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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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의 여자들의 인생역경이라고 해야하나...  홀로 일어서는 이야기라고 해야하나...
암튼 제대로 되기보다는 엉망진창인 세커플의 이야기인듯한 생각이...-_-;;
대략적인 평을 보니 패미니즘을 유발한 책이라고 하는데,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여자라고 남자의 그늘에 기대어서 살 필요는 없다.. 허나 왠지 모를 씁쓸한 기분이 드는 내용...
마지막의 구절은 너무 가슴에 와 닿습니다... 마치 서정윤의 홀로서기나 카이지에 나오는 외나무다리를 홀로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생각나는 구절입니다...
혼자서... 혼자서.. 앞으로.. 앞으로...





<도서 정보>제   목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저   자 : 공지영
출판사 : 푸른숲
출판일 : 1998년 9월
구매일 :
일   독 : 2005/9/8
재   독 :
정   리 :

<이것만은 꼭>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 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미디어 리뷰>
'착한여자'에 대한 환상과 '능력 있는 여자'혹은 '똑똑한 여자'에 대한 편견.그리고 이율배반적인 이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요구받고 있는 여성들의 혼란과 고통을 생생하게 이야기 하는 소설. 이 땅에 살고 있는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을 사회 전반의 문제로 끌어올려 페미니즘에 관한 논의를 촉발시킨 작품이다.


공지영 문학은 가부장제 가족 제도에서의 억압과 불평등을 고스란히 떠안은 '여성'과 1980년대의 '깃발'이 내려지고 '동지들'이 흩어진 뒤의 '후일담'에 크게 기대고 있다. 흔히 공지영의 소설을 두고 '페미니즘 문학'이라거나 '후일담 문학'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공지영 소설의 주인공들은 1980년대에 '불의 세례'를 받고 노동 현장에 위장 취업하거나, 타오르는 열정을 안고 변혁 운동에 투신한 전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1980년대가 막을 내리자 깃발은 내려지고 동지들은 신문사로, 잡지사로, 대학원으로, 가정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더러 결혼과 함께 가정을 꾸리게 된 여성들은 가사 노동에 시달리는 동안 '나'를 잃어버린다. 1990년대로 넘어오며 어느덧 30대가 된 그들의 의식을 짓누르고 있는 것은 시대에 대한 부채의식이고, 그 밑에 들끓고 있는 것은 자괴감과 분노다. 바로 이 지점이 공지영 문학의 출발점이다. 공지영의 소설은 실물대의 현실을 붙잡아 우리 눈앞에 펼쳐 보인다. 공지영은 왜 그렇게 1980년대에 집착한 것일까. 작가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왜 그렇게 1980년대에 집착했을까. 그것은 내가 지향하는 '진보'의 싹이 그 안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386세대는 우리 사회에서 그나마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었지요."라고 말한다. (장석주의 『20세기 한국문학의 탐험』에서)

작가는 여전히 소외받고 있는 '여성과 노동자'에 대한 글을 쓸 것이라고 한다. "저는 앞으로도 계속 페미니즘에 관한 글을 쓸거예요. 제가 노동운동도 하고 페미니즘도 쓰니까 이건 두 갈래의 길이라고들 해요. 저는 그게 이해가 안가요. 결국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나라 헌법에도 나와있듯, 모든 국민은 성별과 종교와 계급에 의해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그렇게 보면 노동자와 여성은 모두 차별받고 억압받던 계층이에요. 노동운동도 페미니즘도 다 같은 이야기죠. 평등에 관한 이야기요. 또 하나는 작가로서의 사명감이에요.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혹시라도 사명이라는 게 있다면 자기가 원하지 않았던 어떤 것에 의해 차별받는 사람들, 정말 작가가 아니면 누가 대변해주겠어요? 끝까지 그런 사람들 편에 서고자 하는 것은 제 인생과 더불어 소설도 마찬가지예요."


<책속으로>
외로울 때 줄넘기를 하는 여자

때가 좀 묻은 흰 운동화를 신은 그녀의 발이 지상을 벗어나려는 듯 가볍게 뛰어올랐다. 하지만 그 발은 이내 중력에 끌리듯 다시 지상으로 돌아왔고 그녀의 발이 지상과 허공을 오가는 사이사이로 마치 운명의 채찍처럼 줄넘기줄이 파삭한 모래땅을 찰싹, 찰싹 때렸다

저 오욕의 땅을 찾아

그 노래를 기억했던 것은 그때 선우가 '무욕의 땅을' 이라는 가사를 '오욕'이라고 바꾸어불렀기 때문이다, 봄날 꿈같이 따사로운 오. 욕.의 땅이라니... 어떤 예감이 분명히 혜완의 머릿속으로 스쳐갔었다.--- p. 135
어쩌면 전남편 경환이 혜완을 몰아붙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이를 위해서 눈을 뽑아주고 광야를 헤매지는 않을망정 아이를 생판 낯모르는 파출부의 손에 맡기고 나가 돌아다닌다는 건 이미 어머니로서의 자격을 잃은 터였다. 그에게 그런 혜완의 모습은 이미 어머니가 아니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되었을 때 혜완은 생각하곤 했었다. 그 감격스런 동화 속에는 분명 근본적인 물음이 빠져 있는 건 아닐까?

악마가 아기를 가져갈 때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었던가? 아기의 아버지는 ? 친척들은 ? 사회는? 모두 무엇을 하고 있었나? 그리하여 그녀가 다시 아이를 찾으러 나섰을 때 그들은 어디 있었는가? 왜 그녀 혼자서만 발을 찔리고 눈을 뽑아내는 고통을 치루어야 했나? 다른 이들은 어디 있었는가? 대체 어디 있었는가?--- p.231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제서야 눈물이 쏟아졌다. 언젠가 불경을 읽다가 영선이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말 참 좋지? 들어봐......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좋다고 혜완도 말했었다. (넌 결국 여성해방의 깃발을 들고 오는 남자를 기다리는 신데렐라에 불과했던 거야) 선우가 말했었다.

영선은 그 말의 뜻에 귀를 귀울여야 했었다. 경혜처럼 행복하기를 포기하고, 혜완처럼 아이를 죽이기라도 해서 홀로 서야 했었다. 남들이 다 하는 남편 뒷바라지를 그냥 잘할려면 제 자신의 재능에 대한 욕심 같은건 일지감치 버려야 했었다. 그래서 미꾸라지처럼 진창에서 몸부림치지 말아야 했다.

적어도 이 땅에서 살아가려면 그래야 하지 않았을까. 누군가와 더불어 행복해지고 싶었으면 그 누군가가 다가오기 전에 스스로 행복해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재능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다면 그것을 버리지 말았어야 했다. 모욕을 감당할수 없었다면 그녀 자신의 말대로 누구도 자신을 발닦개처럼 밟고 가도록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p.293-294
'그런데 말이야, 선우야 그가 그 노을을 다시 살려고 그 노을 속으로 들어가 보니 거기엔 그와 같은 소년이 앉아있는거야... 그 소년을 달래주려고 이야기를 해보니 그 소년의 집에는 아직도 어머니를 패는 아버지가 있고 그 소년의 집 쌀독은 비어있고, 그 소년의 누나는 양공주야... 그래서 그 소년은 날마다 노을을 바라보고 앉아만 있어.... 그렇다면 그럴 때 그는 혼자서만 그 노을을 다시 살 수 있을까... 니가 아까 말한대로 서혜완이가 니가 바라는 대로 혼자서 꿋꿋히 그 노을 속으로 들어간다면 오히려 병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p.256
'그래서 술을 마셨어. 그는 내게 정신병원엔 언제 갈 거냐고 묻더군..... 의부증을 참을 수가 없다고 말했어..... 일하는 두 남녀를 의심하는 그런 교양 없는 여자는 참을 수가 없다는 거야. 맹세코 자신은 그녀와 아무 일 없었다면서 단지 비디오 잭이 필요한 사람에게 그것을 빌려주었을 뿐이라고 녹화가 되는 비디오 잭이 하필이면 침실에 있었을 뿐이라고.... 그는 알지 못했어. 설사 그가 그녀와 어떤 사이였다 하더라도 내게 정말 필요했던 것은, 내게 정말 필요했던 것은 자존심이란 걸 그는 몰랐던 거야..... 내가 이혼을 요구했지. 그는 말했어. 니 알콜중독은 충분히 이혼사유가 되니까 자신도 그게 좋다는 거야.... 그리곤 침실문을 소리나게 닫고 들어가서 잠을 자더구나. 설마 했는데..... 잠시 후 코고는 소리가 들렸어.... 코를 골았어... 그 소리가 천둥처럼 우주를 울리는 것 같았어.... 나는 칼을 들었지. 아까 이야기하던 대로 그를 알콜중독에 우울증이 있는 미친 부인의 희생자로 만들고 싶지 않았어.... 죽을 사람은 나였던 거야... 내가 죽어야 그가 더 이상 착한 남자가 되지 않는거야.... 이래도 내가 정신병원에 가야 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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