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안단테 칸타빌레 - 바이올린 제작자 김호기의 휴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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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넉넉하지는 않은 가정형편이였지만, 오빠와 함께 바이올린을 하던 주인공 김호기씨... 모짜르트와 같은 천재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는 자세와 노력으로 시향에 들어가서 음악생활을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손가락 이상으로 인해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을 하다가 악기 제작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퇴직금만을 들고 이탈리아로 떠나서 마에스트라가 되어 돌아온 그녀의 밝고 아름답고, 긍정적이면서도 감동적인 내용의 휴먼 에세이입니다.

어려운 시기를 겪을때마다 긍정적인 선택과 마음을 가지고 어려운 고비를 현명하게 보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지금의 자리에 까지 도착했고, 앞으로도 계속 앞으로 나가려는 그녀...
그녀가 겪은 시련이 뭐 어찌보면 아주 극단적인 절망의 상황까지는 아니였지만, 삶을 대하는 긍정적인 자세와 긍정적인 선택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듯 합니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그 슬픔을 이기게 해준 노라존스에게 바이올린선물을 해서 이어지게된 드라마같은 사연이 가슴을 찡하게도 만들어 주는 책입니다.

다만 너무 저자분이 사람들을 좋아하고 아껴서 그런지 너무 많은 분량을 지인들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가는것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나머지 이야기만으로도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들, 고난속에서 다시금 일어나는 모습, 가슴찡한 사연들이 참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면 꿈과 희망을 주는듯한 책이였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 세상을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가며,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며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하게 해줍니다.

책제목인 안단테 칸타빌레(Andante Cantabile)는 1871년 초에 차이코프스키가 특별한 실내악 연주회를 위하여 첫번째로 작곡한 현악사중주의 한 악장이면서, 느리게 노래하듯이라는 뜻을 가진 뜻으로 책의 내용중에 그녀의 삶의 모토라고 할까요?
느리더라도 꾸준히 한발한발 묵묵히 걸어가며,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는...

이 책을 보고나니 인생의 정답은 아니지만, 한편의 멋진 모범답안을 본 느낌이 들게 되는데,
삶의 어려운 고비에 쳐하신 분이나, 좀 부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분들이 보시면 특히나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책이였습니다.

노라존슨 관련 기사보기

<도서 정보>
제   목 : 내 인생, 안단테 칸타빌레
저   자 : 김호기
출판사 : 좋은인상
출판일 : 2009년 9월
책정보 : 280쪽 | 376g  ISBN-13 9788996150619
구매처 : 북콩 리뷰도서
구매일 : 2009/10/14
일   독 : 2009/10/16


<미디어 리뷰>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된다.
'안단테 칸타빌레', 느리게 노래하듯이 걸어온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

손 가락 마비 증상으로 바이올리니스트의 삶을 정리하고 현악기 제작자로서의 새로운 자신을 찾아간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악기를 제작하는 장인, 마에스트라로서 제 2의 삶을 시작한 그녀의 인생 여정은 '마에스트라'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생소함만큼이나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사연들을 들려주는데, 그 속에서 바이올린을 놓아야만 했던 고통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렘 등 저자가 겪었을 순간의 감정들이 생생하게 전해져 온다.

운명과도 같았던 바이올린과 함께 했던 시절, 맨바닥에서부터 시작해야 했던 제작자의 길을 차분히 들려주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품게 된 열정과 희망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책 속의 에피소드들은 시종 솔직하고 담담하게, 바로 얼마 전 일어난 일인 듯 세세하게 묘사되고 있으며, 그렇게 저자가 풀어내는 그 자신의 이야기들은 그의 악기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현의 선율처럼 풍부하고 감동적인 울림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저 : 김호기

1962 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유년시절 대부분을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 세 명의 오빠와 언니, 강아지들이 함께하는 복작복작한 가정에서 보냈으며 바이올린을 공부하는 큰오빠 덕에 초등학교 때부터 바이올린에 꽂혀 바이올리니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선율, 우아한 모양새 등에 매료된 저자는 20여 년을 바이올린과 한 몸처럼 지냈다. 때로 좋은 선생님을 만나 레슨을 받기도 했지만, 주로 혼자서 주구장창 활을 켜는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대학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후 꿈에 바라던 부산 시립교향악단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시향에서의 8년 생활은 그 무엇도 부럽지 않은 행복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기쁨과 안정도 잠시,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왼손가락에 이상이 찾아오고 더 이상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연주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새로운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바이올린 제작자의 길이 바로 그것이다. 음악과 관련이 있고 스스로 잘할 수 있는 일이 바로 바이올린 제작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그녀는 언어와 비교적 많은 나이라는 장벽을 뚫고 스트라디바리 국제 현악기 제작학교를 졸업하며 마에스트라 자격을 획득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하나의 문이 열리듯 그녀는 그렇게 모든 것을 잃고도 그 위에 새로운 인생을 개척했다 + 아직 미혼으로 강아지와 고양이와 사신다고... 좋은분 만나시길 기원합니다~




<줄거리>
꿈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상처는 지워지고 열정은 커졌다!

바이올린 연주자에서 제작 마에스트라가 되기까지, 인생 2막 마침표는 없다!

미국 최고가수 노라 존스가 찾았던 한국의 바이올린 명장 김호기의 애틋하면서
동화같은 인생이야기!
“당신의 바이올린은 내가 받은 모든 선물중 최고의 선물입니다” - 노라 존스


‘마 에스트로’ 하면 까만색의 연미복을 입고 격정적인 표정으로 격렬하게 지휘봉을 흔드는 지휘자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혹은 신사복 브랜드의 이름과 동일한 탓에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이 떠오르기도 한다. 마에스트로란 작곡가나 지휘자를 이르는 음악용어로서, 악기를 제작하는 장인 역시 마에스트로 칭호를 받는다. 그런데 이 남성적 이미지에 상반되는 ‘마에스트라’라는 단어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마에스트라는 마에스트로의 여성형 표현이다.

현악기 제작 마에스트라의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본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저자는, 불행히도 왼쪽손가락에 미세한 마비증세가 온 탓에 다른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까지 전부로 알았던 세상에서 더 이상 발전을 이룰 수 없었기에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는 긍정적인 자세로 그녀는 넘어진 자리에서 우뚝 일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어릴 때부터 줄곧 바이올리니스트의 길만 생각했기에, 음악을 떠나서는 살 수 없을 거란 생각에, 그와 관련된 일 중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고 그래서 선택한 길이 바로 현악기 제작자의 길이었던 것.

연주자의 삶을 정리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맨바닥에서부터 제작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현악기 제작으로 가장 정통적인 학교를 찾고, 유학길에 오르고, 학교를 졸업하고 마에스트라가 되기까지 그 열정과 노력은 많은 이들이게 귀감이 될 만하다. 또한 그녀는 인생 2막을 열며 너무도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났고, 또 그 사람들 덕에 희망을 꿈꿀 수 있었다고 말한다. 특히 가족과도 같이 곁에서 응원해주고 격려해준 친구들, 낯선 타국에서 만나 우정을 나눈 크레모나 현악기 제작학교의 친구들, 비가 오는 날에는 나무 값을 깎아주는 낭만적인 재료상 할아버지, 물설고 사람 설은 이국에서 친할머니처럼 살뜰하게 챙겨준 집주인 할머니 등 사람들과의 소소한 이야기는 읽는 이에게 사람 사이의 향기로움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특히나 ‘노라 존스’와의 인연은 하나의 동화처럼 마음을 맑게 울린다. 저자가 노라 존스에게 직접 만든 바이올린을 선물했는데, 노라 존스가 그 선물에 감동하여 몇 년 동안 저자를 찾은 것. 노라 존스는 “당신의 바이올린은 내가 받아본 모든 선물 중 최고의 선물”이라며 친필 편지를 건네주기도 했다.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느리더라도 마음을 열고 사람들과 함께 하나의 심포니처럼 삶을 연주해나갈 때 스스로의 삶도, 인생의 성공도 가까워진다는 것. 이 단순한 진리를 감동적으로 전달하는 책이다.

느리더라도 즐겁고 의연하게 삶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들
크고 작은 인생의 걸림돌을 넘어, 자기만의 삶을 연주하라!

누 구나 삶의 크고 작은 걸림돌에 걸려 넘어질 때가 있다. 더구나 요즘처럼 청년실업이 만연하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고단하게 느껴지는 시대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한 번의 실패에 크게 좌절하고 다시 일어설 힘을 잃고 영영 회복하지 못하는 수도 있다. 그렇지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거나,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느긋하게 그러면서도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걷는다면 작더라도 자신만의 성취를 이뤄낼 수 있다. 책의 저자는 그 희망의 증거이다.

저자 김호기는 유년시절부터 바이올린만을 바라보며 자랐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변변히 레슨 한번 받아보지 못했다. 혼자서 곡을 듣고 해석하고 나름대로 따라 하는 것으로 유년시절의 대부분을 보냈으며, 대학에 가서도 마음껏 포부를 펼쳐볼 기회는 얻을 수 없었다. 그런 그녀가 시립교향악단의 단원이 된 것은 순전한 노력의 결실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에게 행복은 길지 않았다. 시향 생활 8년 만에 왼손가락에 미세한 마비증세가 나타났기 때문. 원인을 알아내는 데만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동안 그녀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자신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바이올린 연주를 계속할 수 있을지 없을지 불투명한 나날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증상의 원인을 찾기는 했지만, 해결책은 없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자신의 전부를 잃고, 쉽게 다시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넘어진 그 자리에 다시 일어서 새 길을 개척했다. 현악기 제작자의 길이 바로 그것이다. 국내 제작자가 많지 않던 쎽절, 그것은 꽤 용기가 필요한 도전이었다. 그녀는 새 출발을 하기에 적지 않은 나이, 언어의 장벽, 어려운 형편 등 모든 장벽을 뛰어넘고 당당히 마에스트로 자격증을 획득하기에 이른다. 여성으로는 국내2호다.

‘안단테 칸타빌레’는 ‘느리게 노래하듯이’라는 뜻을 지닌 악상기호이다. 이 단어는 저자의 삶을 단적으로 표현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현악기 제작자의 길에 들어섰지만, 온갖 장애물을 넘어서서 마침내 꿈을 이뤄내는 모습은 의연한 삶이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며, 주변 사람들과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뤄내는 모습은 경쾌한 노래처럼 청량감을 선사한다. 열 번을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고, 그러면서도 주위 사람들과 함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그녀의 오뚝이 같은 인생 스토리는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감동하기 좋아하는 이탈리아 사람들과의 아름다운 인연
음악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과의 동화 같은 이야기

책 은 저자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과 더불어 주변 사람들과의 아름다운 사연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스스로 ‘사람 복이 많은 사람’이라며, 지인들과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속살거리듯 들려준다. 또한 아무것도 모르고 맨땅에 헤딩하는 것처럼 행해진 이탈리아 유학길에서 만난 이국사람들과의 인연 역시 인상적이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저자에게 친할머니처럼 살갑게 대해준 집주인 로사 할머니, 비가 오는 날이면 나무 값을 싸게 매기는 낭만주의자 모라시 할아버지, 저자의 모자란 이탈리아어 실력을 매워준 고마운 친구 마리안,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카푸치노를 파는 학교 앞 바 부부, 천재적인 기타 솜씨를 지니고 있는 로렌쪼 등등. 페루지아와 크레모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국풍경과 더불어 그 속에서 내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부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세계적인 가수 ‘노라 존스’와의 만남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한동안 우울 증세에 빠져 있던 무렵, 노라 존스의 음악을 듣고 조금씩 켜켜이 쌓인 우울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저자는 그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꼬박 넉 달에 걸쳐 바이올린을 만들고 지인을 통해 바이올린을 전달한다. 보통의 경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그렇지만 그로부터 2년 후 저자는 우연히 집어 든 음악잡지에서 노라 존스가 바이올린을 선물한 한국의 친구를 찾는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 그리고 저자를 찾은 노라 존스는 친필 편지를 보낸다. 수많은 팬들이 준 무수한 선물 중에서 ‘최고의 선물’이라는 노라 존스의 말은 저자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 사연은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강한 울림을 준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정이 무엇인지, 마음을 울리는 위안이 어떤 것인지, 진정한 감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동화처럼 아름답게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극복하지 못할 좌절은 없다고, 꿈만 있다면 다시 일어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저자는 그렇게 온 마음으로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책속으로>
프롤로그 | 꿈을 향해 느리게 노래하듯이

바이올린은 내 운명
* 돌아온 자리
* 바보 손가락
* 내 인생의 멘토
* 확신 없는 진단
* 브라보 마크!
* 선택의 기로
* 영혼을 울리는 동반자
* 스파르타 선생님
* 짧은 인연, 순간의 눈맞춤에도 삶은 빛나고
* 또 다른 세상
* 제일 편한 걱정
* 바닷가 시인의 집
* 웰컴 투 마이 월드
* 오케스트라와 실내악
* 어머니와 내의
* 따로 또 같이
* 마지막 연주회

새로 쓰는 내 인생의 악보
* 미지의 세계로
* 페루지아의 아침
* 음악의 나라 이탈리아
* 로사 할머니의 로맨스
* 크레모나 답사기
* 로사 할머니의 로맨스
* 이탈리아식 두부?
* 굿 바이, 페루지아
* 인연이라는 오아시스
* 수업 첫날
* 느리게 또박또박
* 연휴 코피사건
* 안녕, 바이올린
*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풍경
* 12월의 편지
* 만 리라의 행복
* 새빨간 책
* 델레 벨레
* 한 끼의 즐거움
* 모라시 할아버지의 낭만
* 음악은 성난 사람도 웃게 한다
* 무서운 세탁기와 2층남자
* 멋쟁이, 로렌쪼
* 피노키오 엄마
* 팬티 입고 집에 갈래?
* 모든 일은 꿈에서부터
* 시험 인생
* 마음은 오래 기억된다

향기 나는 꿈
* 그 소리, 참 좋더라
* 어머니와 고등어
* 음악이 만들어낸 동화
* 함께 피는 꽃이 아름답다
* 울지 마, 사랑해
* 미리 꿈꾸는 500년 후
* 오늘이라는 무한한 가능성

에필로그 | 살아온 날, 살아갈 날



그는 해마다 새롭게 올라오는 젊은 음악주자들에게 불안감을 느껴 혹시 오디션에서 탈락하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노장 단원들을 특히 많이 배려했다. 어느 오케스트라에서건 노장의 노련함이 중요하니 더 이상 탈락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말라고 다독여주기도 했다. 근본적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생각할 수 없는 따뜻한 배려였다. 그는 우리 단원들에게 탈락의 칼을 휘두르지 않았다. 오디션을 미끼로 지휘자로서의 파워를 비축하려들지 않았다. 그의 음악이 그토록 빛날 수 있었던 것은 고귀한 그의 인품 때문이었으리라. --- p.24

미국 의사의 진단이 있은 후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연주생활을 이어갔지만, 속으로는 골병이 들고 있었다. 불면의 날들이 계속되었다. 잠을 자도 자는 게 아니었고, 뭘 먹어도 제대로 먹는 게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손가락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또 한편으로는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내 감정은 그렇게 양극단을 널뛰고 있었다. 회복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이렇게나 음악에 대한 열정이 온 마음을 사로잡고 있을 때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다. 마크와 함께 아름다운 음악을 엮어가고 싶었다. 꿈을 잃고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갈 생각을 하니 막막하기 그지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시향을·떠난 나를 상상할 수 없었고 바이올린 없는 내 삶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 p.43

전부라고 생각했던 한쪽 문이 닫힐 때, 사람은 누구나 절망에 빠진다. 하지만 그 다른 쪽에 새로운 문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준다. 우리는 그것을 희망이라 부른다. --- p.96

이 세상에 영원한 관계란 없다. 잠깐 땀을 식히고, 머리를 기대고 쉴 수 있을 뿐,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머물 수는 없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언제나 이별 앞에 담담하지 못하다. 나는 언제나 이별에 서툴다. --- p.144

누워서 멍하니 천정만 보다가, 문득 이런 자문이 일었다.
‘이러고 있으면 뭐 어떡하겠다는 거야?’
어차피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여태 역경을 마주할 때마다 항상 선택해야 할 길은 딱 두 갈래였다. 좌절이냐 극복이냐…….
지금 이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부글부글 끓던 속이 편해졌다. 냉정한 마음으로 그 부서진 악기를 들고 보니, 그것을 가지고 뭘 해야 할지 보였다.
‘정확하게 세로로 반을 갈라보자.’
악 기를 만들면 깎은 두께의 변화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절대 없다. 이번이 절호의 기회였다. 내가 작업을 어떻게 했나, 이 부분을 어떻게 더 깎을지, 덜 깎을지 반으로 가른 악기의 단면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분명 천금을 주고도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 p.212

내가 만든 악기가 내가 가보지 못한 곳에서 연주가 되고,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생각을 하면 어딘가 가슴 한쪽이 뻐근해진다. 세상의 유명세보다도 그 어떤 상장이나 명성보다도 ‘그 소리 참 좋더라’라는 그 말을 들으면 너무 행복하다. 그것이 내가 숨쉬고 일하는 이유다. 그 말을 듣기 위해 나는 오늘도 연장을 다듬고 나무를 깎고 바이올린을 만든다. --- p.237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혼자 피는 꽃은 돌아봐주는 이가 아무도 없다.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고 해도 혼자서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 그들과 서로 힘을 나누며 살아갈 때, 더 큰 성과를 이룰 수 있다. 꽃은 함께 필 때 그 향기가 더 진하다. 나의 삶에 향기를 만들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p.263

바이올린을 만들며 나는 500년 후를 꿈꾼다. 이미 나는 죽고 사라졌을 테지만, 내가 만든 바이올린이 그때까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소리를 내준다면 그것보다 보람 있는 일은 없으리라. 오랜 시간 수십 명 이상의 연주자들에 의해 연주되고, 수없이 많은 날씨변화를 겪고, 그리고 수십 번의 수리를 겪은 후에도 살아남아 사람들에게 좋은 소리를 선물해준다면 그것만큼 가슴 벅찬 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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