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 세월이 가면

 

그 오랜 세월을 살아오시면서도 정정하게 멋지게 살아오신 103세의 아버지와 그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한갑이 다 된 딸의 이야기...
멋진 곳에서 살아가는 만큼, 멋지게 살아가시는것 같다.
나는 몇살까지 누구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모르겠지만... 행복하게 사랑하면 살고 싶을뿐이다...

 

방송 일시: 2006년 1월 23일(월) ~ 1월 27일(금)


진도의 끝자락.

바다를 마주한 야트막한 언덕 위에는 그림 같은 황토 집 한 채가 외롭게 앉아 있다.

그곳엔 한 세기를 넘게 살아온 103세의 아버지와

반세기를 넘게 살아온 59세의 딸이 산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의 얼굴엔 어느새 깊은 주름이 패였고,

거센 바람을 막아주던 아버지의 어깨는 더 이상 예전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아버지와 딸은 남은 인생을 함께 하기로 한다.

고립무원 외딴집에서 흐르는 세월을 함께 나누는 부녀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 바닷가 외딴집의 늙은 곰 두 마리


바다가 펼쳐져 있는 진도. 그 섬 끝자락에는 바다를 한 눈에 내려 보고 있는 외딴 집 한 채가 있다. 인적이 드문 이 외딴 집에는 한 세기를 넘게 산 아버지와 반세기를 넘게 산 막내딸 단 둘이 살고 있다.

진도에는 올 겨울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렸다. 폭설로 인해 부녀의 집은 눈에 갇혀버렸다. 안 그래도 인적이 드문 곳이라 불안할 만도 한데 부녀는 유유자적 하며 여유를 잃지 않는다. 103세 아버지와 59세 딸은 자신들을 ‘늙은 곰 두 마리’라고 부르며 웃는다.

황혼의 동반자가 되어 남은 생을 함께 나누는 부녀는 이제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다.



#. 딸아 딸아, 막내딸아~


아버지에게 막내딸의 존재는 너무나 특별하다. 과거 진도에서 서당, 사업, 사진작가 등 안 해 본 일이 없는 아버지는 집에 들어와 있는 시간보다 밖에서 일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자식들에게는  엄하고, 호되게 혼내는 아버지였다. 그럼에도 유독 막내딸인 곽의진씨에게만은 부드럽고 다정했다. 혹시라도 울고 있는 딸을 업고는 ‘딸아 딸아 막내딸아, 너만 곱게 잘만 커라’라고 노래를 지어 불러주었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딸에게 다정하게만 대했던 것만은 아니다.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하면 지팡이로 때리는 아버지였다.

그렇게 다정했고, 때로는 엄하셨던 아버지가 이제는 딸 없이는 생활을 하지 못한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아버지께 편지를 써 놓고 일 하러 가면 딸이 올 때까지 읽고 읽느라 종이가 다 헤질 정도다. 외롭게 서 있는 황토 집에 앉아 오로지 딸이 오기를 기다리는 아버지. 하루에도 몇 번씩 이별을 하고, 다시 만나는 것이 사람의 일. 만남의 기쁨을 아는 아버지는 홀로 보내야하는 외로운 시간들을 쓸쓸히 견뎌 나가신다, 그 시간이 지나면 기다렸던 딸을 만날 기쁨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 아버지는 딸의 거울!


서울에서 딸은 책을 만드는 출판인이자 작가였다. 10년 전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위해 돌연 고향인 진도행을 택했다. 그때 아버지는 딸에게 유배자라고 말씀하셨다. 진도는 유독 유배자들이 많았던 섬이라며 그곳에서 많은 것을 얻으라고 하셨다. 그러던 중 6년 전 98세의 아버지가 많이 위독해지셨다. 10년 전 먼저 진도로 귀향한 딸을 찾아 내려오신 이유는 고향에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놀랍게도 딸의 곁에서 건강을 회복한 아버지는 자신의 남은 삶이 덤이라 여기셨다.

아버지는 작가인 딸에게 인생을 돌아보게 한다. 딸은 아버지를 통해 자신을 보고, 아버지와의 생활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추상같은 자존심과 인간에 대한 예의, 그리고 자연과 벗하는 마음까지 지니고 계신분이시다. 아버지를 보며 딸은 비로소 제대로 된 글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딸은 그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느낀다. 또한 그 작업이 아버지와 이별의 방식이기도하다.




각 부의 내용

 

1부 (2006년 1월 23일 월요일)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섬 끝자락에는 그림 같은 황토 집 한 채가 외롭게 앉아 있다. 올 겨울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린 진도 앞 바다. 흰 눈이 내리자 아이처럼 좋아하며 눈 구경을 하고 있는 두 분이 있다. 바로 한 세기를 넘게 산 103세의 곽학암 할아버지와 반세기를 산 막내딸 곽의진(59)씨가 그들이다.

매일 아침이면 일출을 보고 자연과 이야기 하는 아버지. 막내딸 곽의진씨는 아버지의 건강비결을 바로 자연이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98세의 아버지가 위독했을 때 서울에서 고향 진도를 찾아오면서 건강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출근한 딸이 집에 없을 때면 아버지는 딸을 기다리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딸이 일하는 곳이 춥지는 않을까, 혹 오는 길에 다치는 것은 아닐까. 반세기를 더 산 딸이 마냥 어린 아이처럼 느껴지기만 한다.

딸은 매일 밤 아버지와의 생활을 일기로 기록한다. 아버지와 함께 살기 시작한 것이 6년 전. 아버지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고향인 진도로 내려 오셨다. 103세. 앞으로 아버지와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을 것을 아는 딸은 정성스럽게 아버지의 거동을 살피고, 백색의 종이위에 글로 옮긴다.

원채 눈이 잘 내리지 않는 남쪽 섬에 폭설과 한파가 계속 되었다. 그런데 기름이 다 떨어졌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 기름 배달을 올 수 없다고 하는데. 아버지가 추위에 떨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