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영화는 전쟁영화인데 전쟁영화같지 않은 전쟁영화를 본것같습니다...^^;;
영화내내 팽팽한 긴장감, 애로, 애정, 이념, 조국애, 전쟁, 죽음 등등 많은것을 생각나게 해주는 영화였습니다.
남자주인공이 참 멋졌고, 자신의 힘을 이용해 여자를 차지하려고 하고, 영웅을 죽이려하는 간부를 보면서 혀를 두르게 하기도 하고,
냉정한 독일 저격수와 남자주인공과의 대결은 예전에 보았던 폰부스처럼 팽챙한 긴장감을 느끼게 합니다...
감독 : 장 자크 아노 | |
배우 : | 레이첼 와이즈, 봅 호스킨스, 에드 해리스, 조셉 파인즈, 쥬드 로 |
장르 : 드라마, 로맨스, 전쟁 | |
등급 : 15세 이상 | |
상영시간 : 131분 | |
제작년도 : 2001년 | |
개봉일 : 2001년 05월 19일 | |
국가 : 독일 |
전장의 사랑, 우정, 그리고 대결
전쟁이 영화 속에서 자주 그려지는 이유는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전쟁은 사람을 가장 극한 상황까지 몰아가기 때문에 인간의 본성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다. 게다가 액션과 드라마를 함께 보여줄 수도 있다(대개 전쟁 영화들이 전투 장면을 보여주고, 그 안에서 여군이나 간호병과의 로맨스를 그린다). 그러니 관객들은 쉽게 영화 속에 몰입된다. 물론 이는 잘 짜여진 시나리오와 연출을 담보로 할 때의 이야기인데, 이 두 가지가 잘 엮기면 큰 감동도 줄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쟁영화들이 거장들의 작품이었다는 걸 생각한다면 이 두 가지를 함께 만족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닌 모양이다. 여기에 <장미의 이름>, <베어>, <연인>, <티벳에서의 7년> 등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장 자크 아노 감독이 뛰어들었다.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에너미 앳 더 게이트>의 첫 장면은 한 아이가 할아버지와 함께 총으로 늑대 사냥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아이가 나중에 유명한 저격수가 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이 소련군의 스탈린그라드에 상륙하는 장면이다. 이미 우린 스티븐 스필버그에 의해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처절한 전투 장면을 본 기억이 있다. 테렌스 멜릭 감독의 <씬 레드 라인>에서도 과달카날 섬에 상륙하는 장면이 꽤 처절하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장 자크 아노 감독도 꽤 이 장면이 꽤 신경이 쓰였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도망가는 병사를 아군 장교가 죽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장면은 전쟁의 극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모습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상륙작전의 처절함이 카메라에 덜 잡히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 영화는 일반 병사에서 추앙받는 저격수로 변신하는 바실리(주르 로)와 선전장교 다닐로프(조셉 파인즈), 그리고 여성 병사 타냐(레이첼 와이즈)의 만남이 이어지고, 여기에 바실리와 독일 최고의 저격수 코니그(에드 해리스)의 대결이 벌어진다. 이 지점에서 장 자크 아노 감독은 꽤 고심을 한 듯하다. 영화를 <러브 오브 시베리아>처럼 애정극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쫓고 쫓기는 액션으로 갈 것이냐가 그것인데, 장 자크 아노 감독은 바실리와 코니그의 대결 구도에 애정극을 첨가하는 것으로 결정을 본 듯하다. 영화는 후반부로 가면 극명한 대결 구도로 전개된다. 서로를 저격하기 위해 엄폐하는 장면이나 조준경에 잡히기를 기다리는 장면들은 꽤 긴장감을 준다. 그런데 영화가 너무 대결 구도에 신경을 쓰다보니 바실리와 타냐의 사랑 이야기가 주변으로 흐르게 된다. 이건 에드 해리스의 카리스마 때문일 것이다.
전쟁영화답게 장 자크 아노 감독은 스탈린그라드 상륙 장면의 웅장함, 병사들의 애정극, 그리고 적군과의 대결을 <에너미 앳 더 게이트>에 담고 있는데, 적당한 재미를 갖추곤 있지만 장 자크 아노라는 이름엔 못 미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전쟁영화는 어려운 장르임에 틀림없다.
행운은 단순한 확률이 아닙니다. 그것은 종종 타고나는 삶의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웡카의 신비로운 세계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뿐 아니지요. 달콤한 사랑에 빠질 수 있는 행운조차 그렇습니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 프랑스인 셀린과 미국인 제시가 기차 여행 중 우연히 만나 낭만적이기 이를 데 없는 하루짜리 사랑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두 사람이 영어로 소통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국어로 타고났든 교육으로 습득했든, 두 사람은 영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아는 ‘21세기의 브라만(인도 카스트 제도의 최고 계급)’이니까요. 공산주의가 지배하는 소련을 무대로 한 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에서 다닐로프는 자신이 너무나 사모하는 타냐의 사랑을 차지하고 있는 바실리에게 이런 절망의 말을 내뱉지요. “사랑을 받는 자와 못 받는 자는 평등을 이상으로 지향하는 소비에트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