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동기들이 종로에서 한잔을 한다고 하는데.. 얼굴을 본지도 오래되었고, 딱히 별일도 없어서 찾아간 모임...
뭐 30, 40대의 남성들이 모인 자리에서 뭐 큰 기대를 하고 나간것은 아니지만, 술자리의 주제가 딱히 마음에 안든다.
매번 술만먹으면 놀러가자는 여행 계획 이야기, 집의 마누라와 자식들 이야기와 가장으로써의 피곤함, 직장 상사에 대한 불평 불만, 강남 룸싸롱 1차, 2차를 풀코스로 뛰면 얼마가 나오냐는 이야기 등등...-_-;;
뭐 나라고 전혀 관심이 없는 이야기도 아니고, 나 또한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때우기도 했지만, 참 앉아있기 힘든 술자리였다.
계속 스마트폰만 끄적이며, 술잔이나 기울이다가 헤어져서 집으로 향했다.
뭐 내가 성인군자도 아니고, 너는 뭐 다르냐고 할수도 있지만, 간혹 이런 술자리를 만나면 참 불편하다.
간만에 만나서 무의미한 이야기로 시간을 때우고, 술로 몸을 피곤하게 만든다. 의미있고, 즐거웠던 시간은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면 알게 되면 경향이 많은데, 좋은 만남은 다시 보고 싶은 설레임과 그리움을 느끼지만, 나쁜 만남은 후회와 반성이 주로 남게 되는데, 오늘 아침 일어나보니 역시나 힘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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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는 길 문뜩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 제목이 떠올랐다... 뭐 어찌보면 책 내용이나, 이 술자리나...
뭐 그렇다고 항상 인생을 진지하게 살고, 삶의 무거움을 간직하고 살아야 하는것은 아니지만, 난 존재의 가벼움보다는 무거움의 자리가 좋고 편한듯 하다.
간혹 마음에 맞는 친구들을 만나면 회사와 가족의 안부, 직장생활에의 애환과 새로운 변신과 변화를 위한 희망적인 이야기, 미래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때로는 자신의 힘든 이야기를 하소연도 하고, 때로는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는 그런 시간이 나는 좋다.
뭐 굳이 이런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보다는 하나의 주제로 토론하고, 이야기하며 보내는 시간이 더 좋다.
위 모임후에 얼마후에 다른 친구들과 가진 모임... 이날이라고 주제가 뭐 심각하거나 무슨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한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즐겁고, 의미있던 시간으로 술도 무진장 마셨다.
20년전부터 지금까지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야기를 하면서 보냈는데, 이 모임과 위의 모임의 차이는 뭐였고, 왜 어떤 자리는 짜증나고, 왜 이자리는 의미있었전 자리라고 생각이 들었을까?
짜증이 나는 자리는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라, 보통 타인의 이야기를 하는듯하다, 자리에 없는 사람, 회사 상사, 여자, 연애인, 가십거리, 술집, 자녀, 마누라 바가지... 공감을 할수도 있지만, 대부분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들...
하지만 이 친구들과의 이야기에서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위주로 했다. 서로 잘알고 있고, 서로간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하며, 지난 일에 대해서 반성도 하고, 아쉬움도 표하고... 뭐 별것아닌 차이인듯하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것과 남들의 이야기를 하는 모임의 차이가 꽤 크다는것을 두모임을 참석해보고, 크게 느끼게 되었다.
물론 어느 모임은 항상 좋고, 어느 모임은 항상 나쁘다라고 할수는 없지만 대체적으로 특정맴버들이 모이면 어떠한 경향이나 성향 있기는 하다.
사람이 바뀌는 방법은 세 가지 밖에 없다.하나는 시간배분을 바꾸는 것.
두 번째는 사는 장소를 바꾸는 것.
세 번째는 만나는 사람들을 바꾸는 것.
이 세가지 요소만이 사람을 바꿀 수 있다.
가장 무의미한 것은 '새롭게 마음을 다잡는 것'이다.
- 오마에 겐이치의 시간과 낭비의 과학
집으로 오는 길에 앞서 말한 친구들을 바꿀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니.. 질문에 대한 답은 No...
결국 이런 모임, 이런 자리가 싫다면 만나를 사람을 바꾸는 수밖에 없는듯 하다.
그러다보니 시가 하나 떠오르는데, 제목이 생각이 안나서 한참을 검색을 해보니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라는 시다.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
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진 않다.
많은 사람과 사귀기도 원치 않는다.
나의 일생에 한 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길 바란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 재력을 중시하지도
부러워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보다는 자기답게 사는 데
더 매력을 느끼려 애쓸 것이다...
우리는 눈물을 사랑하되 헤프지 않게
가지는 멋보다 풍기는 멋을 사랑하며
우리는 푼돈을 벌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을 것이며,
자유로운 제 모습을 잃치 않고
살고자 애쓰며 서로 격려하리라...
우리의 손이 비록 작고 여리나,
서로를 버티어 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우리의 눈에 핏발이 서더라도 총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살펴 주는 불빛이 되어 주리라.
- 지란 지교를 꿈꾸며 (양장)
- 국내도서
- 저자 : 유안진
- 출판 : 서정시학 2011.12.10
-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中에서 발췌
이런 친구가 있었으면 한다.
이런 사람들이 주위에 있기는 하지만, 내가 원하고 바란다고 꼭 이런 친구를 가질수도 없는것이고, 평생 이런 친구를 찾아다니는것도 무모한 짓이 아닐까 싶다.
결론은 내가 그런 친구가 되어주고,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을 하다보면 내 주위에 그런 사람들로 하나둘씩 채워지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아무 모임에나 찾아가서 부정적인 에너지가 흐르는곳에 앉아있는 시간을 없애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곳에 가서, 나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것이 필요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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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책에 나오는 말로 나의 마지막 생각과 다짐을 전한다.
살도록,
과오를 범하도록,
타락하도록,
승리하도록,
인생에서 인생을 다시 창조하도록 하기 위하여...
그래 안녕...
나의 아름다운 지옥이여 안녕...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