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내가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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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보>
제   목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저   자 : 김영갑 저
출판사 : 휴먼앤북스(Human&Books)
출판일 : 2004년 01월
구매처 : 오디오북
구매일 :
일   독 : 2005/1/11
재   독 :
정   리 :


<정호의 생각>




처음에 별 기대없이 봤다... 그냥 사진작가가 섬에 푹 빠져서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살다가 나중에는 루게릭병에 걸려서 그렇게 좋아하던 사진도 못찍고, 그나마 사진을 전시하기 위해서 어렵게 전시장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처음에는 무슨 이런 사이코가 있나 할 정도로.. 혼자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좀 보다가 보니까.. 내가 살아가는 모습과 거의 다를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나 그속에서 삶에 고뇌하고, 반성하고, 어떻게든 혼자서 살아가려는 저자의 모습에 감동, 감동을 받았다...

나나 저자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라고 생각했던 처음의 생각은 저자가 루게릭병에 걸리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난 지금 어떠한가.. 몸도 정신도 가족도 모두 그대로 이지만... 나 자신을 학대하면서 살고 있는것 같다...
뭐때문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고.. 찾아가고는 있지만 막연하다...
하지만 서서히 그 답이 보이는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암튼 이 책을 읽고 많이 심란해지고.. 많이 고민하게 되고... 많이 생각하게 되고..
나도 저자처럼 또 심한 잠수를 탈것같다...
그리고 다시 태어나리라...
저자가 본인이 책임이나 남들을 위해 아무것도 못했다고 자책하듯이, 나도 하고 있지만...
조만간 인간구실을 하며, 현재 내 자신의 위치에서 내 자리값을 톡톡히하는 그날까지...



<미디어 리뷰>
이 책은 작가 김영갑이 섬에서 울고 웃으며 온몸으로 헤쳐 온 지난 20여 년간의 이야기를 한데 묶은 것이다. 1부에서는 카메라 하나 달랑 메고 무엇에 홀린 듯 섬에 스며들어 뿌리내리기까지의 과정과 그의 온 생애를 지배하는 사진, 그리고 그를 사로잡아버린 섬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 있다. 10여 년 전 그가 틈틈이 써둔 글을 모아 정리한 것이다. 제주가 아니면 어디에서도 들어보기 힘든 제주 방언이 생생하게 살아 있어 글맛을 더한다. 2부에서는 예고 없이 찾아온 병마와 힘겹게 싸우며 절망의 끝에서 내면의 평화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사진가가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된 절망적인 상황을 넘어 사진 갤러리를 구상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준다. 삶의 진정성이 배어 있는 글이 읽는 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또 눈물겹게 적시며 마음을 사로잡는다.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이래 20여 년 동안 고향땅을 밟지 못했다. 서울에 주소지를 두고 1982년부터 제주도를 오르내리며 사진 작업을 하던 중 그곳에 매혹되어, 1985년 아예 섬에 정착했다. 바닷가와 중산간, 한라산과 마라도 등 섬 곳곳 그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또 노인과 해녀, 오름과 바다, 들판과 구름, 억새 등 그가 사진으로 찍지 않은 것은 제주도에 없는 것이다. 밥 먹을 돈을 아껴 필름을 사고, 배가 고프면 들판의 당근이나 고구마로 허기를 달랬다. 섬의 ‘외로움과 평화’를 찍는 사진 작업은 수행이라 할 만큼 영혼과 열정을 모두 바친 것이었다.

어느 날부턴가 사진을 찍을 때면 셔터를 눌러야 할 손이 떨리기 시작하고 이유 없이 허리에 통증이 왔다. 나중에는 카메라를 들지도, 제대로 걷지도 먹지도 못할 지경이 되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루게릭 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선 3년을 넘기기 힘들 거라고 했다. 일주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누웠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창고에 쌓여 곰팡이 꽃을 피우는 사진들을 위해, 또 점점 퇴화하는 근육을 놀리지 않으려고 손수 몸을 움직여 사진 갤러리를 만들었다.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해 만든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은 2002년 여름에 문을 열었고, 관광지 제주가 아닌 섬의 속살을 보고자 하는 이들의 발길이 매일 끊이지 않는다.

투병 생활을 한 지 5년여, 작년부터는 모든 치료를 거부한 채 생명의 자연 치유력에 의지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평화를 즐기며 갤러리를 지키고 있다.



‘이어도를 훔쳐본’ 사진가 김영갑

여기 한 남자가 있습니다. 나이 47세. 이름 김영갑. 충남 부여가 고향. 지금 제주도 남제주군 성산읍 삼달리에 살고 있습니다. 보통 그 나이의 대한민국 남자라면, 아이들 교육 문제로 골머리를 앓거나 직장에서의 명예퇴직을 걱정하고 있을 것입니다만, 이 남자는 전혀 그런 걱정이 없습니다. 부양해야 할 가족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보다 지금은 이 남자를 부양할 가족이 없다는 것이 더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 남자는 제주도를 오가는 바람을 만지며, 떠오르는 해와 지새는 달을 보며, 억새처럼 휘청거리며 그저 세상을 살아갑니다.

이 남자는 사진작가입니다. 아니 이제 사진 작가였다는 표현이 맞겠습니다. 이제 더 이상 카메라 셔터를 누를 힘이 남아 있지 않아 사진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남자는 20여 년 전에 카메라 하나를 달랑 메고 제주도에 왔습니다. 그리고는 제주도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제주도의 사람과 자연을 찍고 또 찍었습니다. 달도 찍고 별도 찍고 바다도 찍고 산도 찍었습니다. 그가 찍지 않은 것은 제주도에 없는 것입니다.

필름이 떨어지면 막노동을 해서 필름을 샀습니다. 배고픔은 참을 수 있어도 필름이 떨어지면 참을 수 없었습니다. 해안 마을에서도 중산간 마을에서도 마라도에서도 몇 년간 살았습니다. 어느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제주도의 빛과 바람을 그는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훌쩍 흘렀습니다. 이 남자는 이제 밥도 먹지 못합니다. 죽과 같은 유동식으로 천천히 식사를 해야만 합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합니다. 말도 힘들여서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이라고도 하는 루게릭 병 때문입니다. 이 병은 정확한 발병 원인도 치료법도 모르는 불치의 병입니다. 확증이 되면 대개 5년을 넘기기 힘들다지요. 한때 75kg이던 그의 건장한 육체는 이제 43kg으로 볼품없이 줄어들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그에게는 이제 그의 사진을 아끼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마련한 사진 갤러리가 있고, 그가 몸으로 마음으로 찍은 20여만 장의 필름이 있습니다. 그에게 남은 것은 그뿐입니다. 그의 사진 갤러리는 폐교된 삼달초등학교를 5년간 임대하여 그가 구상해서 꾸민 공간으로, 2002년 7월 1일에 문을 열었습니다. 한라산의 옛 이름에서 따와 ‘두모악’이라 하지요. 최근에는 관광객이나 입소문으로 전해들은 사진 마니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제주도의 명물이 되었습니다. 몸은 병들었지만 이 남자는 오히려 평화를 찾았습니다. 미친 듯한 열정으로 찍어대던 사진도 더 이상 찍지 못하고, 중산간을 오르내리던 튼튼한 다리도 말을 듣지 않지만, 그래서 돌볼 말 한 마리 없는 제주도의 마지막 테우리(목동) 같은 신세가 되었지만, 이 남자의 가슴에는 회한과 미련보다는, 슬픔과 애착보다는, 마음속의 화해와 고즈넉한 일몰의 평화가 있습니다. 그는 생명이 역동하는 대자연 속에서 20여 년에 이르는 사진 작업을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했습니다. 사람들이 시기하고 다툴 뿐이지, 세상은 정말로 아름다운 곳이라고 그는 우리의 바쁜 걸음을 멈춰 세웁니다.




<정호의 정리>
몸은 점점 굳어가도 해야 할 무엇인가가 있는 하루는 절망적이지 않다. 설레는 가슴으로 내일을 기다리면 하루가 편안하게 흘러간다. 출처 : --- p.240

나에게 허락된 하루를 절망 속에서 허무하게 떠나보낼 수는 없다.
쓰러지는 그날까지 하루를 희망으로 채워가자.
내일이 불안하다고 오늘마저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긴장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하루하루를 희망과 설렘으로 살아가자.
또다시 오늘이 시작되면 새로운 하루에 몰입하는 것이다.

나에게 내일이란 기약할 수 없는 시간이다.
허락된 것은 오늘 하루, 그 하루를 평화롭게 보낼 수 있으면 된다.
그러다 보면 아픔도 잊혀진다.
하나에 몰입해 있는 동안은 통증을 의식하지 못한다.
통증을 잊으려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또 다른 하루가 허락되면 또 다른 일을 찾는다.
몰입할 수 있는 일은 끝이 없어서 찾으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하나에 몰입해 있는 동안은 오늘도 어제처럼 편안하다.
하루가 편안하도록 오늘도 하나에 몰입한다.
정망의 끝에 한 발로 서 있는 나를 유혹하는 것은 오직 마음의 평화이다.
평화만이 나를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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