써 과거와 미래로부터 해방돼 무시간성 또는 초시간성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부여한다."


"그 때 받는 숱한 질문들 중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게 바로 왜 자전거로 횡단하느냐는 것이다. 효율성과 생산성 그리고 속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시간 낭비거나 미친 짓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 답하기가 까다로운 게 아니다. 나도 왜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자전거 혁명을 일으키자. 취지는 좋은데 진짜 좋아하지 않으면 계속할 수 없는 중노동이다.
그런데 그 말 속에 답이 있었다. 그냥 좋기 때문이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나는 로키 산맥을 넘기 위해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고 믿었다. 후지어 패스에 오르는 순간 절정의 감격 같은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강렬한 감정은 일어나지 않았다. 목표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면서 그냥 마음이 편해졌을 뿐이다. 그런데 그 뒤부터 페달을 밟는 게 즐거워졌다. 페달을 밟는 것 자체가 목적이고 과정이 됐다."

"노는 것은 항상 죄악시됐다. 놀면 어쩐지 맘 한구석이 불편하다. 노는 것은 일하는 또는 공부하는 중간의 일탈된, 주변적인 행동일 뿐이다. 그건 서양에서도 마찬가지다. ''여가, 오락''을 뜻하는 ''recreation''은 다시 만들어낸다는 뜻. 다시 뭔가를 만들어낼 힘을 충전하기 위해 논다는 뜻이다. 우리는 개미와 거북이를 떠받들고 베짱이와 토끼를 멸시한다. 우리는 일하는, 만들어내는 사람으로서의 인간인 ''호모 파베르''다. 일을 통해서 자기를 실현한다고 배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예술가 같은, 전체 인구의 1퍼센트가 아닌 이상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잠재적 가능성을 확인하고 발현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보통은 일이 생활비를 벌거나 축재 또는 출세의 도구다. 전혀 창의적이지 않다. 똑같은 일을 기계적으로 반복하거나 때로는 눈치를 봐야 하고 비굴해지는 것도 참아야 하는 노역일 뿐이다. 사람이 일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창의적인 일을 하는 몇몇을 위한 이데올로기이며, 다수를 부려먹는 소수의 논리다.
하지만 그다지 원치 않는 일을 하고 사는 사람들일수록 그런 일을 하지 않고 노는 사람들을 더 지탄하는 모습을 흔히 발견한다. 시간을 헛되이 쓰고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고. 자식들에게도 마멋 놀아보라고 하지 않고, 시켜서 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한다. 그러니 인생이 뻔해진다. 개성을 상실한 채 사회적 기능과 의무를 다하는, 전체의 일부로 살다 간다.
너도 나도 쉬지 않고 일하는 판이니 세상에는 물건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다. 찬장을 열어 보면 일 년에 한두 번 쓸까 말까하는 찻잔 세트들이 즐비하다. 옷장에는 입지 않는 옷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그런 것들을 사 모으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한다. 자원들이 고갈돼간다.
나는 ''호모 루덴스''이고 싶다. 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놀기 위해서 세상에 태어났다. 놀면서 이 세상에 있다는 거,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놀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다. 노는 데는 어떤 의무나 조건도 붙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자유롭다. 자유는 신의 특징이다. 신은 누구의 창조물도 아니고 다른 누구를 위해 일하지 않으며, 세계는 제우스의 장난이라는 니체의 말대로, 세상을 창조해야 하기 때문에 창조한 것도 아니다. 신은 스스로 연유하며 스스로 완결된다. 노동이 신성한 게 아니라, 놀이가 더 신의 속성을 닮았다. 놀이는 일상적이고 지루하고 관습적이고 당위적인 세계에서 벗어나, 즉흥적이고 자발적이며 사소하며 창의적인 세계로 가는 몸짓이다. 천진난만한 아이가 되는 것이다. 백수들이 추구하는 세계다.
노는 게 당위론적으로도 좋은 이유는, 놀면서 뜻하지 않게 자신을 알아가고 얻어가며 넓혀가기 때문이다. ''호모 파베르''이던 나는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 뒤 ''호모 루덴스''로서의 나를, 그리고 장거리 여행의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내 몸을 발견한다. 그래서 미국 단독 횡단이라는, 그 전에는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판의 유희에 하루하루 희희낙락하면서 그 꿈을 한발 한발 이뤄가고 있는 중이다. 로키 산맥이 나를 부른 것은 바로 크게 한판 놀아보자는 유혹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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