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는 담담한 입양되었던 명희씨와 기쁨과 미안함을 가지고 그녀를 대하는 어머니와 가족들을 보면서 어찌나 눈시울이 뜨거워 지는지...
이런 일을 겪어볼수는 없겠지만.. 참 애환이 교차할것이고, 솔직히 난감하지도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암튼 보름동안에 부모님과 지내면서 모든것을 깨끗하게 씻고, 행복하게 돌아가시기를 바랍니다.
다 1부 (2008/09/01)
방송 일시: 2008년 9월 1일(월) ~ 9월 5일(금)
다섯 살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입양 간 딸이 두 아이를 둔, 중년 여인이 되어 돌아왔다.
37년 전, 빚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가산을 탕진하고 몸져누운 남편, 그리고 올망졸망한 다섯 아이를 홀로 책임져야 했던 어머니는 할 수 없이 막내딸 명희를 입양보내기로 마음먹는다. ‘너만이라도 잘 살라’는 눈물겨운 모정이었다.
“엄마 울지 마! 내가 크거든 돈 벌어서 엄마 집 사 줄게.” 가족의 곁을 떠나면서도 엄마를 위로했던 착하고 야무졌던 막내딸 명희...
다시 만날 날만 손꼽았건만 그것이 37년의 긴 이별이 될 줄이야...
그런데 그 막내딸 명희가 돌아왔다. 명희가 한국에 머무는 시간은 단 2주일. 최고의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가족들이 똘똘 뭉쳤다.
우리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 그 여정을 따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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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 살, 명희와의 작별
아버지가 빚보증을 잘못 서 전 재산을 날리는 바람에
일곱 식구가 단칸 셋방에서 배를 주리던 시절.
‘미국 가면 배불리 먹을 수 있고 대학공부도 할 수 있다’는 말만 믿고
금순 씨(73)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막내딸 명희를 미국에 입양 보냈다.
가슴이 미어져 떠나는 뒷모습을 차마 쳐다볼 수 없었지만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에 막내딸 없는 하루하루를 견딜 수 있었다.
처음엔 편지도 오고 사진도 왔지만 1년이 지나자 연락이 뚝 끊기고 말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보내지 말 것을, 굶어 죽더라도 같이 견딜 것을···.’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동안 명희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던 가족들은 36년이 지난 작년에야
명희씨 소식을 듣게 되었다.
# 명희에서 켈리로 살기까지...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명희 씨는 켈리라는 새 이름을 얻고 좋은 집에 예쁜 옷에
좋은 음식을 먹으며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지만 한국의 가족을 잊을 수 없었다.
밤마다 침대에 누워 아빠가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며 울던 나날들...
양부모가 알면 자신을 다른 곳으로 보낼까봐 아무도 모르게 울며 기도했었다.
그러나 그 기도는 오랫동안 이루어지지 않았고 나이가 들면서 더 이상 아버지를
기다리지 않게 되었다. 입양서류가 잘못 되어 친 가족이 없는 것으로 되어있었기에
한국의 가족에 대한 자신의 기억이 잘못 된 것이라고 믿게 되었던 것이다.
그 후 세월이 흘러 결혼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명희 씨.
남편 브래드 씨의 노력으로 한국의 가족을 찾게 되었을 때
찬물을 뒤집어 쓴 듯 한 충격을 받았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그리고 가족을 만나러 오기까지 쉽지는 않았다.
# 미안해, 명희야..
37년만의 귀향. 2008년 7월 17일, 명희 씨는 가족과 함께 한국 땅을 밟았다.
한 번에 알아보지 못하면 어쩌나 마음 졸였는데 입국장을 나오는 명희 씨를 보고
한달음에 달려 나간 큰 언니 화순 씨(53)와 둘째 언니 명숙 씨(51).
누가 봐도 의심할 여지없이 닮은 게 영락없는 동생이었다.
딸을 품에 안고서 용서를 구하는 어머니를 명희 씨는 오히려 위로했다.
“미안해하지 말아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 다 이해해요.”
의젓하고 영특했던 어릴 적 명희의 모습 그대로였다.
형제자매, 조카에 친척들까지, 상상도 못한 대가족의 환영 속에서
내게도 이런 가족이 있었음을 행복해하며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내는 명희 씨.
하지만 만남의 기쁨보다 더한 슬픔 또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그토록 기다렸던 아버지는 치매에 걸려 딸과의 대화조차 어려운 형편,
그러나 아버지는 대부분의 기억의 끈을 놓은 상태에서도 37년 만에 만난 막내딸에게
이 한 마디만은 잊지 않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 아름다운 이별
명희 씨와 가족들의 만남은 완전한 기쁨도 완전한 슬픔도 아니었다.
옛 기억을 하나씩 되살리고 살아온 얘기들을 나누며 울고 웃는 동안 죄책감과 슬픔,
원망과 그리움으로 상처투성이가 되었던 마음들은 비로소 편안해질 수 있었다.
이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된 명희 씨와 가족들.
그러나 꿈같은 보름은 빠르게 지나갔다.
기다림에 목메던 지난 37년에 비하면 전광석화 같기만 했다.
고향 금산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어머니와 딸은 조용히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한다.
떠나는 발길엔 아쉬움이 가득하지만 이제 명희 씨는 37년 전, 부모를 떠나
낯선 땅으로 가야 했던 ‘슬픈 꼬마 명희’가 아니다.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명희 씨. 그 얼굴에 행복한 웃음이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