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미카가 주인공에게 말을 건내는데, 둘은 대화를 하게 되면서, 지난 시절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다시금 달리고 싶은 욕망을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그저 자신의 맞은 임무만을 충실하게 수행을 하려고 했지만, 미카나 주변의 일들을 돌아보지 못했다가 이제서야 미카와 지난 시절을 돌이켜보게 되고, 미카는 그동안 앞으로 달리기만 했고, 다른 잘 달리는 멋진 신식 기차들과 비교를 하면서 살아오다가 은퇴후에 박물관에 머물며 한곳만 바라보고 있으면서 다른 많은것들을 느끼게 되고, 이들은 미카를 정비하고, 다시 달려보려고 한다.
말 그대로 어른을 위한 동화... 너무 빨리 달리려고만 하지말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고, 관심을 가지며 살라는 상투적이면서도 와닿지 않는 부분의 이야기도 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한참 달릴때는 전혀 보지도, 관심도 없던 일들이 그 달리는 일을 멈추고 나면 후회로 남고, 다시 돌아간다면 이라는 생각을 하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생각을 해볼만한 내용의 책...
기차라는것이 엔진이나 조종사, 석탄 등 만으로 움직이는것이 아니라, 작은 핀 하나가 없어도 움직일수 없다는 미카의 말은 중요하고 소중하고, 커다란것만을 추구하고, 우리가 삶에서 소소하면서도 없어서는 안될 그 무엇인가를 놓치고 살고 있는것은 아닌지를 곰곰하게 생각해게 해준 멋진 책이다.
오늘 같이 이런 좋은 날씨에 공원에 누워서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본다면, 바쁜 일상을 돌아보고, 다시금 멋지게 달릴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도서 정보>
제 목 : 증기기관차 미카 - 어른을 위한 동화 13
저 자 : 안도현 저/최 성환 그림
출판사 : 문학동네
출판일 : 2001년 2월
책정보 : 127쪽 | 247g ISBN-10 8982813616
일 독 : 2010/5/14
<미디어 리뷰>
1995년 『연어』를 발표하며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새로운 문학장르를 개척한 안도현 시인은 이후 『관계』 『짜장면』에 이르기까지 우화적 상상력과 단단한 시적 구성, 정감 있는 언어와 세상을 보는 따스한 시선으로 어른은 물론 청소년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아왔다. 『증기기관차 미카』는 세상의 속도에 밀려 소멸해가는 영혼들 사이의 쓸쓸한 우정을 그려, 걷잡을 수 없는 속도에 어지럼증을 느끼는 현대인에게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1998년 겨울부터 1999년 가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했던 글을 새롭게 손질해서 펴낸 것으로, 매 쪽마다 함께 곁들여진 최성환 화백의 따스한 그림들이 책 읽는 즐거움을 한층 더해준다.
천재시인이 과연 있을까? 내가 보기에 천부적으로 문학적 재능을 타고난 시인이란 애초부터 없다. 시를 쓰고자 하는 사람이 자신의 문학적 재능에 대해 회의하거나 한탄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것은 자신의 게으름을 인정한다는 것과 같다. 시인이 시의 길을 여는 조타수가 되려면 선천적인 재능보다 자신의 열정을 믿어야 한다.
그림 : 최성환
<줄거리>
소멸을 향해 가는, 상처입은 영혼들의 쓸쓸한 이야기
"증기 기관차는 완전한 과거가 되었다.
과거란 사라진 시간을 말하지만, 그 영광과 상처의 추억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증기 기관차의 운명과도 같은 느림의 추억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고백처럼 『증기기관차 미카』는 시간에 쫓겨, 세월에 밀려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풍광이나
이웃과의 작지만 따뜻한 나눔을 잊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조금은 여유 있게 조금은 찬찬히 세상을 둘러보며 나아가도 좋겠다고 말한다. 그 느린
걸음은 단순한 속도의 의미를 뛰어넘어 지나온 삶의 추억으로 살아남아 생을 더욱 빛나게 하기에.
증기 기관차가 한반도의 철길 위에서
자취를 감춘 것은 1967년 8월 31일이었다. 1899년 제물포-노량진 간 경인선에서 첫 선을 보인 뒤, 68년 만에 디젤 기관차에게 철마의
자리를 내어준 것이었다. 그때 역사의 뒤안으로 물러선 증기 기관차 252대 중 하나였던 미카. 한때는 한반도의 남쪽 바닷가에서 폭설이 지는 만주
벌판까지 거침없이 내달리던 증기 기관차가 이제는 철도박물관 마당을 지키는 신세가 되어 있다.
34 년 전 미카를 운전하던 기관사
‘나’는 이제 노인이 되어 미카를 찾아간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미카를 알아볼 수 있었던 건 함께 아파한 상처의 기억들 때문이었다. 옛
친구를 만나 감격에 겨운 둘은 함께 했던 시간들, 그때의 꿈과 상처에 대해 이야기한다. 홀로 우는 아이가 안타까워 떠나지 못하던 미카, 멈춰 선
미카로 인해 고초를 겪어야 했던 나, 빠르게 달리는 것이 최고가 아님을 일깨워준 간이역, 인간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 끝없이 파도를
보내던 바다, 자연을 파헤치는 포크레인을 보며 두려움에 떨던 순간, 요절한 애인을 그리워하며 날마다 미카를 찾던 옛 청년의 순정……. 그들의
추억은 한결같이 삶의 온기에 닿아 있다. 그것은 속도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앞으로 말야, 점점 빨리 달리다 보면 사람들은 모두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될지도 몰라. 빨리 달리는 데 취해 있으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왜 사는지도 모르고 살아가게 될 거야. 그건 정말
비극이지."
" 외로움이라는 특혜는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에게만 돌아가는 것이랍니다. 바쁘다, 바쁘다 하면서 외로움을
모르는 사람은 불쌍해요. 외로움 때문에 몸을 떠는 것보다 더 불행한 것은 외로움을 느껴볼 시간도 갖지 못하고 살아가는 거예요."
이
제 남은 둘의 꿈은 하나. 다시 한번 달려보는 것이다.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아니 압록강 철교를 넘어 만주벌판까지. 결국 그 둘은 출발을 한다.
눈 속을 헤치고 토성, 려현, 물개, 흑교, 력포, 간리, 어파, 영미, 로하, 동림, 남시, 비현, 백마, 석하, 신의주……까지. 이 그리운
마을들을 쉬지 않고 달리는 미카를 운전하며 ‘나’는 행복에 겨운 웃음을 띤다. 하지만 다음날 박물관 사람들이 발견한 것은 고물 기관차 운전대를
힘껏 쥐고 싸늘히 식어 있는 한 노인의 주검이었다. 김훈씨가 표현한 것처럼 "기관사는 그리움의 무게에 눌려서 죽고, 기차는 그 힘으로 사람 사는
마을에 닿은" 것이다
<책속으로>
한참을 웃고 나서 미카가말했다.
'하지만
디젤 기관차도 외로워질때가 있겠지요?'
'디젤 기관차는 자신이 가장 빠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순간도 외로워할 틈이 없을걸.'
'바로
그거예요.'
'뭐라구?'
'외로워할 틈이 없다는 것, 그게 문제라구요.'
한참 입을 다물고 있다가 미카라 말했다.
'가장
빠르다는 건 우쭐 댈 일도 아니고, 또 가장 빠르다는 걸 부러워할 일도 아니지요.'
'그래, 그건 무슨 말인디 알겠어. 그런데 가장 빠르게
달리는 디젤 기관차가 외로워질때가 있을 거라는 말은 무슨 뜻이지?'
여러분도 생각해보라. 이 세사아에 외로워지고 싶은 사람이 대체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미카는 생각이 좀 다른 것 같았다. '외로움이라는 특혜는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에게만 돌아가는
것이거든요.'
'특혜? 외로움이 특별 혜택이라구?'
'바쁘다, 바쁘다 하면서 외로움을 모르는 사람은 불쌍해요. 디젤 기관차도
마찬가지죠. 그도 분명히 외로워질 때가 있을 거예요. 좀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그리고 나서 미카는 한마디 덧붙였다.
'외로움
때문에 몸을 떠는 것보다 더 불행한 것은 외로움을 느껴볼 시간도 갖지 못하고 살아가는... --- p.92-93
'기차를 타고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저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었구나, 하고 감탄을 하겠지. 그러나 여기 사람들은 단풍 든 빛깔만 보고도 그 나무의 이름은 물론 나무의 나이, 성질, 쓰임새...... 모르는 게 없다구. 그게 중요한 거야. 앞으로 말야, 점점 빨리 달리다 보면 사람들은 모두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될지도 몰라. 빨리 달리는 데 취해 있으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왜 사는지도 모르고 살아가게 될 거야. 그건 정말 비극이지.'--- p.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