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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담담하면서도 증도의 멋진 풍경과 함께, 거기에서 평생을 살아오신 분들의 소박한 이야기를 담은 한폭의 수묵화와 같은 방송이였다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하는것인지.. 정답은 없겠지만, 멋진 대답중에 하나를 슬쩍 본듯한 느낌이 든다.
◎ 방송일시 : 2008년 11월 30일 (일) 밤 8시, KBS 1TV
◎ 연출 : 김형석 / 글: 김혜진
전남 신안 앞바다의 작은 섬, 증도. 그곳엔 부(富)에 욕심 없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하늘과 땅, 햇볕과 바람! 자연이 주는 혜택만을 온전히 누리며 사는 증도 사람들의 질박한 인생 이야기. ‘욕심이 없으면 성공하지 못 한다’는 요즘, 과연 인생에 있어서 진정한 성공은 무엇일까. 이것은 평생을 섬에서 보낸 증도 토박이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
■ 증도의 人生이야기
서울에서 꼬박 6시간 반을 달려가야 닿을 수 있는 섬, 증도.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외딴섬이지만, 약 1,500여 명의 사람들이 염전과 갯벌, 바다와 기름진 땅을 터전 삼아 살아가고 있다. 평생을 자그마한 섬 안에서 소금을 만드는 염부로, 갯벌의 낙지잡이로, 고기를 낚는 어부로, 땅을 일구는 농부로 산다는 건 보통 억척으로는 견딜 수 없을 만큼 고되다. 그러나 고단함 속에서도 해맑게 웃는 섬사람들, 그들의 인생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 염전에서 피는 소금 꽃
증 도엔 국내 최대의 소금 생산지가 있다. 여의도 면적의 2배가 넘는 광활한 소금밭, 태평염전. 1953년 6.25 전쟁 후 피난민들을 정착시키고 소금생산을 늘리기 위해 조성된 이 천일염전은 이젠 증도의 트레이드마크가 될 만큼 대표적인 명물이 되었다. ‘염부의 땀 한 됫박에 소금 한 됫박’ 이라는 말이 있듯이 소금 한 톨을 내기 위해서는 염부의 끊임없는 노고가 필요하다. 섬에서 염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소금은 하늘이 만들죠. 사람은 노력만 할 뿐이지
하늘이 만들어서 천일염(天日鹽)이에요』
새벽부터 염전에 나와 써레질을 하는 박형기 씨. 소금 장인이셨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2대 소금 장인으로 살아가는 박형기 씨는 강한 햇볕과 적당한 바람이 알갱이가 굵은, 고품질의 소금을 생산하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태양을 이용해 소금을 얻는 작업이다 보니 염부들은 한 여름, 장화에 땀이 흥건할 정도로 뙤약볕에서 일하는 게 가장 힘들다. 염전에 빗물이 들면 염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다음날 비가 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전날 한 숨도 못 자고 24시간 꼬박 작업을 하는 날도 부지기수라고. 고달픈 일상이지만, 소금이 많이 나올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증도의 염부들. 햇볕과 바람뿐만 아니라 이러한 염부들의 노력으로 매년 봄, 증도엔 소금 꽃이 만발한다.
■ 갯벌에서 삶을 캐는 사람들
조 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보름사리. 큰물이 들었다가 크게 빠지면, 짱뚱어, 낙지, 농 게 등등 바다생물들이 갯벌 위에서 일광욕을 즐긴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사람들에게, 생선과 낙지, 굴 등을 내어주는 바다와 갯벌은 가장 중요한 생계일터다.
『한 푼이나 저축해놔야 나 죽게 생기면 그 놈 갖고 쓰지
나 죽을 여비돈은 해놔야 아그들에게 부담 안 주지』
일흔 여섯. 손자들 재롱을 보며 편하게 살 나이건만, 박일임 할머니는 오늘도 차고 질퍽한 갯벌에 맨손을 깊이 담그고 낙지를 잡는다. 쉰 나이에 홀로돼 억척스런 낙지잡이로 세 자녀를 보란 듯이 키워낸 낙지 할머니. 할머니는 자식들이나 오면 먹을까, 그 비싼 낙지를 어찌 자신의 입에 넣느냐며 손사래를 치신다. 허리까지 오는 갯벌에서 힘겹게 옮기는 한 발 한 발, 그것은 할머니의 삶이었고, 할머니의 굽은 손가락은 치열하게 살아낸 삶의 흔적이다.
■ 흙에서 얻은 농부의 지혜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섬이지만, 이곳에도 꽃이 피고 식물이 자란다. ‘젊을 땐 바다를 보고 살고, 나이 들면 땅을 보고 산다’는 말처럼 증도의 젊은 어부들은 나이가 들면 농부가 되곤 한다. 노쇠한 몸으로 배를 탈 수도 갯벌을 누빌 수도 없을 때, 기름진 땅에서 일군 수확물은 노인들의 유일한 수입원이 된다.
『땅은 거짓깔을 안 해. 헛소리를 안 해!』
계절 별로 여러 개의 중절모를 바꿔 쓰는 증도의 멋쟁이, 선남동 할아버지. 올해 여든 여덟이 되신 ‘증도 토박이’ 선남동 할아버지는 평생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오셨다. 정성들여 돌본 만큼 열매를 내어놓는 땅은 할아버지에겐 자식과도 같은 존재. 한때는 돈을 많이 벌어 부자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섬 생활 80여년. 부자가 되고 싶단 꿈은 어느새 죽는 날까지 몸 건강하다가 잠자듯이 이 세상을 떠나는 소소한 바람으로 바뀌었다. |
간간히 보름사리 때면, 꼬챙이 하나를 들고 술안주로 삼을 ‘맛 조개’를 잡으러 갯벌로 나가신다는 선남동 할아버지, 그가 즐겨 부르는 단가 ‘사철가’에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들어있다.
“세상 청춘들아. 너희 홍안을 자랑마라.
오늘 백발이 가소롭다. 사람이 늙어 죽음이라~ ♬”
■ 고된 삶이지만, 그래도 웃는다.
『착실하게 살아야지, 욕심내지 말고.허욕 부리는 사람이 망하는 사람이 많고,
욕심낸다고 다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녀!』
섬 생활은 고되다. 염전, 갯벌, 바다, 땅... 어느 한 곳에서도 쉽게 얻어지는 것이 없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땀을 흘려야 비로소 노력한 만큼의 몫이 돌아온다. 떡 시루를 닮았다고 하여 예로부터 ‘시루 섬’이라고 불리는 섬. 증도의 본토박이들이 물질에 욕심을 내어 돈을 쌓아놓으려고 하면, 시루 구멍으로 물 빠지듯 모은 돈이 모두 다 새어 나간다는 설(說)이 전해 내려오는 신기한 섬. 그런 연유에서인지, 증도 사람들은 부(富)에 대한 욕심이 없다. 욕심이 없으면, 날마다 행복한 법. 오늘도 증도 사람들은 햇살처럼 환한 미소로 또 하루를 맞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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