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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때는 아니고 직장에 다니면서 피맛골을 떠나서 다니기 시작한 집인데,
맛있다기 보다는 고모, 이모들의 친절함과 편한맛에 별로 먹고 싶은것이 없으면 그냥 간다.
주로 먹는것은 무한공짜리필이 되는 오뎅탕을 시작으로 해서 참치회, 모듬꼬치, 가리바시, 참새구이, 석굴, 회덥밥 등등...
가격은 싼편이지만 맛을 기대하고 가기는 좀 그렇다.
그러나 분위기는 먹고, 떠드는 내 스타일이여서 그런지 난 좋다.
요즘 가본지가 꽤 됬는데, 인터넷에서 사진을 몇장보고....
종로 종각 인사동방면의 육미, 논밭골, 화로연, 대도약국등 가게들의 안타까운 화재현장 모습의 사진
이번 화재로 육미가 전소가 됬는데, 힘내시고, 빨리 다시금 복구해서 재기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가을비가 추적 추적 내리는 11월의 어느날, 따끈한 정종 한 잔이 생각나 <육미>로 향했습니다. <육미>는 제가 다니는 직장 팀장님이 알려준 곳으로, 올해 1월, 신년 행사로 등산을 다녀오고 난 뒤에 들렀다가 반해버리고 만 '정종&꼬치구이' 집 입니다. 처음 육미를 찾고서는 또 한번 가봐야겠다, 가봐야겠다라고 생각한 게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네요. 왠지 여름에는 정종보다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어울리기에 날씨가 쌀쌀할 때까지 기다려 이렇게 다시 찾았습니다. 비오는 종로의 밤거리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어 보였습니다. 가로수들은 하나 둘 씩 낙엽을 떨어뜨려 쌓고 있었고, 젊은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청춘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종각역 밀레니엄 타워 출구 쪽으로 나와 밀레니엄 타워와 피자헛 사이의 작은 골목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작지만 알찬 먹자골목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종로통에 오랫동안 자리를 잡고 장사를 해온 곳들로 근처 직장인들이 하루의 회포를 풀고 가는 곳이기도 하지요. 그 골목으로 20미터 정도만 들어가면 왼편에 <육미>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밖에서 봐도 안은 손님들로 꽉 차 있었고요. 특히 부지런히 각종 꼬치를 굽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앉아 있지도 못하고 오후 시간부터 영업이 끝날 때까지 이렇게 부지런히 하루에 몇백개씩 꼬치를 구워대고 있는 아저씨. 마치 그분의 삶 또한 그렇게 꼬치처럼 바삭바삭 연탄불 위에 구워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래도 덕분에 우리들은 맛있는 꼬치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각종 꼬치는 한개에 1천1백원부터 2천원까지 다양한 가격대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 종류만 해도 무려 13개. 닭꼬치, 송이구이, 마늘구이, 참새구이(아, 차마 이건 혐오식품이라는 생각이 먹을 생각도 못했습니다)꼬치, 멧돼지 꼬치, 염통꼬치, 왕새우 꼬치 등등 입맛을 다시게 하는 여러가지 꼬치는 그야말로 '골라먹는 재미'를 느끼게 해 줍니다. 이 <육미>라는 상호도 바로 이 꼬치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하네요. 여섯가지 꼬치로 시작해 <육미>라고 이름을 붙였다고요. 초벌구이를 미리 해 둔 꼬치는 손님들이 주문을 하면 참기름과 간장 소스를 발라 다시 한번 굽는다고 합니다.
꼬치를 시키든 다른 안주나 식사를 시키든 간에 오뎅이 듬뿍 담긴 오뎅국물은 무한정 서비스입니다. 그래서 <육미>를 좋아하는 어떤 사람은 다른 건 다 시켜도 '오뎅백반'만은 시키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합니다. 메뉴판을 보니 정말 오뎅백반이 있었는데요. 정말 여러분, 오뎅백반은 절대 시키지 마세요~ 이렇게 뜨끈뜨끈한 오뎅국물에 정종 한 잔 시켜서 한 잔 들이키면 몸을 녹이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잔의 맨 윗까지 넘칠 듯 말 듯 하게 담아주는 정종은 여자들이 마시기에도 그다지 무리가 없네요. '한 잔' 정도라면 말이지요.^^ 속을 따뜻하게 데워준다고나 할까요? 뱃속에서 퍼지는 것 같은 술의 향기는 와인 못지 않게 따뜻하고 부드러웠습니다.
입구에 써 있듯이 육미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회덮밥에 있습니다. 회덮밥 전통은 무려 20년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한그릇에 4천원 하는 회덮밥은 고추가 듬뿍 썰어져 들어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밥에 들어가는 회는 냉동회가 아니라 야들야들하고 고소하더라고요. 점심 때 근방 직장인들의 식사 메뉴로 단연 인기 만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점심메뉴로만이 아니라 저녁에도 팔고 있어 언제든지 출출할 때 회덮밥 한 그릇을 먹고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기예보에서는 오늘 밤부터 추위가 찾아올 거라고 하네요. 슬슬 전열기나 따뜻한 겉옷을 챙겨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춥다고 너무 움츠리지 마시고, 자, 씩씩하게, 그리고 활기차게 하루 하루를 보내시길 바랄께요. 저는 <육미>에서 월동준비를 끝냈습니다. 올 겨울, 저의 춥고 외로운 맘을 달래줄 친구는 아무래도 정종과 꼬치가 될 것 같네요. 흑.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255
종각역 밀레니엄 타워 출구로 나와 피자헛과 밀레니엄 타워 사잇길로 약 20m 들어가면 오른편에 위치.
전화 : 02-738-0122
메뉴 : 정종 1잔 1천8백원 모듬꼬치(1접시) 1만원 왕새우구이(1꼬치) 1천7백원 멧돼지 1천1백원 빙어양념구이 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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