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부부들 끼리 여행을 갔는데, 그중에서 가장 못살것 같은 친구가 제의를 해서 경제적인 마인드를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향해 출발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스토리텔링방식으로 들어보니 정말 가슴에 와닿았고, 가슴이 아펐고.. 나의 잘못들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무엇보다도 현재에 쓸데없는곳에 낭비를 하는것은 미래에 써야할 돈을 지금 땡겨서 사용하는 것이라는 말에 그동안에 사두면 좋은거지 했던 나의 잘못된 소비패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부록으로 받은 가계부도 괜찮기는 한데... 아직은 가계부를 쓰기전에 해야할일이 있는 관계로.. 나중에 다시 펴보기로...
그러고보니 한동안 가계부를 Plam에 잘 정리를 했던때가 참 좋았는데.. 왜 그만두었는지...
기록이 중요한것이 아니고, 그 기록을 바탕으로 뒤돌아보고, 반성하고, 앞으로 좋은 쪽으로 변해야 하는게, 그런것에 미흡했던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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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요약본 - 감추기
제윤경 지음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런데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돈이 많길 바라기보다 돈에 대해 합리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해야 한다. 따라서 재무 설계도 미래를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목표를 달성해가면서, 그 과정에서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런 시각에서 오래된 아버지의 가계부에서 발견한 지혜와 감동의 재무 설계를 살펴보자. ▣ 저자 제윤경 ▣ Short Summary 다시 말해 돈에 대한 삐뚤어진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즉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행복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바보 취급받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무리하게 빚을 내어 집을 사기도 하고, 저축하느니 차라리 쓰는 게 낫다는 분위기 속에서 가계 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저축률은 3퍼센트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정작 그렇게 해서 행운을 거머쥔 듯 보이는 사람들조차도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하루에 몇 천만 원씩 내 집값이 오른다는 사람들도 정작 버는 돈의 상당부분을 빚 갚는 데 쓰느라 생활은 더 궁핍해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재무 상담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들과 만나면서 우리 사회가 여러 가지 면에서 진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돈에 대한 인식과 태도만은 자꾸 퇴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고 한다. 즉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삶 그 자체가 아닌 돈에게 주인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아울러 상담을 받은 많은 사람들 중 대다수는 자신을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실제로는 돈을 많이 쓰며 사는 사람들도 ‘원 없이 돈 쓰며 사네’ 하며 만족해 하진 않았다고 한다.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돈은, 현재 얼마를 갖고 있건 채우지 못하는 욕망의 대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돈 때문에 자기 삶의 온전한 주인이 되지 못하는 현실을 우리 모두 다시 돌아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저자는 이 책을 썼다. 참고로 이 책은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는 네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을 이야기한다. 사업 실패로 모든 것을 잃어버렸던 하늘이의 아버지가 가계부를 통해 다시 새롭게 인생을 시작했던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그들 앞에 놓인 후반전 인생을 제대로 마주하게 된다. 덧붙이면 하늘이 아버지의 가계부는 자신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재구성하여, 그 안에서 제대로 된 희망을 찾아나가는 과정-허황되고 막연한 행운에 기대지 않고 구체적인 자기 현실과 스스로의 노력으로-을 말하고 있다. 한편 하늘이의 아버지는 가계부를 써나가며 이전보다 더 단단한 행복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 단단한 행복은 사실 우리 주위에, 우리가 조금만 손을 내밀면 쉽게 잡을 수 있을 만큼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그런데도 우리들 대부분은 아직 그 단단한 행복을 이룬 아버지가 되지 못하고 있다.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런데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돈이 많길 바라기보다 돈에 대해 합리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재무 설계는 돈을 많이 벌고 대박의 행운을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목표를 하나하나씩 달성해 나가면서, 그 과정에서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재무 설계가 단순히 돈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돈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단일 뿐 우리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돈에 대한 계획을 먼저 세울 게 아니라 인생 설계부터 해야 한다. 아무튼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돈이 아닌 행복을 소비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 책을 읽으며 행복을 소비하기 위한 작은 희망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면, 저자는 그것으로 만족하고, 그래서 가계부를 쓰는 아버지와 같이 단단한 행복을 매일 만들어 나가게 되길 소망하고 있다. ▣ 차례 1. 미래를 준비하는 여행 2. 아버지의 가계부 3. 새로운 출발선에서 아버지의 가계부 1. 미래를 준비하는 여행 무계획 인생들, 미래가 불안하다 함께 여행을 떠나는 하늘이, 광수, 문식은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는 죽마고우인데, 올 초 세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모범생 하늘이가 한 가지 제안을 했었다. 마흔이 되기 전에 부부동반으로 어디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자는 것이었다. 다들 얼큰하게 취하기도 했거니와 한 번도 그렇게 모인 적이 없었기에, 그땐 모두 ‘그거 좋은 생각이다’ 하며 의견을 모았었다. 그런데 각자 생활에 바쁘다 보니 하늘이를 뺀 나머지 세 친구는 여행 약속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하늘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하늘이의 전화를 받은 재벌의 머릿속에 ‘바빠 죽겠는데 한가하게 여행을 떠나야 하나. 역시 월급쟁이가 편하긴 편하군’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그런 재벌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이는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내년이면 마흔이다. 벌써 인생 절반을 산 거지. 이럴 때 서로 볼 거 안 볼 거 본 친구들끼리 사십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얘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얘기하다 보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실마리가 좀 보이지 않겠어? 요즘 문식이랑 광수도 힘든 것 같던데.” 그러고 보니 저번 술자리에서 광수가 심상치 않긴 했었다. 술만 들어가면 아내와의 불화를 끄집어내는 광수인지라 한 잔 두 잔 술잔이 돌고, 가정사와 관련된 푸념이 나올 때쯤이면 그냥 지나쳤지만, 지난번에는 좀 심각한 구석이 있었다. 문식의 한숨소리도 유난히 컸었다. 그나마 제일 안정적으로 산다고 여겨왔던 문식도 말 못할 고민이 있는 듯 그저 한숨만 쉬며 연거푸 술잔을 기울여 댔다. 사실 재벌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워낙 성격이 털털해서 내색하진 않았지만 요즘 들어 부쩍 마흔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할 일이 많아졌다. 아내와의 관계도 그렇다. 점점 대화하기가 힘들어진다. 사실 재벌은 며칠 전 아내와 크게 다퉜다. 부부싸움 후 며칠 동안 말도 안 하고 지내는 터에 재벌은 아내에게 여행을 함께 가자는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막막했다. 아무튼 이런 사연 끝에 떠나기로 한 여행이었다. 한편 하늘이와의 통화 말미에 재벌은 “여행 가서 그런 얘기를 한다고 뭐가 달라지냐?”라고 시큰둥하게 말했었지만, 하늘이의 목소리는 자신에 차 있었다. “자, 그러지 말고, 내가 뭘 좀 준비했으니까 기대해도 좋아.” 절반의 인생 평가표, 돈을 제대로 말하자 어제 사건의 발단은 아내의 쇼핑이었다. 그날 문식은 퇴근 후 잠시 회사 동료가 개업한 가게에 들렀었다. 개업 축하 선물로 난 화분과 아이들에게 줄 케이크를 사 들고 동료를 찾아간 문식은 할 말을 잃었다. 열 평도 안 되는 동네 치킨 집. 그것이 회사를 그만두고 차린 친구의 가게였다. 친구는 치킨 양념이 얼룩덜룩하게 묻은 앞치마를 걸치고 있었고, 친구 아내도 개업 준비로 피곤해서인지 예전의 곱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으며, 아이들 표정도 그리 밝지 않았다. 문식은 자신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현실 감각 없는 아내가 여전히 희희낙락 백화점 쇼핑이나 하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문식은 아내에게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곧이어 광수네와 하늘이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동시에 펜션 마당에 도착했고, 꼴찌는 재벌이네였다. 대충 짐을 풀고 펜션에서 차려준 저녁식사를 한 후 다들 하늘이네 방에 모였다. “먼저 제수씨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우리야 뭐, 볼 거 안 볼 거 다 본 사이지만 제수씨들은 아직 서로 서먹하실 것 같습니다. 그동안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왕래가 적었으니 말이죠. 이번 기회에 제수씨들도 서로 친해졌으면 좋겠어요.” 잠시 인사말을 건네고 나서 하늘이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번에 내가 여행을 떠나자고 한 건, 전화로 이야기한 대로 우리의 사십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인생의 후반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여서 의논해 보려는 거야. 그런데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일단 현재 우리 모습이 어떤지 아는 게 먼저겠지? 그래서 이걸 우선 작성한 다음에 이야기를 시작하자고.” 하늘이는 미리 준비해둔 종이를 친구들에게 나눠 주었는데, 이름과 나이, 직업, 가족관계, 자산, 부채, 소득, 그리고 지출을 기록하게 되어 있는, 일종의 대차대조표였다. 친구들은 순간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지만, 하늘이는 친구들의 이런 반응을 예상했는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쉽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부부끼리 상의해서 잘 작성해봐. 써보면 알겠지만 자기 자신을 아는 데 이것만큼 정확한 게 없을걸. 현재 내 모습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면 미래의 나를 어떻게 준비할 수 있겠냐? 이따가 이걸 가지고 현재의 우리 모습에 대해 이야기할 거니까 이야기들 많이 나눠보고, 첫 시간은 이걸로 끝이야.” 내 인생의 대차대조표 - 방으로 돌아온 재벌과 아내는 머쓱해졌고, 아내는 재벌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 별말이 없었다. 결국 재벌이 종이를 집어 들었고, 아내와 머리를 맞대고 앉아 하늘이가 나눠 준 종이의 빈칸을 메우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현금흐름표였다. 재벌 부부는 맞벌이로, 초등학교 선생인 아내는 너무 바빠 한 달 수입이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잘 몰랐다. 매월 돈이 모자라 저축도 제대로 못하는 형편에, 출처가 생각나지 않는 돈이 너무 많아, 결국 재벌은 아내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 말씨름이 이어질수록 아내의 표정은 점점 험악해졌다. 언제부터인가 재벌 부부는 돈 문제 얘기만 나오면 말싸움으로 이어졌다. 방 안 공기가 싸늘해지자 재벌은 담뱃갑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재벌은 이번 여행을 계획한 하늘이가 벌써부터 원망스러워졌다. 그러면서도 내심 다른 집 사정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해, 친구들 방을 기웃거려 보았다. 문식이네 방은 조용했는데, 문식의 아버지는 알부자로 소문난 사람이다. 게다가 문식이도 탄탄한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광수 부부가 주거니 받거니 싸우는 소리가 방 밖으로 새어 나왔다. 의외였다. 의사 마누라를 둔 광수에게 돈 문제만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재벌은 더 이상 들으면 안 되겠다 싶어 자리를 피했다. 부부간의 대화 치고는 좀 세다 싶을 정도로 광수 부부의 목소리엔 날이 서 있었다. 얼마 후 모두 하늘이네 방으로 다시 모였다. 문식 부부는 덤덤한 표정이었지만, 광수 부부는 한눈에도 싸웠다는 것이 느껴질 만큼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었다. 고소득 빚쟁이, 박광수 부부 이야기 - 정해놓은 순서에 따라 광수가 제일 먼저 발표를 시작했다. “우선 내가 시작할게. 자산으로는 현재 살고 있는 집, 현 시가로 7억 원이 조금 넘는 아파트가 있어. 2년 전 대출 2억을 끼고 5억에 샀지. 그게 운이 좋아서 2년 새 2억이 올랐어. 금융자산은 보통예금통장에 있는 돈 2천만 원이랑 주식투자에 들어가 있는 돈 5천만 원, 그래서 7천만 원 정도.” 그런데 갑자기 광수의 목소리가 작아진다. “부채 부분은, 좀 부끄러운데, 아파트 담보대출 총 3억 원에 아내 앞으로 신용대출이 3억 원, 마이너스통장 천만 원, 따져보니 자산만큼이나 부채도 많아서 순자산은 1억 6천만 원이야.” 다음으로 광수는 현금흐름을 이야기했다. 소득은 소아과 의사인 부인이 평균 천만 원, 광수는 300만 원, 부부합산 월소득이 1,300만 원이 넘었다. 그런데 지출은 아이 교육비와 가사도우미에게 나가는 비용, 양가 부모님 용돈, 생활비, 부부 용돈, 보험료 등으로 평균 천만 원 이상이었다. 어쨌든 고소득을 올리는 광수네가 부러워 재벌은 “야, 많이 버니까 많이 쓰고 사는구나. 부럽다”라고 말했더니, 광수는 “남들은 다 그렇게 말하는데 사실 병원 소득이 불규칙해”라고 말했고,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광수 아내가 지지 않고 말을 받았다. “이이가 주식투자를 하면서 돈을 워낙 많이 날려서 모아둔 것도 없어요.” 친구들과 아내들도 광수 부부가 서로 너무 냉랭히 대하자 움찔했다. 남들 앞에선 자존심 때문이라도 잘사는 척 해왔던 광수의 아내는 이참에 아예 할 말을 다하겠다는 기세였다. “사실 많이 벌어도 정작 우리 둘을 위해 쓰는 건 별로 없어요. 부모님 용돈에, 집안 행사에 내는 돈이 정말 적지 않아요. 돈 쓸 일이 생기면 다들 으레 우리가 제일 많이 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부담스럽기까지 해요. 그런데 누가 알겠어요. 우리가 매달 원금은커녕 이자만 갚고 있는 빚쟁이라는 걸요.” 아닌 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해왔다. 재벌은 왠지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조기퇴직의 두려움, 서문식 부부 이야기 - 대기업 과장으로 일하는 문식이네는 전업주부인 아내가 돈 관리를 하고 있어 발표도 부인이 하기로 했다. “그래도 광수네는 우리 집보단 낫네. 둘이 버니까. 우리 집은 살고 있는 아파트 한 채가 다예요. 한 5억 정도 할 거예요. 남편 월급 받아서 겨우 빚 안 지고 사는 정도예요. 보험은 나중에 아플 때를 대비해서 몇 개 들어놓긴 했지만 크게 기대는 안 해요.” 문식이의 연봉은 5천만 원이 조금 넘는다. 그중 천만 원 정도가 연초에 상여금 형식으로 들어오고, 매달 소득은 이것저것 빠져나가면 320만 원이 전부인데, 유치원 다니는 작은애와 초등학교 2학년짜리 큰애 앞으로 교육비만 2백만 원 가까이 나가고 있다. 그런 문식은 광수나 재벌이가 맞벌이라는 사실이 제일 부럽다. 문식이가 말을 이었다. “아이들 교육 문제를 생각하면 아내가 집에 있는 게 고마워. 그런데 요즘은 정말 불안해 죽겠거든. 다들 알다시피 요즘 월급쟁이 목숨이 어디 사람 목숨이냐? 이제 앞으로 길어야 4년 내지 5년쯤 회사를 다닐 건데. 그 다음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정말 막막하기만 하다. 그래서 솔직히 요새는 이 사람이 어디 가서 한 달에 100만 원이라도 벌어 왔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전업주부로 사는 데 별 불만이 없던 문식 아내는 남편이 돌연 맞벌이 이야기를 꺼내자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문식의 돌연한 아내 타박에 의외다 했던 친구들 역시 마흔 이후의 삶을 떠올리자 표정이 어두워졌다. 문식은 오늘도 외롭고 힘들었다. 오늘 아내가 없었다면 차라리 좀더 솔직하게 털어놓고 고민을 나눌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대박신화와 불안감, 김재벌 부부의 이야기 - “아, 이제 내 차례인가? 그래도 광수랑 문식이는 나보다 낫네. 나는 이거 쓰면서 우리 마누라한테 정말 미안하더라. 고생은 고생대로 시키고 돈 모아둔 것도 없고. 우리 마누라야 유리지갑이니 얼마 버는지 빤하지만, 내가 사업을 하잖아. 그러니까 어느 때는 돈다발이 굴러다니다가 어떤 때는 벌어둔 돈만 까먹고 있을 때도 있어.” 재벌 아내는 ‘돈다발은 무슨’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이 사람 월급 포함해서 평균 매달 5백만 원 정도는 수입이 되는데 왜 돈이 안 모이는 걸까? 적어 보니까 애들 교육비가 70만 원 정도, 자동차가 두 대라 거기에 돈이 좀 많이 들어가고, 외식비도 좀 많더라. 저금이라고는 마누라가 억지로 30만 원씩 하는 게 전부야. 도대체 돈이 다 어디로 가는 건지 정말 오리무중이다.” 늘 쾌활했던 재벌이 풀이 죽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끝냈다. 돈이 많은 부자가 아니라 돈을 통제하는 행복한 부자 “우리 부부가 지금까지 모아놓은 자산은 1억 5백만 원 정도야. 너희들 사는 집의 전세금도 안 되는 돈이지. 나는 일단 집은 자산에서 제외시켜서 계산했어. 그걸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안 해. 집이 우리 어머니 앞으로 돼 있기도 하고. 지금은 한 달에 2백만 원 정도 저금하고 있어. 내 자산은 거의 저금으로 모은 거야.” 하늘이는 놀라는 친구들 앞에 자신의 재무제표와 함께 통장 몇 개, 그리고 노트 몇 권을 꺼내놓았다. “우리 부부는 일단 목표를 세워서 필요한 액수만큼 모아나가기 위해 저축하고 있어. 이 통장은 생활비 통장, 이 통장은 아이들 교육비 통장, 이 통장은 우리 부부 노후 준비 통장, 이건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려고 돈을 모으는 통장…… 통장이 참 많지?” 친구들은 노트를 뒤적였다. 수입과 지출 말고도 각 페이지마다 빽빽이 적혀 있는 글씨에 저절로 눈이 갔다. “야. 너무 자세하게 들여다보진 마. 그건 나하고 우리 마누라가 서로한테 쓴 글이거든. 남들에게 보이긴 좀 부끄럽다. 우리 부부는 결혼할 때부터 함께 가계부를 쓰면서 이렇게 항상 의논하면서 살고 있어.” 말없이 미소만 짓고 있던 하늘의 아내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사는 모습, 참 보잘것없죠? 남들 한 달 교육비로 우리는 한 달을 사니까요. 처음엔 생활비가 적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제가 이 사람보다 더 절약하고 살아요. 무조건 아끼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것만 쓰자. 그게 남편이랑 제 생각이에요. 그래서 특별히 남들보다 궁색하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그때 재벌이 말했다. “그런데 하늘아. 나는 네가 여행을 떠나자고 했을 때 뭔가 계획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동의를 했거든. 뭐, 이렇게 와서 서로 어떻게 벌고 쓰고 사는지 듣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지만, 그래서 어쩌자는 거냐?” 그러자 하늘이 말했다. “아니, 내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걸. 진짜 이야기는 내일부터지. 그런데 오늘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이 제수씨들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어떠세요? 평소에 이런 얘기 남편과 많이 하시나요?” 재벌의 아내가 하늘의 이야기를 거들었다. “그러게요. 이런 이야기를 옛날에는 이이랑 가끔은 했었는데 지금은 안 하고 산 지 꽤 됐네요.” 그러자 광수 아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처음엔 솔직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불편했는데 지금은 마음이 편하네요. 정말 오랜만에 속에 묻어뒀던 이야기를 한 것 같아요. 또, 제 사는 모습을 돌아보기도 했고요.” 그러자 하늘은 가방에서 프린트 몇 장을 꺼내 친구 부부들에게 한 부씩 나눠 주었다. “이건 우리 아버지 가계부 정리한 걸 복사한 거야. 내일은 이걸 가지고 이야기할 생각이니까 미리 읽어 오면 좋을 거야. 내일은 좀더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그렇게 다들 첫날 일정을 마치고 하늘이네 방을 나왔다. 모두 말을 많이 해 피곤하기도 했고, 돈 문제와 부부간의 문제 등, 그동안 마음 한구석에 쌓아놓기만 했던 고민거리들을 어느 정도 털어놓아 한편 후련하기도 했다. 2. 아버지의 가계부 낡은 가계부 그러나 위대한 유산 “사업이 망해서 집이고, 회사고, 땅이고 모두 날려버린 아버지는 한동안 계속 술만 드셨어. 어머니는 울기만 하셨지. 지옥이 따로 없었어.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아버지가 양복을 입고 나가시더니 저녁 때 태극당 모나카를 사 들고 오셨어. 나중에 알았는데 그날 아버지는 친구 회사에 취직을 하셨던 거야. 그 후부터는 우리 집 형편이 조금씩 나아졌지.” 하늘이의 아버지가 가계부를 쓰게 된 건 다름 아닌 취직 조건 때문이었다고 한다. 친구는 자기 회사의 일자리를 주는 대신, 하늘이의 아버지에게 매일 가계부를 쓰겠다는 다짐을 받았다고 한다. 다른 직원들에게도 다 그렇게 하게 한다면서. 별것 아닌 조건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가계부를 난생처음 쓰던 몇 주 동안 아버지는 자과감에 시달려 괜스레 아내와 아이들에게 짜증을 냈다고 한다. 써놓고 보니 숫자들이 너무 자질구레한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일단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대면하고 나니 현실을 차분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고, ‘여전히 나에게는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어쨌든 가계부를 쓴다는 것은 하늘이의 아버지에게는 참삶을 찾아가는 첫걸음이었다. 가난을 인정하고 그것을 극복하기로 마음먹은 하늘이의 아버지의 용기, 하늘은 그것을 가장 먼저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일기의 한 토막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3월 21일 가계부를 덮는 그들의 마음에는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차 올라 왔다. 가족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하셨을 하늘이의 아버지, 하늘이의 아버지가 강해지고 싶었던 이유, 하늘이의 아버지가 그토록 열심이었던 이유는 단 하나, 가족의 행복 때문이었다. 광수와 문식, 재벌은 살아온 나날을 되돌아봤다. 나는 왜 돈을 벌려고 하는 걸까? 지금 버는 돈으로 나는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걸까? 우리 아이들은 정말 행복할까?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하늘이 십여 권의 가계부 노트를 발견하고는 처음엔 호기심으로 읽어 내려갔지만, 나중에는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걸 읽으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어. 아버지가 마치 사업하듯이 굉장히 합리적으로 가족을 위해 일종의 재무 설계를 하셨다는 거야. 장래에 들어갈 돈을 꼼꼼하게 계산하고, 그에 맞춰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나갔지. 아버지는 가계부를 쓰면서 목표에 집중하는 법을 배우고, 작은 것이라도 성취하는 기쁨을 느끼셨던 것 같아. 이 가계부는 아버지가 내게 남겨주신 소중한 유산이자 아버지가 가족을 얼마나 사랑하셨는지를 나타내는 증거야. 나중에는 내가 쓴 가계부와 함께 우리 아이들에게 꼭 남겨줄 생각이야.” 하늘은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눈빛들이 어제와는 달랐다. 하늘이는 친구들의 진지한 눈빛을 바라보며 다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행복한 돈 이야기, 미래의 그림에 답이 있다 하늘이네의 미래 라이프사이클을 보면서 다들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생각보다 그들이 앞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간이 짧고 쓸 돈은 많다는 사실이었다. 하늘은 친구 부부들에게 종이와 볼펜을 나누어주며 “우선 종이에 가로로 선을 긋고 선 밑에 가족 이름이랑 나이를 적어. 그리고 언제까지 돈을 벌 수 있는지, 언제 돈이 집중적으로 나갈지, 은퇴는 언젠지 표시해보는 거야”라고 말했다. 문식, 재벌, 광수 부부는 하늘의 라이프사이클 그림을 참고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재벌은 자신이 그려놓은 그림을 보고 적잖이 놀란다. 재벌은 그동안 뭐 하고 사느라 이렇게 인생 계획 하나 제대로 세우지 못했나 싶었다. 막막한 심정과 더불어 다른 한편으로는 오늘 이 자리가 없었다면, 하는 생각을 하니 오히려 다행스럽게 여겨지기도 했다. 다른 부부들도 비슷한 심정인 듯했다. 부부들이 그림을 어느 정도 완성한 것을 보고 하늘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 끝냈으면 이제 미래의 계획에 대해 서로 이야기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일단 나부터 이야기할게. 나는 일흔 살까지 일할 거야.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서 쉰 살쯤에는 제과점을 하나 내려고. 우리 와이프가 제빵 기술이 있거든. 다른 집도 그렇겠지만 우리 집도 교육비가 제일 걱정이야. 사교육비는 거의 들지 않지만 고등학교만 가도 한 아이당 분기별로 50만 원은 들고. 대학에 들어가면 정말 등골이 빠질 지경이 되겠지. 저축은 앞으로 길게 해봐야 10년이야. 그래서 그때까지 착실하게 둘이서 일하며 여유자금을 모을 계획이야.” 하늘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재벌은 앞으로 저축 가능한 기간이 겨우 10년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번엔 제가 이야기할게요.” 광수 아내가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린 정말 시간이 없어요. 앞으로 소아과는 저출산 때문에 수입이 많이 줄게 될 거예요. 낙관적으로 생각해도 한 10년? 최악의 경우, 5년 안에 수입이 병원유지비가 벅찰 지경이 될지도 몰라요.” 광수의 사정도 비슷했다. 금융 쪽의 조기은퇴는 무서울 정도다. 한편 문식 아내의 표정도 심각했다.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나는 장사는 하고 싶지 않아. 자신도 없고 말이야. 소득은 좀 줄더라도 작은 회사로 옮겨서 애들 교육시킬 때까지 일하고 싶어. 이렇게 그림으로 그려보니 뭔가 명확해지는 것 같긴 하네. 앞으로 세워야 할 계획도 구체적으로 떠오르고. 조기은퇴에 대비해서 알아봐야 할 것도 많은 것 같고 말이야.” 말을 맺으며 문식은 쑥스럽게 웃었다. 이제 재벌이네 이야기만 남았다. “그림을 그리긴 했는데 지금은 제대로 채우질 못하겠다. 나중에 애 엄마와 고민해서 제대로 다시 해야겠어. 막막하고 불안한 건 나도 마찬가지고. 참 해놓은 게 없다.” 목표 없는 사교육비, 자녀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러자 재벌 아내가 옆에서 거들었다. “부모 마음이야 아이의 미래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재능을 발견하고 이끌어주고 싶죠. 부모의 역할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그것도 가정경제라는 큰 틀에서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당장이야 부모 마음 편하고 아이들도 이것저것 해보겠지만, 5년 후, 10년 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아이들 대학등록금만으로도 일 년에 천만 원 이상 들어갈 텐데. 등록금도 그렇고 노후자금도 그렇고, 모아놓은 돈이 없다면 어떻게 하냔 말이죠. 우리 집 경제사정에 사교육비가 적정한지 계산해보고, 그렇지 않다면 하루라도 빨리 균형을 되찾아야 할 것 같아요.” 형편에 맞게 교육비를 구조조정하자는 말에 다른 부부들도 공감의 뜻을 표했다. 집값에 올인한 미래에 답은 없다 “광수나 문식이한테는 내 얘기가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현실을 좀 냉정하게 따져보자는 거야. 집값 오르면 기분 좋지. 그래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집을 샀다고 해보자. 그런데 과연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는지 제대로 따져보자는 거야. 가령 재벌이네가 3년 전에 은행에 1억 5천만 원 빚을 지고 집을 샀다고 하자. 그 돈을 20년으로 나눠 갚는다고 하면 원리금만 해도 한 달에 백만 원 정도가 될 거야. 백만 원을 20년간 모으면 그냥 저축이자로만 해도 3억이 넘는 돈을 모을 수 있어. 그렇다면 집값이 3억 이상 올라줘야 한다는 건데. 그건 확신할 수 없는 거잖아? 미래를 두고 도박을 할 순 없는 거지.” 계속해서 조용히 있던 문식의 아내가 하늘이의 말에 끼어들었다. “근데 다들 앞으로 집값이 계속 오를 거라고 믿고 있잖아요. 다들 어쨌든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하늘 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하늘은 답답해졌다. 왜 가격이 지금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하는 걸까? 이웃 나라 일본만 봐도 10년 장기불황은 부동산 가격의 거품에서 시작되었다. 만약 지금 부동산 가격이 거품이고 그것이 꺼지기 시작한다면 그 이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일본만 해도 대출금을 갚지 못한 회사와 가정과 개인이 줄줄이 파산을 했지 않은가? 하늘이는 이런 것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하늘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광수의 머릿속에는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고, 꼭 필요한 충고는 귀에 거슬리는 법이다. 하늘이가 조목조목 지적한 것은 다 맞는 소리였다. 정말 자신은 지금까지 막연하게 아파트 가격 오르는 것만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문식도 마찬가지다. 문식이 입을 열었다. “여기 와서 여러 번 놀란다. 하늘이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이 뜨끔했어. 내가 딱 그랬거든. 집값 오르는 거 보고 막연히 ‘내가 부자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왜 어리석게도 10년쯤 뒤에 돈이 필요해 집을 팔 때, 꼭 내가 원하는 높은 가격으로 팔릴 거라고 철썩같이 믿고만 있었을까? 집을 팔면 또 집을 사야 하는 것조차 생각하지 못했다니. 참 나란 인간은 야무지지가 못해. 그래도 더 늦기 전에 깨달아서 다행이야. 여기 이렇게 오지 않았으면 회사를 그만둘 때까지 집만 믿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야.” 3. 새로운 출발선에서 진짜 행복한 부자, 열심히 벌고 지혜롭게 통제하라 일단 하늘이 아버지가 재테크를 했던 때와 비교해볼 때, 지금은 금융환경이 엄청나게 복잡해졌다. 처음에 하늘이 부부는 스스로 궁리하고 공부도 해가며 돈을 운용했지만, 얼마 후 도움 없이는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이것저것 알아본 뒤 자신에게 맞는 재무상담-재무 설계란 생애 흐름에 맞춰 버는 돈과 쓰는 돈을 예측하고 그에 맞는 재정 계획을 짜서 그 결과를 평가 조정하는 과정 전체를 말한다. 그렇다고 재무설계가 단순히 돈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돈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단일 뿐 우리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돈에 대한 계획을 먼저 세울 게 아니라 인생설계부터 해야 한다-을 해주는 전문가를 찾았다. 하늘이는 통장을 펼쳐 보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반드시 은행 한 군데하고만 거래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해. 일단 금융기관을 은행만 아니라 증권사, 종금사까지 확대시켜서 따져봐야 해. 나는 월급통장을 종금사 것으로 하고 있어, 은행의 보통예금통장보다 이자가 높거든.” 하늘이네 통장 운영 전략은 다음 표와 같았다.
하늘이가 갖고 있는 통장 중, 우선 수시로 돈을 꺼내 쓸 수 있는 CMA통장은 세 개다. 하나는 생활비를 체크카드로 이체하거나 각종 공과금과 통신요금이 빠져나가는 생활비 통장이고, 다른 하나는 저축과 투자를 위한 자동이체 통장이다. 지금까지 착실히 저축해서 모은 돈의 일부는 마지막 세 번째 통장에 넣어두었다. 일종의 비상금 통장으로 하늘이네 가정의 유동자금인 셈이다. 이렇게 통장을 세 개로 나눈 이유는 생활비가 일정 규모를 벗어나지 않도록 통제하고 파악하며, 저축과 투자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참고로 비상금 통장은 가급적 손대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다가 아주 급할 때만 꺼내 쓰기 위해 현금카드를 별도로 만들지 않았다. “우리 집은 저축도 저축이지만 일단 신용카드부터 어떻게 해야겠어요. 당신은 먼저 신용카드부터 자르세요.” 아내의 이야기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재벌은 신용카드만은 양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카드 쓰면 연말에 소득공제도 되고, 법인비용 공제도 되는데, 한도를 조절하면 되지. 뭐 꼭 그렇게 극단적으로 카드를 없애야 하나?”라는 재벌이의 말에 하늘이 충고를 했다. “나는 가급적 적게 쓰고 많이 모으기 위해서 신용카드는 반드시 없애는 게 좋다고 생각해. 물론 신용카드를 쓰면 편리하긴 하겠지만, 편리하기 때문에 오히려 무계획적으로 과도하게 지출하게 되거든.” 하늘이의 말에 광수는 금융전문가다운 조언을 던졌다. “하늘이의 말이 맞아. 그런데 그렇다고 늘 현금을 빼서 쓰는 것도 하늘이처럼 통장을 완벽하게 통제하기 전까지는 지출을 줄이는 데 별 도움이 안 될 수 있어. 그보다는 요즘 체크카드가 유행이거든. 하늘이도 쓰고 있는 것 같은데, 통장에 있는 잔액 범위 내에서 결제가 가능한 카드인데 그게 괜찮을 거야. 요즘 CMA하고 연계시켜 사용할 수 있는 체크카드가 발급이 되거든. 조금이지만 이자를 제대로 챙기면서도 체크카드사용까지 가능하니까 편리하고 추진할 만해.” 이제 다시 시작이다 모두들 여행을 참 잘 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들 생각했던 것보다 자신들이 훨씬 더 지쳐 있음을 깨달았다. 적어도 남들만큼은 살아야 한다는 게 얼마나 피곤한 것인지, 그렇게 하느라 정작 진짜 내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서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남편과 아내는 사실 전혀 그 속마음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마음은 배우자를 믿고 의지하고 싶었지만 행동은 정반대였던 것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단둘이 이야기할 시간이 많다 보니 속내도 터놓을 수 있었다. 그들이 처음 생각했던 가정의 행복이 무엇인지도 새삼 떠올렸다. 결코 부자가 되길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저 아이들 교육을 잘 시키고, 아내도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 방법을 잘 몰랐던 것이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편들어줄 사람이 다름 아닌 배우자밖에 없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버섯전골이 바닥을 드러내고 다들 얼큰하게 취해 슬슬 졸음이 몰려올 때쯤 하늘이 입을 열었다. “이제 내가 준비한 일정은 다 끝났어. 끝나는 마당에 다들 어땠는지 궁금하다.” 광수 부부는 이제야 서로를 마주 볼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 일단 빚부터 빨리 해결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리고 광수는 은퇴 후의 계획을 세웠다. 아내의 병원 일을 도울 생각이다. 병원의 회계와 마케팅 부분을 책임져 병원을 좀더 탄탄한 구조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와 마음을 터놓지 않았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생각이었다. 아내 역시 남편에게 기댈 생각을 하니 병원운영이 한결 쉬워질 것 같았다. 문식이네는 지금의 소비 수준을 줄이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음을 깨달았다. 특히, 문식의 아내는 교육비에 경제관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재벌이네 차례, 재벌은 마음이 가벼웠다. 많이 번다고 생각했던 광수네에 대한 질투심도 사라졌다. 부동산 대박이 터진 사람도 부럽지 않고, 주식으로 몇 억을 벌었다는 이야기도 다 허망해 보였다. 솔직히 자신도 그런 대박을 꿈꾼 사람 중의 하나였지만, 결국 그런 대박은 정말 환상일 뿐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면 할 일이 많겠는걸. 인생계획도 다시 짜야 하고, 사업 방향도 수정해야 할 것 같고.” 재벌의 아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저도 우리 남편처럼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이에요. 일단 돌아가면, 가계부부터 쓰려고 해요. 앞길이 멀긴 하지만 걱정하진 않아요.” 이제 다시 시작이다. 이번 여행은 그들에게 시작을 보여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모두들 4, 5년 후에 닥칠 경제적인 위험에 대해 아무것도 준비해둔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고, 이제부터라도 하늘이 아버지처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
<도서 정보>제 목 : 아버지의 가계부
저 자 : 제윤경 저
출판사 : Tb
출판일 : 2007년 2월
책정보 : 페이지 183 / 396g ISBN-13 : 9788984986732
구매처 : Yes24
구매일 :
일 독 : 2007/3/14
재 독 :
정 리 :
<이것만은 꼭>
<책 읽은 계기>
<미디어 리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돈을 벌 수 있는 기간도 액수도 한정된 반면 수입 없이 돈을 쓰며 살아야 할 날이 많다. 그렇다면 답은 분명하다. 인생을 계획하고 지출을 관리하는 것뿐. 이 책은 보통 사람들의 가정경제가 빠진 오해와 허점을 여실히 드러내며, 그 대안으로 우선 인생을 계획하라고 이야기한다. ‘부자 따라잡기’라는 허망하고도 무모한 재산 불리기를 하기보다는 나와 가족의 인생부터 계획하라는 것이다. 또한 계획된 인생에 맞추어 언제 얼마가 필요한지, 재무설계를 해야 한다. 언젠가 ‘가족의 꿈’들을 실현시킬 통장들을 만들고, 계획에 맞추어 성실히 저축해나가도록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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낼모레면 40대에 접어들지만 부모 유산, 부동산, 대박신화에 기대어 부자의 꿈만 꾸고 살아가는 친구들. 미래를 위해 무엇 하나 준비한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이들이 후반전 인생을 준비하는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에서 그들은 저마다 감춰왔던 걱정거리들을 털어놓는다. 고소득이지만 빚만 늘어가는 현실과 조기퇴직에 대한 두려움, 한 방의 대박을 노리면서도 늘 불안한 생활, 돈이 모이지 않는 가계의 현금흐름과 돈 문제에 얽힌 부부간의 깊은 갈등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들이 기대고 있는 꿈은 ‘진짜’가 아닌 ‘가짜’ 부자가 아닐까. 부모의 유산이나 사업 성공, 부동산, 주식 등과 같이 언젠가는 여유 있게 살리라는 로또 당첨 식 꿈은 분명히 닥쳐올 위태로운 현실에 비해 너무나 막연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이제는 대박 심리를 버리고 ‘진짜 부자’를 꿈꿔야 할 때이다.
스토리텔링에 기초한 한국형 ‘가정경제’ 이야기
재무컨설턴트, 칼럼니스트 및 고정 패널로 활동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이야기 형식을 통해 오늘날 우리의 가정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가계의 문제점들을 정확히 짚어주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평범한 가정경제에서 대면하는 고민과 대안을 생생한 이야기로 들려주다 보니, 독자들은 읽어 내려가다가 어느 순간 “이건 바로 내 얘기야” 하며 무릎을 내리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의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우리네 살림살이를 사실적으로 드러내 독자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데 이 책의 흡입력과 강점이 있다.
온가족이 함께 읽는 우리 가족 경제 교과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돈을 벌 수 있는 기간도 액수도 한정된 반면 수입 없이 돈을 쓰며 살아야 할 날이 많다. 그렇다면 답은 분명하다. 인생을 계획하고 지출을 관리하는 것뿐.
불안한 30대 후반들에게 돌아가신 아버지가 물려준 선물은 다름 아닌 가계부였다. ‘가계부 쓰기’의 단순 반복이 아닌 인생에 대한 ‘목표와 계획과 실천’의 중요성을 가르쳐주신 것이다. 이제는 돈 개념에 무지하고 무계획적인 ‘돈맹’들이 제대로 살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남편과 아내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어릴 적부터 돈에 대한 철학과 계획을 가져야만 기나긴 인생을 불행 없이 살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아버지의 가계부』가 말해주는 것처럼 ‘회사를 경영하듯 가계를 경영해야’ 하며, 나와 가족의 미래에 대한 합리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작은 목표에서부터 실천해야 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가장 단순하지만 효과 있는 방법은 바로 가계부 쓰기이다.
하루에 5분, 가계부만 써도 지출의 10퍼센트는 절약할 수 있다!
이 책 『아버지의 가계부』는 보통 사람들의 가정경제가 빠진 오해와 허점을 여실히 드러내며, 그 대안으로 우선 인생을 계획하라고 얘기한다. ‘부자 따라잡기’라는 허망하고도 무모한 재산 불리기를 하기보다는 나와 가족의 인생부터 계획하라는 것이다.
또한 계획된 인생에 맞추어 언제 얼마가 필요한지, 재무설계를 해야 한다. 언젠가 ‘가족의 꿈’들을 실현시킬 통장들을 만들고, 계획에 맞추어 성실히 저축해나가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가장 기본적인 ‘가계부 쓰기’가 있으며, 우리 집의 ‘대차대조표와 현금흐름표’, ‘미래 라이프사이클’, ‘통장 운용 전략’ 등을 세우는 방법도 있다. 이 책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레 그러한 방법들을 익힐 수 있다.
이 책이 확신하는 바, 하루에 단 5분, ‘가계부’를 매일 쓰다 보면 조만간에 불안이 아닌 안정을, 두려움이 아닌 기대를, 행운 아닌 행복을 찾게 될 것이다.
<책속으로>
저자의 글 아버지의 가계부에서 발견한 네 가족의 희망 이야기
1. 미래를 준비하는 여행
무계획 인생들, 미래가 불안하다
절반의 인생 평가표, 돈을 제대로 말하자
돈이 많은 부자가 아니라 돈을 통제하는 행복한 부자
재테크 뛰어넘기 1 ― 나간 돈, 들어온 돈, 적기만 해도 달라진다·부부가 함께 쓰는 지출 일기·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쓰자·소비예산을 세워 지출을 관리하라·엄마는 가 계의 재무전문가·아이는 부모에게 경제습관을 배운다
2. 아버지의 가계부
낡은 가계부 그러나 위대한 유산
행복한 돈 이야기, 미래의 그림에 답이 있다
목표 없는 사교육비, 자녀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집값에 올인한 미래에 답은 없다
재테크 뛰어넘기 2 ― 이제는 재무설계다·우리 집 구조조정 1순위, 사교육비·무리한 내집 마련, 악순환을 부른다
3. 새로운 출발선에서
진짜 행복한 부자, 열심히 벌고 지혜롭게 통제하라
이제 다시 시작이다
재테크 뛰어넘기 3 ― 소득공제 때문에 카드를 긁는다고요?·미래설계를 도와줄 ‘재무주치 의’를 둬라·주거래 은행을 떠나라·월급은 CMA로, 지출은 체크카드로·맞벌이 부부 의 함정