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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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던 임상옥의 이야기 상도...
근데 책을 보니 첫부분에 왠 자동차 대기업 회장의 이야기부터 시작이 된다.
자동차강국의 꿈을 꾸던 그가 크리스마스 전날 갑자기 사망하는데 그의 지갑속에서 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이라는 글귀가 나온다. 이 글귀의 출처를 찾다가 임상옥이라는 상인을 알게되고, 그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한다.
임상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똘망똘망하게 자랐고, 한때는 절에 들어가서 많은것을 배우고, 점원일을 시작해서 상주의 눈에 들어 인삼무역을 위해 중국에 갔다가 공금으로 창녀촌에서 한 여자를 구해주지만, 그로 인해 쫓겨난후에 절에 들어가 스님이 된다.
근데 어느날 갑자기 한 상인이 나타나서 임상옥을 찾고, 그를 찾으라고 시킨 사람은 그가 구해주었던 여자였고, 그 여자는 대상인의 부인이 되어서 이제야 그에게 은혜를 갚고, 임상옥은 다시 상인에 들어선다는것이 1권의 스토리이다.
대략 임상옥의 성장과정과 그의 가치관등을 보여준다. 재미도 있고 배울점도 많고, 앞으로 5권까지 달려보자...:)


<도서 정보>제   목 : 상도1
저   자 : 최인호
출판사 : 여백미디어
출판일 : 2000년 11월
책정보 : ISBN : 8985804510 | 페이지 : 334 | 504g
구매처 : 오디오북
구매일 :
일   독 : 2006/10/16
재   독 :
정   리 :

<이것만은 꼭>



<책 읽은 계기>



<미디어 리뷰>
저 : 최인호
최인호는 1970년대 청년 문화의 중심에 선 작가다. 세련된 문체로 '도시 문학'의 지평을 넓히며 그 가능성을 탐색한 그는 황석영, 조세희와는 또다른 측면에서 1970년대를 자신의 연대로 평정했다.

1973년 스물여덟의 나이에 파격적으로 <조선일보>에 소설『별들의 고향』을 연재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신문에 연재될 때부터 화제가 되더니 단행본으로 묶여 나오자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또 얼마 뒤에는 이장호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크게 인기를 모은다. 이후 「술꾼」, 「모범동화」, 「타인의 방」, 「병정놀이」, 「죽은 사람」 등을 통해 산업화의 과정에 접어들기 시작한 한국사회의 변동 속에서 왜곡된 개인의 삶을 묘사한 최인호는 "1960년대에 김승옥이 시도했던 '감수성의 혁명'을 더욱 더 과감하게 밀고 나간 끝에 가장 신선하면서도 날카로운 감각으로 삶과 세계를 보는 작가"라는 찬사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호스티스 작가', '퇴폐주의 작가', '상업주의 작가'라는 달갑지 않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도 일간지와 여성지 등을 통해 『적도의 꽃』, 『고래 사냥』, 『물 위의 사막』, 『겨울 나그네』, 『잃어버린 왕국』, 『불새』, 『왕도의 비밀』, 『길 없는 길』과 같은 장편을 선보이며 지칠줄 모르는 생산력과 대중적인 장악력을 보여준 최인호는 2001년 『상도』의 대성공 이후 제 2의 전성기를 맞으며 거듭나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연소 신춘문예 당선', '최연소 신문 연재 소설가', '작품이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 '책 표지에 사진이 실린 최초의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며, 담배를 피우지 않는 대신 시거를 피운다.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청계산에 오르는 생활 습관이 있으며 컴퓨터로 작업한 글은 “마치 기계로 만든 칼국수” 같고 왠지 “정형 수술한 느낌”이 들어 지금도 원고지 위에 한 글자, 한 글자씩 새긴다.

우리나라의 본받을 만한 역사적인 상인을 소재로 작품을 구상하던 저자가 이 작품에서 말하고 있는 주제는 '경제의 신철학(新哲學)'이다. 그는 그것을 2백여 년 전에 실재하였던 의주 상인 '임상옥'에서 발견하였다. 우리나라가 낳은 최대의 무역왕이자 거상이었던 임상옥은 죽기 직전 자신의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한 인물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다른 주인공들, 홍경래와 김정희와 같은 역사적 인물들 역시 우리에게 어떠한 삶의 방식이 올바른 것인가를 선험적으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여름은 지리멸렬하고 가을은 놀 일이 너무 많고 비로서 긴 호흡의 독서를 시도해 볼만한 마음의 시베리아가 찾아왔다. 신간의 양도 부쩍 늘었다. 이번 겨울에 마음 먹고 시도할 묵직한 책은 무얼까.

먼저 시간이 엄청나게 많은 사람, 가령 방학을 맞이할 대학생이라면 어디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한 30만원쯤 장만하시라. 올봄 열린책들에서 출간한 장장 25권짜리 [도스또예프스끼 전집]을 구입하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 도...끼 작품 몇권 읽지 않으면 평생 후회한다. 제발 이 말은 믿어달라.

도...끼 섭렵이 평생 계획에 든다면 이번 겨울로만 한정해서 정복해볼 대상으로 맞춤한 책이 나왔다. 민음사에서 최근 완간한 로제 마르탱 뒤 가르의 『티보 가(家)의 사람들』 총 2천 페이지가 넘는 장장 5권짜리 대작이다. 엄청난 작가임에도 우리에게 낯선 인물이 종종 있는데 대표적인 존재가 장 지오노와 마르탱 뒤 가르이다. 장 지오노는 이학사에서 여러 권을 번역해 냈고, 티보 가...는 서울대 정지영 교수가 10년 고생해서 완벽을 기해 펴낸 노작 중의 노작이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런 고전물들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게 바쁜 직장인이라면, 특히 의미 찾고 보람 찾고 할 생각보다는 그저 무지하게 재미있는 소설로 이 겨울의 빈 시간을 채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 역시 맞춤한 신간이 있다. 후딱 읽으면 사실 며칠 걸리지 않게 속도가 나는 작품인데 벌써 베스트셀러 종합순위에 진입했다. 최인호가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역시 5권짜리 대하소설 [상도(商道)]가 그것.

백과사전에도 나오는 실존인물 임상옥의 일대기로서 한말 의주에서 큰 사업을 일으킨 거상의 이야기다. 현재시점에서 출발하는 작품은 자동차 사업에 미쳐 있다가 그로 인해 불우한 사고사를 당한 기업인 김기섭의 이야기로 시작, 그가 사숙한 임상옥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반부에 한참 나오는 김기섭을 읽다보면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인물 묘사에서 바퀴에 미쳤다는 점에서는 기아자동차 창업주의 면모가, 폐쇄적일 정도로 내성적인 성격묘사에서는 이건희가, 무식할만치 저돌적이고 워커홀릭인 대목에서는 정주영이, 또한 한창 일을 벌리는 대목에서는 김우중의 이미지가 배어나온다. 작가에게 직접 확인해 봤더니 의도적으로 그랬다는 건데 하여간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총수들 캐릭터가 짬봉된 인물을 상상해 보라.

작가 서문에 나온 집필동기인 즉, 우리나라엔 본받을 만한 역사적인 상인이 없다는 탄식이 기업인들 사이에 많다는 말을 듣고 그 표상으로 임상옥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과연 실제로 두 권의 저작을 남긴 바 있는 임상옥은 오늘에 되살려 놓기에 손색없을 만큼 큰 족적을 드리운 사람이다. 무엇보다 그는 재물을 모았으되 대물림하지 않고 사회환원을 실천한 사람이었다. 노년에 전재산을 주변에 나누어 주고 홀홀히 '채소 가꾸는 노인'으로 여생을 보내며 시작(詩作)에 매진했던 것이다.

역시 최인호는 최인호다. IMF를 거쳐 또다시 경제대란설이 난무하는 시점에 대중들이 무얼 원하는지를 절묘하게 포착해낸 것이다. 21세기 경제를 움직이는 큰 동력으로 프랜시스 후쿠야마한 창안한 "신뢰"의 개념이 있다. [상도]의 임상옥은 2천년대 한국경제의 현실에 대해 150년 앞서 방향을 제시하고 스스로 실천한 실존인물이다.


<줄거리>
기평그룹의 총수 김기섭 회장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은 후 그의 지갑에서 나온 '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이란 문장의 출처를 밝혀달라는 회사측의 요청에 나는 그 문장을 쓴 사람이 조선 중기의 무역왕 임상옥(林尙沃)임을 알아낸다.

임상옥은 의주 태생으로 스무 살 무렵 중곡 연경에 들어가 처음으로 큰 돈을 벌었으나 이 돈으로 유곽에 팔려 온 장미령을 사서 자유의 몸을 만들어주고 자신은 공금을 유용한 죄로 상계에서 파문을 당한다. 할 수 없이 승려가 된 임상옥은 고관대작의 첩이 된 장미령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말을 듣고 환속하여 재기하기 시작한다. 하산할 무렵 석숭 스님이 내려준 세 가지 비결, 즉 '죽을 사(死)' 자와 '솥 정(鼎)' 자와 '계영배(戒盈盃)'의 술잔을 통해 임상옥은 일생일대의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 첫 번째로는 베이징 상인들의 인삼불매동맹을 스스로 인삼을 태우는 방법으로 물리칠 수 있었으며, 두 번째는 풍운아 홍경래의 유혹을 '솥 정(鼎)'자의 비의를 타파함으로써 그 혁명의 와중에도 온전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가득 채우면 다 없어져 버리고 오직 팔 할쯤 채워야만 온전한 '계영배'의 비의를 통해 스스로 만족하는 자족이야말로 최고의 상도(商道)임을 깨달은 임상옥은 사랑하는 여인 송이를 떠나보내고 스스로 물러나 은둔생활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마당에서 모이를 쪼고 있는 닭 한마리를 솔개가 채어가는 모습을 보는 순간, 자신의 명운이 다하였음을 직감한 임상옥은 자신에게 빚진 상인들을 모두 불러 일일이 빚을 탕감해주는 한편 오히려 금덩어리까지 들려 보내는 것이 아닌가. 이를 못마땅히 여긴 개성상인 박종일이 그 이유를 따져 묻자 임상옥은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빚이란 것도 물에 불과한 것.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었다고 해서 그것이 어찌 받을 빚이요, 갚을 빚이라 하겠는가. 또한 빚을 탕감하고 상인들에게 금덩어리를 들려보낸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들이 없었더라면 나 또한 상인으로서 성공을 거둘 수가 없었을 것이다. 애초부터 내 것이 아닌 물건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것에 불과한 일이다."

박종일은 임상옥의 명령으로 한양에 있는 봉은사로 출장을 떠난다. 그것에서 추사 김정희를 만나 임상옥이 보낸 산삼을 전하고 추사로부터 상업지도란 그림을 받아 오게 된다. 한편 임상옥이 사랑하는 여인 송이는 천주교인이 되어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대세를 주며 천주학을 전파하다가 포졸들에게 붙잡혀 황새바위에서 돌에 맞아 죽는 형벌인 석투살로 처형당한다. 그 이후 임상옥도 건강이 급속도로 쇠약해지고 박종일에게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는 유언을 남기고 죽는다.

끝으로 나는 김기섭 회장의 호를 딴 <여수기념관>의 개관식에 참석, 추사가 임상옥을 위해 쓴 발문의 내용을 천천히 훈독한다. 그리고 지난 일년동안 우연치 않게 뛰어들어 임상옥의 생애를 추적해 오고 있던 일련의 작업이 추사의 발문으로 대단원의 종지부를 찍는다.


<책속으로>
1. 천하제일상
작가의 말
바퀴벌레
서곡
비밀의 열쇠
운명의 밤
기사회생
천우신조

'허 대인게오서는 누가 돌아가셨습니까. 가슴에 검은 상장을 두르고 있는데.'

'신의 아비가 돌아가셨나이다.'

'그러하면 친상을 당하셔서 대상 중이신데 어찌하여 의병을 일으키려 하시나이까.'

이 말을 들은 허항이 눈을 부릅뜨고 말하였다.

'예로부터 군사부일체라 하였나이다. 나라의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다 같아 하나라는 뜻이나이다. 비록 이 몸은 아비에게서 나왔으나 나를 가르친 것은 스승이요. 나를 기른 것은 나라의 임금이나이다. 그러므로 어찌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 나라의 위태로움을 모른 체할 수 있겠나이까.'

이 말을 들은 임상옥은 한참이나 침묵을 지키며 허항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임상옥은 말하였다.

'무엇이든 원하는 것은 말하시오. 내가 할 수 있는 능력껏 도와드리겠소이다.' <중략>

'물론 홍경래는 내게 있어 은인이라고 말할 수는 있네. 그러나 홍경래는 내게 은인이지만 의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네.'

말을 끝내고 나서 임상옥은 붓을 들어 종이 위에 문장하나를 써내렸다. 박종일은 임상옥이 쓴 문장을 읽어 보았다. 그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墨翟之守'(묵적지수)................--- p.85-86 상도 3권 中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사람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이며, 따라서 신용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인 것이다.'

자신은 신용은커녕 최소한의 이익조차 남기지 못하고 비참한 최후를 마친 객상이었지만 그가 남긴 교훈은 임상옥의 인생에 있어 귀중한 법도가 된 것이다.

'상즉인'

'장사는 곧 사람이며 사람이 곧 장사'라는 상도에 있어서의 제 1조는 임상옥이 평생을 통해 지켜나간 금과옥조였던 것이다.--- p.202, --- pp.3-11,--- 제 4장 운명의 밤 중에서
작은 장사는 이문을 남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만 큰 장사는 결국 사람을 남기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는 철학이었다. 이는 <논어>에 나오는 구절인데 이인편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사람이 이익대로 한다면 원망이 많다. 이익이란 결국 나 자신을 위하는 것이니 필히 상대방에게 손해를 주는 결과가 된다. 그래서 이익을 좇으면 원망을 부르기 쉬우니 결국 '의를 따라야 한다.' 따라서 '군자가 밝히는 것은 의로운 일이요, 소인이 밝히는 것은 이익인 것이다.''--- p.201
'이봐. 이 여인은 분명히 우리 조선 여인의 얼굴이야. 봐. 이 표정 봐. 울 밑에 선 봉서놔 같지 않아.' 회장님은 이 돈에 새겨진 이 조선족 여인의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참 슬픈 조선의 얼굴이다. 눈물나도록 슬픈 우리들 엄마의 얼굴이다. 우리 엄마의 엄마. 그 엄마를 낳은 할머니. 그 할머니를 낳은 할머니의 할머니 얼굴이다. 또한 시집간 누이의 얼굴이다.'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회장님은 이 돈을 자신의 지갑 속에 넣으셨습니다. 그때부터 이 돈은 회장님의 부적이 되었습니다. 회장님은 가끔 이 돈을 꺼내 이 돈에 새겨진 조선 여인의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기도 하셨습니다.'--- p.81
우리나라가 낳은 최대의 무역왕이자 거상이었던 임상옥의 발견은 우리나라에도 상업에 도를 이룬 성인이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였으며, 그렇다면 오늘을 사는 기업인들에게도 자랑할 만한 사표로서 임상옥을 부각시키는 것이 올바른 도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임상옥은 죽기 직전 자신의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였고, 이란 유언을 남긴 최고의 거상이었다.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라는 그의 유언은, 평등하여 물과 같은 재물을 독점하려는 어리석은 재산가는 반드시 그 재물에 의해서 비극을 맞을 것이며, 저울과 같이 바르고 정직하지 못한 재산가는 언젠가는 반드시 그 재물에 의해서 파멸을 맞을 것이라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고 있는 것이다.--- 책머리에
앞에만 머리카락이 있고 뒤통수는 대머리인 것은 바로 기회이나이다. 무슨 일이든 하기에 가장 알맞은 시기인 기회는 자주오지 않나이다. 사림이 살아가는 데 있어 세번 이상 찾아오지 않는다고들 말하나이다. 기회는 찾아올 때 그 머리카락을 붙들고 놓지 말아야 하나이다. 기회는 앞에만 머리카락이 있어 왔을 때 잡아 붙들어야 합니다. 아차 하는 순간에 스텨 지나간 기회는 이미 그 뒤통수가 대머리여서 붙잡으려 하여도 붙잡을 머리카락이 없는 법이나이다.--- p.247~248
순간 임상옥은 당황하였다. 내가 쓴 글씨가 비단 속옷 위세 쓴 글씨와 같지 않고 다르다니. 어째서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저 비단 속옷은 분명히 내가 5년 전 헤어질 때 장미령에게 사는 곳과 이름을 적어 주었던 바로 그 속옷이 아닐 것인가. 그때 장미령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자신의 비단 속옷을 들고 임상옥에게 말하였었다.--- p.293-294
'상업의 길'(商業之道).
일찍이 태사공(太史公)은 <사기>에서 '못이 깊으면 고기가 그곳에서 생겨나고 산이 깊으면 짐승이 그곳으로 달려가며 사람이 부유하면 인의가 부차적으로 따라온다'고 말하였다. 이는 옳은 말이다. 그러나 오직 부유하기 때문에 인의가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람의 부유보다는 마땅히 사람으로서 지켜야할 인도(人道)가 있어야만 인의(人義)가 따라오는 것이다. 이를 일컬어 '상업의 길'이라고 부를 만하다.

가포는 평생 부를 모아 마침내 조선 팔도에서는 그 누구도 당할 수 없는 거부가 되었다. 그러나 가포는 일찍이 공자가 말하였던 대로 '상업이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의(義)를 추구하는 것'이라는 것에 충실하여 평생동안 인의를 중시하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마침내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는 사실을 깨달아 재물보다는 사람을 우선하였다.

따라서 그는 평생동안 재물을 모았지만 실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는 평생 황금을 벌었으나 이는 다만 채소를 가꾼 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니 그를 '채소를 가꾸는 노인'이라 부를 만하다. 고로 그를 상불(商佛)이라 불니 이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즐겁고 기쁜 일이다.--- p.256:13---p.257:14----제5권 중에서
도척은 도둑의 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집안에 간직한 재물을 밖에서 추측할 수 있는 것을 성(聖)이라고 한다. 이것이 도둑이 지켜야 할 제 1의 도다. 그 다음엔 선두에 서서 남의 집에 들어가는 것을 용(勇)이라고 한다. 이것이 도둑이 지켜야 할 제2의 도다. 그 다음엔 맨 나중에 나오는 것이 의(義)라고 한다. 이것이 도둑이 지켜야 할 제 3의 도인것이다. 그다음엔 도둑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지(知)라고 한다.

이것이 도둑이 지켜야 할 제4의 도인것이다. 가장 마지막에는 훔쳐온 물건을 덜 갖고 치우침없이 공평하게 나누는 것을 인(仁)이라고 한다.이것이 도둑이 지켜야 할 제5의 도인것이다. 이다섯가지 도를 터득하지 못하면 천하에 이름을 떨치는 큰 도둑은 절대로 되지 못할 것이다.--- p.105
개성 상인 박종일은 남문 성곽 아랫마을의 임씨 집성촌에 들러서야 마침내 임상옥의 행방을 알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다음날 금강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의주에서 임상옥을 찾아내야 할 의무가 있었던 것이다.

암상옥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찾을 때까지 의주를 떠날 수 없을 만큼 박종일에게는 이 일이 중차대한 일이었다. 임상옥을 찾고 못 찾고는 상인으로서의 그의 운명이 걸린 일이었다. 임상옥을 만나 그에게 전해줄 물건이 따로 있었던 것이다. 만약 임상옥을 만나지 못해 그 물건을 전해주지 못한다면 박종일은 그만큼 상인으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지 못하게 되어 있었던 깃이다.

천신만고 끝에 박종일은 임상옥이 속세를 떠나 입산출가하였음을 알게 된 것이었다. 그것이 벌써 일년 전. 일년 사이에 임상옥이 또다시 다른 사찰로 거처를 옮겼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금강산 속에 있는 추월암으로 그를 찾아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박종일은 가파른 바윗길을 오르고 올라 마침내 산정에 이르렀다. 그가 임상옥을 만난 것이 기록에 의하면 7월 14일. 7월이면 한여름의 성하. 무더위를 무릅쓰고 산정에 오른 박종일은 산 아래 펼쳐진 너른 만주땅의 벌판을 땀을 닦으며 내려다보았다.

산정에는 대여섯 게의 요사체로 구성된 암자가 우뚝 솟아 있었다. 가파른 계단 위 암자로 들어가는 전문 위에는 '추월암'이라는 현판이 내걸려 있었다. 어림하여 5백 년 이상 된 사찰로 한때 묘향산에 오래 있어서 서산대사라고 불리던 청허 휴정 스님도 젊었을 때 이 암자에서 공부했던 유서 깊은 사찰인 것이다.---pp.1권 231~232
'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사람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이며, 따라서 신용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인 것이다.' 자신은 신용은 커녕 최소한의 이익조차 남기지 못하고 비참한 최후를 마친 객상이었지만 그가 남긴 교훈은 임상옥의 인생에 있어 귀중한 법도가 된 것이다. '상즉인'

'장사는 곧 사람이여 사람이 곧 장사' 라는 상에 있어서의 제 1조는 임상옥이 평생을 통해 지켜나간 금과독조였던 것이다. 임상옥이 장미령의 몸을 사서 그녀를 자유의 몸으로 살려준 것도 '이를 남기기보다 의를 좇으려는' 그의 상도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이 문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종자돈뿐 아니라 공금 횔령해서까지 가진 동을 모두 털어 한 여인의 생명을 구해내었다. 그는 옳은 일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버린 것이다.---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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