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검프 - 행복이란 어디에서 오는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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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대충 한번 봤었던 영화인데, 주말에 또 한번 보게 되었습니다.
뭐.. 상당히 철학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고, 말아톤과 비유하는 사람도 있고, 어쨌든 평이 참 좋은 영화입니다.
저는 몇일전에 보았던 열네살이라는 책의 영향으로, 무엇보다 인물들이 행복한지 어떤지에 초점을 두고 영화를 봤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행복은 완벽할때만 오는 것인가? 아니면 모든것이 완벽해야 행복한것인가? 혹은 현실속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는것인가?
포레스트는 자신을 떠나간 제니를 생각해하며 슬퍼합니다.
중위는 자신의 다리를 보면서 세상과 포레스트를 경멸합니다.
돈이 있는데 건강이 없으면 불행하고, 건강은 하지만 돈이 없어도 불행하고, 돈, 건강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사랑이 떠나면 불행하고...
글쎄요...
혹자는 사람은 그런 슬픔을 은근히 즐긴다는 이야기도 있기는 하지만, 행복이란것이 참 아이러니 한것 같습니다.
분명히 무엇이 있으면 행복한것이라기 보다는 무엇이 없거나, 부족하게 되면 불행을 느끼는것 같습니다.
물론 도를 딱는 도사나 고승같은 분은 욕심을 비우라고 하지만...
그 분들은 그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 아닐까요?

아무튼 뭔가 자신이 가지지 못한것이나 가지고 싶은것을 성취하기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하루하루 조금씩 발전해 나가고,
가족들 모두 건강하며, 하는 일 잘되고 서로 사랑하며,
자기가 가지지 못한것보다는 가지고 있는것에서 만족을 느끼다보면 진정한 행복을 느낄수 있지 않을까요?

암튼 행복해지고 싶은것만은 틀림없는것 같습니다...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Robert Zemeckis)
캐스트: 톰 행크스 (Tom Hanks) Forrest Gump 역/ 로빈 라이트 (Robin Wright) Jennifer Curan-Gump 역/ 게리 시니즈 (Gary Sinise) Lieutenant Daniel Taylor 역/ 샐리 필드 (Sally Field) Mrs. Gump 역
제작년도: 1994년(미국)
장르: 코미디/ 드라마
요약: 지능이 낮지만 순수한 영혼을 지닌 포레스트 검프를 통해 미국 역사를 조망


포레스트 검프(Young Forrest 마이클 코너 험프레이스)는 아이큐가 75이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Mrs. Gump 샐리 필드)는 아들의 교육에 대단히 열성적이며 다리마저 불편했던 포레스트에게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교육의 기회를 주기위해 무엇이든 희생하는 남부의 여인이다. 포레스트는 보통 사람보다 좀 아둔한 자기에게 친절히 대해주고, 나중에 동반자까지 된 친구 제니(Jenny Curran 로빈 라이트)를 만나 학교를 무사히 다닌다.

어느날 악동들의 장난을 피해 도망치던 포레스트는 바람처럼 달릴 수 있는 소질을 보이게 된다. 그로 인해 고등학교도 미식축구 선수로 가게 되고 급기야 대학에까지 축구 선수로서 입학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아온 제니는 언제나 자신의 꿈인 포크송 가수가 되기 위해 애쓰다가 대학까지 제적당하고 소위 히피 그룹에 끼어 여기저기를 떠돌아 다닌다.

한편 청년이 된 포레스트(Forrest Gump 톰 행크스)는 대학 졸업 후 군에 입대하여 베트남에서 빠른 다리 덕분에 전우들을 구하는 공로를 세운다. 그 공로로 훈장까지 받고 제대한 포레스트는 전장에서 죽은 동료의 꿈을 쫓아 새우잡이 어선의 선주가 되어 군대 상관이었던 댄 중위(Lieutenant Dan Taylor 게리 시나이즈 )와 함께 새우를 잡아 큰 돈을 모으게 된다.

그 즈음 어머니의 위독 사실을 알게 된 포레스트는 고향으로 돌아오고, 댄 중위가 애플사(포레스트 자신은 과일 회사로 알고 있음)에 투자해 큰 돈을 벌게 되자 병원과 교회 그리고 죽은 전우의 유가족에게 돈을 나눠주고 혼자 살며 제니를 기다린다. 오랜 기다림 끝에 그를 찾아온 제니, 그러나 제니는 다시 떠나고 과거를 청산하려는 듯 포레스트는 전국 방방곡곡을 3년동안 헤매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TV에서 포레스트를 본 제니는 그에게 연락해 아들이 있다는 것과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걸 알리고 둘은 결혼을 한다. 제니가 죽은 뒤 아들과 함께 사는 포레스트, 정상인 어느 남자보다 제니를 감싸주고 사랑했던 그는 각박한 세상에 사는 현대 사람들에게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보게 하고 사랑이란 의미를 다시 찾게 한다.

영화 해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과 톰 행크스가 만난 <포레스트 검프>는 오락성과 작품성을 갖춘 보기 드문 대중영화로서, 경쟁과 이기심의 혼돈 속에서 각박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인간의 순수함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가를 깨우쳐 준다.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는 어려운 영어 단어가 아니라 주인공의 이름이다. 위대한 인물이 아니라 평범한 인물의 이름이다. 옅은 푸른색 창살무늬 T셔츠 단추를 목까지 꼭 채우고 붉은 색 운동모자에 농구화를 신은 그 얌전하고 고지식한 청년 포레스트 검프 앞에서 수많은 관객들은 안심한다. 그리고 영악하고 똑똑한 사람들 앞에서 주눅들어 있던 이 세상의 모든 소시민들은 어리숙한 포레스트의 성공과 매혹이 이끌려 영화관으로 달음박질쳐 들어가면서 안도감과 해방감을 느낀다.

이 영화의 출발점이 된 윈스턴 그룸(Winston Groom)의 원작소설이 1986년에 처음으로 발표되었을 때는 베스트셀러에도 들지 못했었다. 이제 막 데뷔한 제작자 웬디 피너맨이 워너사를 설득하여, 판권을 사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시나리오 라이터, 배우들을 모아 토론해 본 결과 한결같이 영화로 제작하기에는 별로 상업적이지 못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워너사는 판권을 파라마운트에 넘겼다. 결국 로버트 제메키스 감독과 톰 행크스가 행운을 걸어보기로 결정함으로써 7년 만에 웬디 피너맨의 꿈이 실현되었다. 영화 제작 이후 포켓북으로 나온 소설은 무려 85만부가 팔렸다. 물론 영화의 성공에는 예측 불허의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며 흥미 만점의 스토리 짜임새를 선보인 에릭 로드(Eric Roth)의 각색도 크게 한몫을 했다.

이제 바야흐로 검피즘, 검프 매니아의 물결을 탄 소설과 윈스턴 그룸은 포레스트와 그의 어린 아들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후편을 쓰기 시작했다는데.... 이토록 큰 성공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포레스트 검프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나면 더이상 세상은 옛날 같지 않을 것이다.

영화 광고의 카피는 이렇게 선전하고 있다. 어린애 같은 어른,약간 모자라는 것이 매력인 포레스트. 순진함은 동물이나 어린아이나 바보의 세계다. 수많은 어른들은 나이를 먹어도 손상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간직되어 연장된 어린 시절 우직함을 하나의 유토피아처럼 그리워한다. 순진함은 수수와는 다르다. 그것은 존재의 자연발생적인 사랑의 표출인지도 모른다. 참으로 순진한 사람은 순수와 비순수가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동물적 단순성과 성자의 투명함이 한데 합쳐진 세계다. 물론 자신이 성자인 줄도 모르는 성자 말이다. "포레스트 검프의 미덕은 순진함만이 아니다. 그는 정직하고 너그럽고 착하고 의리가 있다. 미국인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장점을 다 갖추었기 때문이다." 라고 감독은 말한다. 혹시 지금은 상실해버린 고지식함과 단순 위대한 순정에 대한 미국인들의 그리움이 이런 인기로 표현된 것은 아닐까?

이 영화는 평균 이하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저능아에 대한 이야기다. 뛰는 것은 자신있다. 바로 주인공인 포레스트 검프가 뛰는 사이에 관객은 지난 30년간의 미국 역사와 미국 국토의 풍경을 거쳐가게 된다.

<포레스트 검프>는 카메라와 컴퓨터를 동원하여 보여줄 수 있는 트릭의 극한까지 간다. Industrial Light & Magic회사의 시각효과 책임자인 켄 랄스튼(Ken Ralston)은 제메키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협력자다. <포레스트 검프>는 제메키스와 랄스튼의 여섯 번째 합작이며 랄스튼은 이미 특수 시각효과부문의 오스카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 그의 위력은 무려 2시간 20분 동안 우리 모두를 저 행복한 바보 포레스트 검프의 순진한 두 다리에 싣고 질주한다.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우리는 지루해질 틈이 없다. 그는 톰 행크스를 케네디, 존스, 닉슨, 존 레논, 엘비스 프레슬리와 실제로 만나게 한다. 그것은 리얼리즘과는 관계없이 컴퓨터의 트릭만이 가능하게 해준 의사현실이다. 원래 에릭 로드의 시나리오에는 미국의 축구영웅 포레스트가 백악관의 장미정원에서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도록 되어 있었다. 수백 시간분의 대통령 기록자료 필름을 검토했으나 묘사된 장면에 적합한 장면을 찾아내지 못하자 케네디가 타원형 사무실에서 평화봉사단원들을 접견하는 기록영화로 대체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우선 분석을 통하여 자료 필름 속에서 사용한 카메라의 높이, 피사체와의 거리를 추정해낸 다음 동일한 상황을 조명, 카메라 이동 속도 등이 거의 같게 일치시켜 다시 촬영한다. 로버트 제메키스는 톰 행크스를 특수배경(푸른색 스크린)앞에 세워 놓고서 여러 각도로 찍는다. 이때 배우의 시선의 높이와 방향은 벽에 붙인 투명한 스카치 테이프가 리드한다. 그리고 이 두가지 필름을 나중에 컴퓨터로 합성한다. 이리하여 관객은 미국 최우수선수로 지명된 포레스트 검프가 백악관으로 초대되어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게 되는데, 대통령이 악수를 하면서, "기분이 어떤가?" "싸겠어요" 급히 달려간 변소에 가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다.

뒤이어 이번에는 월남전의 영웅이 된 검프 상등병이 존슨 대통령에게 명예훈장을 수여받는다. 검프는 그 자리에서 대통령에게 부상당한 엉덩이를 까고 보여준다. 대통령은 엉덩이를 들여다보며 껄껄대고 웃는다. 사정이 이쯤 되고 보면 이젠 어느 사진도, 어느 필름도 진실성과 현실성이 증명 될 수는 없게 되었다. 기술복제 시대는 트릭과 해학의 시대인 동시에 불신의 시대임을 말해준다. 그러나 이런 트릭은 고도의 기술 외에도 많은 인내와 시간을 요한다. 불과 몇 초에 불과한 케네디 대통령과의 악수 장면을 재구성하는 데 무려 8~9개월의 고된 작업이 소요되었다. 컴퓨터를 활용한 고도의 특수효과는 이 영화의 곳곳에 은밀히 삽입되어 있다. 가령 월남전 장면 중 하늘에 자욱한 헬리콥터들은 불과 몇대의 실물을 컴퓨터로 조작하여 그 숫자를 반복 증가시킨 것이며 반전 데모를 위하여 워싱턴에 운집한 수만 명의 군중은 전략적인 장소에 배치한 엑스트라들의 사진을 무한한 숫자로 불려놓은 것이다. 그러나 공상과학 영화들에서와는 달리 관객이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는 이런 트릭들은 극히 사실적인 환상을 자아낸다는 데 이 영화의 매혹적 힘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은 바로 영화의 시작과 끝에 위치시킨 하얀 깃털이다. 하늘에서 백조의 그것 같은 하얀 깃털 하나가 바람에 날리면서 교회 첨탑 위로, 광대한 숲 위로 춤을 추듯이 날아간다. 그러나 매우 천천히, 캐스트 소개가 끝날 때까지 줄곧 허공에 떠 있을 정도로 천천히 떨어져 내려온다. 깃털은 떨어지다가, 다시 떠오르다가, 낮게 떠서 도시의 자동차 위로, 거리의 사람들 어깨 위로 스치면서 마침내 한 켤레의 농구화 사이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깃털에서 카메라가 위쪽으로 쓰다듬어 올라가면 버스를 기다리며 벤치에 앉아 있는 농구화의 청년이 그 깃털을 주워 푸른 하늘과 구름과 전봇대가 그려진 그림책의 페이지 사이에 정성스레 끼워넣은 다음 다시 그 책을 가방 속에 넣는다. 세월이 흘러 2시간 20분에 걸친 영화가 끝나갈 무렵 집 앞에서 어린 아들을 스쿨버스에 태워보내고 난 포레스트 검프의 발 밑에서 다시 그 하얀 깃털은 천천히, 그리고 가볍게 하늘로 날아오른다. 바람에 날리는 새의 깃털처럼......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우리의 육안에 제공하는 것은 바로 이 가벼움의 아름다움이다. 영화 전체에 감도는 이 가벼움을 우리는 전신으로 느낀다. 제메키스 감독의 화두요 출발점인 흰 깃털의 이 느린 흔들림과 추락은 컴퓨터 합성이 만들어낸 한 편의 트릭이며 우화다.

카메라는 우선 하늘과 숲과 도시와 자동차와 사람들 같은 배경을 먼저 찍는다. 그리고 천천히 떨어지는 깃털만을 따로 촬영한 다음 가장 우아하고 서정적인 깃털의 몇가지 움직임들만을 정선 추출하여 연속동작으로 이어서 미리 준비한 배경과 합성한다. 이리하여 우리들은 한 번도 육안으로 본 일이 없는, 그러나 마치 언젠가 본 적이 있는 것만 같은 그 깃털의 떨어짐을, 그 아름다운 가벼움을 어둠 속에 앉아 그윽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는 차츰 그 느리게 춤추는 깃털의 가벼움이 된다. 그 가벼움이 마침내 포레스트를 거침없이 달리게 하고 새처럼 날아오르게 한다. 똑똑한 사람들, 지능지수가 높은 사람들은 가벼움을 모른다. 그들은 무겁다. 그래서 그들은 날아오르기는 커녕 달릴 줄도 모른다.

"우리들의 운명은 바람부는 대로 따라 흔들리는 것, 이것이 영화의 주제다."
라고 감독은 촬영 직전에 결론내리듯이 말했다. 이 깃털은 세상에서 가장 얌전하고 고지식한 인물 포레스트의 은유다. 집단의 역사는 백지와도 같은 그의 몸과 정신을 바람처럼 이리저리 불고 간다. 그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왜 그렇게 돌아가는 것인지를 알지 못한다. 역사의 소용돌이, 혹은 역사의 천둥번개가 연약한 개인을 불행과 비극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몰아 넣는 이야기에 우리는 익숙하다. 그러나 포레스트 검프는 이같은 비극적 세계관에 허를 찔러버렸다. 역사가 연약한 개인을 꼭 비극 속으로만 몰아넣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개인은 꼭 심각한 얼굴로 심사숙고하여 실존적 결단을 내리지 않아도 때로 행복이나 의미있는 삶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드시 똑똑해야 착한 녀석이 되고 행복한 녀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라는 본의 아닌 영웅의 윤리가 이 영화 속을 관통하고 있다. 포레스트 검프의 좌우명은 자신의 뚜렷한 주관의 표현이 아니라 '항상 모든 것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그의 엄마가 머리속에 넣어준 것이었다. 그는 순진한 백지다. 엄마는 그 백지 위에 삶의 지침을 써 넣어준다. 그는 고지식하게 그 좌우명을 따라 무작정 달린다. 엄마는 그의 유일한 이데올로기의 원천이다.
"엄마가 그러는데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래요. 속에 송로가 든 것을 입에 넣게 될지 리쾨르가 든 것이 걸릴지 어찌 알겠어요?"
그래서 포레스트 검프는 초콜릿 상자를 무릎 위에 올려 놓고 벤치에 앉아 애인의 집으로 자신을 실어다 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최고의 흥행 성적을 올린 포레스트 검프가 표방하는 낙관적 세계관에 의하면 '인생은 먹을 수 있고 달콤하며 속이 비어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마치 단막극처럼 시작된다. 막이 열리면 작은 연극무대처럼 반듯한 갈색의 대지 위에 설치된 시골마을 버스 정거장의 벤치 하나가 보인다. 등뒤에는 빛이 밝게 비쳐드는 잔디밭이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벤치의 옆자리에 와 앉는 아무에게나 포레스트는 묻지도 않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젊은 흑인 여자가 옆자리에 앉는다. 독백처럼 그녀에게 초콜릿을 권하거나 말을 붙인다. 남북전쟁 영웅으로 후일 KKK단을 만든 장본인인 포레스트 검프 장군의 이름을 딴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며 청년은 말한다.
"엄마가 그러는데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은 거래요... 편한 신발을 신으셨군요."
자연히 이야기는 신발에서 시작된다. 다리병신인 때문에 쇠붙이로 된 보조장치를 잔뜩 끼고서야 어렵사리 걸어다녔던 어린시절.
"사람은 가끔 말도 안 되는 일을 한댔어요."
그의 이야기와 생각은 언제나 어머니의 인용문으로 시작된다.

알라바마주의 그린 보우 근처의 큰 집에서 엄마와 다리병신 외아들은 남는 방들을 손님들에게 빌려주며 살아간다. 지능지수가 75밖에 되지 않는 지진아를 정상아들의 학교에 기어이 밀어놓기 위하여 어머니는 교장선생님을 집으로 모시고 와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정사를 하는 것도 불사한다. 아이는 저물어가는 문간에 혼자 앉아 똑똑한 어른들이 내는 그 신음소리를 듣는다. 저능아의 어머니와 함께 흘린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돌아가는 교장선생님의 등뒤에 대고 아이는 그가 들은 신음소리를 재방송한다. 이 저능아는 이처럼 초장부터 우리의 허를 찔러 놀라키면서 약간 쓸쓸하게 웃긴다. 모자라는 사람은 눈치가 없다. 그래서 똑똑한 사람들은 난처하게 한다.

처음 학교에 입학하게 된 소년 포레스트는 집 앞에서 스쿨버스를 기다린다. 이 영화는 처음 학교에 입학하는 아버지 포레스트의 스쿨버스에서 시작하여 아들 포레스트의 스쿨버스로 끝난다. 한세대, 한 인간의 반생이 역사의 수레에 실려 흘러가는 것이다. 바람이 깃털을 허공 중에 싵고 어디론가 떠가듯이 우리의 인생은 늘 어떤 버스에 실려가게 마련이다. 어떤 버스는 학교로 데려가고 또 어떤 버스는 병영이나 전쟁으로 데려간다. 담배를 꼬나문 여자운전사를 쳐다보며 꼬마 포레스트는 말한다.
"엄마가 모르는 사람과는 상대를 하지 말래요. 내 이름은 포레스트 검프예요. 인사를 했으니 이제 아는 사람이 되었네요."
저능아의 이같은 삼단논법에는 순진함을 불러일으키는 웃음과 더불어 늘 5퍼센트 정도의 슬픔이 깔려 있다. 그러나 그 슬픔은 포레스트의 몫이 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관객의 몫이다. 그리고 아이는 버스에 올라탄다. 그러나 미리 차에 타고 있던 아이들은 한결같이 그가 제 옆자리엔 앉지 못하게 한다. 적대적인 사회와의 첫만남이다.
"사람의 기억이란 웃겨요. 처음 태어났을 때 기억은 통 생각나지 않거든요."

포레스트는 백지다. 그런 백지 위에 최초의 사랑의 모습을 그려넣어준 존재,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아이인 제니를 버스 안에서 만난 것이야말로 포레스트의 행운이다. 그는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난 등뼈가 의문부호처럼 휘었대."
하고 설명해 준다. 이리하여 두 사람은 콩과 콩깍지 같은 사이가 된다. 함께 높은 나뭇가지 위에 나란히 올라가 앉기도 하고 가지 사이에 두 발을 끼우고 거꾸로 매달려 별을 바라보기도 한다. 제니는 특별한 사람, 하나밖에 없는 친구가 되었다. 버스는 박해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랑을 만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포레스트의 순애보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제부터 그의 인생을 지배하는 여자는 오직 어머니와 제니 두 사람뿐이다. 이제 보호자와 적대자가 등장했으니 이야기의 문법은 가동되기 시작한다.

저능아요 다리병신인 포레스트를 못살게 구는 아이들이 "야, 이 쇠다리!" 하고 놀리며 돌팔매질을 하며 자전거를 타고 뒤쫓아온다. 소년은 절뚝거리며 절망적으로 도망친다. 제니는 뒤에서 "뛰어라 포레스트! 뛰어라!"하고 안타깝게 응원한다. 죽을 힘을 다하여 달리는 포레스트. 길은 멀고 다리를 조이는 보조장치 때문에 걸음은 불편하다. 그러나 그는 힘껏 달린다. 외곬으로 달린다. 그 길밖에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마침내 기적처럼 다리에 붙은 보조장치가 떨어져 나간다. 궁즉통이라던가! 사실성과 관계없이 관객은 박수를 치고 싶어진다. 자유로워진 다리는 초고속 카메라의 응원을 받으며 질주한다. 먼지가 푸석푸석 이는 길 위로, 풀밭 위로, 아스팔트 위로, 제니가 사는 퇴락한 오막살이집으로 뚫린 밭 가운데 오솔길로.

"말해도 안 믿겠지만 난 바람같이 달렸어요. 그후 나는 어디를 가든 뛰어갔어요."
포레스트 검프의 인생은 이리하여 뒤도 돌아보지 않는 질주의 연속이다. 어느덧 두 아이가 고등학생으로 성장하자 또다시 적대적인 아이들은 조롱하며 따라오고 포레스트는 또 절망적으로 달린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트럭을 타고 쫓아온다. 그는 힘껏 달리고 제니는 뒤에서 안타깝게 소리친다. "포레스트 뛰어라, 포레스트!" 자전거와 싸워 이겼던 포레스트다. 이번엔 트럭보다도 더 빨리 달려간 포레스트가 어느 축구장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세계는 나의 도전! 나는 나의 적수만큼 강해진다. 적수여 억세어져라. 그리하여 나는 그만큼 더 강해지리니. 대학생이 된 포레스트는 그 절망적인 뜀박질의 훈련 덕분에 축구선수가 된다. 붉은 바탕의 유니폼에 백넘버 44번을 달고 대학축구팀에서 발군의 실력을 과시한다.

천재는 집중이다. 포레스트의 전인격은 달리기에 집중된 것이다. 그 길밖에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우직한 사람의 질주는 아름답다. 때는 혼란스러운 시대. 두 사람의 흑인 학생이 앨라배마 대학에 입학하려 하자 주지사는 학교문을 막고, 케네디 대통령은 인종차별을 폐지시키고 두 학생을 입학시키도록 한다. 다시 벤치 장면. 젊은 흑인여자 옆에 아이 안은 여자가 앉아 이야기를 듣다가 자기도 당시에 대학을 다녔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옆에 있던 흑인여자는 버스를 타고 떠난다. 짐작했겠지만 이야기는 이처럼 버스정거장 벤치에 앉아 있는 포레스트의 현재와 그가 늘어놓은 이야기의 과거가 교차하도록 짜여져 있다. 매우 암시적으로, 이야기 속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벤치에서 이야기를 듣는 인물의 연령도 점차 높아가고 인종과 성별과 인상이 차츰 바뀐다. 그뿐이 아니다. 매우 암시적으로 과거의 이야기 내용과 현재의 옆사람이 간접적으로 조응한다. 흑백문제와 관련된 과거의 이야기가 나올 때 벤치의 청중이 흑백의 2인에서 1인으로 바뀌고, 흑인에서 백인으로 교대되고 있지 않은가!

어느 비 오는 날 저녁, 당시 여자대학의 기숙사로 제니를 찾아갔던 포레스트는 자동차 안에서 어떤 남자가 제니를 포옹하려는 장면을 목격하자 달려가 그를 마구 때린다. 지능지수 75의 포레스트는 뭘 모른다. 테이트가 끝나고 여자를 집으로 다시 데려다주는 남학생은 으레 마지막 순간에 본심을 드러내는 법. 누구나 다 아는 그 통과의례를 포레스트만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엉뚱한 공격을 간신히 뜯어말린 제니는 비에 젖은 포레스트를 자신의 기숙사 방 안으로 잠시 데리고 들어간다. 포레스트의 그 서투르고 표현할 길 없는 사랑을 모를 리 없다. 제니는 존 바에즈 같은 유명가수가 되고 싶다면서 젖은 속옷을 갈아입는다.
"여자와 지내본 적 있니?"
"가정학 강의시간엔 항상 여자들이 옆에 있는 걸."
포레스트는 언제나 이처럼 약간 모자라다. 관객들은 웃지만 그의 편이 되어 있다. 제니가 브래지어를 벗고 포레스트의 손을 끌어 당겨 젖을 만지게 한다. 숨막히는 듯 신음소리를 내며 포레스트는 어지럽다고 한다. 그의 우스꽝스러운 관능 속에서 관객은 여전히 한 5퍼센트 정도의 슬픔이나 연민을 느낀다. 무언의 감동과 함께 말이다.

축구시합을 하는 사이에 대학시절은 쉬 흘러갔다. 미국 최우수선수로 지명되어 케네디 대통령의 초대도 받아보았다. 어느덧 대학 졸업식. 모자 쓴 장교가 다가와 훌륭한 군인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광고지를 준다. 바람에 날리는 새의 깃털처럼... 우연한 광고지 한 장 때문에 이번에는 버스가 우리의 주인공을 군대로 인도한다. 그 버스 안에서도 옆자리에 앉지 못하게 하는 적대자들은 많다. 그러나 지난날 제니가 그랬듯이 버스 안에는 "새우잡이 어선 타봤어? 난 평생 거기서 일했지." 하고 빙긋이 웃으며 그를 환대하는 흑인친구 버바도 있는 법이다. 그 흑인의 온 가족은 새우잡이에 관한 한 도통했단다.

비가 쏟아지는 날의 골똘한 대화로 우정은 시작된다. 포레스트의 백지 같은 맹목의 일생에서 어머니와 제니, 그리고 흑인친구 버바와 뒤에 만나게 될 덴 중위는 네 개의 이정표다. 가장 단순한 대답을 우렁차게 고함치는 포레스트에게 상사는 최고의 답을 한 사병이라면서 지능지수가 160은 되겠다고 칭찬한다. 총기 조작에서도 가장 우수하다는 칭찬을 받는다. 바보들의 행진이다. 그러나 취침나팔 소리가 외롭게 들리는 밤은 그를 다시 어린아이로 만든다.

한편 대학교의 교복을 입은 채 선정적인 잡지에 사진이 났다는 이유 때문에 퇴학당한 제니는 쇼 무대에서 벌거벗은 몸을 기타로 가리고 노래를 부른다. 꿈에 그리던 가수가 되긴 된 것이다. 그 술집을 우연히 찾아갔던 포레스트는 그녀를 희롱하는 취객들을 밀어젖히고 무대로 뛰어올라가 그녀를 덥석안고 무대 뒤로 들어간다. 이 불청객에게 성을 내는 제니에게 청년 포레스트는 처음으로 고백한다. 사랑한다고... 제니는 다리 위에서 어디론가 떠나려다 말고 잠시 다시 돌아와서 월남전에 참전하러 떠난다는 포레스트에게 말한다.
"위험한 일을 당했을 때 영웅심을 내세우지 말고 조심한다고 약속해 줘."
매일같이 편지한다고 약속한 포레스트는 고향의 호숫가에서 어머니께 작별인사를 하고 전장으로 떠난다.

갑자기 터지는 포탄. 머리 위에 기관총이 불을 뿜는다. 후퇴명령이 떨어졌다. 너무 빨리 뛰어 후퇴하는 바람에 혼자가 된 포레스트는 뒤늦게서야 옆에 버바가 없음을 깨닫는다. 물론 그는 지체없이 불바다 속으로 되돌아간다. 우선 바닥에 쓰러진 다른 부상병을 보자 닥치는 대로 들쳐업고 바닷가로 데려온다. 또 다른 친구 또 다른 병사를 들쳐업어다 놓는다. 소대를 버릴 수 없으니 버려두고 가라는 중위까지도 억지로 들쳐업어다 놓는다. 맹목의 행진이다. 마침내 불바다를 배경으로 사경을 헤매며 쓰러져 있는 버바를 들쳐업고 왔으나 그것이 그와의 마지막 작별이 되고 만다.

벤치의 옆자리에는 어느새 얼굴이 동그란 중년사내가 넥타이를 매고 앉아 있다. 후송병원에서 포레스트는 엎드려서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엉덩이를 다쳐서 똑바로 누울수가 없기 때문이다. 옆에 누운 중위에게 아이스크림을 주자 그는 변기통에 아이스크림을 버린다. 중위는 오금장이께부터 두 다리가 잘려나간 불구자가 되었다. 전장에서 매일같이 제니에게 써보낸 편지들은 뒤늦게 꾸러미째 모두 반송되어 돌아왔다. 그의 고지식한 사랑이 다시 백지로 변한 것이다.

포레스트는 병원에서 처음으로 탁구를 배운다. 혼자서도 연습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선택한 종목이다. 탁구공을 변기에 쳐서 넣는 연습에 너무나 골몰한 나머지 자면서도 탁구시합하는 꿈을 꾼다. 천재는 집중이라고 했다. 외곬으로 집중하는 것이 바보의 미덕이다.

한편 테일러 중위는 폭발한다.
"사람에게는 운명이라는게 있다. 나는 다리 없는 괴물이 되었다. 내 운명은 그러므로 어서 죽는 거야. 장렬하게. 그런데 네가 그 기회를 뺏아가버렸어. 내겐 예정된 운명이 있었어. 난 덴 테일러 중위였었어."
자신의 비참한 운명을 견디지 못한 그가 어느날 병원에서 사라져버렸다.

검프 상등병은 존슨 대통령에게 명예훈장을 수여받는다. 검프는 그 자리에서 대통령에게 부상한 엉덩이를 까고 보여준다. 웃어젖히는 존슨 대통령. 워싱턴에 온 기회에 동상과 기념물들을 구경하며 사진찍는 데 여념이 없는 휴가 중의 검프 상등병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반전평화운동 집회에 끌려가게 된다. 앞사람만 보고 따라가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검프 상등병은 성조기로 옷을 해입은 청년에 이끌려 군복 정장 차림으로 반전집회의 연단에 올라가게 된다. 영문을 알 수가 없다. 바람에 날리는 새의 깃털처럼.. 직사각형의 연못을 중심으로 운집한 엄청난 수의 군중. "빌어먹을 베트남 전쟁!" 하고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 마침내 마이크에 대고 그는 즉흥 연설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글쎄요, 전쟁에 대해서 할말은 오직 하나뿐인데..."
이때 누군가가 마이크의 코드들을 빼버린다. 소리가 죽는다. 그는 무언가 말을 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마이크가 작동되었을 때 비로소 포레스트의 맺는 말소리가 들린다.
"제가 할 말은 이게 다예요."
언제나처럼 포레스트의 이 멍청한 행동을 바라보는 관객은 웃음을 터뜨리는 동시에 5퍼센트 자신의 마음은 백지와 같다. 바람부는 대로... 날리는 가벼운 백지. 이때 운집한 군중 속에서 포레스트를 부르면서 한가운데의 연못 물 속으로 걸어나오는 여자가 있다. 꿈에도 그리던 제니다. 포레스트도 물 속으로 달려간다. 연못 한가운데서 두 사람의 포옹이 이어진다. 군중이 박수를 친다.
"일생에서 제일 가는 순간이었죠. 우리는 다시 콩과 콩깍지 같은 사이가 되었어요."
그러나 제니의 곁에는 붉은 완장을 찬 안경 쓴 버클리 대학 민주학생단 단장이 있다. 블랙팬터즈이다. 학생단장이 제니를 때리는 것을 보자 달려들어 그를 마구 친다. 이리하여 반체제학생 그룹에서 쫓겨나는 포레스트와 제니. 제니가 그의 군복을 쓰다듬으면서 "근사해 보여." 두 사람은 밤새도록 이야기하며 걷는다. 그리고 제니는 학생단장과 버스를 타고 떠난다. 버스의 뒷유리창으로 내다보면서 V자를 그려 보이는 제니. 포레스트도 V자를 그려 보이며 답한다.
"제니는 또다시 그렇게 내 인생에서 떠났어요."

그는 베트남으로 돌려보내지는 대신 전국을 돌며 군인들에게 탁구 쇼를 하는 일을 맡았다. 세계평화를 위하여 중국에까지 가서 탁구시합을 했다. 유명인사가 된 그는 텔레비전 프로에 출연하여 존 레논과 대담한다. 물론 동문서답이고 주로 말을 하는 쪽은 존 레논이다. 그후 존 레논은 이유없이 총에 맞아 죽었다. 그러나 저능아 포레스트는 건재하다.

명예훈장을 받은 직후 그는 우연히 덴 테일러 중위를 다시 만난다. 포레스트는 뉴욕의 호텔에 기거한다는 중위와 텔레비전을 보며 함께 지낸다. 탁구팀이 백악관에 초대받아 닉슨 대통령을 만난다. 대통령은 포레스트에게 보다 좋은 호텔로 옮기라고 권한다. 그래서 그는 워터게이트 호텔로 옮긴다. 한밤중에 호텔에서 그는 문득 경비원에게 전화를 건다.
"길 건너 건물의 휴즈박스에서 불이 깜박여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이로 인하여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지고 닉슨 대통령이 사임한다. 간혹 고지식한 바보들은 본의 아니게 똑똑한 사람들을 곤경에 빠뜨린다.

검프 중사는 탁구 연습 중에 명령서를 받고 군복무가 끝났음을 알게 된다. 뛰어서 문을 열고 고향집으로 돌아간다. 집 안에는 그 저명인사를 만나려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었다. 그러나 그는 죽은 버바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그의 집을 찾아가 가족을 만난다. 이것이 순진한 사람의 충실성이겠지만 버바의 가족들은 어이없어할 뿐이다. 이발하고 양복 사입고 엄마에게 멋진 저녁식사를 사드린 다음 포레스트는 결국 연료와 밧줄을 사서 배에 싣고 새우잡이를 떠난다. 물을 가르면서 개선장군처럼 떠나는 새우잡이배가 보인다. 그러나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것은 고철과 깡통, 그리고 겨우 두마리의 새우뿐이다. 오랫동안 소식 모르는 제니의 이름을 배이름으로 정하고, 그녀를 그리며 행복을 빌지만 그녀는 마약중독자가 되어 있다. 절망에 빠진 그녀는 마침내 굽 높은 구두를 신고 고층 건물의 베란다 난간에 올라서서 자동차들이 불을 켜고 씽씽 달리는 저 아래 아스팔트 위로 투신하려고 한 발을 허공에 내민다. 그러나 결국 용기를 잃고 다시 내려와 의자에 주저앉아 시커먼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채 머리 위에 높이 떠 있는 차가운 달을 바라본다. 같은 달을 바라보며 갑판에 누운 포레스트는 언제나 잊을 수 없는 제니 생각뿐. 문득 바닷가 승선대 위에 혼자 앉아 있는 덴 중위가 보인다. 포레스트는 돌연 바닷물 속에 뛰어들고 그에게로 정신없이 헤엄쳐 달려간다. 중위는 약속했던 대로 일등항해사로서 동업자가 된다. 그러나 여전히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것은 빈 깡통과 쓰레기뿐이다. 포레스트는 흑인교회에서 매주 기도를 올린다. 그래도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것은 철모와 구두짝 뿐이다. 폭풍으로 인하여 모든 새우잡이배가 다 파괴되고 오직 그들의 배 한척만이 남았다. 이리하여 그들은 새우를 쏟아지게 잡아들인다. 덕분에 12척의 배를 사고 버바 검프 회사의 사장이 된다.
"우리가 백만장자 옆에 앉아 있었군!"
하고 말하며 벤치에서 일어서는 얼굴 동그란 중년의 사내. 그 옆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말한다.
"매우 아름다운 이야기로군요."
포레스트는 할머니에게 '포춘(Fortune)'지의 표지에 실린 자신과 중위의 사진을 보여준다.

어느 날 중위는 뱃전에서 몸을 던져 바닷물 속에 뛰어들어 편안하게 수영을 한다. 하나님과 화해를 한 모양이다. 그 무렵 몸져누운 어머니께 허둥지둥 달려간 포레스트는 언제나처럼 푸른색 체크무늬 셔츠 차림으로 병석의 어머니에게 묻는다.
"왜 죽어요, 어머니?"
"때가 된 것뿐이다. 죽음은 인생의 일부란다. 난 최선을 다했다. 신이 주신 능력으로 최선을 다해야 해.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것이야. 무엇이 걸릴지 우리는 모른단다."
벤치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눈물짓는다. 어머니를 잃자 포레스트는 일생 처음으로 고독과 대면한다. 그러나 그는 고독이 무엇인지를 모른다. 그는 어머니가 여전히 어딘가에 있다고 믿는다.
"그후 시에서 제게 가장 좋은 일자리를 주셨죠. 잔디 깎는 일이었어요."
새우잡이로 벌어들인 거액의 재산을 일부는 교회에 바치고 또 일부는 검프 의료센터에 투자한 억만장자가 지금은 잔디를 깍으며 산다. 저 푸른 풀밭에 흰옷을 입고 걸어오다가 그만 푸른 잔디 속으로 녹아서 지워지는 제니의 영상이 떠오른다. 포레스트는 진종일 잔디를 깎는다. 바이얼린 음악이 가슴 저리게 울린다. 그런데 진짜 제니가 찾아온다. 흰옷 입고 옆에 노끈으로 짠 가방 하나 메고 가볍게 다가선다. 기쁨에 넘친 포레스트는 그녀를 향해 달려가다가 우뚝 선다. 해맑은 얼굴의 제니. 달려들어 껴안는다. 그 후 제니는 포레스트의 집에서 함께 살면서 밀린 잠만 며칠동안 줄기차게 잔다. 긴 세월의 피로로부터의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그들은 산보를 하다가 퇴락한 모습으로 서 있는 제니의 옛집을 마주한다. 앞으로는 페인트가 벗어진 흰 판자벽, 옆에는 현관, 텅 빈 폐가다. 제니는 아픈 기억 뿐인 그 집을 향하여 돌을 던지다 쓰러져 울음을 터뜨린다. 집 앞으로 나가 푸른 등을 보이는 포레스트가 보인다. 그 쓸쓸한 뒷모습에 저녁 그늘이 떨어진다. 잠옷 바람으로 침상으로 다가오는 제니가 "사랑해, 포레스트."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 최초의 정사 장면은 연소자 관람 가능할 정도로 순정하다.

그러나 이틑날 이른 아침, 올 때 그대로의 복장에 조끼 하나만 더 걸쳐입고 택시를 불러 타고 소리없이 제니는 떠난다. 포레스트는 세상 모르고 잠만 자고 있다. 그녀가 남겨두고 간 탁구채와 훈장에 고요한 아침빛이 내려앉는다. 뒤늦게 깨어나 잠옷 바람으로 우유컵을 든 채 망연히 서 있는 포레스트와 텅빈 제니의 침대가 남아 있을 뿐이다. 그 길로 포레스트는 제니가 사주었던 농구화를 신고 붉은 챙이 달린 모자를 쓰고 집 앞의 풀밭 사이 곧은 길을 달려나가 다시 그린 보우까지 갔다가 알라바마 주를 건너질러 질주횡단한 다음 까닭 모르게 또 내처 달린다. 바다를 만나면 돌아서서 계속 뛰어 반대편 바다까지 가고, 또 다시 돌아서서 뛰고 또 뛰었다. 때는 카터 대통령 시절이다. 검프가 달릴 때 그 배경이 되는 광대한 미국 풍경은 미국영화사의 모든 배경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눈 덮인 산, 전원, 가을의 단풍든 숲이 달리는 포레스트의 등 뒤로 무심하고 아름다운 역사가 지나간다. 황무지를 지나고 해 저물고 달 뜨는 대지를 지나 이렇게 3년 2개월을 달렸다. 그리고 그는 문득 멈추어 섰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구도의 길이 끝난 것이다. 수염이 길게 자란 성자 아닌 성자 포레스트가 서있다.

레이건 대통령이 총격을 받는 뉴스가 텔레비전에 전해질 때 제니가 보낸 편지가 도착한다. 포레스트는 아이와 함께 나란히 앉는다. 약간 모자라는 아빠와 똑똑하다는 아들이 나란히 말이다. 순진함과 순진함의 만남은 정답고 아름답다. 제니는 불치의 병에 걸려 있다. 그래서 그녀는 혼자 떠났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두 사람은 결혼하기로 한다. 포레스트가 제니에게 앨라배마의 집으로 돌아가자고 권한다. 마침내 고향집에서의 결혼식. 화관을 쓴 흰옷의 신부. 알루미늄 다리를 달고 지팡이 짚고 걸어서 찾아온 덴 중위와 뚱뚱하고 순진해 보이는 그의 약혼녀. 집 앞의 풀밭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늘어앉은 하객들. 행복한 순간이다. 어느덧 낙엽이 바람에 쓸리며 날리는 계절이다. 세 식구가 집 앞길을 걷는다. 아침상을 차려가지고 창가에 놓인 제니의 침대 옆으로 오는 포레스트. 마음속에 떠오르는 반생의 풍경들이 스쳐간다.
"너랑 같이 있었으면 좋았었을 것을.."
"같이 있었어. 사랑해."
그리고 제니는 갔다. 포레스트는 집 앞의 넓은 풀밭 큰 나무 밑에 하얀 무덤을 만들고, 제니의 헌집은 무너뜨리고, 꼬마 포레스트는 학교에 가고, 아빠는 꼬마와 호수가에 나란히 앉아서 낚시질을 하고, 포레스트는 언제나 한결같은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눈물을 흘리고, 수레국화 꽃다발과 편지 한장을 무덤에 바친다. 집 앞 정거장에 노란 스쿨버스가 멈추면 붉은 색 모자와 푸른 반바지를 입은 꼬마 포레스트가 처음으로 스쿨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떠나고 포레스트는 다시 자리에 앉는다. 그의 발 밑에 내려앉았던 하얀 깃털 하나가 바람에 가볍게 날아오른다. 날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가벼움이다라고 대답하는 듯한 하얀 깃털.... 바람에 날아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어두운 방안에서 내다본 밝은 세상> 김화영 저서에서 발췌



1995년에 아카데미 최우수 남우주연상, 감독상, 편집상, 각본상, 작품상, 시각효과상을 수상했다. 또한 브리티시 아카데미 최우수 특수효과상과 골든 글로브 최우수 감독상, 작품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스쿨버스에 타고있던 학생들 중 저메스키 감독의 아들과 톰 행크스의 딸이 출연했다고 한다.
옥의 티. 포레스트 검프의 대사 중에 애인 제니가 토요일 아침에 떠났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그가 찾은 제니의 묘비에는 사망일이 1982년 3월 22일이라고 씌어있는데, 이날은 월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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