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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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었다. 다만 결론이 좀 허무하게 끝나버린 것이 좀 그랬다. 차라리 사람들에게 잡혀먹히기 전에 단두대에서 미친놈에게 죽어가면서 독백으로 끝을 맺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쉽게 말해 미친놈의 이야기이다. 괴물처럼 태어나서 괴물처럼 살지만.. 냄새에 대한 절대후감을 가지고 있으며, 이 능력을 발휘해서 재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 향기에 대한 욕심에 무려 1명+25명을 죽이고, 나중에는 사람들을 향수로 현혹시켜서 풀려나지만.. 사람들에게 잡혀먹히고 끝나게 된다.
하지만 그가 삶에 대해서 고민하는 모습.. 한번도 사랑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모습...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중후반쯤에는 이 향기를 다루는 천재적인 능력을 보면서 향기를 명예, 성공, 재물등으로 대처하고, 주인공 그루누이를 나 자신으로 바꾼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나는 천재적인 능력을 가졌고, 그 능력으로 명예, 성공, 재물을 가졌다. 그것으로 모든사람들에게 칭송을 받고,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존경받은 그것이... 딱 한사람.. 자기 자신에게만은 전혀 위안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절망한다.. 그리고 자신을 찾기위해 아무도 없는곳에 가서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기도 한다. 간혹은 그런 삶속에서 자기 자신을 찾기도 하고.. 행복을 찾기도 하지만... 그 향기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서 자기자신을 잊고 내려온다...
몇일전에 읽은 인생수업에서도 그랬지만..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는것이 가장 중요한 일일텐데.. 사람들은 자기자신을 찾는 행복보다는 남들이 자기를 바라봐주는 시선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그리고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과연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된다...


<도서 정보>제   목 :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저   자 : 파트리크 쥐스킨트
출판사 : 열린책들
출판일 : 2000년 8월
책정보 : ISBN : 8932903182 | 페이지 : 385 | 572g
구매처 : 오디오북
구매일 :
일   독 : 2006/7/3
재   독 :
정   리 :

<이것만은 꼭>



<미디어 리뷰>
저 : 파트리크 쥐스킨트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여린 얼굴. 가느다란 금발에다 유행에 한참이나 뒤떨어진 낡은 스웨터 차림의 남자. 사람 만나기를 싫어해 상 받는 것도 마다하고, 인터뷰도 거절해 버리는 기이한 은둔자.
이 사람이 바로 전세계 매스컴의 추적을 받으면서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이다.

젊은 시절부터 여러 편의 단편을 썼으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한 예술가의 고뇌를 그린 남성 모노드라마 『콘트라베이스』가 〈희곡이자 문학 작품으로서 우리 시대 최고의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으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냄새에 관한 천재적인 능력을 타고난 주인공 그르누이가 향기로 세상을 지배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향수』, 조나단 노엘이라는 한 경비원의 내면 세계를 심도 있게 묘사한 『비둘기』, 평생을 죽음 앞에서 도망치는 별난 인물을 그린 『좀머 씨 이야기』 등의 중·장편 소설과, 단편집 『깊이에의 강요』 등을 발표하면서 전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대대적인 성공에도 아랑곳없이 쥐스킨트는 모든 문학상 수상도 거부하고 사진 찍히는 일조차 피하고 있다.

그러나 천성적으로 우울하고 소심한 이 언어의 연금술사도 친구들 사이에 있을 때는 아이러니컬한 유머도 구사하고 적절하게 요점을 지적하는 실력을 발휘하기도 하며, 포도주를 몇 잔 마시거나 하면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한다.

그의 근작인 『로시니 혹은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잔인한 문제』는 레스토랑 〈로시니〉에서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해프닝을 비극적이고도 코믹하게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독일의 영화 감독 헬무트 디틀과 함께 작업한 시나리오로, 영화화되어 1996년 독일 시나리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냄새에 대한 천재적인 감각을 가졌으나 정작 자신은 아무런 체취도 없는 한 사내와 시체로 발견된 스물다섯 명의 소녀들. 지상 최고의 향수를 위해서는 스물다섯 차례의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주인공 그르누이의 악마적인, 한편으로는 천진스럽기까지 한 일대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누구보다 자의식이 강하지만 좀처럼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사람, 『좀머씨 이야기』의 괴짜 은둔자에서부터 『향수』의 고독한 천재를 통해 보이는 쓸쓸함은 파트리크 쥐스킨트라는 독특한 인물의 외로운 자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에게는 세상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은 문제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참아내기 힘든 고역 같은 것, 파트리크 쥐스킨트를 보면 세상과 쉽게 섞이지 못하는 그 자신의 자폐적 기질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문학적 재능으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는 것 같다. 마치 냄새가 없는 불완전한 존재가 매혹적인 향수로써 세상을 자신의 발 아래 굴복시키는, 소설 속의 주인공 그르누이처럼 말이다.

『향수』는 파트리크 쥐스킨트 특유의 섬세한 묘사, 냄새라는 독특한 소재, 가슴을 졸이는 긴장과 서스펜스가 절묘하게 결합된, 독특한 매력을 지닌 소설이다. 『향수』를 읽는 동안엔 누군가를 향한 무의식적인 끌림이 사실은 냄새라는 은밀한 유혹에서 연유한다는 가설을 완전히 믿어 버리고, 인간의 오감 중 가장 홀대 받아 왔던 후각의 놀라운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예민한 후각을 지닌 그르누이의 삶을 전지적 작가의 시점으로 따라 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 세상은 갖가지 냄새로 뒤섞여 후각의 무의식적인 지배를 받고 있는 사회라는 걸 깨닫게 된다.

악취가 지독한 파리 시내의 한 생선 가게에서 주변에 널려 있는 생선 내장과 별반 다를 바 없이 태어난 그르누이는 어머니의 생명을 담보로 하여 살아 남는다. 태어날 때부터 왕성한 생명력을 지닌 그르누이는 보통 아이들보다 두 배가 넘게 잘 먹었고, 주위의 위협에서 자신을 지키려고 진드기처럼 자기 자신 속에 틀어박힌 채 때가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냄새로써 타인의 존재를 알아챌 수 있는 뛰어난 후각을 지니고 있었고, 향기의 탑노트, 미들노트, 라스팅 노트까지 완벽하게 감지할 수 있었지만 정작 그 자신에게선 아무런 냄새도 풍기지 않았다.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존재인 그는 세상 사람들을 매혹할 가장 뛰어난 향수를 만들려고 스물 다섯 명의 여자를 차례로 살해한다.

『향수』는 냄새가 없는 사람, 향수를 얻으려고 벌이는 살인 행각 등 초현실적이며 신비로운 소재가 먼저 관심을 끌어 공상, 괴기 소설처럼 보이지만 아름다운 향기가 가득 배어나는 감각적 소설인 동시에 18세기 프랑스의 진풍경을 생생히 보여 주는 역사 소설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향을 지닌 로르를 노리는 그르누이와 딸을 지키려는 리쉬 남작의 심리 대결에선 스릴러물에서 맛볼 수 있는 팽팽한 긴장감도 고조된다.

이같이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독특한 재미를 주는 소설 『향수』를 돋보이게 하는 힘은 풍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한 작가의 뛰어난 묘사력에서 나온다. 『향수』는 전체적으로 `묘사'가 주를 이루는 소설인데, 인물이 등장할 때는 인물의 특성과 성격, 심리 상태가 그 인물을 완벽히 파악할 수 있게 정확하게 설명되며 전지적 시점에서 상황 판단까지 빠르게 알려 준다. 다양한 향수 종류에서 각각의 제조 방법 과, 향수의 용도와 쓰임새까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한 부분에서는 작가의 방대한 지식과 치밀한 표현력에 푹 빠지며, 등장 인물들을 통해 드러나는 18세기 프랑스 시대 다양한 계층의 삶에서는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이 두드러진다. 대화체보다 다소 소화하기 부담스러운 `묘사'로, 때로 지루함마저 주기 쉬운 서술 방식으로 강한 흡인력을 이끌어 내는 힘은 뛰어난 이야기꾼으로 불리는 쥐스킨트 문장의 특징이다.

결국 그르누이는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향수를 만들어 사람들의 사랑을 이끌어 낼 수 있었지만 정작 그 자신은 향기에서 행복을 얻을 수 없었다. 그는 그 향수가 얼마나 `잘 만들어진' 향수인지 세상에 알리고 싶었지만 사람들은 그저 향수의 `효과'에 굴복할 뿐이었다. 세상의 모든 냄새를 소유하고 지배하려는 그르누이의 욕망과 광기가 잔인하다기보다는 오히려 가련하게 느껴지는 건 `천재적인 후각을 지닌' 자신의 존재를 결코 세상에 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 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평범한 후각을 지닌, 그르누이가 보기엔 더없이 무딘 후각을 지닌 사람들은 영원히 진실을 알아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르루이는 인생에서 “단 한 번만이라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고 싶었지만” 작가를 닮은 주인공이 세상과 소통하기란 쉽지 않다. 작가의 천성적 우울함을 보여 주는 듯, 독특한 결말은 향수의 세계만큼 산뜻하진 않지만 끊임없이 사람들을 잡아 끌 만큼 매혹적이다.


<줄거리>



<책속으로>
향수병을 잡고 있는 손에서 아주 부드러운 향내가 퍼졌다. ... 이 향수가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하는 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향수가 얼마나 잘 <만들어진> 것인지 아는 사람도 없다. 사람들은 단지 그 효과에 굴복할 뿐이니까.. 그렇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자신들을 매혹시키는 것이 향수라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다. ...--- p.375
정오가 되자 그는 다시 냉정함을 되찾았다. 왼손의 둘째, 셋째 손가락을 코밑에 갖다 댄 후 손가락 사이로 공기를 들이마셔 보았다. 아네모네 꽃 향기가 섞인 촉촉한 봄바람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자신의 손가락에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손을 뒤집어 손바닥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 보았다. 손의 체온은 느낄 수 있었지만 냄새라곤 도통 없었다. 그러자 그는 너덜너덜 다 떨어진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고 팔꿈치 안쪽에 코를 파묻었다. 그곳이야말로 사람들이 자신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장소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겨드랑이와 발, 심지어 성기에까지 몸을 숙여가며 냄새를 맡아 보았지만 아무런 냄새도 없었다. 기이한 일이었다. 수마일씩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 냄새도 맡을 수 있는 그르누이가 한 뼘도 채 안되는 거리에 있는 자신의 성기의 냄새를 맡을 수가 없다니!--- p.207
사람들이란 멍청하기 이를 데 없어서 코는 숨쉬는 데에만 이용할 뿐 모든 것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믿고 있으니 말이다. 자신들이 그녀에게 굴복하는 것은 단지 그녀의 아름다움과 우아함, 그리고 품위 때문이라고 말하겠지. 그리곤 자신들의 한계 속에서 그녀의 균형잡힌 아름다움을 칭찬하겠지. 그러면서도 그녀에게 반한 진짜 이유는 바로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놀라운 향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무도 깨닫지 못하겠지!--- p.226
물론 그 대상은 사람, 즉 성벽뒤편의 집에 살고 있는 그 소녀가 아니었다 . 그가 사랑하는 것은 오직 그녀의 향기 뿐이었다. 다른 어느 것도 아닌 그 향기, 미래의 자신의 냄새로서의 그 향기를 사랑 할뿐이었다. 그는 일년후 반드시 그 향기를 가지러 오겠다고 목숨을 걸고 맹세 했다. 자기 자신과 미래의 자신의 향기에 헌신하겠다는 이런 이상한 맹세를 한 후에 그는 기쁜 마음으로 그 곳을 떠났다. 그는 쿠르 성문을 지나 시내로 다시 돌아왔다.--- p.250
몽둥이로 내리치는 소리는 둔탁하고 귀에 거슬렸다. 그르누이는 그 소리가 싫었다. 언제나 조용하게 이루어지는 그의 작업에서 유일하게 일어나는 소음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구역질나는 이 소음을 이를 악물고 참아 냈다.

그르누이는 몽둥이를 치워 놓고 아주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는 향기를 뽑아 낼 접혀진 린넨 수건을 다시 책상과 의자들 뒤로 펼쳐놓고 포마드 기름의 윤관이 흐트러지지않았는지 살펴보았다. 그러고는 침대보를 젖혔다. 그녀의 매혹적인 향기가 갑자기 따뜻하고 강렬하게 피어 올랐지만 그르누이는 흥분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는 향기였다.--- p.280
마음만 먹으면 못 할 일이 없다. 그는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의 손에 그 힘이 들어 있다. 이것은 돈이나 테러, 혹은 죽음보다 더 큰 힘을 갖고 있다. 이것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이끌어 내는 힘 있다. 아무도 그걸 거역할 수는 없다. 그런데 그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꼭 한 군데 있으니, 그곳이 바로 그루누이 자신이다. 그는 이 사랑의 향기를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그는 이 향수를 통해 세상에 신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p. 324
그를 가장 자유롭게 만든 것은 사람들로부터 멀어졌다는 사실이었다. 파리는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60만 내지 70만명 정도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거리에도 시장에도 사람들이 우글거렸고. 지하실에서 지붕 꼭대기까지 건물마다 사람들로 차지 않은 곳이 없었다. 파리에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을 수 있는 장소가 단 한곳도 없었으며, 인간의 냄새가 배어 있지 않은 돌멩이 한 개, 흙 한줌 찾을 길이 없었다.--- p.156
그르누이의 어머니는 한시바삐 모든 일이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마지막 진통이 찾아오자 커다란 도마 밑에 웅크리고 앉아서 그 자리에서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는 앞서 네 번의 경우처럼 생선칼로 핏덩이의 탯줄을 잘랐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백합꽃이 만발한 들판이나 수선화가 갇그한 좁은 방에 있을 때처럼--알 수 없는 무언가가 참을 수 없이 자신을 마비시킨다고 생각하며 정신을 잃었다. 그녀는 옆으로 쓰러지더니 길 한가운데 쌓여 있는 생선 더미 위에 드러누워 버렸다. 누워 있는 그녀의 손에 여전히 칼이 들려 있었다.--- p.12
그러자 순식간에 저지선이 무너지면서 원이 허물어져 버렸다. 천사에게로 몰려간 사람들이 그를 덮쳐 바닥에 쓰러뜨렸다. 다들 그를 만지고 싶어, 그의 일부분이라고 갖고 싶어 안달이엇다. 작은 깃털 하나, 날개 한 조각, 그 놀라운 불꽃을 두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졌다. 옷이 찢어졌고 머리카락과 피부가 떨어져 나갔으며 몸뚱어리가 물어 뜯겼다. 사람들은 손톱과 발톱을 세우고 그의 육체에 달려들었다. 마치 하이에나들 같았다.

그러나 인간의 육체는 아주 질겨서 쉽게 뜯어지지가 않았다. 아마 말이었다고 해도 힘이 들었을 것이다. 곧 여기저기서 단검이 번쩍이더니 그의 몸을 찔러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도끼와 칼을 이용해 둔탁한 소리를 내며 관절과 뼈를 토막내 버렸다. 천사의 몸뚱이는 삽시간에 서른 조각으로 잘렸다. 그걸 한 조각씩 움켜 쥔 사람들이 황홀한 쾌감을 느끼며 뒤로 물러나 먹기 시작했다. 반시간쯤 지나가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p.327
그러다가 처음에는 은밀히, 잠시 후에는 공공연하게 다른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상할 정도로 당당한 기분이었다. 그들이 사랑에서 비롯된 행동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p.328
그러나 정작 사람들에 대한 그의 증오는 아무런 반향도 얻지 못했다. 이 순간 그가 사람들을 증오하면 할수록 그들은 더욱더 그를 숭배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그에게서 단지 그가 연출한 분위기만 진실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향기의 가면, 도둑질한 향기에 불과했다. 물론 이 향기는 숭배받아야 마땅할 정도로 훌륭했다.--- p.360
그러나 옷에 그의 냄새는 없었따. 그 위 체취가 옷에 배어 있지 않은 것이 확실했다. 돌, 모래, 이끼, 송진, 까마귀의 피 냄새, 심지어 수년 전 그가 쉴리 근방에서 샀던 소시지 냄새까지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옷은 지난 7,8년간의 모든 냄새가 기록된 일기장 같았다. 그런데 단 한 가지 그 세월 동안 언제나 그걸 걸치고 있던 사람, 그 자신의 냄새만 거기에 없었다.--- p.209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개인적인 분위기, 한사람 한사람을 구분해주는 바꿀 수 없는 암호인 이 체취를 냄새 맡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그런 독특한 냄새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 조차 깨닫지 못하는 것은 물론, 유행하는 인공적인 냄새로 자신만의 고유한 냄새를 감추기에 급급했다.--- p.227
그들의 얼굴에 수줍은 아가씨같은 달콤한 행복의 빛이 떠올랐다. ........ 중량.......그들이 사랑에서 비롯된 행동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p.
그는 자신의 승리가 무서웠다. 왜냐하면 자신은 단 한순간도 그 승리를 즐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평생 소유하기를 갈망해 왔던 향수, 2년에 걸쳐 만들어 낸, 사람들의 사랑을 획득할 수 있는 그 향수를 바르고 마차에서 햇살이 따사로운 광장으로 내겨서던 그 순간..., 그 순간에 벌써 그는 향수가 저항할 수 없는 영향력으로 바람처럼 빠르게 퍼지면서 주변 사람들을 사로잡아 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이 순간에 그의 내면에서 인간에 대한 모든 역겨움이 되살아나 승리를 철저하게 무너뜨려 버렸다. 기쁨은 커녕 최소한의 만족감도 느낄 수가 없었다.--- p.359
그는 날마다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적개심과 반항심을 억누르고 진드기처럼 다가온 추운 겨울을 살아 남기 위해 애썼다.끈질기게 참고 눈에 띄지 않도록 애쓰면서 그는 삶에 대한 희망의 불꽃을-비록 작지만 꺼뜨리지 않고-잘 간직하였다.--- p.47
그 날은 그 해의 가장 무더웠던 날들 중의 하루로서 뜨거운 열기가 납덩이처럼 묘지를 내리누르고 있었고 썩은 참외와 불에 탄 쇠뿔이 섞인 듯한 부패 가스가 근처의 거리를 꽉 채우고 잇었다. 그르누이의 어머니에게 진통이 찾아온 것은 페르 거리의 생선 좌판 뒤에 선채로 좀 전에 꺼낸 대구의 비늘을 손질 할 때였다.

이번이 다섯 번째였다. 그전에도 전부 이곳 생선 좌판 뒤에서 일을 끝냈었다. 아기들은 전부 이미 죽었거나 반쯤 죽은 상태로 태어났다. 태어난 핏덩어리들은 주변에 널려있던 생선 내장과 별로 다를 바가 없었고, 게다가 생명이 그다지 오래 붙어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저녁 무렵엥는 다같이 쓰레받기에 담겨 치워졌다. 그리고는 수레에 실려 묘지나 아래쪽 강가에 버려졌다. 오늘 역시 그렇게 될 것이 뻔했다.--- p.11
거기다가 알코올을 부어 희석시키자 식초 냄새가 약간 나기는 했지만 원재료의 역겨운 냄새는 더 이상 나지 않았다. 악취는 위에 덮인 신선한 성분들로 인해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감추어졌다. 구역질 나던 역겨운 냄새가 꽃 향기에 가려져 향긋하게 변했다. 이상한 것은 썩는 냄새를 전혀 맡을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생명의 향기가 그 향수에서 힘차게 퍼져 나오는 것 같았다.--- p.228-229
18세기 프랑스에 한 남자가 살고 있었다. 이 시대에는 혐오스러운 천재들이 적지 않았는데, 그는 그중에서도 가장 천재적이면서 가장 혐오스러운 인물 가운데 하나였다. 이 책은 바로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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