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쪽에 나갔다가 잠깐 들린 광화문에 새로운 글판이 달렸네요.
낙엽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곳에 있는지를... 이라는 구절인데,
집에와서 찾아보니 안도현의 가을편지중의 한부분이라고..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안도현 가을엽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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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그대에게 가고 싶다라는 시집속에 담겨져 있다
각자의 욕망 추구에 몰두하고 있는 세태에서, 가을을 맞아서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낮은 땅으로 돌아가는 낙엽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묻고 있다는 의미라고...
이 시구절을 보고 있자니.. 녹색지대의 사랑을 할꺼야라는 노래중에 모든것을 주는 그런 사랑을 해봐... 가지려고만하는 그런 사랑말고... 라는 가사가 떠오른다.
사랑이라는것이 한번 슬쩍 찔러봐서 넘어오면 되는거고, 아니면 말고라는 식의 모습에 일침을 놓는듯하다.
반면에 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 모든 것을 다 주었지만... 그 사랑에 실패하고, 가슴아파하고, 슬퍼하고, 홀로 남는 외로움이 어떤것인지를...
희망을 보고, 나는 쓰네라는 이 블로그의 이름을 따온 기형도 시인의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라는 말처럼 그 아픔은 이루 형용할수 없을것인데, 사랑을 잃고, 슬퍼하는 자에게 낙엽에게 물어보라.. 사랑은 왜 낮은곳에 있는지를... 이라고 말한다면???
뭐 또 다시금 되세겨서 읽어보니 낙엽처럼 봄과 여름에 자신의 온몸으로 빛을 흡수해서 나무에 영양분을 공급해주고, 가을이 되어서는 그 소임을 다하고, 아무런 미련없이 낮은곳으로 떨어지는 그 모습을 생각해보니 과연 인간중에서 자신의 모든것을 다 바쳐서 사랑했노라라고 말할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기도 하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인생의 후회과 희망에 대한 에세지
노희경씨의 책속의 말따라서 사랑을 받으려고 하지말고, 주는것에 기쁨을 느끼고 모든것을 다 배푼다면 어떨까?
이성에 대한 사랑말고, 자녀나 조카에 대한 사랑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그 대상이 있는것만으로 마냥 즐겁고, 행복하며, 이 세상 무엇이든지 다 해주고 싶은 마음...
하지만 점차 아이가 커가면서 그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하기도 하고, 반응과 태도에 따라서 변해가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직도 멀었다라는 생각이 든다.
죽기전에 한번이라도 낙엽처럼 모든것을 아낌없이 주고, 사랑이 왜 낮은곳에 있는지를 깨닫는 날이 올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