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 Say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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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생에 본 한국 영화중 베스트5 안에 드는 영화...

언젠가는 내 생각을 써서 올려봐야지 했던 영화인데...

내면을 꽤 뚫는듯한 이 영화감상을 보고...

그냥 이걸로 대체함...

사람... 아니 사랑은 참 재미있는것 같어...

뻔히 알면서... 알면서... 또... 또...

영화를 보고 나올때 상우처럼 라면에다가 소주가 먹고 싶었지만...

대낮이였던 관계로 밥만먹고 나왔는데...

시간이 되면 라면 끊여서 소주먹으면서...

다시 한번 봄날은 간다를 보고 싶다...

ps. 흐르는 노래는 OST 중에서 행복했던 날들...
상우가 은수에게 운전을 가르쳐주다가, 어느 부부의 묘지앞에 내렸는데,
은수가 "우리도 저렇게 같이 묻칠수 있을까?"라고 물었을때...
그때 흐르던 음악... 그때 상우의 표정... 그때 상우의 느낌...


'봄날은 간다'의 그녀는 "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말로
근사한 남자에게 사소하게 연애를 걸었다.

가벼운 시작처럼 쉽게
어느 순간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마음.

그남자의 앙탈과 투정,"내가 라면으로 보이니?"로
그녀의 마음은 돌아오지 않았다.

열정을 버리지 못한 남자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하고 물었다.
변하니까 사랑이고, 변해야 사랑인 것을 그남자는 몰랐다.


당신이 지금 실연당하는 중이라면…


실연남의 대표선수, <봄날은 간다>의 상우씨에게...

 20대 후반쯤? 키 크고 싱겁게 생겼고 머리스타일은 부스스, 강아지 시추 같은 붐마이크를 어깨에 둘러매고
들로 산으로 돌아다니며 소리를 빨아들이는 당신의 직업은 사운드 엔지니어… 맞지요?
“라면, 먹고 갈래요?” 이 한마디에 후루룩 넘어가고, 자고 가라는 말에 완전히 무너져 사랑에 빠져 버린 당신.
술 먹다말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고, 서울에서 강릉까지 주저 없이 달려가 사랑하는 여자를,
사랑한다고 믿는 여자를 만나고야마는 뜨거운 열정을 지닌 당신.


누구나 처음엔 사랑을 무모한 100미터 달리기로 시작하는가 봅니다. 그저 빠른 속도로 냅다 달리는 거죠.
곧 숨이 차고 다리가 아파와도 우뚝 서버릴 수 없고, 게다가 조절이 안 되서 다리가 꼬이고 합병증으로
요통과 소화불량, 거기에 오래되면 디스크까지 올 수도 있는데 마구 달리게 됩니다.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는 그 순간까지, 누가 발을 걸어 넘어지기 전까지 달리는데,
그건 바로 흡사 최음제(효능은 모르지만 하도 들어서 그럴 것 같음)가 온몸을 지탱시켜 주는 듯,
뭔가 새로운 힘으로 괴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과도 같다지요? 그때 온몸을 타고 흐르는 것이
바로 사랑의 균이지요. 영어로 바이러스.


헤어짐의 순간을 예견하고 마라톤처럼 천천히 오래 달릴 수 있다면 사랑이 아니라 ‘사아랑’ 일겁니다.



여자가 헤어지자는 말을 툭 던지는데 당신은 할말이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밖에 없었잖아요.
왜 그랬어요? 머뭇머뭇, 주춤주춤한다고 누가 알아줍니까?
A소리가 좋은데 B소리로 하자는 여자의 말에 별다른 주장도 없이 포기하는 당신, 왜 그렇게 못났습니까?
당신은 누구의 말도 잘 들어 주지만, 막상 당신은 아무리 심각하게 애원해도 상대방은 늘 모른 척,
안들은 척하면서 은근슬쩍 넘어가도 될 것 같은 표정인 거 아십니까?


그리고 그런 얼굴은 연애를 할 때는 더더욱 손해를 보고 마음 다치기가 쉬운 얼굴이지요.

여자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를 하면서 난 영화를 보는 내내 당신에게도 감정이입이 되더군요.
“저 남자 저러다가 마음 다치지, 핸드폰 들고 이불 쓰고 울겠군, 엄한데 가서 화낼 테지?” 라고
속으로 생각했는데 하나하나 그렇게 되어가는 당신을 보노라니 마음이 아파지는 거예요.
사랑은 개개인의 스타일의 차이가 있긴 해도 누구나 같은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변한다니까요… 꽝꽝 냉동 보관된 음식도, 세상 모든 이치도 변하는데 어떻게 사람 마음의 한구석에 존재하는
사랑이란 작은 덩어리가 안 변할 수 있겠습니까. 대체 그 사랑이란 것은 배안의 어느 장기에 빌붙어 살았길래
실연을 당하면 어떤 사람에게는 가슴통증으로 어떤 사람에게는 장이 꼬이는 증상으로 어떤 사람에게는
감기처럼 엉겨서 기진맥진 기력을 빼앗아 가는 것일까요?

주변의 남자후배 두 녀석이나<봄날은 간다>가 자기 케이스라며 가슴 답답함을 호소하더군요.
그들에게는 사랑의 상처가 가슴으로 왔고 생활의 무기력으로 이어져 몸무게는 줄고 입맛은 없고
그저 누워서 천정을 바라보며 이상한 게임을 하는 듯 나른하고 우울하다고… 마침 본 영화가 <봄날은 간다>였는데
영화속의 상우가 자기라며 가슴을 부여잡고 어떻게 여자들은 모두 다 그럴 수가 있느냐고 하더라구요…


여자는 엄마나 누나와는 다르지요. 좋을 땐 엄마보다 푸근하고 누나보다 따뜻하지만
감정의 소용돌이에 섞이다보면 남보다 더 잔혹하고 강도보다 더 잔인하게 상대편의 마음을 도려내는
무기를 들이대지요. 그것도 아주 차갑고 냉정하고 피도 눈물도 없이 찔러대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을 시작하려고 독하게 먹은 마음의 준비는 상대방의 미소 앞에서 우수수 무너져 내리는
사소한 것이 되어버린 답니다.




상우씨를 보면 누구나 자기의 경우와 닮았다는 생각이 드나 봐요.

하나같이 다 현실을 믿을 수 없어하고 그녀가 돌아 올 것이라고 믿으며 기다리겠다고 합니다.
난 당신이 내린 영화 속의 표정이 정말 좋아요. 내 주변의 그들도 당신처럼 사랑을 잘 마무리하고
잊길 바라지만 실연당한 사람들이 그 끝을 맞이하는 자세는 각양각색입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찾아온 그녀에게 “이제 와서 무슨 일이지?” 하는 얼굴로 대처하는 당신 같은
슬기로움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들이 발견하길 바란답니다.


그들은 실연의 무기력을 즐기며 그것도 사랑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해요.
누군가를 사랑했던 자신의 감정을 사랑하는 것뿐인데… 돌아올 그녀를 기다렸다가 꼭 다시 만난다고들 하지요.
돌아온들 당장은 달콤하고 안심되고 승리의 콧바람이 저절로 불어지겠지만
단거리를 빨리 뛰다가 발견 못한 것들을 만나면 과연 어떻게 할까.
마라톤에 돌입하는 순간부터 눈에 안보이던 풍광이나 응원하며 생수를 던져주는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하듯이 생각을 필요로 하는 사랑의 고비를 다시 겪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모르긴 몰라도 재결합이 주는 파장은 잔잔한 가슴에 뛰어들어와 자리잡기 시작하는 처음의 소용돌이보다
더 무섭고 힘든 병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상우씨, 정말 잘했어요.
그녀도 어차피 아님 말구의 마음으로 당신을 찾았었던 거거든요.
당신이 두팔을 벌려 맞았으면 쫀쫀한 남자가 안 될 수는 있었겠지만 그녀는 곧 만만한 당신 곁을 습관처럼
떠나려 했을 겁니다. 당신 정말 잘한 거예요. 그 일로 당신이 단단해졌음 합니다.
그리고 지금 상처 받은 가슴을 주체 못하는 영화 밖의 상우들에게 한마디만 해주세요.



“여러분, 거절 하세요!”


저는 아주 어려서부터 편지쓰기와 일기쓰기를 너무나 좋아했습니다
지금 그나마 내가 생각하는것을 글로 옮기고 상대에게 전달하는 작은 문장실력이 있다면
아마도 오랜동안 길러온 편지쓰기의 습관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언젠가는 편지 형식으로 글을 써서 모아 모아서 책을 낼까 생각도 했습니다....^^
편지를 쓴다는것이 얼마나 좋은지...오늘 좋아하는, 혹은 아무 상관 없더라하더라도
편지 한번 써보세요....
받는자보다 쓰는자가 사실은 더 기쁜것이 바로 편지랍니다

보낼 사람 없으시면 저한테 쓰세요
이멜리아(저의 또다른 별명임다)인 암사자가  멋지기 짝이없는 답장.......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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