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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불패에서 g7이 가래떡 뽑기를 하면서 왜 신년에 가래떡을 먹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는...
가래떡을 길게 늘인 것은 무병장수를 기원하고, 엽전모양으로 썬 떡은 재물과 풍요를 의미한다고...
신정은 지났지만, 구정 명절이 다가오는데, 구정때 아이들에게 한번쯤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종교적 의미 갖는 성스러운 날의 음식
우리나라 사람들이 설날이면 반드시 먹는 음식이 떡국과 만두다. 만두는 지방에 따라 다르지만 떡국은 빼놓을 수 없는 설날 음식이다. 옛날부터 명절 때면 먹는 세시음식이니까 무심코 먹지만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설날은 음력으로 1월 1일이다. 한 해가 새로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지만 농사 절기로 따지면 겨울이 끝나고 봄이 다시 찾아오는 날이다.
음(陰)의 기운이 물러가고 양(陽)의 기운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하는 날이 바로 설날이다. 음과 양이 바뀌는 성스러운 날인 설날에 하늘에 제사를 지내면서 한 해가 무사하기를 빌고, 또 풍년을 비는 것이 동양의 오랜 풍습이었는데 이 때 하늘에 바치는 음식이 바로 떡이다. 한중일 3국을 비교하자면 우리나라는 멥쌀로 만든 떡을, 일본은 찹쌀로 빚은 떡을 그리고 중국에서는 밀가루로 만든 만두를 제물로 바친다.
최남선(崔南善)은 조선상식문답(朝鮮常識問答)에서 설날에 떡국을 먹는 풍속은 매우 오래됐으며 상고시대 이래 신년 제사 때 먹던 음복(飮福)음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일년을 다시 시작하는 것은 천지만물이 부활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종교적으로 설날에 갖가지 중요한 제사를 지냈다. 이후 새로운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와 태양이 부활한다는 관념이 희미해졌지만 그 의식과 물품 중에는 은연 중 옛날 제사의 잔재가 남아 있다. 신년에 정결한 흰 떡과 그 국물로 세시음식을 삼는 것은 그 일단이 아닌가 한다”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남은 음식을 모든 사람들이 나누어 먹음으로써 복을 함께 나눠 갖는 의미에서 떡국이 유래했다는 설명이다.
태양숭배와 무병장수, 재물의 풍요 상징하는 가래떡
떡국에는 가래떡이 들어가야 한다. 가래떡은 양(陽)의 기운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전통 풍속을 엮은 책인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가래떡을 백병(白餠)이라고 했고 설날 음식으로 없어서는 안될 것이 떡국(餠湯)이라고 했다. 동국세시기와 같은 시대인 조선 순조 때 한양의 풍속을 적어 놓은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도 “흰 떡을 조금씩 떼어 손으로 비벼 둥글고 길게 문어발같이 늘리는데 이를 권모(拳摸)라고 했다. 섣달 그믐에 권모를 엽전 모양으로 잘게 썰어 넣은 뒤 식구대로 한 그릇씩 먹으니 이를 떡국이라고 한다”고 적고 있다.
가래떡에도 의미가 있다. 설날에 쓰는 가래떡은 흰색이다. 추석 때 먹는 송편과 달리 색깔이 없다. 백의민족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태양숭배의 원시적 신앙에 따라 광명의 상징인 흰 빛을 숭상했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가래떡을 길게 늘여 만드는 것은 오래 살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들어있다고 한다. 식구들이 일년 동안 병을 앓지 않기를 빌었고 또 장수를 기원하는 뜻이 들어 있다. 떡국을 끓일 때는 가래떡을 엽전 모양으로 썰어 넣는다. 엽전 모양의 떡에 의미를 부여하자면 재물과 풍요를 바라는 의미다. 중국인이 춘절(春節) 때 만두를 빚으며 동전을 넣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가래떡과 떡국에는 하늘에 대한 경외와 무병장수, 재물과 풍요를 바라는 소망이 모두 담겨있는 셈이다.
역사 깊은 떡국 민간 설화도 다양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가래떡 모양의 떡을 먹었을까? 최남선의 말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설날에 떡국을 먹은 것은 분명하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펴낸 한국세시풍속사전에는 가래떡의 원형을 중국에서 찾는다. 산동태수 가사협(賈思?)이 439년에서 525년 사이에 쓴 제민요술(齊民要術)에 밀가루로 만든 병(餠)을 분류했고, 여기에 기자면(碁子麵)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밀가루를 반죽해 가래떡처럼 둥근 막대 모양으로 만들어서 얇게 썰어 건조시켰다가 끓여 먹는 밀가루 떡국이다. 당시 한반도에는 밀가루가 귀해, 주로 중국에서 수입해 썼다. 대신 쌀가루로 만들어 떡을 만들었는데 이것을 가래떡의 원조로 보고 있다.
한편 개성사람들은 가래떡 대신에 조랭이 떡국을 끓여 먹는다. 조랭이 떡국은 가운데가 잘록한 것이 특징인데 고려를 멸망시킨 이성계에 대한 원한 때문에 생긴 떡이라고 한다.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면서 고려의 충신들이 죽임을 당했는데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사람들이 가래떡 끝을 하나씩 비틀어 잘라내면서 이성계에 대한 울분을 풀었다는 민간 설화다.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있다. 동국세시기에 “떡국에는 원래 흰 떡과 쇠고기, 꿩 고기가 쓰였으나 꿩을 구하기 힘들면 대신 닭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꿩은 야생동물이니까 잡기가 힘들었고
출처: <윤덕노의 재미있는 음식이야기 食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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